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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37,812
추천수 :
3,413
글자수 :
968,567

작성
24.0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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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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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13. 차-분타 전쟁(13)

DUMMY

할슈타인 공작은 통신 방해 전파를 거두도록 계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물론 그 명령도 통신 방해 전파를 뚫고 전달해야 하는 거라, 명령이 최전방으로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서 케레시스는 조금 소식을 늦게 접하게 되었다. 어차피 명령은 메모로 우주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보내던 터라 근거리 통신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방해 전파가 사라진 것을 강수호 전함에 달린 감각기관이 잡아냈기에 호세가 알 수 있었다.


"뭐? 적들이 통신 방해 전파를 거두었다고?"


이 의미는 둘 중 하나이다. 항복하거나 전투를 끝내자는 의사였다. 아마 저쪽이 항복을 권유할 것은 아닌 것 같고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케레시스도 방해전파를 거두도록 아군에게 전달했다.


"아...아... 들리는가?"


할슈타인 공작의 목소리가 전장에 있는 모든 전함에게 전달되었다. 자연스레 전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포연과 잔해들이 서서히 걷히며 전장의 열기가 잠시 수그러들었다.


"본인은 분타 행성군을 지원나온 할슈타인 공작이다."


할슈타인이 전면으로 나서자 이쪽에서도 대표가 나서야했다. 하지만 대표로 나설 강수호가 없었다. 그나마 차행성군의 사령관을 맡은 뤼팅겐이 있었지만, 뤼팅겐은 그 대표 역할을 거절했다.


"나는 싸우는 역할이지 협상은 맡고 싶지 않네. 케레시스 자네가 전함에서 현장에 있으니 자네가 나가라. 라고 메시지가 왔네."

"어, 나도 봤어."


케레시스는 머리가 아파왔지만 자신이 나서는게 더 나은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이 총대를 매었다.


"선장 케레시스라고 합니다. 강수호 선주와 사령관 뤼팅겐을 대신해서 나섭니다."

"그래 자네에게 잠시 시간을 주겠네 현재 전장의 현황을 차분하게 둘러보게나."


케레시스는 저자가 왜 저러나 싶었다. 하지만 곧 의도를 알 수 있었는데, 현재 차행성군의 불리한 전황을 둘러보고 직접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과연 현재의 전황은 차행성군이 여러모로 불리했다. 우선 기습을 당해서 선공을 맞고 시작한 것도 있었고, 규모 자체도 열세였다. 그럼에도 강점이라고 할게 있다면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출혈을 강요하고 모행성으로부터 빠르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전함이라는 게 만든다고 뚝딱 만들 수 있는게 아니기에 분명 한계는 있을 터였다. 하지만 원정군의 피로와 거신부대를 투입해서 상대의 보급로를 공격해서 전투 의지를 꺾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했다.


그럼에도 지금의 전황은 차행성군에게 불리하다. 우선 1,2,3진에게 본진이 포위되어 있었고 방금까지 서로 신나게 함포사격을 주고받고 있었다.


등뒤에 별동대는 지상의 화력지원을 받아 상당수 처리하긴 했지만 어쨌든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위협으로 남아 있었다.


후방에서 지원군이 왔지만 절반 정도만 본대를 위해 적을 두들기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할슈타인 공작의 기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할슈타인 공작의 기함과 호위함들은 충분히 절반의 지원군 정도를 막아낼 수 있을 터였다.


이미 이 전투가 불리한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서 나온다고 해도 다음 전투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히 힘들다는 것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항복을 권유하시는 겁니까?"


케레시스는 할슈타인 공작이 원하는 바를 바로 지적했다. 괜히 어설프게 지금 위태로운 현실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이들의 대화는 모든 함대에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전장을 둘러보라고 했을텐데. 이쪽 기함도 봐주게나."


할슈타인 공작은 아군에게 연락해서 서로의 기함끼리 마주볼 수 있도록 비키라고 명령했다. 할슈타인 공작의 기함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1,2진이 살짝 공간을 내어주자 케레시스는 기함 벨류뉘크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벨류뉘크의 앞에 걸려있는 거신을 볼 수 있었다. 막대한 출력을 내뿜고 산화한 거신이 두꺼운 쇠사슬에 얽혀 있었다. 케레시스는 그 거신의 파일럿을 알아볼 수 있었다.


"세실리아로군요."

"전 아르뎅 공작의 여식이지."


케레시스가 세실리아에게 공격을 명령했으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적당히 공격하다 화력이 안 되면 빠질 줄 알았는데, 잡혀버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 진행되던 전투까지 멈춰가며 통신을 살렸군요. 자랑하고 싶어서."


케레시스는 마치 공작의 행동을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난 어린아이의 행동 취급을 했다. 하지만 공작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해버렸다.


"그렇다네. 이미 한 번 사로잡았지만, 두 번이나 사로잡을 줄은 몰랐거든. 처음에는 무력하게 잡혔지만, 이번에는 전사로써 더 발전된 거신을 타고 당당하게 나타나 내게 총을 쏠 줄은 몰랐으니 말일세."


공작은 한껏 세실리아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처음 그녀가 나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네, 단거리 텔레포트의 짧은 안정기 시간동안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배짱. 고작 거신 1기이지만 쏟아 부을 수 있는 최대한의 화력을 쏟아부은 침착함. 그리고 빠져나갈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냉정함을 가지고 있었지."


