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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37,817
추천수 :
3,413
글자수 :
968,567

작성
24.01.04 20:00
조회
377
추천
16
글자
12쪽

13. 차-분타 전쟁(11)

DUMMY

아리엘은 차 행성 표면에 있는 자신의 방에 있었다. 돌보아주기로 한 세실리아가 한창 거신을 타고 나가서 싸우고 있다보니 그를 맡는 것은 리사 이사였다. 사실상 아리엘이 리사 이사의 방에 쳐들어 간 것이다.


"그래 아리엘 별 일 없지?"


안타깝게도 리사 이사는 훌륭한 지도자로써 수완을 지녔지만, 훌륭한 양육자와는 아직 거리가 멀었다.


"저기 가야해."

"어디?"


아리엘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번쩍이며 한창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궤도가 보였다.


"전투현장에?"

"응."

"왜?"


만약 강수호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알았다고 더 이상 묻지 않고 데려가 주겠지만 리사 이사는 아직 아리엘을 잘 몰랐다. 물론 알았더라도 저런 치열한 전투현장으로 데려가는 것은 한 번 더 생각을 해보는 것이 당연하다.


"아리엘은 저기 있어야해."

"저기는 위험한 곳이야, 저기에 왜 아리엘이 있어야 하는 건데?"

"아리엘이 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


아직 리사 이사를 움직이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설명이었다. 지금 리사 이사는 '얘 왜 이래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지금 그걸 물어볼 사람들이 죄다 우주로 날아가 있었다.


딱 한 사람, 언젠가 차 행성에서 휴가를 보낼 때 가사도우미 안드로이드로 강수호 일행을 보좌한, JP 코퍼레이션의 안드로이드 제작 부서의 연구원이기도 한 G401235, 통칭 지아가 있었다.


리사는 통신기를 열어 지아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그녀에게 중간 해석을 요청했다.


"쟤 말좀 내가 알아듣게 설명좀 해줘."

-알겠습니다.


지아는 아리엘의 말들을 모조리 경청했다. 그리고 그 말들을 잘 종합해서 전달했다.


-올라가셔야겠는데요?


물론 지아라고 해서 뭘 더 잘 알아듣는 것은 아니다. 그냥 리사 이사를 대신해 아리엘을 설득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뿐이다. 하지만 지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굳이 가야해? 아니 아리엘은 뭐라고 한 건데?"

-자신이 제대로 설명할 수 없으니 일단 가서 같이 보자고 하십니다.


리사 이사는 당황했다. 지금껏 그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설득을 동반한 보고서와 데이터였다. 물론 윗선의 압력이 있다면 굳이 그런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 없었지만, 어쨌든 그녀의 행동의 근거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위치였다.


특히나 후방에서 행성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전방에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서 그녀의 존재는 필요했다. 물론 실무야 엘로스가 임시 총리직을 맡으며 도맡아 하고 있지만, 어쨌든 JP 코퍼레이션의 이사의 위치는 그만큼 막중했다.


"지아 네가 대신 가면 안 돼?"

-저도 안드로이드 생산 때문에 지금도 특근중이라서요. 이 통화 받는 것도 잠깐 짬 내서 받은 겁니다.


현장에 보낼 병력이 부족하니 안드로이드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관련된 연구를 하던 지아도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꼼짝없이 생산라인에 끌려가 같이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사님이 이곳에서 하셔야 하는 일도 중요한 건 압니다.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지만 궤도에 있는 아군에게 가고자 하는 아리엘에게 가장 도움이 될 분은 지금 리사 이사님 같은데요?


혹시나 아리엘이 궤도에 올라가기 위해서 초법적 권한이 필요한 경우 그 초법적 권한을 합법적으로 휘두를 수 있는 리사가 가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지아의 말이었다.


"그건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래도 리사 이사는 내키지 않았다. 위험한 곳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 부터가 말이 안되고,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것도 행성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작은 손이 리사 이사의 바지춤을 붙들고 있다. 아리엘이 리사 이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같이 가야해."


리사는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몸을 아래로 숙여 아리엘의 눈높이에 맞춘 리사 이사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에 필요한 것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고 본질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리사 이사는 말을 이었다.


"가서 뭐 할 거야?"


이 질문에 아리엘의 눈빛은 확고했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내 힘을 쓸거야."


***


프랭크 중위는 차 행성군 후방전력을 지휘하는 인물이었다. 그래도 후방 전력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인데 계급이 중위라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후방 전력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리고 얇디 얇은 차 행성군의 장교층이라는 현재의 약점이 드러나는 점이기도 했다.


어쨌든 경험도 부족하고 많은 면에서 부족한 그가 지휘를 맡았고, 그 책임을 어떻게든 수행해냈다. 할슈타인 군의 기습이라는 시급함을 요하는 상황이었기에 프랭크 중위는 최대한의 인원을, 최대한 빠르게 전투 현장으로 데려왔다.


이미 여기까지 성공한 것으로 프랭크 중위는 할 일을 전부 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은 그로 하여금 전투 지휘관으로써의 역량도 요구했다.


"어디로 가야합니까?"


프랭크 중위는 자신에게 묻는 부관의 말에 어떻게 대답할지 고심했다. 지금 전투가 한창 진행중인 아군의 본대를 구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3진을 모조리 보내버리고 최소한의 병력만 남겨둔 채 홀로 떨어진 할슈타인 공작을 공격할 것인가.


물론 아군을 먼저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아무리 긴급 출동한 전투선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공격이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병력의 차이가 심각했다.


하지만 이들이 지금 간다고 하더라도 현재 전세를 크게 뒤집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전력차가 압도적이었다.


