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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SSS급 전함에 의식이 실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깁흔가람
그림/삽화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3.10.04 22:17
최근연재일 :
2024.04.06 20:00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37,809
추천수 :
3,413
글자수 :
968,567

작성
23.12.30 12:00
조회
401
추천
15
글자
12쪽

13. 차-분타 전쟁(7)

DUMMY

나는 지금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우선 사후세계란 곳은 고정된 곳이 아니었다. 아마 이곳에 오는 누군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이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천국의 이미지가, 누군가에겐 지옥의 이미지, 또 누군가에겐 코끼리가 뛰노는 그런 이미지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곳 사후의 영역은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써 이곳을 받아들일 순 있겠지만, 이곳에 있는 누군가와 혹은 이런 세계관과 내가 연결이 된다는 것은 아직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물론 유미르라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긴 했지만, 아직 나 혼자 이 친구와 뭔가 유의미한 계약이나 관계를 맺지는 못해서 그냥 아는 지인 정도로 남겨둬야 할 것 같았다.


뭐, 여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어떻게 돌아가지?”



여기까지 오는 건 좋았는데, 돌아가는 방법은 모르겠다. 그래서 아까부터 그냥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있었다. 영혼 상태라서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아무리 날아다녀도 끝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가도가도 뭔가 뿌연 안개가 가득 차 있는 허허 벌판만 계속해서 보일 뿐이었다. 물론 어디론가 걸어가는 영혼들도 보였지만, 그것들 외에 지형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게 없었다.


“아까 그 친구한테 물어봐야하나?”

“나를 찾나?”

“우왁 깜짝이야!”


내 뒤에 갑자기 나타난 유미르에 나도 몰라 소리지르고 말았다. 이 엄청난 거대한 덩치가 뒤에 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니.


“어떻게 여기까지 날아온거야?”

“이곳은 물리적 거리가 의미가 없는 곳이니까.”


하긴 물리적 세계였다면, 내가 저 커다란 놈과 이야기 하려면 고개를 한창 쳐들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서로 대화가 될지도 의문이 들 정도로 크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듯 편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다. 물리적 장벽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 그렇지. 혹시 여기서 나가는 길이 없나 돌아보고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구나.”


유미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 거인이 저러니까 좀 무서워 보이긴 하다.


“나가고 싶었나? 나는 그냥 이곳 구경하려고 떠다니는 줄 알았는데.”

“전에도 물어본 것 같은데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

“전에도 말했지만, 자넨 죽음을 통과해 오지 않았잖은가? 아마 통상적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용하지 어렵지 싶은데.”


죽음의 행정 절차를 잘 모르다보니 나도 오해가 좀 생긴 것 같다. 죽음을 통해 이곳에 오지 않으면, 통상적 방법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건가? 과연 그런가?


“혹시 시도라도 해보면 어떨까?”

“모험심이 강하군. 나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길이라 별로 추천하진 않네만, 왔던 길로 돌아가는 방법은 없는가.”


이곳에 오면서 사용했던 라이터는 내 손에 없다.


내가 이곳에서 꼭 어떤 계약을 맺고, 내 힘을 강화할 필요는 없다. 하면 좋겠지만 무리하게 맞지 않는 힘을 억지로 떠맡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저번 타우러스의 힘 일부를 받을 때에도 아주 일부의 힘이었지만, 살짝 내가 영향을 받기도 했으니까.


그러니 이곳에서 그냥 아는 친구 사귄걸로 만족하고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지금 내가 돌아가야 하는 곳은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차행성이었다. 그 시간과 장소에 정확히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일단 돌아가는 길도 모르지만, 적절한 시간과 적절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느냐가 내가 이 사후의 영역까지 넘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적절한 시간과 장소라... 아무래도 일반적인 방법으로 돌아가는 건 더더욱 안되겠구만. 자네가 여기 오기 전에 있던 장소로 갈 확률이 높으니.”

“다른 방법이 있나?”


유미르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아마 상당히 오랜 시간 이곳에서 저쪽으로 넘어가는 이들을 지켜보았을 그의 영역을 넘어서 새로운 사고를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점과 장소를 정하려면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겠네.”

