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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c 님의 서재입니다.

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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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c
작품등록일 :
2024.02.10 17:45
최근연재일 :
2024.04.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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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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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775

작성
24.02.2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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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화. 공팔이(3)

DUMMY

남양주 외곽의 농장 앞으로 경찰차 여러 대가 멈춰 서 있었다.


순경들이 농장 주변을 샅샅이 뒤졌고 농장 안쪽 제법 큰 창고 건물은 강력 3팀 형사들이 수색하고 있었다.


창고 한쪽에는 화학 비료 포대들로 가득했는데, 3팀 형사들이 포대들을 일일이 뜯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었다.


“반장님. 정말로 마약이 있긴 한 거예요?”


비료 냄새 때문에 오만상을 찌푸리며 김대평 형사가 물었다.


“없으면 공팔이를 비료로 만들 거다.”


오 반장이 일갈했다.


그러니깐 몇 시간 전, 막내 강태식 형사가 공팔이를 취조해서 얻은 정보를 오 반장이 직접 다시 확인했었다.


공팔이는 군소리 없이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했고 오 반장은 병력 지원을 받아 마약을 숨겨둔 창고를 급습했다.


그런데 마약은커녕 밀가루조차 발견되지 않으면서 슬슬 열 받기 시작한 오 반장이었다.



한편 창고 외곽을 둘러본 나인이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막내야. 너도 이리 와서 포대 좀 뜯어.”


김혁수 형사가 말했다.


“포대에 숨긴 것 같지 않은데요.”


나인은 가볍게 대꾸하고 창고 끝 벽으로 향했다.


“역시. 틀려.”


벽 앞에선 나인이 혼잣말하듯 말했다.


외부에서 본 창고의 크기와 내부 공간의 크기에 차이가 있었다.


킬러들에게 있어 몇 가지 중요한 능력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공간지각 능력은 필수에 해당한다.

건물과 주변의 지형을 마치 3D로 머릿속에 그려 낼 수 있어야 한다.


킬러는 늘 위험이 뒤따른다. 적에게 포위되거나, 탈출하거나, 다수의 적과 마주할 때, 지형과 건물 내부 공간을 어떻게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생사과 뒤바뀔 수 있다.


나인은 기본적으로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났다. 여기에 14살 때부터 아주 혹독한 공간지각 훈련을 받았다.

덕분에 나인의 공간지각 능력은 세븐데드 내에서도 상위 0.1%에 해당할 정도로 뛰어났다.


‘똑!똑!’


나인은 벽을 톡톡 치며 숨겨진 비밀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왼쪽 구석의 벽 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이음새의 흔적을 발견한 나인은 그대로 벽을 밀어 찼다.


‘우지직!’


벽으로 위장한 나무문이 부서지면서 내부가 드러났다.


그 순간 형사들의 시선이 모두 나인에게 향했다.


“여기가 비밀 창고 같은데요.”


나인이 말했다.

나인은 일부러 들어가지 않고 오 반장과 선배 형사들에게 진입을 양보했다.

오 반장을 필두로 형사들이 안으로 들어갔고 나인은 가장 늦게 들어갔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선반마다 신종 마약 엔젤로 가득했다. 참고로 일반 마약과 달리 엔젤은 보랏빛을 띠고 있어 구분하기 쉽다.


“어림잡아도 몇십만 명분은 되겠는데요.”


김대평 형사가 엔젤을 확인하며 말했다.


이정도 양이면 요 몇 년 사이에 압수된 마약 중 최대 규모라 할 수 있었다.


“공팔이 이 새끼. 생각보다 거물이었네.”


오 반장도 이렇게 많은 양의 마약은 처음 보는 거라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반장님!”


안민우 형사가 오 반장을 불렀다.


오 반장은 안 형사가 있는 안쪽으로 이동했다.


안쪽에 상자들이 쌓여있었는데, 상자마다 5만 원권 지폐가 꽉꽉 차 있었다.


“마약 판 돈을 여기다 보관했나 봐요.”

“장부도 있을 거야. 샅샅이 뒤져봐.”

“네.”


오 반장의 시선이 강태식 형사 그러니깐 나인에게 향했다.


노련한 강력계 형사들도 눈치채지 못한 비밀 장소를 단번에 찾은 것도 그렇고 공팔이가 왜 이런 중요한 장소를 막내에게 순순히 말했는지도 궁금했다.


“막내야.”

“네. 반장님.”


나인이 오 반장 앞으로 걸어갔다.


“여기 어떻게 찾은 거야?”

“외부에서 본 창고 크기하고 내부 크기가 달라서요. 그래서 비밀공간이 있을 거로 추측했습니다.”

“눈으로만 보고?”

“제가 공간지각 능력이 좋은 편이거든요.”

“그건 그렇다 치고.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공팔이가 여길 말해준 거야?”

“겁을 좀 줬더니만 순순히 불던데요.”

“겁을 줬다고? 니가?”

“네.”


범죄자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순둥이 막내가 공팔이에게 겁을 줬다고?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오 반장이었다.


“반장님.”


그때 윤수필 형사가 무언가를 들고 급하게 다가왔다.


“왜?”

