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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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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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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글자수 :
671,804

작성
23.08.09 18:46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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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뇌단법과 호걸들 3 - 불괴신 옥근

DUMMY

싸울 것이냐, 싸우지 않을 것이냐.


"후우."


옥근의 물음에 루아는 옷을 털며 태연하게 일어섰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네가 계집들이랑 뜨겁게 노는지 차갑게 노는지는 관심 없고."


그녀가 불괴신 옥근을 올려다보았다.


"말했잖아. 네 진명이 필요하다고."


루아의 말에 옥근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말귀를 못 알아듣나. 싸울 거면 싸우고, 안 싸울 거면 꺼져라."


"나는 힘 뺄 생각 없어."


루아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한수는 자기 친구들에게 자기 이름을 대면 도움을 줄 거라고 이월에게 말했었다.


"그냥 진명만 받으면 돼. 너, 목사자의 친구지? 나도 그 사람이랑···."


그러나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 루아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옥근이 루아의 팔을 움켜쥐고 바다로 내던져 버렸다.


바다에 빠지는 것도 안 보고 그는 몸을 돌려 여자들이 기다리는 정자로 걸어갔다.


"루, 루, 루아 양!"


송하가 바다 앞에 서서 어버버거리는데, 루아가 흠뻑 젖은 채로 바다 밖으로 튀어나왔다.


"김송하! 당장 나한테 임금 제帝 달아."


"괘, 괜찮으신···."


"빨리."


루아가 눈을 칼날처럼 치켜뜨고 옥근의 등짝을 노려보았다.


"저놈 죽여 버릴 거니까."


루아의 기세에 주둑 든 송하가 손을 벌벌 떨며 진명지를 꺼냈다.


그는 루아의 진명을 모석좌矛釋座에서 제석좌帝釋座로 수정해 주었다.


창矛의 흐름만을 분석하는 모석좌와는 달리, 제석좌는 제석천의 성질이 한층 강해져 무공 전반의 흐름을 헤아릴 수 있으며 외공이 매우 고강해진다.


루아는 곧장 온몸에서 전기를 뿜으며 옥근에게 다가갔다.


"짜릿하게 만들어 줄게. 거기 여자들 다 합쳐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 말에 옥근이 루아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사랑 고백이냐?


"살인 예고다!"


푸른빛으로 번쩍이는 전기를 주먹에 두르고서, 루아는 날다람쥐처럼 날아가 옥근의 얼굴을 후려쳤다.


옥근의 몸뚱이가 붕 날아 정자에 처박혔다.


정자 바닥이 반으로 쪼개지며 여자들이 중간으로 쏟아졌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옥근의 이름을 부르짖는데,


옥근은 그들을 내치고 벌떡 일어나 다시 길 위에 섰다.


"···하!"


그의 얼굴에는 짜릿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연인을 만난 듯한 얼굴.


옥근은 루아에게 반했다.


첫 눈에···? 아니, 첫 주먹에.


"와라."


옥근이 자세를 낮추고 두 팔 벌려 루아를 맞이했다.


루아는 다시 날아가 그의 안면에 주먹을 꽂았다.


그와 동시에 옥근이 루아의 허리를 팔로 감아 뒤로 함께 날아갔다.


그리고 허리를 젖히며 루아의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루아가 당장 그의 품에서 벗어나 반격하려는데, 옥근은 그녀를 놔주지 않고 다시 들어 올려 바닥에 내리쳤다.


루아는 충격에 각혈했다.


그녀가 몸에서 전기를 뿜어 옥근을 지지는데, 그는 루아를 절대로 놓지 않았다.


마치 보물을 손에 쥐기라도 한 듯이.


옥근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린 뒤, 아래로 내리치며 그녀의 등을 무릎으로 찍었다.


바닥에 쓰러진 루아. 옥근은 그녀의 옆에 누워 그녀의 팔을 두 다리로 휘감았다.


그런 뒤 허리를 들어 올려 루아의 팔꿈치에 압력을 가했다.