“안 된다며?”

“더 큰 권한을 필요로 하는 일이니, 안으로 들여보내주겠네. 특별하게 말일세.”


유미르는 자신의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내게 건넸다. 물론 기둥을 연상케하는 그 어마어마한 크기는 내게 줄 선물인가 싶었다. 하지만 내게 건네지자, 내 손바닥 위에 올라오는 작은 화살이 되어버렸다.


“안으로 들어갈 때 그 화살을 보여주게, 내 화살임을 알아볼 것이네.”


그리고 유미르는 문을 열어주었다. 안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와서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문이었다.


“가서 최고 관리자, 혹은 최고 지배자를 만나게 자네가 어떤 모습을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존재가 있을 터이니 가서 마주하게나.”

“고마워.”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겠네.”


나는 유미르가 열어준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빛이 온 몸에 감싸이는 느낌을 받으며 그렇게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


“강수호경은 저 안에서 어떤 광경을 보게 되지?”

“궁금하세요?”


사략 해적의 우주선 안. 라이터에 향을 피워 놓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향 끝의 발간 부분이 아직 1cm도 타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


“사후 세계에 잘 아는 것처럼 말하던데?”

“물론 잘 알죠. 하지만 아는 만큼만 압니다. 우주 시대를 맞이해서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후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사후의 영역은 각자의 영향을 받아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니지요.”


혹자는 죽음이라는 통로가 저차원에서 고차원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저차원의 논리로 고차원의 세계 구성을 전부 규명할 수도 없고, 큰 의미도 없다고 한다.


마치 우주의 경제가 너무나도 복잡하고 수많은 이들이 얽혀있어서 전부 규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사후의 영역도 전부 규명할 수 없다. 게다가 그곳을 연구하거나 탐사가 불가능하기에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연구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아주 일부의 경우, 사후의 영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길이 있지요. 마치 이 라이터처럼.”


루테는 여전히 반신반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가능한건가?”

“아주 까다로운 조건에서, 몇몇 우연한 경우에 발동할 겁니다. 무엇보다 이 멜키오르 영감의 라이터, 황제의 물건이에요.”


순간 루테는 이 라이터가 누구의 것인지 자신이 말을 했었나 살짝 혼란이 왔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황제의 물건이라면?”

“아마 직접 하사한 물건이거나 선물로 준 물건이겠죠. 그래서 사후 세계와 연결이 된 겁니다.”


루테는 황제의 물건이라는 점과 사후 세계와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사후세계를 어쩌고 하는 것 부터가 이미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대화는 일상적 논리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고 그래서 루테는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뭐 그래, 황제는 확실히 보통 인물이 아니니 뭐라도 있겠지. 그러면 그 사후의 영역에서 보게 될 것은 뭐가 있는데?”

“사후의 영역에 들어가면 만나게 될 것은 우선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후세계를 경험한 이들의 증언들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학자들은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루이 첸은 종이를 가져와 그곳에 조악한 그림을 그리며 사후 영역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모습이나 형태가 다를 뿐 사후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그 앞을 지키고 있는 누군가입니다. 친한 가족일 수 있고, 무서운 경비병이나 머리 셋 달린 개가 지키고 있을 수 있죠. 그렇게 무언가가 지키는 곳에는 사후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다른 영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후 영역을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와 최고 관리자나 지배자. 이런 것들을 만나겠죠.”


그 순간 현실에 있던 라이터가 사라졌다. 라이터에 기대고 있던 루이 첸의 향이 기대던 라이터가 사라지자 그대로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이건 무슨 일이지?”

“오, 강수호경이 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는 신호입니다.”


사후 어쩌고 하는 영역의 이야기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라진 라이터나 여러 가지 정황들이 현재 상황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었다. 루테는 슬슬 더 이상 이 대화를 더 이어가고 싶진 않았다. 이미 머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럼 끝 난거지? 이제 이쪽에서 할 일은 더 없는 거지?”

“뭐 이제 강수호 경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지요.”


