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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37,816
추천수 :
3,413
글자수 :
968,567

작성
24.0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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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추천
12
글자
12쪽

15. 황제 아우구스투스(2)

DUMMY

갑작스런 황제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루이 첸을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는데 이렇게 찾아오다니. 물론 언젠가 나도 찾아갈 생각이긴 했지만, 어쨌든 뜻하지 않게 루이 첸이 갇혀있던 공간 감옥은 순식간에 전장으로 바뀌었다.


공간 틈새에 만든 감옥이다보니 물리적 감옥이 아니라 일종의 불안정한 공간이라 황제의 등장만으로 공간이 엄청나게 확장되었다.


아마 내가 멜롯으로 돌입하면서 보았던 비틀림이 황제로 인해 일어난 비틀림이었던 모양이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영이 한 몸에 있으니, 물리적으론 큰 문제 없지만 존재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무게감을 가졌고, 그것이 비틀림으로 보였던 것이다.


아마 그 비틀림이 이곳 공간 감옥에도 영향을 끼쳤고, 그래서 저렇게 공간이 확장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물론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우리는 갑자기 황제의 등 뒤에서 쏟아지는 검은 그림자로부터 도망쳐야 했으니까.


"어디 한 번 피해보거라."


갑작스레 쏟아지는 공격으로부터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피해야 했다. 물론 나야 의지체였으니 피하는 건 큰 문제가 없었는데 루이 첸은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잘 피하네?


"오, 몸 좀 쓰는데?"

"훗, 거친 우주 시대를 살아가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니까요."


황제는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그 다음 공격은 아예 사람 모습을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싸워보거라."


어라? 나 지금 무시당하는 건가? 그림자는 내가 아니라 오히려 루이 첸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야, 니들 후계자라며? 이렇게 죽이려고 드는게 맞아?


하지만 루이 첸은 그 그림자의 공격들도 전부 막아내더니 훌륭하게 공격을 반격해내며 그림자를 쓰러뜨렸다.


"잠깐, 이거?"

"시험당하고 있군요."


황제 아우구스투스, 부하도 데려오지 않고 혼자 이곳에 왔다. 하지만 그건 부주의함의 발로가 아니라 자신감을 드러내는 행위였다. 게다가 지금 자기 후계자인 루이 첸을 시험하고 있었다. 과연 쓸만한 인간인지. 황제의 후계자로 적당한지 확인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같이 당하고 있는 거냐?"

"자네 발로 걸어들어와 놓고 불평하지 말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내가 올 것을 파악당한 모양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이곳에 오길 바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자네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증언해줄 일이네. 보통 다른 이들이 맡게 되지만 이번 아들은 꽤나 저항이 심해서 말이야. 이런 공간으로 밖에 만들 수 밖에 없었다네. 이런 자리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으니 자네에게 부탁해야지."


누구 마음대로 증인 역할을 맡기는 거야? 이 노인네가.


"만약 증인 역할이 싫으면 저 말 안듣는 아들과 같이 싸워도 상관 없네. 대신에 자네 목숨은 담보할 수 없어. 자네를 붙잡아 우리 제국이 관리하는 블랙홀에 던져버리겠네."


아니 말씀이 좀 심하시네. 그거 좀 했다고 바로 블랙홀에다 던져버리겠다고?


일단 순순히 말을 들을 이유는 없지.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일단 루이 첸 저 녀석이 싫다고 하는 걸 억지로 하게 할 순 없잖아?


"군령자라는 게 뭔지 아는가?"

"뭐 대충 설명은 들어서 아는데."


황제의 질문은 내 대답을 기대하고 한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우주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오래된 영들은 침묵하지만 그들이 전해준 지식과 힘은 그야말로 황제에 걸맞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네."


자기 이야기 하고 싶어서 꺼낸 질문이니 내가 뭐라고 대답하든 저 말을 했겠지.


"그리고 군령자 황제는 그야말로 제국을 위한 숭고한 희생의 자리. 그 대가 끊기도록 할 순 없지 안 그런가?"