옥근의 금나수擒拿手에 루아는 속수무책이었다.


"지당계地躺系 무술···."


싸움을 지켜보던 팔씨름꾼이 중얼거렸다.


"저렇게 바닥에 넘어지고, 바닥을 뒹굴며 행하는 무술은 대륙 무림 시절에는 혐오 받던 무술입니다.


그렇지만 옥근은 그러한 무술을 무공화하고 본인의 힘으로 도전자를 모두 굴복시켰습니다.


맨손의 권사는 물론이고, 각종 날붙이를 휘두르는 고수들을 상대로도 물러나지 않고 맞서 싸워 승리를 거머쥐었죠. 그리고 목사자에게까지 인정받았습니다.


가장 강한 자가 가장 떳떳한 자다··· 그것이 옥근의 신념입니다.


유감이지만, 노 소저에게 승산은 없어 보이는군요."


이에 송하가 물었다.


"모, 목사자에게는 어떻게 인정받았나요?"


"네? 그야, 싸워서···."


"누가 이겼죠?"


"목사자가···."


"저렇게요?"


송하가 루아를 가리켰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루아가 이를 악물고 옥근을 한 팔로 들어올리고 있었다.


"하아앗!!"


그녀는 몸을 돌려 옥근을 매단 팔을 바닥에 내리쳤다.


옥근의 몸뚱이가 벽돌 바닥을 파고들고, 옥근은 충격에 루아를 놓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루아가 곧장 달려들어 쓰러진 옥근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옥근은 몸을 굴려 주먹을 피했다.


나려타곤懶驢打滾. 게으른 당나귀가 땅바닥을 구르는 모양새.


무릇 무림인은 바닥에 눕는 것을 치욕으로 삼으며 바닥에서 구르는 꼴을 경멸한다.


그러나 지금은 눕더라도 마지막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


근성과 인내심.


그 두 가지로 옥근은 덤벼오는 모든 적을 쓰러뜨리고, 최후에는 서서 내려다보곤 했다.


과거에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옥근은 그런 생각으로 바닥에 누워 루아가 덤벼오기를 기다리는데,


루아는 깊게 파고들지 않고 그의 발목을 대뜸 붙잡았다.


"나도 그런 거 할 수 있어."


그러더니 그대로 어깨에 둘러메 옥근을 반대편 바닥에 업어치기 했다.


옥근의 안면이 바닥에 처박히며 돌이 튀었다.


루아는 엎어진 옥근의 뒤통수를 붙잡아 들어 올리며, 그의 안면에 주먹을 날려서 뒤로 고꾸라지게 했다.


그리고 그의 몸 위에 올라타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무차별적으로 꽂기 시작했다.


때릴 때마다 코피와 함께 전기가 뿜어져 나왔다.


옥근을 (저세상으로) 가 버리게 만들기 위한 루아의 행동.


자기 몸 위에서 미친 듯이 날뛰는 루아를 올려다보며, 피떡이 된 옥근이 흐뭇하게 웃었다.


"정말로 짜릿한 여자로구나."


그는 두 다리로 루아의 목과 한 팔을 감았다.


삼각액三角扼. 허벅지로 경동맥을 눌러 기절을 유도하는 초식이었다.


루아는 한 팔이 빠져나와 탈출하기 어려웠을뿐더러 빠져나온 쪽 어깨에 본인의 목이 눌리기까지 했다.


루아는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옥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온몸으로 흡성대법을 시행했다.


자기 몸에 닿은 루아의 표면적 전체에서 기를 빨아들이는 것이다.


"혐오하기에 눈을 돌려 피하려 한다."


옥근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눈을 돌려 피하기에 제대로 보지 못한다. 세상에는 이런 종류의 무공도 있다는 것을···."


"어쩌라는 거야··· 이 변태 새끼가···!"


"이런 나를 인정해준 건 목사자 한 사람뿐이었지. 그는 내 무공을 존중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녀석의 친구가 되었다.


소녀여, 너도 목사자의 친구라고 하였나?"


