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00층 회귀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46,566
추천수 :
3,321
글자수 :
283,832

작성
23.01.01 21:15
조회
2,593
추천
57
글자
12쪽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DUMMY

23.


「“생존 땅따먹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깃발입니다. 구역마다 쥐어진 깃발에 이름을 새겨 넣는 게 핵심이죠.”」


어렴풋이 떠오르는 건 누군가가 그에게 알려줬던 생존 땅따먹기의 룰이었다.

땅따먹기를 위해 들어선 공간을 탐사하다보면 알게 되는 여러 가지 정보들.


‘자격은 게임이 진행되는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깃발에 이름이 적힌 사람에게 주어진다.’


표면적으로 보면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막상 깊게 들여다보면 쉽질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경쟁자만 무려 수백 만 명에 이르는 지독한 게임.

서울의 인구가 가득 몰린 만큼 맵의 규모도 컸지만 경쟁도 과열되기 마련이다.

또한 깃발의 개수가 어디 수백 만 명이 모조리 통과할 만한 숫자로 주어질까.


“태엽 길드원들은 들어라! 우린 계곡 지대 먼저 공략할 거다!”

“응? 황금 길드? 연합의 일원이라고?”

“서울 연합에 참여한 길드는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10분 후 산등성이 깃발 공략합니다!”


하지만 1회 차에는 상상도 못할 속도로 헌터들은 각 구역마다 군집하고 있었다.

누굴 중심으로 뭉쳐야 하는지조차 몰라 아비규환에 이르렀던 과거와는 달랐다.

일찍이 길드가 만들어졌고, 회귀 이후를 고려해 연합을 짜둔 곳도 여럿이다.

다들 처음엔 동료를 찾느라 전투 자체도 당장은 꺼려하는지 대개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저 아직 곳곳에 흩어진 인원이 모여들지 않은 상황이라 충돌이 적을 뿐이다.

머지않아 각 길드마다 세력을 일구고 전력을 갖추게 된다면 어찌 될까?

차도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전쟁이 벌어진다.’


각지의 깃발마다 새겨 넣을 수 있는 이름의 숫자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즉 길드마다 보유한 인원을 등록하려면 필연적으로 다른 깃발을 강탈해야 한다는 거다.

생존 땅따먹기의 핵심은 거기에 있다.

헌터들은 결코 깃발을 빼앗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가능한 한 자신의 세력을 탑으로 많이 올려둘수록 두고두고 유리해질 테니까.’


즉 이 땅을 중심으로 벌어질 일은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혼란을 야기한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운이 나쁜 건 고래 싸움에 끼게 될 새우의 등이겠지.


‘어쩌면 솔로는 강지석처럼 나중에 추가 시험을 보고 들어오는 게 나을지도 몰라.’


생존 땅따먹기는 대규모 인원이 군집했을 때에만 치루어지는 자격 시험이다.

나중에 혼자 오게 될 경우엔 단계 별로 주어지는 몬스터 사냥 따위로 자격을 증명 받는다.

차도윤처럼 혼자 다니는 입장에선 차라리 후자의 시험을 통과하는 게 낫다.

하지만.


‘그래선 얻지 못하겠지.’


차도윤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각 깃발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헌터들을 일별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은 그에겐 다소 특별한 목표가 하나 있다는 것이다.

그건 단순히 깃발에 이름을 하나 새겨 넣는 걸로는 부족했다.

2회 차에 이르러서도 고작 그 정도로 머물면 곤란하다.


‘나에게 생존은 과정이다. 내 목적은······.’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는 각 연합의 헌터를 응시하며 차도윤은 침음을 삼켰다.


*


때가 되자 밀물처럼 밀려오는 몬스터의 수해가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느슨해진 생존 땅따먹기에 한껏 긴장을 더해줄 부가적인 시련이었다.


[시련이 주어집니다.]

[‘침탈자’로부터 땅을 지켜내시오.]


파이오니어 길드의 박민권은 안경을 고쳐 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처로는 듬직한 헌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회귀 이후로 특별히 관심을 갖고 키워냈던 파이오니어의 정예 길드원들.

이번 생엔 전생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져버린 제 형 박명철도 보였다.


“흠, 고작 리자드 무리인가?”


특히 일찍이 신촌역에서 충돌을 빚었던 아마존 길드의 양인호가 말했다.

일전엔 경쟁자였지만 이번엔 극적으로 손을 잡아 다시 함께하게 된 동료.

전에 봤을 때보다 더 단단해진 근육으로 뭉친 그는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었다.


“몸 풀기도 안 되겠는데.”


박민권은 그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걸 익히 알 수 있었다.

아니,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지난번에 봤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데.

인근에 있던 히든 피스란 히든 피스는 모조리 독식하기라도 했나?

박민권은 혀를 차면서 답을 해줬다.


“방심하지 마.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건 너도 잘 알잖아?”


리자드 무리로는 당장 그들의 연합에 생채기조차 입히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고, 땅을 빼앗으려는 침탈자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그 수준도 끊임없이 올라간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양인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는 너야말로 너무 긴장했어. 미친놈처럼 그렇게 강해져 놓고 뭔 겁이 이리 많아?”

