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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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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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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글자수 :
67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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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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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뇌신인형술 나운 2

DUMMY

인형들 하나하나에 기의 실이 달려 있었는데, 실들이 모두 천창을 뚫고 내려와 있었다.


아마 인형사가 위층에서 인형을 원격으로 조작하는 듯했다.


"범람."


나는 인형들을 바람의 칼날로 간단히 썰어 버리며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인형들은 썰릴 때마다 풍압을 동원한 폭발을 일으켰는데, 폭발은 8식 제화로 버티고 풍압은 6식 비람으로 버텨야 했으나, 비람과 제화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람은 포기해야 했다.


바람에 튕겨 나는 것 정도로는 조금도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이리저리 밀려나서 벽에 부딪치는 게 다소 골치 아프긴 했다.


2층 계단을 올라가던 도중 2층에서 인형들이 뛰어 내려오는데, 그것들을 범람으로 토막 내니 폭발을 일으키며 계단을 끊어 버렸다.


나는 날아서 2층으로 올라갔고, 거기서 인형들을 영접하여 싸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그들 모두를 처치할 수 있었고, 폭발에 휩쓸리지 않도록 가능한 만큼 멀리서 잡았다.


그러면서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인형들이 덤벼들었다.


인형을 조종하는 데에 쓰이는 기는 미미했지만, 인형 자체가 품고 있는 기의 양이 상당했다.


인형사가 적습을 대비해서 미리 기를 주입하고 준비를 해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인형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돈이 꽤 많이 나갈 텐데, 이렇게 일회용으로 소모해 버리는 걸 보면 상당히 배포가 큰 듯했다.


게다가 오피스텔 하나를 통째로 매입하다니,


노루나의 호법인 나운이라는 놈은 돈이 정말 많은 듯했다.


아니면 노루나가 그만큼 지원을 잘해주는 걸까.


아무튼, 이 정도로 노루나에게 대접받는 녀석이 약할 리는 절대로 없다.


4층까지 올라갔는데 인형들을 조종하는 실은 여전히 천장을 뚫고 내려와 있었다.


전층이 본인의 건물이라면 본인은 고층에 주거할 확률이 높긴 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을 테지.


나는 창문을 뚫고 나가, 풍양보를 써서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10층 창문을 깨고 복도로 들어갔다.


조심스레 움직이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10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10층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건가? 아니면 여기까지 올라올 것을 상정하지 않은 건가?'


그런데 문이 열리더니, 한 청년이 유유히 걸어 나왔다.


그는 나와 독대하며 섰으나 공격해오지는 않았다.


"인형사 나운인가?"


내가 물었다.


청년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믿거나 말거나."


"너는 노루나의 호법인가?"


"그렇죠."


나는 쓰고 있던 삿갓을 더욱 눌러 썼다.


"내가 아선당의 호법인 건 알고 있겠지."


"물론이죠, 추풍검 이월."


"너는 우리 아선당의 당원들뿐만 아니라, 내 동생까지 해쳤다. 그러니까 너를 죽여야겠다."


그 말에 인형사가 웃었다.


"역시 이월. 아선당 당원을 100명이나 살해한 살수답군요. 대체 어떻게 아선당주의 마음을 빼앗은 거죠?"


"그 입 닥쳐."


"죽일 수 있으면 죽여보시죠."


"안 그래도 그럴 거야."


"불가능할 겁니다. 저는··· 세상 모든 곳에 있거든요."


인형사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 순간 막대한 화염이 나를 덮쳤다.


화염은 제화로 버텼지만, 나는 건물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렇지만 곧바로 6식 비람을 써서 공중에 떴다.


"후우."


한숨 돌리고서 오피스텔을 바라보는데 10층이 통째로 검게 그을리고 창문도 전부 깨져 있었다.


10층이 통째로 폭발한 것이다.


'방금 그 놈도 인형이었다는 건가.'


그런데 문득, 아래쪽 주차장에서 차 여러 대가 나가는 게 보였다.


차는 모두 검은색이었고 차종도 같았다.


나를 여기 묶어놓고 본인은 탈출을 시도하는 듯했다.


'어딜 도망치려고.'


나는 풍양보로 곧장 내려가 차량 중 하나를 쫓았다.


그 차량은 빨간 신호등에 걸렸는데도 신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달렸다.


나는 차가 달리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따라붙어, 범람으로 뒷바퀴를 잘라 버렸다.