“이것 보세요.”


윤 형사 손에 장부로 보이는 노트가 들려 있었다.


장부를 건네받은 오 반장이 내용을 확인했다.


“허. 이거 대박인데.”


안에는 VIP 고객 명단이 적혀있었는데, 명단의 이름 중에는 오 반장도 익히 아는 이름도 여럿 있었다.




**

나흘이 흘렀다.


마약과 마약 자금 회수 그리고 공팔이의 유통 점조직 망까지 모두 소탕한 3팀은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형사들 모두 신이 나 있었다. 이번 실적은 강봉 경찰서 역사상 가장 큰 실적으로 기록될 게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실적 꼴찌라는 불명예 때문에 늘 찬밥 취급받았던 3팀 형사들, 이번 공팔이 건 덕분에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러니 몸은 좀 고돼도 마음은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강봉 경찰서 브리핑실에 언론사 기자들이 모여있었다.


이번 공팔이 검거 작전과 그 성과를 공식적으로 브리핑하기 위한 자리였다. 마득필 서장이 미리 손을 쓴 덕에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브리핑실을 채웠다.


약속한 브리핑 시간이 되자 제복을 차려입은 마득필 서장과 오대두 반장 그리고 김대평 형사가 브리핑실로 들어왔다. 먼저 마득필 서장이 단상으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강봉 경찰서 마득필 서장입니다. 현재 지역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신종 마약 엔젤. 그 엔젤의 유통 총책을 저희 서에서 검거하게 됐습니다. 이번 성과는 저를 비롯한 강력 3팀 형사들의 치밀한 계획하에...”


한 일이라고는 형사들 볶아 된 것밖에 없었던 마 서장.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주 뻔뻔스럽게 이번 검거 작전이 자신의 진두지휘하에 이루어진 거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럼 이번 검거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한 강봉 경찰서의 자랑. 강력 3팀 오대두 팀장의 브리핑이 있겠습니다.”


마 서장이 말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 반장이 단상 앞으로 나왔다.


마 서장이 기분 좋게 오 반장의 어깨를 토닥였고 오 반장은 가볍게 묵례하고 단상에 섰다.


“이번 마약 유통 조직 총책 검거는...”




한편, 강력 3팀 사무실에서는.

3팀 형사들 모두 옹기종기 모여 생방송 브리핑를 시청하고 있었다.


“우리 팀이 강봉 경찰서의 자랑이란다.”


윤 형사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한마디 했다.


형사들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히 이번 검거 작전이 자신의 진두지휘하에 이루어졌다는 마 서장의 말에 형사들은 진저리를 쳤다.


“우리 서장님 빨리 본청으로 가셨으면 좋겠네요.”


서장이 본청으로 승진해야 그 지긋지긋한 낯짝을 보지 않아도 되니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 반장님 얼굴 너무 크게 나오는 거 아니에요?”

“크게 나오는 게 아니라 원래 크신 거야.”

“반장님 출세하셨네~ TV에도 나오시고.”

“대평이 형은 뒤에서 완전히 얼어있는데요.”


생방송을 보며 형사들이 한마디씩 했댔다.


“그런데 형.”


안민우 형사가 윤수필 형사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왜?”

“막내요.”


막내 강태식 형사는 오늘 병원 검사가 예약되어 조기 퇴근했다.


“막내가 왜?”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좀이 아니라 완전 딴사람이 된 것 같다.”


이전 그러니깐 머리를 다치기 전까지만 해도 막내 강태식 형사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신참이었지만, 모든 면에서 강력계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특히 범죄자들 앞에서 욕 한마디 못 하고 되레 주눅 든 모습을 보였는데, 강력계가 아니라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가 맞지 않아 보였다.


그런 막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 아직은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눈빛과 느껴지는 분위기가 예전 그 순둥이 막내의 것이 아니었다.


“혹시 그런 거 아닐까요?”


옆에서 듣고 있던 김혁수 형사가 끼어들었다.


“뭐?”

“그거 있잖아요. 웹툰에서 보면 사고로 머리를 다친 후에 갑자기 능력자로 각성하는...”

“웹툰 같은 소리 한다.”

“또 알아요. 진짜 웹툰 같은 일이 막내에게 일어났을지.”


이렇게 주장하는 김혁수 형사는 웹소설, 웹툰 마니아다.


“각성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막내 우리 팀에 오래 있지는 못할 거야.”

“왜요?”

“반장님이 내근직 부서로 돌릴 것 같아.”




*

나인은 이전 병원에서 뇌 검사를 다시 받았다.


강력계에 복귀하는 대신 뇌 검사를 다시 받으라는 오 반장의 성화에 오늘 예약을 잡아 검사를 받게 됐다.


“아무런 이상이 없네요.”


이전 나인의 뇌 검사를 맡았던 의사가 이번에도 뇌 검사를 진행했다.


“저기 선생님.”

“네?”

“제가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때 검사에서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었다고 하셨죠?”

