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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00층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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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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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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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3,832

작성
23.01.17 21:15
조회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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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2쪽

나머진 당신들 몫이라고

DUMMY

39.


[‘약화의 저주 Lv.3’가 적용되었습니다.]

[다음 단계로 접어들기까지 24시간 남았습니다.]


메시지를 읽어들인 차도윤은 저도 모르게 갸릉거리며 콧등을 긁었다. 당황한 눈을 한 김태하와 헛웃음을 짓는 안유리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친.”


방패를 쥐고 겨우 버티어 섰던 김희우마저 욕지거리를 흘리며 이쪽을 쳐다보았다.

물론 차도윤은 대답할 수 없었다.


냐아아!


고양이가 되어버린 그의 말은 통역 마법을 익힌 헌터가 아니고서야 알아들을 수 없을 테니까.


‘······이럴까봐 가능한 한 빨리 공략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일이 있고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에겐 24시간의 제한 시간이 있으며, 망령들은 단발적인 힘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헌터들은 오감이 망가진 탓에 고생했던 심신을 회복해내야만 했다.

미로의 틈은 적당히 노력하면 해낼 수준이 아니라, 만전을 기해야 하는 어려운 던전이었으니까.

다소 도박하는 심정이 들긴 했지만 이쪽의 확률이 더 높았으니까 선택을 했다.

특성도 그를 약간 돕질 않았는가.


[특성 ‘용의주도한 도박사’를 발동합니다.]

[확률 게임에 한하여, 승률이 올라갑니다.]


실제로 차도윤은 제한된 시간 안에 무려 라헬을 쫓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것만으로 뭐······.’


질색하는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헌터들을 향해 차도윤은 당당히 가슴을 폈다.

아직도 수많은 분신이 들이닥치고 있었지만 자신은 마땅히 할 일은 했다.

공략법도 알려줬다.

밥값··· 10만 코인 값은 하질 않았는가.


‘나머진 당신들 몫이라고.’


*


자신은 은근한 눈깔로 올려다보는 고양이를 향해 김태하는 진심으로 살의를 느꼈다.


“이 타이밍에······ 고양이?”


어이가 없었다. 고인물이랍시고 한껏 대우를 해줬더니만 이렇게 뒤통수를 치나?

물론 그게 그의 고의가 아니라는 건 잘 안다. 저런 짓을 해봤자 자신의 목숨조차 위태로워질 뿐이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내 10만 코인을 잘만 쳐드시고······.”


부들부들 떨던 김태하는 눈앞에서 고약한 소리를 질러대는 분신을 돌아보았다.

또 한 번 재구성된 이대영이 그를 향해 성난 눈초리로 달려들고 있었다.

지긋지긋하게도 계속해서 나타나는 분신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었다.

김태하의 검이 재빠르게 이대영의 몸을 양단했다.


“대체 뭘 어쩌라고!”


성난 감정에 동조됐는지 마력이 들끓었다.

한 차례 쏘아낸 거센 검격이 달려드는 분신을 양단해댔다.

옆에서 안유리나 김희우도 보조를 맞추며 일단 분신 공략에 나섰다.

어쨌든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빌어먹을 놈이 쓸모없는 고양이가 되어버렸지만 공략법은 알려주고 가질 않았는가.


“흑수정이 보여요!”


김희우의 말에 김태하는 이를 악물고 분신의 틈바구니로 뛰어들었다.

오크와 엘프가 양쪽에서 나타나 김태하가 갈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얘네 진짜 잘 싸우네.

힘을 되찾았다고 하더니만 휘두르는 일격마다 분신들이 대여섯 마리씩 갈라졌다.

어째 2회 차에 이른 자신보다도 고작 이곳에 귀속된 망령이 더 강한 것 같은지.


‘이럴 거면 그냥 얘네들이 부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엘프가 미안하단 얼굴로 한 마디를 덧붙여서 오해를 풀었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네. 더 다가갔다간 다시 흡수당하는 수가 있어.


이미 힘을 되찾았다면서 뭘 또 빼앗긴단 말인가.

그렇다면 자신은 저쪽에 다가가도 괜찮은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김태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까짓 거 공략에만 집중하자.’


나름 상층에 이르렀던 그의 노하우는 구태여 이해할 수 없는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인간은 어쩌다 이런 멸망에 이르게 된 건지, 왜 자신은 탑을 오르고 있는지.

앞으로의 공략은 어찌 될지, 상층은 또 어떨지, 그 불가해한 공략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생각 따위는 버린다.

그게 김태하의 노하우였다.


‘내가 살아날 길만을 찾자.’


누군가 비겁하다고 말할지언정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오직 최선의 선택지만을 고른다.

그리고 지금 그가 살아날 가장 유력한 방법은 차도윤의 공략을 따르는 것이다.


