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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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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8,567

작성
24.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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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3쪽

14. 타우러스의 부름(1)

DUMMY

차-분타 전쟁이 끝나고, 한동안 전쟁 이후의 마무리를 하느라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전쟁을 싸워서 이기는 것은 좋지만 그것 이후 처리해야 하는 것이 두 개의 행성급이 되다보니 이래저래 신경써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몇 번 일을 하다보니 깨달은 것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확실하게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이었다.


물론 상대방과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실무진의 피드백을 받아야 일이 진행이 되었다. 왜냐하면 나를 아니꼽게 보던 행성 귀족들을 전부 내 손으로 줘 팬 지금 이 시점에 나는 항성계 내에서 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확실한 기준을 정해주었다.


"우리의 직접 통치로 갑니다. 기존 지배 가문에 대한 모든 권한을 박탈하고, 기존의 행정체계에서 실무진을 제외한 책임자들은 전부 우리쪽 사람으로 바꿉니다. JP 코퍼레이션과 슈트트가르텐의 인원들을 중심으로 세 행성을 총괄해서 운영할 행정체계 개편안을 마련해서 올려주세요."


세 귀족이 다스리던 분타 행성, 할슈타인 빌레르 공작이 다스리던 시안 행성 이 두개의 행성에 대한 확실한 정복을 지시했다.


물론 기존 세력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특히나 내 행동이 다른 행성 귀족들에게 아니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할슈타인 공작의 기함을 반으로 갈라버린 이후, 항성계 내의 다른 귀족들과 나 사이의 격차가 아득히 벌어지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속으로 우리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겠지만, 직접 분타행성군, 할슈타인 공작 군과 전쟁을 벌여서 이기게 만든 장본인이 여기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감히 나서는 간 큰 귀족은 없었다.


오히려 할슈타인 공작군에게 지원을 보내준 다른 행성 귀족들에게 은근히 내 불만을 비춰보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 두 행성에 있을지 모르는 반대 세력을 빠르고 확실하게 축출해야 했기에 우리의 행동은 기민했다.


그 와중에 케레시스가 내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우리 전투 장면을 우주 네트워크에 올린다고?"

"아마 여러모로 효과가 좋을 것 같습니다. 거대 거신을 지닌 행성군에 입대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몰릴 수 있고요. 우리에게 불만이 있을 다른 행성 귀족들에게 경고의 의미도 있고요."


생각 해보니 나쁠 건 없었다. 방해 전파를 거두고 나서 일어난 아스트럴 나이트의 등장과 활약은 고화질 영상으로 깔끔하게 녹음이 되어있었고, 그것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오케이 진행시켜.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아르뎅 가문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올 수 있게 해봐."

"아르뎅 가문이요?"


저번에 루테의 함선에서 만났던 미겔처럼, 아르뎅 가문을 위해 일했다가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와서 도와주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었다.


"어쩌다보니 할슈타인 공작까지 이겼는데, 얻은 영토에 비해 우리가 운용할 수 있는 인재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잖아? 할슈타인 가문에 반감을 가지고 있을 그들을 모을 수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 게다가 세실리아도 있으니 명분은 충분해."


명분, 이번 전쟁의 특징은 명분이 없는 전쟁이었다. 실질적으로 차 행성을 차지하기 위해 내가 없어진 틈을 타서 일으킨 전쟁이었다.


물론 분타 행성의 귀족들은 차 행성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다고 했지만, 정말 생각이라곤 조금도 하지 않고 성의없이 걸어놓은 명분이었다.


아마 나에게 질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 분타 행성의 초점은 할슈타인 공작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온전히 집중되어 있었고, 그렇게 실제로 할슈타인 공작은 움직였다.


사실 이 타우러스 항성계에서 할슈타인 공작만 끌어들였다면 명분은 뭘 걸어놔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 누구도 할슈타인 공작에게 반항할 수 없었을 테니까.


게다가 할슈타인 공작에게도 세실리아가 준비하고 있는 불공정 협정 무효 소송이라는 건이 이번에 참전하게 될 건수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이 무효소송을 아직 제기한 것도 아니고, 그것을 제기한다고 한 들 세실리아가 이길 확률도 굉장히 희박했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불화의 단초를 제거하기 위해, 공작은 확실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정 반대의 결과가 되어버렸지만.