차체가 뒤로 내려앉고, 노란 불똥을 뿌리며 바닥에 질질 끌려 나아갔다.


이곳은 넓은 사거리였는데 차가 관성을 버티지 못하고 인도 쪽을 덮치려 했다. 인도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 곧장 차체 앞으로 가서, 번호판 아래를 한 손으로 잡고 차량째로 들어 올렸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쳐 뒤집어 버렸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주변 차들이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내 등 뒤에 있던 차가 나를 향해 경적을 울려 댔다.


'시끄럽네. 다른 길로 가면 되잖아.'


나는 뒤집힌 차의 앞좌석을 확인했다.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표정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인형인 듯했다.


그리고 그 인형은 온몸에서 빛을 발하더니, 그대로 폭발해 나를 휩쓸어 버렸다.


"크윽!"


뒤로 튕겨 나갔는데, 뒤에서 경적을 시끄럽게 울려 대던 차량의 앞 트렁크에 부딪쳤다.


그러면서 유리도 부수었는데, 그 차의 주인은 히익 소리를 내며 그제야 경적을 멈추었다.


나는 그 차의 트렁크 위에 앉아, 사지가 토막 난 채로 뒤집혀서 불타오르는 차량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나하나 찾으려면 고생스럽겠군.'


나는 다른 차들이 도망친 방향을 돌아보았다.


***


대구, 수미관須彌館.


수미관, 또는 수미고須彌高는 무공 교육 기관으로, 전국에 몇 없는 무공 대안 학교다.


대안 학교란, 정규 공교육 대신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학교를 의미한다.


즉 수미관을 졸업하면 고교 졸업을 인정받는 게 가능했다.


싸움을 가르치는 학교이니만큼, 학생들의 성격은 매우 호전적이었으며 불량한 학생도 많았다.


그러나 교사라고 할 수 있는 사부들은 학생들보다 강했기에 학생들이 감히 선을 넘을 수 없었다.


그런 학교에, 학생들이 학교 뒷담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곳곳에 침을 찍찍 뱉는 그런 학교에, 한 검은 차량이 들어서서 정차했다.


그리고 차 뒷좌석에서 졸린 인상의 소년이 문을 열고 나와, 혼자서 유유히 학교 안으로 향했다.


입구를 가로막고서 왁자지껄 떠드는 무리가 있었는데,


"친구들, 오랜만이네?"


소년이 그런 말을 하며 입구로 다가가니 불량한 무리가 그를 돌아보고는,


"너, 너는···!"


하고 화들짝 놀라며 곧장 그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그때까지 근처에서 불량스러운 행동을 하던 학생들 대부분이 그를 발견하자마자 행동을 멈추고 그를 주목했다.


그들은 모두 저 소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뇌신인형술 나운. 수미고 3학년 재학생.


채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아 무려 나선당의 호법으로 들어가게 된 고수.


그는 1학년 때 이미 선도부를 접수하고 학교를 제패한 풍운아 중의 풍운아였다.


그는 내킬 때만 등교했지만, 너무나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탓에 아무도 그를 건들지 않았다.


그는 자기 반으로 들어가서, 자기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앉는 자리라서 그런지 먼지가 좀 쌓여 있었다.


그는 옆자리에 있던 학생을 시켜 자기 자리를 닦게 했다.


그 학생은 당돌하게 거부했지만, 나운이 그의 머리통을 잡고는 책상에 내리쳤고, 그 충격으로 책상을 반으로 쪼개 버렸다.


그리고 기절한 그를 창밖으로 버리고, 그의 책상과 자신의 책상을 서로 바꾸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서 창밖을 보았다.


"나운."


선생이 조심스러운 투로 그에게 물었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어어."


나운이 그를 돌아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반의 모든 학생이 그의 다음 한 마디를 주목하고 있었다.


나운은 잠시 그들을 둘러보다가,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웬 미친 살인마가 저를 쫓고 있어서요. 그 살인마한테서 저를 좀 지켜 주셨으면 해요."


"사, 살인마라고?"


선생은 물론, 학생들까지 술렁거렸다.


"살인마라니, 어떤 살인마?"


"살수 말이에요, 살수."


"사, 살수?"


교실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평화···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질서를 갖춘 이 학교에 살수가 찾아온다니.


그것도 수미고의 최고 풍운아인 나운을 노리고서.


선생은 생각했다.


'이, 이 녀석,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거야~!'