파사아악!


다행히 흑수정을 부술 때까지도 그의 몸이 분신과 합류하는 경우는 없었다.

잠시 분신 틈에 고립된 그의 앞으로 참새가 날아와 빠르게 등을 내밀었다.


-타게!


거두절미하고 참새의 등에 올라탄 김태하는 밀려드는 분신 틈을 겨우 빠져나왔다.

하지만 쉴 여유는 없었다.


“흑수정입니다!”


공략이 파도라도 탔는지 흑수정의 생성 시기가 더욱 빠르게 앞당겨지고 있었다.


휘이이이잉!


참새의 등에 올라탄 김태하는 그대로 다음 흑수정까지 연달아 파괴할 수 있었다.

남은 건 이제 일곱 개.


“돼, 됐다!”


한쪽에서 김희우가 비명을 지르며 방패로 흑수정 하나를 깨부수고 있었다.


“여기도 하나 부쉈어요!”


인형들의 호위를 받으며 안유리도 흑수정을 부쉈다.

약하디 약한 다른 헌터들도 용케 남아있던 또 하나의 흑수정을 부쉈다.

공략은 순조로웠다.

다섯 개 남았던 흑수정 중 하나를 더 부순 이후로는 주변의 어둠도 많이 사라졌다.

온몸으로 체감되는 건 ‘오감의 저주’도 상당히 옅어졌다는 사실이었다.

이젠 마력을 애써 운용하질 않더라도 실제와 착각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여전히 역겨웠지만 이 정도면 버틸 만했다. 마력을 아끼는 만큼 전투도 더욱 활발하게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흑수정을 또 부쉈다.


[‘흑수정’을 파괴했습니다.]


보스 룸을 장악하던 어둠이 옅어지고 그 속에 숨어있던 서킹 뱃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키이이잇!


녀석은 당황한 듯 날개를 펄럭였다. 보아하니 흑수정은 녀석의 핵이었다.

다른 보스 몬스터처럼 ‘강화석’과도 같은 핵이 부서지면 그만큼 약해지는 법.

녀석의 크기도 상당히 줄어들었고 느껴지는 기운도 더는 보잘 게 없었다.


‘공략할 수 있겠는데.’


피식 입 꼬리를 올린 김태하는 무기를 움켜쥔 채 녀석과의 거리를 계산해봤다.

가는 길목에 분신 몇 마리가 남긴 했지만 그 정도는 쉽게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

문득 차도윤의 말이 떠올랐다.


‘방심하지 말라던가.’


잠시 서킹 뱃을 노려보던 김태하는 일단 차도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아직 흑수정을 세 개는 더 부수질 못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보스 몬스터 공략을 개시한다면 놈의 핵을 다 부순 이후에야 하는 게 좋았다.

방심하지 말라는 말의 저의는 아마 그런 뜻을 내포하고 있는 거겠지.

김태하는 차도윤을 믿기로 했다.

단순히 10만 코인을 낸 값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고인물인 그의 말은 여태껏 틀린 적이 없다.

그는 이곳의 공략법을 알고 있다.


콰앙!

콰아아앙!

콰아앙!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또한 전투가 길게 이어졌지만 뭔가 바뀌는 게 없었다.

분신을 쓰러트리고 또 쓰러트려도 더 이상 흑수정이 생겨나질 않는 것이다.

이후로도 꽤 길게 싸웠고.


‘······설마 이미 흑수정을 다 부순 건 아니겠지?’


당연한 의문이 뒤따랐고 지난한 전투에 헌터들도 결국 지치기 시작했다.

김태하는 한숨을 내쉬며 일단 고양이로 변한 차도윤을 찾고자 했다.

그라면 답을 알고 있을 테니까.


“으음?”


근데 전장의 어딜 둘러봐도 차도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대체 이놈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지?


“김태하 씨! 우리 그냥 저거 공격하죠?”


결국 더는 참지 못한 다른 헌터들이 다가와 김태하를 부추기기 시작했다.


“저놈 많이 약해졌어요. 지금이면 잡을 수 있어요.”

“······흠.”

“그나마 우리 체력이 남아있을 때 공략해야 합니다!”


그 말에 심정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이성적으로는 부정할 수 있었다.

방심하지 말라는 차도윤의 말이 마치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었다.


“정작 차도윤 씨는 어디에 있는데요?”


뼈를 때리는 한 마디에 김태하는 입술을 짓씹었다.

그의 말마따나 빌어먹을 고양이는 안 보인지 오래되질 않았던가.


“김태하 씨! 더 지체해봐야 시간만······!”

“그만!”


김태하는 그를 부추기던 헌터들을 향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됐어.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까.”