그 결과 제대로 된 명분도 없이 시작된 전쟁이었고, 그래서 이 전쟁의 향방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할슈타인 공작이 이겼다면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머리아플 일이 없었겠지.


하지만 여기서 역으로 우리가 명분을 걸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세실리아의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아르뎅 가문의 후원자로써 공작 가문으로의 복권을 위해 나선다면?


물론 무효 소송이 주 행성 멜롯까지 다녀오는 데에도 한 세월이고, 세실리아 혼자서 가문을 재건한다는 것은 매우매우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전후 정리를 하는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무효 소송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제 힘이 없는 할슈타인 공작가문이 걸어놓은 조약은 파기해버리고 새로운 협상문을 만들면 그만이니까.


아무튼 세실리아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일들이 많아보였다.


"네, 해당 사안은 세실리아와 상의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 일을 하고 나면 또 다른 일이 등장한다.


"이번 전후 사상자들의 보상건과 공훈에 관한 명단 내용인데요...."

"분타 행성군과 할슈타인 공작 군의 전함의 양도에 관한 내용입니다...."

"포로들에 대한 처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해도해도 일이 끝이 나질 않는다. 대부분의 일처리를 실무진들에게 맡겼음에도 결국은 내가 직접 확인해야 하는 일들과 지시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도저히 발을 뺄 수가 없다.


차 행성 하나 정도야 애초에 본래 주인이 없었고, JP 코퍼레이션의 유능한 직원들이 여러모로 도와줬기에 큰 어려움 없었지만, 남이 차지하고 있던 행성을 차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여러가지 저항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에야 압도적인 힘으로 불만을 억누르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제국의 방식을 따라간다는 것도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장이야 직접 통치로 가고 어떻게든 세 개 행성을 제어하려고 하겠지만, 적당히 안정이 되면 행성체계의 재편을 해야 할 것이다.


"행성 연합체계요?"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세 개의 행성을 혼자 먹을 순 없잖아? 각 행성의 지도부를 두고 그 연합체를 만드는 거지."


물론 행성마다 지형이나 자원 수준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다보니 완전 공평하게 운영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지도부끼리 인사교류나 순환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아주 먼 이야기이긴 하다.


"아무튼 우리가 세 행성을 전부 차지한다. 이건 변하지 않는다. 혹시나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게 알려줘. 최대한 설득해보도록 하지."


등 뒤에 초 거대 전함을 거신으로 만들어 세워놓고 설득해보면, 설득이 잘 되지 않을까?


아무튼,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밤샘을 해가며 작업을 했다. 여기 밤샘의 노동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종전 협상을 위해서 우리만 고생한 것이 아니라 분타행성군과 할슈타인 공작군의 사람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나 각 군의 대표를 뽑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전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명쯤 살려뒀어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괜히 내게 반발하는 사람을 살려둬서 얻는 불이익이 더 클 것 같았다.


죽은 귀족들의 혼을 붙잡아서 협상문에 사인하도록 시켜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인도적으로 좀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싶었고, 무엇보다 죽은 사람의 사인이 과연 법적 효력이 있나 싶어서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남겨두었다.


그래서 결국 이 조약에 사인을 하는 사람들은 죽은 귀족들의 부인들이었다. 분타 행성의 경우 엠마뉴엘 후작부인이 와야 했고, 할슈타인 공작부인도 시안 행성에서 불러들였다.


그렇게 그들이 차 행성에 도착할 무렵에 종전 협상문이 완성되었다.


엄청나게 길고 복잡한 협상문의 핵심 내용은 요약하면 이렇다.

- 차 행성측에서 분타 행성과 시안 행성 그리고 해당 행성이 소유하고 있는 영토에 대해 소유권을 가진다.

- 해당 행성의 주요 직위에 있는 인사, 재정에 관한 권한도 가져간다.

- 해당 행성의 귀족들은 차 행성으로 이주한다.


그외 전쟁 배상금이나 여러 잡다한 조항들까지 더 하면 엄청나게 복잡하지만 크게 중요한 내용은 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행성 소유권이나 인사권 재정권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게 세 번째, 행성 귀족들의 차 행성 강제이주이다.


