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00층 회귀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46,567
추천수 :
3,321
글자수 :
283,832

작성
23.01.05 21:15
조회
2,174
추천
55
글자
12쪽

차도윤입니다

DUMMY

27.


한 걸음 내딛으니 코끝으로 먼지 가득한 공기부터 밀려들어왔다.

은은한 호롱불이 방을 밝혔고 정리되지 않은 난잡한 가판대가 보였다.

골동품을 쌓아놓은 것도 같으며 혹은 쓰레기를 모아둔 것 같기도 했다.

이름도, 특징도, 그 다른 무엇도 적혀있질 않아 복잡하기 짝이 없는 가판대.


‘코인 상점.’


무엇보다도 물건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지 않고서야 보물을 찾을 수 없으리라.


“10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차도윤은 가판대의 한쪽에서 묘한 시선을 보내오는 소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테마의 파수꾼인 마스터 샤논의 명으로 코인 상점을 담당하는 가디언.

베스티.


“10분 후엔 다른 이들에게도 코인 상점이 개방됩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당신도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차도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가판대를 훑어보앗다.

생존 땅따먹기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대가로 받은 독점권이었다.

고작 10분의 짧은 기회였지만 그 자체로도 엄청난 혜택으로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아이템은 무얼 사더라도 오직 하나밖에 존재하질 않으니까.

제아무리 저급한 물건일지라도.


‘회복 물약조차 고작 하나밖에 안 팔아.’


물론 종류야 끝도 없이 많기에 아무것도 사질 못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다만 누군가는 터무니없게 좋은 아이템을 살 거고, 또 누구는 쓰레기를 줍는다.

일종의 수백 만 명이 동시에 진행하는 티켓팅.

선착순으로 히든 피스를 구하는 오픈 런이다.


‘10분은 차고 넘친다.’


차도윤의 시선은 한 가득 쌓인 골동품 더미로 향했다.

원래라면 그 쓰임새도 특성도 몰랐어야 할 물건들.


‘확실히 첫 번째로 들어오니 질 좋은 물건들이 한가득이구나.’


하지만 당연하게도 차도윤이 모르는 물건은 없었다.

자잘한 아이템을 전부 기억하진 않아도 질 좋은 게 무언지는 알아본다.


‘대장장이 고든의 단검? 이런 것도 팔았었나?’


눈을 가늘게 뜬 차도윤은 물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가격은 해당 물건을 길게 응시하는 걸로 떠오른다.


[대장장이 고든의 단건 - 99,000코인]


홈쇼핑 가격처럼 싸게 내놓은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10만 코인짜리 물건.

물론 그 값은 다하는 녀석이다.

대장장이 ‘고든’의 작품은 고작 검집조차 보물로 취급되고 있으니까.

그 검집조차도 어지간한 무기보다도 파괴적인 스킬을 가졌으니 두말 할 게 있나.


‘음··· 나쁘진 않아. 하지만 고든의 물건치고는 대단해보이지도 않는 게 흠이네.’


첫 번째 테마에서 파는 물건이니만큼 상층에서 만나게 될 그 어떤 아이템보다는 수준이 좋을 수는 없다.

고든의 물건이라 해도, 이건 고든의 처녀작에 가까운 질 낮은 무구들이다.


‘뭐 이것만으로도 첫 번째 테마를 오가는 동안 그 어떤 무기도 필요하지 않겠지만.’


차도윤은 주변에 늘어진 ‘활’이나 ‘도끼’도 발견했다.

어째 고든 녀석이 어설픈 시절에 만든 무구가 전부 여기에 모여있는 모양이다.

베스티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역시 명장 고든의 물건을 구매하실 생각이십니까?”

“······사겠냐?”


어설픈 상술에 놀아나지 않고 차도윤은 고든의 무기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그 이외에도 스킬북 등 각종 유용해 보이는 것들이 눈에 밟혔지만 관심조차 주질 않았다.

차도윤은 베스티를 향해 말했다.


“이런 건 됐고 카탈로그나 내놔.”