그즈음,


수미고의 대문을 통해, 삿갓을 쓴 한 청년이 운동장으로 발을 들였다.


운동장의 모래가 휘날려 바람이 되고, 그 바람이 삿갓 청년의 옷가지를 흔들었다.


그는 새하얀 도복을 입고 있었지만, 곳곳이 불에 탄 듯이 그을려서 엉망이었다.


나운이 그러했듯 그 청년 역시 홀로 유유히 수미고로 향했다.


삿갓에 가려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림자 진 얼굴에는 분노가 서린 듯했다.


3층에 있던 나운은 창 너머로 그를 발견하고서 미소를 지었다.


"왔네."


그가 일어서서 학생과 선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러분, 지금부터 저를 위해서 힘 좀 써주시죠."


***


고생스러웠지만, 마침내 여기까지 찾아왔다.


수미고, 말로만 들어보았지, 실제로 와 보기는 처음이었다.


"뭐요? 무슨 일이오?"


학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키가 무척이나 컸다. 2미터?


"사람을 찾고 있소."


"사람? 누구?"


"인형사 나운이라는 자를."


"나, 나운?"


그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렸다.


"왜 그러시오?"


"아니, 그, 그게···."


그가 내 시선을 피해 먼산을 보았다. 나운이라는 이름에 겁을 먹은 듯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그를 안심시키고자 말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요."


나는 그의 곁을 지나치려 했는데,


"멈추시오."


그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를 올려다보는데, 꽤나 투철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여긴 신성한 배움의 터요.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학생을 괴롭히게 둘 수는 없소."


나는 그의 두 눈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당신이 얼마나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평범한 학생이 아니오. 사람을 죽이는 살수지."


이미 아는 사실이었는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를 지키려 하다니,


진심으로 교육자로서 학생을 평등하게 아끼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놈! 저놈이다!"


그때, 학교 건물에서 학생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대부분 파란색 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저것이 수미고의 교복인 듯했다.


백이 넘는 수의 문하생들이 일제히 파란 옷을 입고 몰려 나오는 모습은 마치 물을 쏟아내는 댐을 연상케 했다.


"저 녀석을 여기서 막지 못하면···."


무리의 선두에 있던 학생이 말했다.


"우리 전부 나운에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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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뇌신인형술 나운 1 23.09.01 46 2 13쪽
85 동맹 23.08.31 37 1 13쪽
84 천수살법 이천 3 23.08.30 41 1 18쪽
83 천수살법 이천 2 23.08.29 42 3 16쪽
82 천수살법 이천 1 +2 23.08.28 47 3 15쪽
81 이가살수문 2 +1 23.08.25 44 1 12쪽
80 이가살수문 1 23.08.24 43 2 13쪽
79 재정비, 그리고 신무림으로 23.08.23 55 2 16쪽
78 당산봉 전투 4 23.08.22 44 1 12쪽
77 당산봉 전투 3 +2 23.08.21 54 2 14쪽
76 당산봉 전투 2 23.08.18 49 2 15쪽
75 당산봉 전투 1 23.08.17 51 1 15쪽
74 항쟁의 두 번째 여명 23.08.16 50 3 13쪽
73 뇌단법과 호걸들 7 - 무존 강하나 2 +1 23.08.15 56 3 11쪽
72 뇌단법과 호걸들 6 - 무존 강하나 1 23.08.14 52 3 13쪽
71 뇌단법과 호걸들 5 - 천공광 소유 23.08.11 82 3 13쪽
70 뇌단법과 호걸들 4 - 산명조 단호 23.08.10 54 1 12쪽
69 뇌단법과 호걸들 3 - 불괴신 옥근 23.08.09 59 3 12쪽
68 뇌단법과 호걸들 2 23.08.08 62 2 14쪽
67 뇌단법과 호걸들 1 +2 23.08.07 62 4 12쪽
66 노요한과 사람들 3 +1 23.08.04 64 4 12쪽
65 노요한과 사람들 2 +1 23.08.03 70 5 12쪽
64 노요한과 사람들 1 +2 23.08.02 64 4 12쪽
63 무존과 세존 3 23.08.01 71 4 11쪽
62 무존과 세존 2 +2 23.07.31 58 3 13쪽
61 무존과 세존 1 23.07.28 60 4 12쪽
60 교환 +1 23.07.27 70 2 14쪽
59 광변발도공 영힐 2 23.07.26 57 3 11쪽
58 광변발도공 영힐 1 23.07.25 6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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