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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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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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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글자수 :
67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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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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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뇌단법과 호걸들 7 - 무존 강하나 2

DUMMY

이월은 다시 수행에 들어갔다.


그는 비람은 완전히 익혔고, 이제 뇌단의 진식을 익히는 중이었다.


"쟤한테 진식을 가르치기로 한 거야?"


하나가 수희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수희는 아련하게 웃으며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요한의 금기를 깨게 되어서 유감스럽긴 하지만, 뉴스로만 요한의 소식을 접하는 나도 알 수 있어. 요한이 망가져 가고 있다는 걸.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막고 싶어."


"저 어린애를 요한의 대적자로 삼겠다는 거야?"


"본인도 원한 일이야. 기왕 키우게 되었으니 그 시절 일대제자들에게 지지 않는 고수로 만들어보겠어."


수희는 이월의 뇌단 수행을 돕고자 번개를 내렸고, 이월은 범람으로 번개를 쪼갰다.


그가 수행하는 모습을 보니, 하나는 먼 옛날 저 발판 위에서 열심히 번개를 쪼개던 요한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래, 40년 전 저 발판 위에 요한이 서 있었다.


하나의 눈동자 속에 그 시절의 풍경이 떠올랐다.


9식 월공의 제작이 끝나고, 요한의 일대제자가 3명만 남았을 무렵.


구무림인들의 텃세 때문에 괴로웠던 나날.


요한은 많이 지치긴 했지만, 눈에는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었다.


"하나, 너는 늘 한결같구나."


요한은 햇빛 아래에서 하나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림자에 가려진 그의 얼굴에 주름이 무성했다.


그의 손도, 젊은이의 부드러움을 잃고 딱딱했다.


"10식은 네 모습에서 본떠서 만들고 싶어. 뇌단법에 네 흔적을 남기고 싶어. 허락해줄래?"


하지만 다정함만은 한결같았는데.


그렇게나 다정했는데.


불과 1년 후에 요한은 하나의 곁을 매정하게 떠나 버렸다.


그의 눈에는 조금의 불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소름 끼치는 한기만이 남아 있었다.


하나는 너무 놀라서 그를 붙잡을 생각도 못 했고, 그날 용기를 내지 못한 대가로 이후 30년간 요한을 만나지 못했다.


너무나도 허망한 기분이 들어, 하나도 구무림을 훌쩍 떠나 버렸다.


그녀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요한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갖은 놀거리와 구경거리들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의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10년 동안 떠돌다가, 그녀는 다시 무림으로 돌아왔다.


요한이 세웠다는 신무림의 풍경을 구경하는데, 많은 게 변해 있긴 했다.


곳곳에서 요한의 영상이 흘러나오고, 그를 찬미하는 신문 기사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요한과는 만나지 못하고 구무림으로 돌아왔다.


구무림은 예전과 하등 달라진 게 없었다.


수희도 요한의 생가에 아직 있었다.


그런데 수희는 변한 게 있긴 하다고 이야기했다.


"재미난 친구를 하나 사귀었어."


수희는 하나에게 한수라는 청년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다짜고짜 하나에게 들이대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수희한테 들었다! 네가 전설의 작명사 강하나라며?"


그는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한수! 언젠가 모든 무림인의 친구가 될 남자다!"


그가 하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나, 너도 내 친구가 되지 않겠어? 지루할 틈 없게 만들어줄게!"


하나는 호기심에 그의 손을 잡았고, 그와 함께 돌아다니며 여러 독특한 친구들을 사귀었다.


혼자서 세계를 돌아다닐 때는 외로웠다.


비록 세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좁은 곳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니 행복했다.


요한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어이, 우리 왔다."


생가에 비싸 보이는 벤츠가 들어섰다.


거기서 옥근과 단호가 나왔다.


옥근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소유가 여기서 바비큐 파티한다고 해서 왔는데, 어떻게 된 거야? 불씨라곤 하나도 없잖아."


소유가 발랄한 걸음으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되징~!"


단호는 갖고 있던 종이에다 빠르게 글귀를 써서 보였다.


-네가 공포 영화 상영회를 한다기에 왔는데, 어디서 보는 거지?


"너 역시 눈 보이는구나."


루아가 그에게 딴지를 걸었다.


"아직도 나를 몰라? 당연히 사기지~."


한편 소유는 방정맞게 웃었다.


"난 그냥 다 같이 놀고 싶어서 너희들 부른 건데?"


"흥, 네가 뭐 그렇지."