"하, 그걸 믿냐?"


루아는 용을 쓰며 대답했다.


"싸우지 않고도 너를 회유하려고 한··· 거짓말이야."


"설령 진짜 친구라 하더라도, 나는 싸움으로만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한다.


나를 꾀려면 힘으로 증명해라."


"광골창···."


루아는 대답 대신 광골창을 불러냈다.


그녀의 등 뒤로 광골창 손잡이 한 마디가 빠져나왔다.


동광 란저와의 싸움에서 기지로 발현한 한 마디. 그것이 지금 루아가 가진 광골창의 전부였다.


루아는 그것을 옥근의 머리 위로 띄웠고, 목소리를 쥐어 짜내서 말했다.


"마지막 일격이야··· 이걸 맞고도 버티면 네 승리야."


"최후의 공방이라는 건가. 이해했다."


"헷."


루아는 희미하게 웃었다.


의식도 희미해져 갔고, 그녀의 말대로 이번 일격이 마지막 공격임이 확실했다.


그러니 확실하게 한다.


"송별의 시각."


그녀의 온 머리칼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전기가 번개와도 같이 뿜어져 나오고, 그녀의 몸에 하얀 갑주가 둘렸다.


이것이 최후의 일격.


이 일격에 모든 것을 담는다.


"광골···개립!"


번개를 머금은 광골창 한 마디가 옥근의 이마에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번개를 머금은 폭발이 터져나와 옥근과 루아를 둘 다 덮쳤다.


그 부근의 바닥은 완전히 가라앉아 물에 잠기고, 두 사람도 물에 빠졌다.


짧은 싸움이었지만, 루아는 옥근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는 루아라는 사람을 알고 싶어서 비무를 받아준 것일 뿐이라고.


루아는 문득, 자신의 호법이었던 최서용을 떠올렸다.


시각 예술가 최서용.


그는 무림인으로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호법 노릇을 하면서 미술가의 생활도 동시에 영위하기를 바란 이기적인 사내였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남자.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남자.


그러나 루아는 그런 그를 이해해주고 받아주었다.


이해해주었기에, 최서용은 루아의 충실한 호법이 되었다.


다른 부하들도 마찬가지다.


루아는 제석천의 기질, 제석천의 이해심으로 그들을 모두 받아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제껏 루아를 붙잡고 놓으려 하지 않던 옥근.


루아의 목을 조르던 옥근의 다리에서 힘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루아는 그의 다리를 풀고 자유로워졌다.


옥근은 팔다리가 축 늘어진 채로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광골개립의 충격에 기절했고, 이는 루아의 승리를 의미했다.


입에서 공기방울을 뿜어대는 옥근.


루아는 그런 옥근을 잠시 지켜보더니,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를 데리고서 함께 물 밖으로 나갔다.


"푸하!"


눈부신 햇빛이 루아와 옥근을 맞이했다.


루아는 옥근을 뭍에다 눕히고, 송하에게 다가가 그에게서 힘 력力을 빼 올 것을 지시했다.


"갔다 와. 기절했으니까 괜찮아."


"네에···."


송하는 그에게 다가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 그의 진명을 빼내는 작업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아가 말했다.


"그 녀석, 추워 보이는데 대신 굳셀 강强이라도 달아줘."


"네에?"


송하가 놀라 루아를 돌아보았다. 루아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거 어차피 쇄강의 집에 널렸잖아. 수희한테 부탁해서 하나 얻어."


"으으, 네에."


송하는 아깝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옥근의 진명에 굳셀 강强을 달아주었다.


이제 옥근의 진명은 강좌强座가 되었다.


루아는 정자의 여자들에게 다가가 수건을 빌려서 자기 몸을 닦았다.


그리고 기절한 옥근을 뒤로하며 걸어갔다.


"송하, 이제 어디로 갈 거야?"


"다음엔 독 독毒을 얻으러 가보죠. 단약사 민영의 집에 가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알았어."