“흠.”

“솔직히 말해. 뭔 짓을 한 거야?”


눈을 번뜩이는 양인호의 시선에 박민권은 그저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그도 양인호에 뒤지지 않게 그 수준을 극도로 올려뒀다.

전생의 자신이 겪었던 오늘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박민권은 은근히 자신을 경계하는 양인호의 시선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내가 너무 긴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하여간 넌 겁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니까.”

“신중한 거란다. 무식한 덩어리야.”


박민권은 슬슬 리자드와 충돌을 빚기 시작한 무리의 선두를 눈여겨봤다.

예상대로 리자드는 그들에게 그 어떤 생채기도 입힐 수준이 못 되었다.

양인호와 박민권이 전생과 비교도 못할 강함을 손에 넣었듯이······.

2회 차에 이른 헌터들은 저마다의 성과를 만들고 이 자리에 서 있었다.

어쩌면 양인호의 말마따나 박민권의 걱정은 그저 우려에 불과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층 강해진 헌터들은 지급도 삽시간으로 이 주변에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파이오니어 길드와 아마존 길드가 몸을 담은 서울 연합은 그 어느 그룹보다도 강대하고 대단히 큰 규모를 가졌다.


‘앞으로 어떤 몬스터가 밀려온다고 해도······.’


마지막 날까지 이 땅을 지킬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역시 방심하지 마. 2회 차니 그 난이도가 올랐을 거 아니냐.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게 튀어나올지 누가 알아.”


박민권은 헌터들을 독려해 주변의 방벽을 한 번 더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애써 차지한 땅을 몬스터 따위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하물며 수성에 더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있었다.


콰아아앙!


돌연 폭음이 터지자 박민권의 시선은 후방으로 향했다. 리자드 무리가 몰려오던 방향의 정반대의 장소였다.


“올 것이 왔네.”


미간을 찌푸린 양인호도 리자드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후방으로 나타난 다수의 인간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해오고 있었다.

양인호는 눈에 선연한 살기를 담았다.


“안 그래도 지루하던 참인데.”


고개를 주억거린 박민권도 전방을 도외시한 채 바로 후방으로 이동했다.

도착한 곳엔 벌써 수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한 눈에 보이는 건 커다란 대검을 휘두르는 유명 헌터.

박민권은 미간을 팍 구기며 중얼거렸다.


“김태하? 그러고 보니 저놈도 회귀했겠구나.”


전생에 함께 탑을 올랐었던 상층의 헌터 중 한 명.

빠르게 전장에 합류하던 박민권은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으랏차아아!”


봉을 빙빙 돌리면서 나타난 건 이름도 얼굴도 더욱 익숙한 사내였다.


“오, 김우영이군.”


양인호도 호승심을 끌어올리며 전장에 난입했다. 봉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전장을 활보하던 김우영은 곧 호랑이처럼 변한 양인호를 맞닥뜨려야만 했다.


“오랜만이군.”

“어라······ 박민권?”

“이번엔 적으로 만났네.”


대검을 움켜쥔 김태하는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 꼬리를 씨익 올려 웃었다.


“아쉽게도 말이지.”


박민권은 그를 향해 물었다.


“물러나달라고 하면 물러날 거냐?”

“물러나겠냐?”

“걱정이 돼서 그래. 이래봬도 내가 너보다 더 높은 층까지 올라갔었단 말이지.”


박민권의 손끝에서 빠져나온 마력이 점차 주변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그 압도적인 기세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던 김태하가 호흡을 길게 내뱉고 말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호기롭게 외치는 김태하를 향해 박민권을 짧게 혀를 차고는 말했다.


“······태하야. 진심으로 조언하겠는데.”

“응?”

“오래 살려면 수준을 파악하는 눈을 가지는 게 좋아.”


전투는 산발적으로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


콰카카카캉!


사방이 요란스럽게 전투가 이어지고 펄럭이던 깃발이 저마다의 주인을 찾았다.

서울 연합부터 온갖 길드가 사방에서 자리를 잡는 게 훤히 보이는 언덕이었다.

차도윤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흩어진 각 길드는 더 이상의 진군을 멈추고 벽을 쌓으며 수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생존 땅따먹기는 하루 만에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계속해서 밀려오는 침탈자의 습격으로부터 버텨내어 땅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괜히 깃발을 늘려봤자 그 넓은 땅덩어리를 지켜내질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지킬 수 있는 만큼만 먹고, 그만큼의 수성을 해내는 게 훨씬 유리했다.


‘다들 그대로만 해달라고.’


산발적으로 전투가 펼쳐지는 숲을 쭉 내려다보던 차도윤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차도윤은 진심으로 저들이 가능한 한 많은 깃발을 획득하길 빌었다.

저들이 모은 깃발의 숫자만큼이나 탑의 공략 인원은 늘어나고 생존자도 많아진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여기선 경쟁보다도 협력으로 도전자를 늘려가는 게 좋다.

사실 차도윤이 관심을 가지는 땅은 저들이 밟고 있는 곳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지만.


“그래, 여긴 일반인들의 싸움터지.”