옥근과 단호는 안쪽으로 나아가는데, 하나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반가운 얼굴로 하나에게 오랜만이라고 인사했고, 하나도 그들을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옥근과 단호뿐만이 아니었다.


곧이어 철존과 한수, 민영도 세존의 생가에 나타났다.


한수가 말했다.


"다 모여 있다길래 나도 다 끌고 왔다."


철존은 불편한 듯이 팔짱 끼며 말했다.


"칫, 나는 관아를 봐야 한단 말이다."


그러자 한수가 껄껄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무슨 소린가? 자네는 이제··· 백수 아닌가! 크하하핫! 이제 우리랑 같이 신선놀음이나 하자고~!"


그렇게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함께 길바닥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세존의 생가는 순식간에 활기로 가득 찼다.


"한수! 나 만화에서 본 건데."


소유가 한수에게 나무젓가락을 들이밀었다.


"이걸로 콧가락 묘기 부려 봐."


"콧가락 묘기?"


"코랑 입 사이에 끼워서 세우는 묘기야."


"그딴 게 가능할 리가 없잖냐!"


옥근이 항의하는데, 한수는 껄껄 웃으며 나무젓가락을 받아들였다.


"까짓거 해보지."


그리고 젓가락을 콧구멍에 넣고 반대편은 입 아래에다 걸려는데, 당연히 젓가락이 부러졌다.


부러진 젓가락이라도 끼워 보려고 코와 입 사이를 벌리는 한수의 표정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고, 그 모습에 한수의 친구들은 빵 터져 웃었다.


하나 역시 웃으며 친구들의 면면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즐거움 속에서 요한을 떠올렸다.


'역시 친구라는 건 좋아.


요한, 지금 네 곁에도 친구가 있어?'


한편 근처에 앉아서 어르신들의 잔치를 지켜보던 루아,


그녀가 보기에 이 자리는 구무림 향우회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왁자지껄한 풍경을 보고 있으니 루아도 문득 아선당에서 지내던 시절을 떠올렸다.


최서용, 진림, 천추경.


모두 가족이자 한편으로는 좋은 친구들.


그들이 있었기에 즐거웠다.


"루아라고 했나?"


상념에 빠진 루아의 접시에 옥근이 고기를 얹어주었다.


"너도 좀 먹어라."


"···."


"왜 말이 없어? 단호 따라 하는 거냐?"


그 말에 단호가 튀어나와 엄청난 속도로 종이에 글씨를 적었다.


-나를 따라 하려면 이만큼 빠르게 글씨를 적어야 하는데, 가능하겠어?


"아니, 불가능해." 루아가 힘없이 대답했다.


-훗, 그럼 오늘부터 나랑 글씨 빨리 적기 수행을 하자고.


"너 혼자 해라!"


옥근이 단호의 머리를 단호하게 쥐어박았다.


두 사람이 설치는 모습을 보니 루아도 조금은 기분이 풀렸다.


한편 옥근은 루아의 실력을 칭찬해 주고, 그녀의 무공에 관해 물었다.


루아는 나름대로 친절하게 대답해주었고, 옥근도 자기 무공에 관해 알려주었다.


단호도 끼어들어 자기 무공에 관해 주저리주저리 설명했고, 그렇게 셋이 즐거운 담소를 나누었다.


몇 시간 뒤, 장작의 불과 잔치의 열기가 잦아들 무렵.


관윤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가 찌뿌둥한 몸을 풀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뭔가 자기도 모르는 새에 한창 즐거운 일이 지나간 듯이 보였다.


그는 철존과 한수뿐만 아니라 구무림의 거물들이 모여 있는 현장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지? 목사자에 철존, 내로라하는 고수는 죄다 모인 것 같군."


하지만 그것보다 의아한 것이 있었으니, 고기의 냄새는 나는데 정작 실물은 없는 이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수희가 다가와서 알려주었다.


"바비큐 파티를 열었었는데, 당신은 새벽 내내 잠들어서 참가 못 했어요."


"바, 바비큐라고!"


관윤이 두 손으로 자기 머리를 붙잡으며 절망에 빠졌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내 바비큐···."


"이게 왜 당신 바비큐에요?"


수희가 그를 꾸짖었다.


"뭐야, 또 있었어?"


소유가 깔깔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너무 존재감 없어서 몰랐어."


수희는 저기 생가 입구에 서 있었었는데, 들어올 때 못 보았느냐고 물었다.


"응, 못 봤어. 아하하!"


소유는 뒤통수를 긁으며 웃었다. 적잖이 취한 듯했다.