루아와 송하가 목지섬을 완전히 떠나려던 그때,


"수희와 민영인가···."


옥근이 말했다.


그는 어느새 몸을 일으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구좌읍 비자숲길 55 비자림··· 거기에 민영의 집이 있다."


그가 담배를 피우며 대낮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도파민 중독자.


불타지 않고선 살아갈 수 있는 불편한 남자.


그런 그를 잠자코 바라보던 루아.


그녀는 완전히 고개를 돌려 걸어갔다.


"고마워."


짧은 감사 인사만을 남기고서.


자리를 떠나는 루아.


그녀의 등을 바라보던 옥근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여걸이여, 또 만난다면 좋겠군."


한편 여태껏 도망치지 않고 싸움을 지켜본 팔씨름꾼은 루아의 실력에 감탄하며 갖은 칭찬의 말들을 늘어놓았다.


"자자, 차에 타시지요, 소저."


루아와 송하는 차에 몸을 싣고 다음 장소로 나아갔다.


"루아 양, 상처가 심해요. 한수가 친구의 증표 같은 걸 줬으면 이렇게 싸울 필요도 없었을 텐데···."


"됐어. 한수도 알고 있었겠지. 그런 걸 보여줘봤자 안 믿을 놈들도 있다는 걸 말이야."


잠시 후, 구좌읍 비자림.


이곳은 관광지였지만, 그 안에서 유일하게 의원을 영업하는 것을 허락받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단약사 민영이었다.


비자림 안에 나무 벽으로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의원이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원형으로 둘린 벽 바깥으로 복도 하나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 복도 끝에 대문이 달려 있었다.


"단약사 민영의 단약은 진귀합니다."


팔씨름꾼이 말했다.


"대문으로 들어가 복도에서 출입증을 받아야지만 더 안쪽 의원으로 들어갈 수 있습죠."


"뭐 별거라고."


루아는 거침없이 대문을 열어젖혔다.


루아 일행의 눈앞에 상식을 초월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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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천수살법 이천 2 23.08.29 42 3 16쪽
82 천수살법 이천 1 +2 23.08.28 47 3 15쪽
81 이가살수문 2 +1 23.08.25 44 1 12쪽
80 이가살수문 1 23.08.24 43 2 13쪽
79 재정비, 그리고 신무림으로 23.08.23 55 2 16쪽
78 당산봉 전투 4 23.08.22 44 1 12쪽
77 당산봉 전투 3 +2 23.08.21 54 2 14쪽
76 당산봉 전투 2 23.08.18 48 2 15쪽
75 당산봉 전투 1 23.08.17 51 1 15쪽
74 항쟁의 두 번째 여명 23.08.16 50 3 13쪽
73 뇌단법과 호걸들 7 - 무존 강하나 2 +1 23.08.15 55 3 11쪽
72 뇌단법과 호걸들 6 - 무존 강하나 1 23.08.14 52 3 13쪽
71 뇌단법과 호걸들 5 - 천공광 소유 23.08.11 82 3 13쪽
70 뇌단법과 호걸들 4 - 산명조 단호 23.08.10 54 1 12쪽
» 뇌단법과 호걸들 3 - 불괴신 옥근 23.08.09 59 3 12쪽
68 뇌단법과 호걸들 2 23.08.08 62 2 14쪽
67 뇌단법과 호걸들 1 +2 23.08.07 62 4 12쪽
66 노요한과 사람들 3 +1 23.08.04 64 4 12쪽
65 노요한과 사람들 2 +1 23.08.03 70 5 12쪽
64 노요한과 사람들 1 +2 23.08.02 64 4 12쪽
63 무존과 세존 3 23.08.01 71 4 11쪽
62 무존과 세존 2 +2 23.07.31 58 3 13쪽
61 무존과 세존 1 23.07.28 60 4 12쪽
60 교환 +1 23.07.27 70 2 14쪽
59 광변발도공 영힐 2 23.07.26 57 3 11쪽
58 광변발도공 영힐 1 23.07.25 6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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