루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중요한 싸움에 자신이 큰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분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할 만큼 하긴 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수리가 완료되는 대로 차 행성으로 넘어간다. 자넨 어떻게 할 건가?”


루테가 하대를 하고, 루이 첸이 존대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실제 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같이 따라가는 게 맞겠죠?”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되네. 잘 이야기 해줄터이니.”


루이 첸이 씨익 웃었다.


“일부러 떼어놓으려는 건가요?”

“이번 일에 도움을 준 점은 잊지 않고 전하도록 하겠네.”

“알겠어요. 전 이만 내려가 볼테니 뒷 일을 부탁해요.”


루이 첸은 가볍게 루테의 어께를 툭툭 치고 그대로 떠났다. 만약 그 모습을 다른 가신들이 봤더라면 난리가 났을테지만, 이곳에는 두 사람 외엔 아무도 없었다.


“자, 그럼 다음엔 어디를 가 볼까?”


그렇게 수수께끼의 요리사 청년 루이 첸은 사략 우주선에서 내렸다.


***


사후 영역의 최고 권력자, 혹은 관리자. 과연 그것은 어떻게 생겼을까? 무시무시한 거대한 체구를 가진 양복 입은 아저씨가 있을까? 아니면 하얀 옷 나풀나풀하게 입은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까?


강한 빛의 영역을 지나며 나는 두근두근했다.


그리고 모든 빛을 지나고 도달한 그곳은, 기계가 가득한 곳이었다.


“어라?”


기계에서 나오는 푸른 불빛만이 감도는 어두컴컴한 방이었다. 그리고 방 한 가운데에는 뭔가 전체적인 시스템을 총괄하는 것 같은 컴퓨터가 있었다.


“이게 사후 영역 최고의 관리자 혹은 지배자?”


나는 컴퓨터에 다가가 접속을 해서 이것 저것 살펴보았다. 지배자는 몰라도 관리자는 맞는 것 같다. 우주 곳곳에서 오가는 영혼들이 어떻게 이동되고 어디서 관리되고 움직이는지를 파악해서 디스플레이에 숫자와 통계로 나타내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사후세계가 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진다고 하지만 이건 좀 놀랐는데? 우주 시대라서 영혼도 컴퓨터로 관리하나? 하긴 옛날 이미지처럼 수기로 일일이 관리하기엔 이제 사람이 너무 많아졌기도 했다.


덩치 큰 근육 아저씨가 안경끼고 책상에서 서류를 낑낑대느니, 차라리 슈퍼컴퓨터 하나 설치해서 관리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거 괜찮은가?


이런 중요한 정보를 내가 봐도 괜찮은가? 아니, 누가 설명 해주거나 안내 해주는 사람은 없나?


“저기요. 아무도 없나요?”


그때 방 한 가운데에 있는 슈퍼 컴퓨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수호님?

“베로니카?”


전혀 만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절대 만날리 없는 대상을 만나버렸다.


잠시간 나와 베로니카는 벙쪄서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다.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작가의말

이 편까지 쓰면 연참대전 완주입니다.


소설을 쓰시는 다른 분들도 잘 완주하시고 완결까지 완주해 내시길 기원드립니다.

더불어 저도 완결까지 끝까지 잘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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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4. 타우러스의 부름(4) 24.01.13 398 13 12쪽
107 14. 타우러스의 부름(3) 24.01.12 394 11 12쪽
106 14. 타우러스의 부름(2) 24.01.11 388 9 12쪽
105 14. 타우러스의 부름(1) 24.01.10 407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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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3. 차-분타 전쟁(13) +1 24.01.06 392 13 12쪽
101 13. 차-분타 전쟁(12) 24.01.05 381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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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13. 차-분타 전쟁(10) 24.01.03 380 11 12쪽
98 13. 차-분타 전쟁(9) 24.01.02 379 11 12쪽
97 13. 차-분타 전쟁(8) 24.01.01 375 12 12쪽
» 13. 차-분타 전쟁(7) 23.12.30 402 15 12쪽
95 13. 차-분타 전쟁(6) 23.12.29 386 13 11쪽
94 13. 차-분타 전쟁(5) 23.12.29 384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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