"네 안 그러네요."


나는 내 의지의 힘으로 가볍게 황제를 때렸다. 어디서 맞아본 기억이 별로 없는지 황제는 크게 당황해 했다.


"자네 그 힘은?"

"내 힘이 뭐요."


가볍게 잽을 날리듯 의지의 힘으로 패면서 몰아붙인다. 황제에다가 군령자라고 하더니 별 거 없는데?


"이건 예상을 넘는군."


하긴, 항성계를 넘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게다가 내 힘은 한계가 있는 게 아니라, 내 시선에 따라서, 내가 맺는 관계와 확장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니, 30대가 넘게 내려온 군령자에 황제라고 해도 쉽게 볼 건 아닌가보네?


"당초 계획엔 이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뭔 소리야?"


내가 우주 전함에 실리게 된 게 뭔가 이유가 있던거야?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가? 일단 좀 맞자.


나는 가벼운 잽에서 슬슬 출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곳은 다른 차원이니 내 힘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누가 휘말릴 걱정 할 필요없이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 같았다.


"나는 휘말린다고요!"

"알아서 피해!"


갑자기 이곳은 루이 첸을 시험보던 자리에서 내가 황제를 줘패기 시작하는 자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놈! 짐은 황제이니라!"

"그거야 제국에서나 황제이지, 여기 다른 차원이잖아? 계급장 떼고 싸우는 마당에 황제 대접 바라지 말라고."


황제는 자신의 그림자를 확장하며 나와 맞서기 시작했다. 어쩐지 황제가 내게 맞서는 그림이 되어버렸는데 아무튼 황제의 힘과 내 힘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과연 30대가 넘게 내려온 군령자 짬이 어디 가지 않는지 그 힘은 결코 내게 밀리지 않았다. 사실 1대 황제부터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내려온 군령자라고 하면 훨씬 더 긴 시간동안 오래된 영들이 함께 해오겠지.


"제법이구만!"

"이놈! 무례하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신나게 힘의 출력을 올렸다. 어쩐지 처음 우주에 던져진 순간부터, 영문도 모르고 전함에 실리고 나서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아직 온전히 내 힘을 다 펼치진 않지만 언젠가는 맞설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그 적을 드디어 맞서게 된 성취감이 있었다.


서서히 내 출력이 올라갔고, 그에 따라 황제의 그림자도 바쁘게 출력을 따라 올렸다.


"아직 멀었잖아! 안 그래!"

"이놈!"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광포하게 몰아붙인다.


군령자의 특기는 싸움은 아닐 것이다. 군령자가 무서운 이유는 오랫동안 축적된 지혜와 경험들 그리고 관계들이지, 그 홀로 단독으로 싸우는 힘이 그렇게 강하진 않을 것이다. 이미 나와 이 정도로 맞서는 그 힘도 대단하지.


"황제, 앞에서 나오게나!"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마 지금 황제의 싸움을 보다 못한 다른 영이 튀어나온 모양이다. 아마 전혀 다른 영 일수도 있고, 역대 황제 중 제일 싸움을 잘 하는 영이 나왔을 수도 있다.


과연 출력은 달라졌다. 그림자와 군령자의 힘으로 싸우는 것이 훨씬 능숙한 느낌이었다. 과연 같은 힘이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느껴지는 압박감이 달라졌다. 아까보다 훨씬 다채롭게,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대응하기 힘든 방식으로 공격이 들어온다.


"좋아, 그러면 더 올려보자고!"


그래봤자 아직 행성 단위의 힘도 쓰지 않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쪽 공간을 찢어버릴 공격을 퍼부을 수 있지만 아직 여지를 주고 있었다. 이렇게 겨우 만났는데 허무하게 눌러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밑천을 최대한 드러내게끔 해줘야지.


어쩐지 싸움이 내가 도전하는 입장이 아니라 찍어누르는 입장이 되어버렸는데, 뭐 어쩌겠는가? 내 힘이 그렇게 되어버린걸. 오히려 황제는 되게 강할 줄 알고 빡세게 준비한 내 입장이 조금 우습게 되어 버린 것 같은데?