“······이래서 회귀자들은 재미가 없어요.”

“시간 없어.”

“1만 코인입니다.”


뚱한 표정을 한 녀석에게 1만 코인을 지불하니 웬 허름한 책 한 권이 나타났다.

이건 코인 상점에서 아는 사람만 안다는 다소 특별한 히든 피스라 할 것이다.

난잡하게 널브러진 아이템을 목록으로 정리해둬 단번에 확인하는 무려 1만 코인짜리 아이템.


‘중요한 건 카탈로그에만 기록된 아주 특별한 아이템이 숨겨져 있다는 거지.’


가판대에 모든 물건이 올라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런 게 아니었다.

카탈로그엔 기록되어 있지만 가판대에 진열조차 되지 않는 여러 아이템이 있었다.

이른바 [카탈로그 상품]이야 말로 코인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히든 피스였다.


“이걸 사야겠어.”


차도윤이 고른 건 그 가격만 무려 30만 코인을 호가하는 물건이었다.

지난 일주일, 그리고 생존 땅따먹기까지 해가며 고생했던 보상을 탈탈 널어야 살 수 있는 값비싼 아이템.


“진심이십니까?”


차도윤은 거두절미하고 299,000코인을 베스티의 손에 쥐어주었다.

한 순간에 가벼워진 지갑에 탄식도 흘러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좋은 물건에 투자하는 건 아까운 게 아니다.


“더 구입하실 건······.”

“이거랑, 이거랑, 이거.”


차도윤은 거침없이 카탈로그에서 아이템을 지명할 수 있었다.

구매한 물건은 하나같이 차곡차곡 인벤토리로 수납되었다.

벌기는 개같이 힘들어도 쓰는 건 또 금방이라더니만.


“만족스러운 쇼핑이 되셨습니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대는 베스티는 한쪽 벽면의 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녀석의 뒤편으로 게이트가 생성되어 있었다.

탑, 드디어 그 1층으로 향하는 입구.


“부디 당신의 여정이 앞으로도 만족스럽기를.”


녀석의 배웅을 들으며 차도윤은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


시간은 흘러, 코인 상점은 모두에게 개방되었다.

겨우 자격을 획득한 수많은 서울의 헌터들.

2회 차라 그런지 탈락자가 훨씬 적은 탓에 공교롭게도 코인 상점의 오픈 런은 더더욱 치열한 분위기였다.

이대영도 그중 한 명이었다.


‘대박, 대박, 진짜 대박······!’


그리고 그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용케 고든의 단검을 손에 쥔 승리자였다.


‘이걸 손에 넣게 되다니!’


그 혼자밖에 없는 코인 상점이었지만 실시간으로 가판대의 물건은 사라지고 있었다.

수백 만 개로 나뉜 공간에서 단 하나의 가판대를 공유하고 있기에 벌어진 일.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였다.


“만족스러운 쇼핑이 되셨습니까?”


가디언 베스티의 말에 이대영은 흡족한 얼굴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럽고 말고!

고든의 장비는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최고의 상품이 아니던가!

조금 비싸긴 해도······.


“대출을 받겠습니다!”


코인 상점은 용케 코인마저도 대출해줬으니까.


“일주일 안에 환납하질 못하면 당신의 신체는 미로에 귀속됩니다. 이 점 동의하십니까?”


이대영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귀속된다면 자신은 던전을 청소하는 노예나 다름없게 되겠지.

하지만 그거야 돈을 갚지 못했을 경우다.


‘고든의 무구를 갖고 어찌 돈을 못 갚겠냐고!’


이것만 있어도 자신의 수준은 얼추 두 단계는 껑충 뛴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사냥하면 코인 상점에서 빌린 돈이야 갚고도 남는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얻어낸 물건이니만큼 지금은 사리지 말고 투자해야 할 때다.


“부디 당신의 여정이 앞으로도 만족스럽기를.”


베스티의 말을 끝으로 이대영은 신난 발걸음으로 게이트를 건널 수 있었다.

이윽고 아득한 기분이 사라지고 서서히 현실 감각부터 온몸에 와닿았다.