미간을 찌푸린 그는 다가온 분신을 갈라내며 길게 숨을 내뱉었다.


‘선택해야 한다.’


끝도 없는 공략에 지쳐가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들의 표적은 한껏 약화된 채 겁에 질려있었다.

차도윤의 말이 거슬리긴 했지만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솔직히 답답한 건 그가 제일 답답했다.

딱 봐도 사냥할 수 있는 놈인데 왜 이렇게 신중해야 하는 건지.


‘미로의 틈이라고 쓸데없이 긴장한 거야.’


미간을 가득 찌푸린 그는 이내 검을 한쪽으로 겨누었다.

눈치를 보며 분신을 생성해내던 서킹 뱃이 보였다.

김태하는 결정을 내렸다.


“서킹 뱃을 공략한다.”


10만 코인이나 낸 강의료가 아깝긴 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인간의 말을 언제까지고 믿고 따를 수 없다.

상황이 바뀌면 그에 걸맞게 공략도 바뀌어야 한다.


“한 번 해보자고.”


그리고 혹시 아는가?

서킹 뱃을 직접적으로 타격해야만 흑수정이 튀어나오는 방식일지.

지금은 뭐든 새로운 시도를 해볼 때였다.


“김희우가 전위에 서고 나머지는 백업해!”


방패를 굳게 잡은 김희우가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망령들은 그들의 의도를 이해해줬다.

다가오는 분신을 배제해줬고 각자 자리를 잡은 헌터들이 제 역할을 해주었다.

김태하도 정면으로 뛰며 다가오는 분신을 갈라내었다.

서킹 뱃은 금세 가까워졌다.


-키잇! 키이이잇!


겁에 질린 채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여태 왜 고민했나 싶을 정도로.


“이 기세로 간다!”


확실히 수정을 일곱 개나 부순 탓인지 분신의 숫자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다시 튀어나오는 녀석들도 예전만하질 못했고 서킹 뱃의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이윽고 따라잡은 김태하의 일격은 서킹 뱃의 날갯죽지를 단칼에 베어내었다.


-키아아앗!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서킹 뱃이 어둠을 응축해서 쏘아냈지만 가뿐히 피해낼 수 있었다.


‘할 만하다.’


서킹 뱃의 모든 능력이 약화되어 있었다. 이젠 그 혼자서도 정면에서 싸울 수 있을 정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공략할 수 있다.’


몇 번이고 추격한 끝에 서킹 뱃을 구석으로 몰 수 있었다.

양쪽 날개가 다 잘려나간 서킹 뱃은 볼품사납게 이쪽을 노려보았다.

흐릿한 어둠이 녀석의 날개를 치료해주고자 했는데 그 속도도 현저히 느렸다.

놈의 힘이 다했다는 추측이 확실해졌다. 더는 고민할 것도 없어졌다.


“마무리 짓죠.”


무기를 빼어든 김태하가 서킹 뱃을 겨누고 마력을 끌어 모았다.

한껏 집중한 일검이 오직 서킹 뱃을 향해 휘두를 참이었다.


“끝이다!”


지긋지긋한 전투의 끝을 알리듯 김태하의 일격이 겁에 질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던 서킹 뱃에게 떨어져 내렸고.


“으음?”


서킹 뱃의 몸통에 검이 직격하려는 순간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앞을 가로막았다.


콰아앙!


눈앞으로 번지는 건 터무니없게도 퍼펙트 패링의 화려한 이펙트였다.


“뭔······.”


성난 눈초리로 김태하는 갑자기 눈앞으로 튀어나온 거무튀튀한 무언가를 내려다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씻은 듯이 사라져 안 보이던 빌어먹을 고인물 헌터 차도윤.


야옹!


대체 무슨 생각을 전혀 알 수 없는 고양이 특유의 울음을 흘려대며.


“······무슨 짓이야! 고양이 새끼가!”


서킹 뱃을 등 뒤로 둔 채 차도윤은 털을 바짝 세운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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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머진 당신들 몫이라고 23.01.17 1,433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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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라헬 스트로디아 +2 23.01.15 1,546 57 12쪽
36 너도 마음이 급했나봐? +2 23.01.14 1,617 51 12쪽
35 저게 왜 난쟁이야 +3 23.01.13 1,716 48 12쪽
34 음식은 멀쩡하다니까 +5 23.01.12 1,771 54 12쪽
33 돈값은 해줄 테니까 23.01.11 1,893 52 13쪽
32 그냥 받아들이세요. 무엇이든 23.01.10 1,945 55 12쪽
31 증명해보이면 되겠지? 23.01.09 1,961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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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줄래야 줄 것도 없어 23.01.07 2,064 50 13쪽
28 주변을 둘러보는 눈을 기르래도 +1 23.01.06 2,121 5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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