사실 황제의 힘이 황제 개인의 무력은 아니니까.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저 밖에 있는 거대한 군대와, 은하 어디든 투사할 수 있는 초장거리 공간도약의 독점권, 온 은하에서 끌어오는 막대한 부와 인력, 오랜 세월 충성해온 두터운 귀족층.


이게 황제의 진정한 힘이니 오히려 이 공간에서 나와 맞붙는 것은 황제가 여러모로 핸디캡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잠시 힘을 거두었다. 황제는 상당히 지쳤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사실 내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공간과 함께 찢어버릴 수 있는 상태였다.


"이봐! 첸!"

"네? 네?"


나와 황제의 싸움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루이 첸이 화들짝 놀랐다.


"어떻게 할까?"

"뭘요?"

"황제 말이야. 너 황제 되기 싫어했다며? 아예 없애버릴까?"


사실 내가 황제에게 도전하는 것은 어떤 대의 명분이나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혹은 강한 원한 관계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산이 거기 있어서 오른 것이라는 어느 산악인의 말처럼, 그냥 황제가 있길래 도전하는 것이다.


어쩐지 내가 전함에 실리게 된 것이 황제와도 관계가 없지않아 있는 것 같긴한데, 아무래도 상관 없다. 뭔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황제가 선주연합에 전함을 수주했고, 표면상의 이유로는 인수가 잘 안되어서 방치되었다고 했는데, 뭐 어떤 사정이 있었겠지.


그 덕에 이렇게 황제도 팰 정도로 강해졌는데 내 입장에선 굳이 죽이기까지 해야 하나 싶다. 그래서 차라리 황제를 싫어할 루이 첸에게 선택권을 넘겨버렸다.


"어떻게 하고 싶어?"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황제였다.


"이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나겠지. 이런 공간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으니까. 아마 원래 차원으로 돌아가도 나보다 황제가 잃을 게 더 많다보니 함부로 이곳 공간을 해제하지도 못하겠지.


황제 입장에서야 어떻게서든 이 안에서 결론을 지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많이 급하겠지.


"힘 없는 황제는 조용히하시고요."


순식간에 힘 없는 황제가 되어버린 아우구스투스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과연 노련한 황제답게 이 상황을 파악했다. 열쇠를 쥐고 있는 입장은 황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루이 첸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정말 황제 없애줘?"


오히려 루이 첸이 당황하고 있었다. 어라, 갑자기 너무 밀어붙였나? 결정하기 싫으면 그냥 깔끔히 없애도 되는데.


"저는...."


아마 머리가 복잡하겠지. 막상 군령자 황제의 전령을 받아들이고 황제가 되는 것은 싫어했지만, 황제를 없앤다고 하니 망설여지겠지.


황제가 없어질 경우 벌어질 혼란을 생각하면 아찔해질 거야. 아마 은하가 갈갈이 찢겨지겠지. 그리고 곳곳에 새로운 혼란이 생기겠고. 아마 발두스 은하의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지금 황제의 힘으로 누르고 있는 겉으로 보이는 이 평화도 깨질거야. 언젠가 깨질 평화겠지만 아마 오랫동안 억눌러온 만큼 그 여파도 상당하겠지.


이런 저런 생각하는 사이, 나는 루이 첸의 대답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뭐라고?"


루이 첸이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루이 첸이 내 몸에 자신의 손바닥을 댔다. 그리고 발경의 원리인가? 순식간에 내 힘을 뒤로 날려버려 의지체인 나와 내 힘을 분리시켰다. 그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칼을 내게 꽂았다.


의지체인 내가 물리적 칼에 당할리가 없지만, 뭔가 봉인의 힘을 가진 칼 같았다. 덕지덕지 부적이 붙은 게 영 불길하게 생긴 그 칼에 찔리자 순간 내 힘이 나와 연결이 끊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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