차가운 공기, 허름한 외벽과 은은한 호롱불, 이끼가 자라난 벽에 그려진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들.


‘여긴······.’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시 왔구나.”


이곳이야말로 탑의 1층이자, 첫 번째 테마인 ‘미로’라는 사실을 말이다.


“허억······!”


이대영은 다시 한쪽의 허공이 갈라지면서 또 모습을 드러낸 누군가를 발견했다.

약간 앳된 얼굴을 한 청년은 큼지막한 방패를 손에 꽉 움켜쥐고 있었다.

코인 상점에서 구매한 물건인지 그 때깔부터 썩 나빠 보이지 않는 장비였다.

이대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탱커 겟.’


그리고 이대영의 시선은 앞서 이곳에 도착해있던 몇몇에게 닿을 수 있었다.

마치 고대 유적과도 같은 방 안에는 도합 10명의 헌터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이 내 파티인가.’


하나, 하나를 확인해보던 이대영의 눈살이 보기 좋게 구겨지고 말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망한 거 같은데?’


종전에 나타난 방패잡이 녀석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유용해 보이는 인간이 없었으니까.


‘여자는 개미 한 마리 못 죽이게 생겼군.’


호리호리한 체구에 근육조차 붙질 않은 팔은 짐조차 제대로 들 수 없을 듯했다.

꼴에 지팡이를 쥔 걸보면 마법 계열의 헌터인 모양인데······ 작금이 마법사가 도움이나 될 수 있을란지.


‘전부다 마력 조루들뿐이니.’


멸망 이후로 얼마나 수련을 했는지는 몰라도 대개의 마법사는 단발적이다.

고작 마법 몇 번을 쏟아낸 걸로 쉽게 지치고 금방 쓰러지기 일쑤였다.

수시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탑에서는 굉장히 유용한 타입이 못 된다.

차라리 전위에 나서서 칼을 휘두르고 방패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탱커가 낫지.


‘뭐 쓸모는 있겠지.’


단발적인 위력만큼은 마법사가 대단했으니 그 한 방은 기대할 만하다.


‘그나저나 이놈은······.’


이대영의 시선엔 비리비리한 한 남자도 보였다.

검을 움켜쥔 걸로 보아 전위에 나서 싸우는 전사.

하지만 빈약한 몸뚱이가 너무나도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놈이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일주일을 보내온 생존 땅따먹기는 최소한의 자격을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운이 좋아 살아남은 몇몇의 헌터들을 찾을 수 있을 거다.

용케 일찍 연합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기생충처럼 살아남은 이들.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후로도 쭉 개개인의 수준을 가늠해본 결과 값은 다음과 같았다.


‘운빨ㅈ망겜.’


어떻게 된 건지 파티원 중 한 명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었다.

아니 웬 노인네가 죽지도 않고 여기까지 기어들어온 거야?

이대영은 어이가 없었다.


‘한 놈이라도 전력이 아쉬운 판국에.’


그가 생각하기엔 민폐가 따로 없었다.

아무렴 그들이 헤치고 나아가야 할 미로는 파티원 10명 기준으로 만들어졌을 테니까.


‘······어쩔 수 없나.’


고든의 단검에서 살아생전 가질 수 있는 모든 운을 써버린 자신의 잘못이다.

속으로 쓴물을 삼킨 이대영은 좌중을 둘러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다 모인 것 같으니 내 소개부터 하지. 난 20층에서 회귀한 이대영이라고 한다. 편의상 반말을 유지할 테니까 이해해.”


으스대듯 말을 꺼내고 나니 사람들이 박수로 환대했다.

이대영의 시선은 문득 호리호리한 여자에게 향했다.


‘쓸모는 없지만 생긴 건······.’


썩 마음에 들었다. 사실 그 자체로도 이대영의 입장에선 굉장한 쓸모였다. 눈요기라도 되질 않겠는가?


‘좋아.’


홀로 고개를 주억거리던 이대영의 옆으로 쭈욱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예상했던 대로 자신보다 높은 층을 오른 헌터는 없었다.