그런데 그녀를 본 관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헉, 그, 그라비아 모델··· 저 사람이 무존인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예요? 당신도 술에 취했어요?"


수희가 관윤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수희는 하나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무존이라고 알려주었다.


하나를 본 관윤은 허탈하게 웃었다.


"저, 저 소녀가 무존이라고? 저쪽의 그라비아 모델 같은 여성이 무존이 아니라?"


"뭐라는 거예요."


"그럼 선후부장이 본 건 도대체··· 윽, 머리가···."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고기를 못 먹어서··· 머리가 아프오."


"그럼 그냥 참으세요."


"으아악!! 머리가 너무 아프오!!"


"조용히 하세요!"


수희가 주먹으로 관윤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냥 저거나 보세요."


그녀는 뇌단의 집을 가리켰다.


"그래 아저씨~ 아직 오늘의 마지막 행사가 남았다구~!"


소유가 방방 뛰며 관객들의 앞으로 나섰다.


"자 그럼, 이월 군의 뇌단 시연이 있겠습니다!"


소유가 손을 펼쳐 뇌단의 집 마당을 보여주었다.


이월이 낙뢰처의 발판 위에 서서 뇌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희는 멀리 떨어져서 관윤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수희의 도움이 없다면 뇌단을 사용할 수 없을 텐데, 이월은 바람의 검을 치켜들고서 뇌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모이고,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그즈음 동이 트기 시작했다.


오래 걸렸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빨랐다.


이월은 손에 넣었다.


번개의 재앙을 구현하는 초식을.


뇌단법 1식.


그는 외쳤다.


"진眞 뇌단."


벼락이 떨어지고, 이월은 검을 휘둘러 벼락을 쪼갰다.


벼락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맹렬한 불씨를 피워냈다.


소유는 그 모습을 보며 하늘로 쏘아 올리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폭죽 같다는 평을 남겼다.


쪼개진 번개가 푸른빛으로 빗발치는 절경을 지켜보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도 푸르게 물들었다.


그들은 이월의 신기를 보며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었다.


이월이 세존에게 재앙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자도 있었고, 이월이 세존이라는 재앙을 극복하리라 예감하는 자도 있었다.


곧 뇌단의 불씨는 사라졌지만, 대신 밤하늘에 떠 있던 달빛이 그를 비추었다.


월하추풍검月下抽風劍.


달 아래에서 뽑는 바람의 검.


이후 폭풍처럼 거세게 이어져갈 이월의 삶을, 이날 달빛은 조용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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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천수살법 이천 2 23.08.29 42 3 16쪽
82 천수살법 이천 1 +2 23.08.28 47 3 15쪽
81 이가살수문 2 +1 23.08.25 44 1 12쪽
80 이가살수문 1 23.08.24 43 2 13쪽
79 재정비, 그리고 신무림으로 23.08.23 55 2 16쪽
78 당산봉 전투 4 23.08.22 44 1 12쪽
77 당산봉 전투 3 +2 23.08.21 54 2 14쪽
76 당산봉 전투 2 23.08.18 48 2 15쪽
75 당산봉 전투 1 23.08.17 51 1 15쪽
74 항쟁의 두 번째 여명 23.08.16 50 3 13쪽
» 뇌단법과 호걸들 7 - 무존 강하나 2 +1 23.08.15 56 3 11쪽
72 뇌단법과 호걸들 6 - 무존 강하나 1 23.08.14 52 3 13쪽
71 뇌단법과 호걸들 5 - 천공광 소유 23.08.11 82 3 13쪽
70 뇌단법과 호걸들 4 - 산명조 단호 23.08.10 54 1 12쪽
69 뇌단법과 호걸들 3 - 불괴신 옥근 23.08.09 59 3 12쪽
68 뇌단법과 호걸들 2 23.08.08 62 2 14쪽
67 뇌단법과 호걸들 1 +2 23.08.07 62 4 12쪽
66 노요한과 사람들 3 +1 23.08.04 64 4 12쪽
65 노요한과 사람들 2 +1 23.08.03 70 5 12쪽
64 노요한과 사람들 1 +2 23.08.02 64 4 12쪽
63 무존과 세존 3 23.08.01 71 4 11쪽
62 무존과 세존 2 +2 23.07.31 58 3 13쪽
61 무존과 세존 1 23.07.28 60 4 12쪽
60 교환 +1 23.07.27 70 2 14쪽
59 광변발도공 영힐 2 23.07.26 57 3 11쪽
58 광변발도공 영힐 1 23.07.25 6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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