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죠?”
식사에 끌려간(?) 채하령에게 하선고는 기기묘묘한 것들로 그득한 그릇과 젓가락을
주었다. 앞서 식탁에 자리잡은 다른 사람들도 젓가락으로 각자의 그릇에 수북히 쌓
인 것들을 먹고 있었다.
“식사랍니다.”
방긋이 웃는 하선고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릇에 쌓인 것들로 시선을 돌린 채하령에
게 노파가 가래로 그렁거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손님이라서 특별히 더 많이 주는 거니까 사양 말고 먹거라”
“……먹는다?”
다른 사람들도 잘 먹고, 자신에게도 사양말고 먹으라 하지만 채하령은 먹을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다. 그도 그런 것이 그릇에 수북히 쌓인 것들은 음식이라 할 수 없었
던 것이다. 대충 그녀가 알고 있는 상식에 근거한 몇몇 개별적 구분이 가능한 것들
은 흉물이라 할 수 있었다.
“으음…….”
얕은 신음소리를 낸 채하령은 자신의 상식에 근거된 자료를 기반으로 흉물로 짐작되
는 것들을 구분지어 보았다.
-옥동자(砡炵姿)-
변소 주변에서 간혹 목격되는 삼(蔘)의 일종으로 삷으면 불꽃이 붙는 특이한 독물로
아직 효능 같은 것은 밝혀지지 않았다. 대신 구리한 향으로 인해 일종의 마취제 같
은 작용을 하며, 이것을 생으로 먹던가 굽어 먹던가 삷아 먹던가에 상관 없이 부작용
으로 얼굴이 망가지는 무서운 면이 있다. 이것을 일부러 먹는 사람은 없지만 먹는다
고 죽지는 않기 때문에 어둠 계통의 사람중 일부가 이것으로 얼굴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진다. 얼굴의 망가짐에 한해 다른 것과 비교가 불가할 만큼 탁월한 성능을 보이
며 인피면구 살 돈 없는 가난한 자객들이 이것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다. 덧붙여 이
옥동자는 먹을때 마다 얼굴이 망가지며, 더 이상 망가질수 없을 만큼 망가지면 복용
자를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로 변화시킨다는 가설이 있다.
-무뇌충(無腦蟲)-
뇌가 없다고 알려진 벌레로 오이 밭에서 간혹 목격되는 경우가 있다. 종족에 대한 정
체 성이 없어서 발정시 다른 벌레들과 강제로 교미하여 변종(變種)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마리당 오이 세 개씩이나 먹어치우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기 때문에 오이 재
배 농민의 천적과도 같다. 특별히 강한 이빨 같은 무기는 없지만 대신 신경을 파란시
키는 괴음을 내어 사람을 절명시키기 까지 한다. 특이하게도 음공 고수를 알아내어
교미시 내는 괴음을 발하는 데, 이 점 때문에 몇몇 무림인들이 이 충을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음공 고수가 아무리 자신의 정체를 숨겨도 단박에 이를 파악하는 점
을 제외하면 쓸데가 없는 해충으로 구분된다. 매미가 맴맴 울고 귀뚜라미가 찌르르
르 하고 운다면 무뇌충은 이렇게 운다. 락! 락! 락! 그리고 교미시에는 락! 락! 락! 애
보루손 락! 락! 락! 애보루손. 듣기에 참으로 신경 거슬리며 하나같이 괴상한 더듬이
에 살이 쪄있는 특징이 있다. 먹어서 좋은 점은 거의 없지만 담이 약한 사람이 먹으
면 조금 담대해지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단 보통 사람이나 대담한 사람이
무뇌충을 먹게 될시 건방지다 못 해 괘씸해지고, 멍청해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빠순이(?循夷)-
문자로 표기 못할 앞 글자를 가지고 있는 벌레의 일종. 살아가며 자손을 낳아 대를
잇는 보통 벌레들과는 달리 이 벌레들은 일부 벌레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더러는 쫓
는 벌레의 밥이 되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일정한 울음 소리가 없어 쫓아다니는 벌레
의 행동과 울음 소리를 흉내 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뇌충이 있는데 무뇌충을 쫓
는 빠순이들은 무뇌충이 머리를 마구 돌리는 두회전(頭回傳)을 한다고 한다. 외래어
로 헤등뱅잉이라는 이 머리 돌리기는 심할 경우 빠순이의 골을 뒤흔들어 바보가 되
는 가 하면 피가 머리로 쏠려 죽게 한다. 그리고 무뇌충의 락! 락! 락! 하는 울음 소리
는 물론 교미시 내는 락! 락! 락! 애보루손도 따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빠순이
는 전투력은 상당한 편으로 자기가 쫓는 벌레가 다른 벌레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자
신들이 대신 죽어가면서 까지 상대 벌레를 물어뜯는 특징이 있다. 가설이긴 하나 이
빠순이를 복용하면 어떤 특정인에게 심취되는 성향이 일어 일부 극악한 최음제에 섞
이기도 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듣도 보도 못 한 괴이한 것들로 그득한지라 채하령은 젓가락을 놀릴
수 없었다. 이것을 어떡해 먹으란 말인가? 조심스레 시선을 돌리는 그녀에게 하선고
는 미묘한 웃음을 보였고, 다른 사람들은 게걸스럽게 그것들을 먹어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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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가봐야 할 일이 있어 30분 정도만 적고 맙니다. 다음 차례는 남채화님 훗,
받으시죠...어찌 하실지 기대 하겠습니다.
이상 샤우드..아니 현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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