물론 그들이 가진 재산도 보존할 것이고, 차 행성에서 충분히 좋은 대접을 해주겠지만, 그들이 원래 뿌리내리고 있던 행성에서 지내지는 못할 것이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분쟁을 만들거리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전부 데려올 필요 없이 볼모를 잡을까도 생각 해봤지만, 이왕 옮기는 거 전부 차 행성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고 판단내렸다.


일단 차 행성에 붙들어 놔야 나중에 하는 거 봐서 적당히 풀어줄 수도 있고, 교육도 받게 해서 인재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설픈 배려보다 확실한 통제가 여러모로 서로에게 더 좋을 것이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그렇게 협상문 작성 작업이 완료되었다.


할슈타인 공작 부인과 엠마뉴엘 후작 부인이 오는대로 서명을 받으면 될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서명이 완료되는 그 날부터 밖에 떠 있는 저 수많은 전함들은 우리것이 된다.


이미 저 전함들을 운용하던 군인들은 전부 무장해제 당해서 차 행성의 포로 수용소에 있다. 우리 측으로 전향할 의사가 있는 이들은 받아주고, 없는 이들은 강제 예편을 당할 것이다.


아마 새로운 우주 해적의 인재들이 여기서 나올지도 모르겠다. 우주에 사람은 넘쳐나고, 그만큼 사연도 넘쳐난다. 우주 해적이라는 자리는 그 사연많은 이들이 모이는 일종의 종착역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 우주 해적이라는 종착역에서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기도 하지.


"왜 저를 보십니까?"


내 맞은편에서 한창 서류 정리를 하는 뤼팅겐이 내게 물었다.


"그냥 전후 처리 하다보니 저기 밑에 있을 포로들이 생각나서요. 아마 저들 중엔 우주 해적으로 가는 사람도 있겠죠?"


내 말의 의미를 깨달은 뤼팅겐이 서류 작업을 멈추고 내 말을 받았다.


"아마 그렇겠지요. 우리에게 협력할 순 없고, 자신의 본 행성에서 군인을 더 할 수 없게 된 이들이 많이들 우주 해적으로 전직을 하지요."

"어때요? 우주 해적은? 경험자 입장에서 선택할만한 선택지라고 보십니까?"


뤼팅겐 쯤 되는 인물이니 이미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의중을 파악했을 것이다.


"포로들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건 우주 해적은 자영업이라고 봐야죠."

"자영업이요?"


우주 해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등장했다.


"군인 시절에야 공무원같이 정해진 봉급 받지만, 우주 해적은 그런게 없잖습니까? 본인이 열심히 일하는 만큼 벌어갑니다. 약탈을 열심히 하면 그만큼 벌이도 많지요."

"오, 벌이가 좀 괜찮았나 보네요?"

"뭐 버는 금액 자체는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일정한 수익이 나오기 힘들어서 안정적이다고 보긴 어렵지요. 아무래도 버는 만큼 유지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거기다 무기도 마음대로 못 쓰지요. 상대방 제거가 목적이 아니라 약탈이 목적이기에 너무 과도한 화력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오히려 손해이니까요."


하긴 돈을 벌기 위한 군사 행동인데, 이미 군사행동이라는것 자체가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고, 너무 과도하게 상대방을 부수면 건질게 없으니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적당한 노동과 고 수익을 위해 좋은 정보가 필요하고, 그런 정보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또 우주 해적의 세계인 것이다.


"게다가 수많은 위험을 감당해야 합니다. 우주 보안관이나 행성군, 제국 주둔군 같은 것들의 공공의 적이 되니까요."


그리고 뤼팅겐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 마디 더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 항성계에서 우주 해적을 하려면 분노한 초 거대 거신의 칼날을 감당해야겠지요."


그렇게 뤼팅겐을 통해 포로들에게 들려줄 말을 정리할 수 있었다. 뤼팅겐에게 포로들의 설득 일을 맡겨볼까 생각하는데 그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공작 부인과 후작 부인이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이 전쟁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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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4. 타우러스의 부름(3) 24.01.12 394 11 12쪽
106 14. 타우러스의 부름(2) 24.01.11 38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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