“맞아요. 처음 검사 때는 분명 그랬는데... 아무래도 검사에 무슨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의사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그때 동생은 식물인간 상태였을 것이다. 식물인간이 된 동생의 몸에 심장에 총을 맞고 죽은 자신이 들어왔다.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현대 의학이 발전했지만, 아직 인간의 뇌는 미지의 영역에 가까워요. 현대 의학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상식 밖의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인간의 뇌죠.”


나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은 아무 이상이 없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아요. 특히 머리에 충격을 받는 일이 생기지 않게 조심해야 해요. 지금은 멀쩡해도 언제 다시 이상이 생길지 모르는 게 바로 뇌거든요.”

“알겠습니다.”


이미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을 경험하고 있기에 나인은 의사의 말에 수긍했다.




나인이 병원을 나오는 것과 동시에 김대평 형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선배님.”

- 아직 병원이야?

“지금 검사 끝나고 나오는 길입니다.”

-의사가 뭐래?

“아무 이상 없다고 합니다.”

- 잘됐다. 아, 그리고 집에 가지 말고 사무실로 들어와.

“무슨 일 있나요?”

- 오늘 3팀 회식이다. 너도 참석해야지.

“아, 네. 알겠습니다.”


회식. 강력반 회식이라는 말에 나인의 마음이 살짝 들떴다.


나인은 한국 드라마 그중에서도 형사물을 가장 좋아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형사들의 회식에 로망이 있었는데, 오늘 그 소원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

단골 삼겹살집에 강력 3팀 형사들이 소주잔을 들고 있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공팔이도 잡고 막내도 무사히 복귀했고. 앞으로 우리 강력 3팀. 꽃길만 걷자.”


오 반장이 말하자 형사들 모두 소주잔을 높이 들며


“꽃길만 걷지 말입니다.”

“말입니다.”


분위기에 맞춰 나인도 적당히 따라 말했다.


“반장님. 이런 날은 소고기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안 형사가 말했다.


“소고기 맛 삼겹살이다.”

“우~”

“처먹기 싫으면 나가.”

“잘 먹겠습니다.”


오 반장의 한마디에 형사들 모두 일제히 꼬리를 내렸다.


“막내야. 내 잔 받아라.”


소주병을 들며 오 반장이 말했다.


“막내 조금만 주세요.”


김대평 형사가 한마디 했다.


“왜?”

“전에 기억 안 나요?”

“뭐?”

“이전 회식 때, 막내 소주 두 잔에 인사불성 됐잖아요.”

“아. 그랬지.”


아무래도 동생 강태식 형사는 술을 그다지 잘 못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인은 달랐다. 슬럼가 술꾼들과 술 내기해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술고래다.


나인은 소주잔이 아닌 글라스 잔을 들었다.


“가득 채워 주십시오.”

“괜찮겠냐?”

“네.”

“여~ 우리 막내 진짜 상남자가 됐는걸.”

“그래. 마셔라. 뒷일은 내가 다 책임진다.”


오 반장은 글라스 잔 가득 술을 따랐다.


“우리도 질 수 없지. 오늘 먹고 죽자!”


모처럼의 회식이었고 나인에게는 생에 첫 회식이었다.


참고로 이날 나인 빼고 모두 개가 돼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작가의말

다음 에피소드는 강력3팀 짐덩이에서 에이스로 거듭나는 나인의 분투기가 그려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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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서울 광수대 +5 24.03.06 2,222 40 12쪽
22 22화. 유민태 +4 24.03.05 2,245 40 12쪽
21 21화. 범호그룹(3) +4 24.03.04 2,230 36 12쪽
20 20화. 범호그룹(2) +4 24.03.03 2,248 35 13쪽
19 19화. 범호그룹(1) +6 24.03.02 2,257 41 12쪽
18 18화. 쌍명산 살인사건 +4 24.03.01 2,292 39 12쪽
17 17화. 단서. +8 24.02.29 2,303 41 13쪽
16 16화. 강력3팀 짐덩이(3) +4 24.02.28 2,336 44 12쪽
15 15화. 강력3팀 짐덩이(2) +7 24.02.27 2,342 40 12쪽
14 14화. 강력3팀 짐덩이(1) +4 24.02.26 2,413 41 12쪽
» 13화. 공팔이(3) +5 24.02.25 2,412 42 12쪽
12 12화. 공팔이(2) +4 24.02.24 2,424 42 12쪽
11 11화. 공팔이(1) +6 24.02.23 2,446 41 12쪽
10 10화. 친구? 죽이거나 살리거나 +8 24.02.22 2,505 45 15쪽
9 9화. 찰리 황 +5 24.02.21 2,484 46 12쪽
8 8화. 다이어 얀 +4 24.02.20 2,537 43 11쪽
7 7화. 테스트 +7 24.02.19 2,565 46 12쪽
6 6화. 빵셔틀 킬러? +7 24.02.18 2,608 39 11쪽
5 5화. 쌍둥이 형제 +5 24.02.17 2,650 40 12쪽
4 4화. 형사가 된 킬러. +3 24.02.16 2,663 37 12쪽
3 3화. 신이 존재한다면 +4 24.02.15 2,665 38 11쪽
2 2화. 강력계 형사 강태식 +3 24.02.14 2,879 36 11쪽
1 1화. 킬러 나인(nine) +4 24.02.13 3,490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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