호흡을 가다듬은 차도윤은 마저 준비를 마쳤다.

그가 걸어 도착한 곳은 리자드가 한껏 빠져나온 구멍.


[‘황무지’로 진입합니다.]


또 한 번의 포탈을 건너 뛴 차도윤은 수풀이 우거지지 않은 한 공간에 들어설 수 있었다.

모래 먼지가 휘날리는 미국 서부와 같은 풍경을 한 굉장히 황량한 땅이었다.

회전초가 굴러다니고, 곳곳으로 리자드가 득실거려 포효를 내지르는 땅덩어리.

그리고 눈에 보이는 건 깃발이다.


‘이 게임의 메인 콘텐츠는 결국 땅따먹기야.’


각 길드와 연합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저마다 먹을 수 있는 땅덩어리만 먹고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목적은 달성한다.

하지만 말했듯 차도윤처럼 ‘생존’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진 헌터들이라면······.

그 행동부터 다르게 나올 것이다.


‘결국 얼마나 많은 땅을 먹느냐가 이 게임의 최종 승자를 판가름하니까.’


차도윤의 시선엔 깃발 아래로 수많은 몬스터가 수해를 이루고 있는 게 보였다.

지평선 너머로는 리자드, 맨티스, 거대한 필드 마우스나, 하운드 무리도 보였다.

아직 건너편 인간들의 영역으로 건너가질 않고 그저 침탈을 준비 중이던 ‘침탈자들의 땅’이다.


‘그래, 여기가 내가 노릴 땅이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정보는, 차지할 수 있는 땅은 인간들의 영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거다.


“원래 진짜 땅 투자는 이런 노다지에서 시작되는 법이라고.”


흔히 회귀를 한다면 강남이나 분당 같은 곳을 사서 떵떵거리며 살 생각을 한다지?

이곳도 마찬가지다. 차도윤은 황무지를 통해 더 큰 기회를 볼 생각이었다.


“······나 혼자면 더 좋았겠지만.”


그리고 마찬가지의 목적으로 황무지로 건너온 몇몇 헌터들의 익숙한 낯짝이 보였다.

하나, 하나가 무시 못 할 장비와 힘을 보유한 이른바 고여 버린 헌터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드넓은 땅덩어리로는 다른 구역에선 찾을 수 없는 헌터들이 모여들 것이다.

그 누구도 감히 오르기 힘든 진짜 상층에서 회귀하고 만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헌터들.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입꼬리를 올려 씩 웃은 차도윤은 검을 꽉 움켜쥐고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 100층 회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3 23.01.29 343 0 -
50 채운 뒤엔 덜어내야 하니까 +1 23.01.28 818 32 12쪽
49 누가 보면 내가 악당인 줄 알겠네 23.01.27 822 29 13쪽
48 뭐든 물어보면 알겠지 23.01.26 905 33 12쪽
47 이다미 23.01.25 989 37 13쪽
46 네놈이 얼마나 음흉한지 잘 알 뿐이지 +1 23.01.24 1,081 37 13쪽
45 곤란하군요 +1 23.01.23 1,123 41 13쪽
44 질긴 악연을 잘라내려면 무딘 칼로는 부족하거든 +1 23.01.22 1,316 43 12쪽
43 누가 감히 움직여도 좋다고 했지? +2 23.01.21 1,315 44 13쪽
42 네가 도재준이야. 그렇지? +1 23.01.20 1,360 42 13쪽
41 도전자 님의 건승을 빕니다 +2 23.01.19 1,405 49 13쪽
40 근데 이걸 어쩌나 +3 23.01.18 1,434 51 12쪽
39 나머진 당신들 몫이라고 23.01.17 1,432 48 12쪽
38 미안하지만 타임 오버야 +3 23.01.16 1,482 51 13쪽
37 라헬 스트로디아 +2 23.01.15 1,545 57 12쪽
36 너도 마음이 급했나봐? +2 23.01.14 1,617 51 12쪽
35 저게 왜 난쟁이야 +3 23.01.13 1,716 48 12쪽
34 음식은 멀쩡하다니까 +5 23.01.12 1,771 54 12쪽
33 돈값은 해줄 테니까 23.01.11 1,892 52 13쪽
32 그냥 받아들이세요. 무엇이든 23.01.10 1,945 55 12쪽
31 증명해보이면 되겠지? 23.01.09 1,960 57 12쪽
30 그때랑 지금은 시세가 다르지 +1 23.01.08 2,017 57 13쪽
29 줄래야 줄 것도 없어 23.01.07 2,064 50 13쪽
28 주변을 둘러보는 눈을 기르래도 +1 23.01.06 2,120 58 13쪽
27 차도윤입니다 +1 23.01.05 2,174 55 12쪽
26 그럼 해 봐. 감당할 수 있으면 +1 23.01.04 2,205 64 14쪽
25 안 돼. 저건 못 먹는 감이야 +1 23.01.03 2,236 59 12쪽
24 저들이 너희들의 원수다! 23.01.02 2,354 58 12쪽
»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23.01.01 2,594 57 12쪽
22 난 여기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22.12.31 2,786 6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