케레시스는 그런 세실리아가 왜 잡혔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공작이 말을 많이 하면 많이 할 수록 이쪽의 시간을 버는 것이기도 했기에 계속 말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나도 내가 한 말이 그녀에게 닿을 줄은 몰랐네.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가는가 한 마디가 전달될 줄이야. 우주란 미스터리한 곳이지 당연히 된다고 생각한 것도 안 될때가 많고, 이게 되는가 싶은 것도 되기도 하니 말이지. 아무튼, 그 덕에 시간을 좀 더 끌 수 있었고, 아군의 차원 이동 안정이 끝나자마자 세실리아를 붙잡았지."


할슈타인 공작은 박수까지 쳐주었다.


"아주 훌륭해. 짧은 시간 떨어져 있었지만 아무것도 못하던 무기력한 아가씨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몰랐으니까. 마지막에 붙잡힐 때 자결하려 하기에 전기로 기절을 시켜두었지. 이렇게까지 한 사람을 키워낸 차 행성의 교육 시스템과 교관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네."


케레시스는 슬슬 불안해졌다. 이 인간 절대 비꼬는 투가 아니다. 진심으로 저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쪽을 치켜세울수록 자신도 올라가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원래는 항복을 권유할 생각이 없었네만, 세실리아의 멋진 분투에 감명을 받았고, 끝까지 싸움에 임하는 차행성군에도 감명을 받았기에 특별히 항복을 권유하는 바이네."


당했다. 케레시스는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아군들에게 싸우자는 명분을 어떻게 내세울 것인지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물론 그도 전쟁광이 아니다. 무의미한 싸움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지고 들어가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이건 차 행성의 명백한 식민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대로가면 차 행성은 다른 행성을 위해 아낌없이 자원과 인력을 내어주는 아주 알차고 훌륭한 식민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싸움을 더 주장하기도 어렵다. 저렇게 공작이 직접 나서서 싸움에 임하였고, 상대를 존중하는 말을 하면서 항복을 권유하는데, 뭣도 아니고 그저 한낱 선장에 불과한 자신이 그것을 거절할 명분과 실리가 없었다.


"제가 대표로 나와있긴 하지만, 차 행성의 주인은 아니기에 당장 저 혼자 정할 수 없군요."

"아, 몰랐는가? 자네들의 지도자인 강수호경은 얼마전 멜롯에서 사망했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케레시스가 했던 말을 할슈타인 공작이 교묘히 잡았다. 게다가 더불어 케레시스가 여러모로 숨겨두고 싶었던 사실을 대놓고 공개해버렸다.


물론 케레시스와 핵심 인물들은 강수호가 살아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할슈타인 공작과 그 부하들이 있는 곳에서 그것을 말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부하들에게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고 어딘가 있지 않을까 같은 식으로 모호하게 두었던 것이 강수호의 거취였다.


그게 드러나버렸으니 더 이상 케레시스가 피할 곳은 없었다.


"그러니 이제 차 행성의 대표는 자네가 되겠지. 아 물론 JP 코퍼레이션의 리사 이사도 있겠지만 거기는 자원개발과 행성 관리 외주를 맡은게 아닌가? 실질적은 판단은 이제 자네에게 맡겨진거지."


할슈타인 공작은 교묘하게 JP 코퍼레이션의 입지를 외주라는 단어를 써서 줄여버렸다. 이제 차 행성의 실질적인 판단은, 그 중에서도 전투와 관련된 판단은 케레시스가 하는 것이 맞았다.


"자, 어서 판단하게."


케레시스는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의 막중함에 어질해질 것 같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강수호가 살아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에선 그저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처럼 비춰져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았다.


"저는...."


이미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피를 흘렸다. 저쪽도 마찬가지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애초에 수도 부족하고 선수를 뺏긴 차행성군이 감당할 전투 피로는 상당했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 상대방과 회담으로 겨우 한숨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케레시스의 말 한 마디면 저들은 다시 전투에 임해야 한다.


그러면 과연 몇이나 케레시스의 의사 결정에 따라 움직일 것인가?


할슈타인 공작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저렇게 신사적으로 나오는 할슈타인 공작의 태도를 봐버렸으니 이미 아군의 전투 의지는 많이 꺾여있을 것이다.


차라리 할슈타인 공작이 악인이고 욕심많고 괴팍한 귀족의 모습이었다면 미워하기 쉬웠을 것이다. 만약 그런 녀석에게 패배할 상황이었다면 다들 속이 부글부글 끓겠지.


하지만 할슈타인 공작은 조금 묘하긴 하지만 어쨌든 자신과 싸운 상대방을 충분히 존중해주었고, 항복을 할 수 있는 아량을 베풀어주고 있었다. 여러모로 케레시스의 패배였다.


하는 수 없이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 하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분함.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는 밀도가 느껴지는 압박감.


그 속에서 케레시스가 입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콰르르릉!'


칠 리가 없는 번개가 우주에서 작열했다.


그리고 그 번개는 정확히 할슈타인 공작의 기함 벨류뉘크의 갑판을 때렸다.


"으아악!"


통신이 열려있는 와중에 거대한 번개가 등장하고 그 소리가 타고 나오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다. 전투 와중에도 이 악물고 폭음을 견디어내던 장병들이었지만, 방심한 순간 들려온 폭음에 자지러지고 말았다.


"이 몸 등장!"


열려있는 통신망을 통해 한 목소리가 나타났다.


"아니!"

"이 목소리는!"


그 목소리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말았다.


"내가 저승에서 살아돌아왔다! 이 빌어먹을 귀족새끼들아!"


잔뜩 악에 받친 목소리.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겨우 나타났다는 묘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나 강수호였다.


"나 빼놓고 협상 이야기하면 섭하지!"


좋아, 본격적으로 깽판을 놔 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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