"아군과의 교신은?"

"방해전파가 심해 서로 닿지 않습니다."


아군과 연락이 되어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상의라도 했으면 좋겠지만, 지금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온전히 최고 지휘관인 프랭크 중위가 판단해야했다.


이런 상황에서 할슈타인 공작을 노리는 것은 그야말로 도박수였다. 만약 그를 잡으면 아무리 전력 차이가 크더라도 아군을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전쟁까지 끝낼 수 있기에 더욱 리턴은 크다.


하지만 실패하면? 고스란히 아군의 피해로 이어지고 자칫하면 차행성군의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그것이 지금 할슈타인 공작을 공격하러 갔을 때의 상황을 정리하는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짧은 순간, 프랭크 중위는 무섭도록 고민했다. 그의 명령 하나에 행성과 항성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개 중위가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막중해서 현실감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중요한 선택이었다.


"현재 우리 지원군이 할슈타인 공작의 기함과 붙으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이 말에 담긴 의미에 부관들도 어물쩡거리며 대답을 선뜻 내놓지 못했다. 일단 후방 지원군의 전력이 아무래도 할슈타인 기함과 그 호위 몇몇 보다야 더 규모가 크다. 물론 실제로 붙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규모만 놓고 보면 지원군이 더 우세했다.


"하지만 아군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본대를 지켜서 온존해야 그 다음 전투도 노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칫하면 전부 다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아군을 지원하러 가자는 생각을 가진 부관의 말도 타당했다. 그래서 프랭크 중위의 판단은 더욱 어려웠다. 어차피 규모로 따지면 우리측이 개전시기부터 불리했다.


그래도 결사 항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쉽게 지지 않고, 잘 하면 이길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할슈타인 공작을 노리려다 본대가 전부 전멸하면 공작을 인질로 삼는 것도 의미가 없을 수 있었다.


"좋아! 결정했다!"


어차피 고민의 시간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더 고민해봤자 둘다 놓칠 뿐이다. 그래서 프랭크 중위는 고민을 빠르게 끝냈다.


***


"걸려들었습니다!"


할슈타인 빌레르 공작의 기함 벨류뉘크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할슈타인 공작은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의 증원이 할슈타인 공작의 기함을 노리고 접근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이것을 환호하고 즐길줄 아는 이들이 이곳에 있었다.


"그렇지, 우리가 3진까지 압도적인 병력을 보냈기에 저쪽은 사실상 이쪽을 선택하는 것 외에 선택지는 없는거야."


어차피 지금 아군을 구하러 가봤자 이미 주요 전력이 타격을 입은 차행성군은 계속해서 밀릴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패배밖에 없다.


하지만 할슈타인 공작을 노린다면? 역전도 노려볼 수 있다. 그렇게 승부를 띄워볼만하다고 여기도록 할슈타인 공작은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을 속였다.


"좋아 적들을 적당히 응전하며 시간을 끈다."


할슈타인 공작 측의 행동은 이제 정해졌다. 상대방을 가까이 끌어들이며 전투 현장과 최대한 멀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텔레포트를 해서 아군들이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피신한다.


그렇게 되면 적들의 증원은 중요한 시간을 허비 하게 되고, 아군들에게는 차행성군의 본대를 제압할 시간을 벌어다 줄 수 있다.


"그럼 당초 계획대로 차근차근 행동한다."


이미 할슈타인측 전함끼리는 작전을 공유했기에 자세하게 더 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포를 쏘면서 적들과 꾸준히 간격을 벌렸다.


"몰아붙여!"


물론 프랭크 중위가 이끄는 차행성 후방군은 가속을 받고 왔기에, 정지상태에서 움직이려는 할슈타인의 전함들보다 더욱 빨리 접근할 수 있었다.


"지금이다 초단거리 공간도약 개시!"


그렇게 서로의 사정거리가 닿는 순간, 할슈타인 공작의 기함 벨류뉘크와 그 호위함들은 공간도약을 시도하며 사라졌다.


"적들이 사라졌습니다!"


할슈타인 공작이 머물던 공간에는 이제 목표를 쫓다가 놓쳐버린 프랭크 중위의 후방군만이 남아 있었다.


"당했다!"


그리고 중위는 말을 이었다.


"과연 케레시스 선장의 말 대로다!"


***


할슈타인 공작의 기함 벨류뉘크와 그 호위함들은 단거리 공간이동을 마치고 나타났다. 그들이 나타난 곳은 2,3진 뒤편에 있는 한적한 공간이었다. 아군과 너무 가깝게 나타나면 자칫 좌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단거리 공간 도약의 짧은 안정기를 거치기 시작했다. 당장 공간이동을 하고 나서는 주변의 상황도 파악할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는 무방비상태였다.


물론 짧은 거리를 뛴 만큼 그 시간을 극히 짧았기에 할슈타인 공작은 큰 걱정이 없었다. 오히려 적들의 후방 지원군을 묶어둘 수 있어서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주변의 시야를 회복하기 시작하는 그들의 함교 근처에 나타난 거신을 보고 그 생각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할슈타인 공작!"


4미터짜리 거신은 기함에 비하면 작고 보잘것 없지만, 사람들이 모여있는 함교의 앞에 섰을 때는 오히려 그 거대한 위용을 뽐낼 수 있었다.


"드디어 만났다!"


할슈타인 공작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기억할 수 있었다.


"세실리아?"


거신은 거대한 총을 들고 함교를 겨누었다.


"아르뎅 공작 가문을 기억하라!"


세실리아가 탑승한 거신의 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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