20층을 오른 자신이 가장 상층의 회귀자였고, 또한 가장 수준이 높은 헌터였다.

고든의 단검을 빼더라도 자신보다 강한 헌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게 썩 좋으면서도 아쉬웠다.


‘뭔가 나 혼자 덤탱이를 쓴 기분이군.’


한편으로는 자신이 이곳에서만큼은 왕과도 같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아졌다.

뭐든 생명이 직결된 곳에선 강한 자가 곧 그 자리의 주인이 되는 법이다.


‘적어도 한동안 뭔 짓을 해도 감히 나에게 반항할 놈은 없을 테니까.’


머릿속엔 별별 생각도 떠올랐다.


‘오히려 좋은데?’


스스로를 ‘안유리’라 소개한 여자를 바라보며 이대영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모두의 관심도 없는 마당에 노인이 천천히 입을 열고 있었다.


“저는······.”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멕아리가 전혀 없는 목소리.

자글자글한 주름에, 뭘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용케 무구는 잘 갖췄지만 어떻게 살아남은 지도 이해가 안 된다.

애초에 저런 노인네가 왜 이런 곳으로 들어와 사서 고생을 하는 거지?


‘어차피 뒈질 거면 일찍 뒈지면 좀 좋아?’


이대영이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노인은 좌중을 둘러보며 한 마디를 읊었다.


“차도윤입니다.”


노인의 이름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 100층 회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3 23.01.29 343 0 -
50 채운 뒤엔 덜어내야 하니까 +1 23.01.28 818 32 12쪽
49 누가 보면 내가 악당인 줄 알겠네 23.01.27 822 29 13쪽
48 뭐든 물어보면 알겠지 23.01.26 905 33 12쪽
47 이다미 23.01.25 989 37 13쪽
46 네놈이 얼마나 음흉한지 잘 알 뿐이지 +1 23.01.24 1,081 37 13쪽
45 곤란하군요 +1 23.01.23 1,123 41 13쪽
44 질긴 악연을 잘라내려면 무딘 칼로는 부족하거든 +1 23.01.22 1,316 43 12쪽
43 누가 감히 움직여도 좋다고 했지? +2 23.01.21 1,315 44 13쪽
42 네가 도재준이야. 그렇지? +1 23.01.20 1,360 42 13쪽
41 도전자 님의 건승을 빕니다 +2 23.01.19 1,405 49 13쪽
40 근데 이걸 어쩌나 +3 23.01.18 1,434 51 12쪽
39 나머진 당신들 몫이라고 23.01.17 1,432 48 12쪽
38 미안하지만 타임 오버야 +3 23.01.16 1,482 51 13쪽
37 라헬 스트로디아 +2 23.01.15 1,545 57 12쪽
36 너도 마음이 급했나봐? +2 23.01.14 1,617 51 12쪽
35 저게 왜 난쟁이야 +3 23.01.13 1,716 48 12쪽
34 음식은 멀쩡하다니까 +5 23.01.12 1,771 54 12쪽
33 돈값은 해줄 테니까 23.01.11 1,892 52 13쪽
32 그냥 받아들이세요. 무엇이든 23.01.10 1,945 55 12쪽
31 증명해보이면 되겠지? 23.01.09 1,960 57 12쪽
30 그때랑 지금은 시세가 다르지 +1 23.01.08 2,017 57 13쪽
29 줄래야 줄 것도 없어 23.01.07 2,064 50 13쪽
28 주변을 둘러보는 눈을 기르래도 +1 23.01.06 2,120 58 13쪽
» 차도윤입니다 +1 23.01.05 2,175 55 12쪽
26 그럼 해 봐. 감당할 수 있으면 +1 23.01.04 2,205 64 14쪽
25 안 돼. 저건 못 먹는 감이야 +1 23.01.03 2,236 59 12쪽
24 저들이 너희들의 원수다! 23.01.02 2,354 58 12쪽
23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23.01.01 2,594 57 12쪽
22 난 여기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22.12.31 2,786 6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