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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님의 서재입니다.

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연재수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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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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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글자수 :
671,804

작성
23.08.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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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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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뇌단법과 호걸들 1

DUMMY

"비, 빈말로 하는 말은 아니에요."


송하가 나서서 나를 거들었다.


"대협에게는 세존을 이길 수단이 있어요."


송하가 가방을 뒤져 부처 불佛이 적힌 진명지를 수희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수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 부처···."


"이 정도면 제석천에 충분히 맞설 수 있지 않나요?"


나는 말했다.


"물론 이걸 항상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건 노요한과 싸울 때까지 아껴놓을 거예요.


그렇지만 아버지는 이런 것에 기대지 않고 제힘만으로 이기고 싶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1인분이에요."


"그렇군요."


수희가 헛기침했다.


"확실히, 여래의 진명이라면 요한에게 맞설 수 있을지도 모르죠."


수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가의 햇볕이 탁자를 비추었다.


"알겠어요. 당신을 도와줄게요.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나요?"


"어떤 부탁이죠?"


"나중에 이천이랑 요한과 만나게 되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물어봐 줄 수 있나요?"


"두 사람의 행적이 궁금하신가요?"


"네, 10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사이이다 보니···."


"알겠습니다."


내 대답에 수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층 진정된 표정이었다.


"그럼, 우선 밖으로 나가서 뇌단부터 써볼까요?"


그녀 말대로 다 같이 마당으로 나갔다.


봉낙뢰처封落雷處의 진명을 가진 발판 앞에 섰다.


수희가 말하길, 낙뢰처의 봉인을 풀면 이 일대의 벼락이 모두 이곳으로 모이게 되는데, 그러면 마을에 민폐가 되니까 평소에는 봉할 봉封을 붙여 봉해둔다고 하였다.


수희는 품에서 도장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열고 발판에 도장을 찍었다.


"멸아심약운명재성."


그녀는 작명공의 주문을 외우고서, 다시 도장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푸르게 빛나는 글자가 도장에 붙어 나왔는데, 확인해 보니 봉할 봉封이었다.


수희는 그 상태로 뚜껑을 닫고 다시 도장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내가 말했다.


"역시 작명공을 배우셨군요."


"병급 정도밖에 안 되지만요."


"저, 저도 병급이에요."


송하가 끼어들어 말했다.


"그래요?"


그러자 수희가 반가운 듯이 웃었다.


"그럼 친하게 지내야겠네요? 작명사끼리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건 엄청나게 어렵거든요."


"앗, 네."


수희와 송하가 악수했다.


어쨌든 이걸로 낙뢰처의 봉인은 풀렸고, 뇌단의 시연이 가능하게 되었다.


나는 발판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낙뢰처는 주변에서 벼락이 칠 때만 사용이 가능할 텐데, 지금은 구름 하나 없이 맑은 날씨였다.


그렇다고 내가 번개를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수희가 나를 도와줘야 했다.


"제가 번개를 내려드릴게요."


수희가 두 손을 원형으로 돌리며 내공을 모았다.


그녀의 몸에서 푸른색의 정순한 기가 흘러나왔다.


뇌단의 진식眞式, 벼락이라는 재앙의 구현.


하늘이 어두워지고, 내 머리 위로 서서히 먹구름이 모이기 시작했다.


"준비하세요. 다른 분들은 마당 밖으로 물러나시고요."


수희는 먹구름을 모으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마당 밖으로 나갔다.


나는 검지에 입김을 불어 2호검 범람을 뽑았다.


그것을 본 수희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뇌단과 비람의 조합으로 그런 걸 만들었군요. 왜 뇌단을 쓴다면서 검을 안 들고 다니나 했네요."


먹구름은 나선을 그렸고, 구름에서 구름으로 번개가 쳤다.


곧 지상으로 벼락이 떨어질 징조가 보였다.


언제 떨어질지 수희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다.


그날 언덕에서도 나는 하늘에 때를 묻지 않았다.


본디 하늘은 말이 없기에.


'온다!'


벼락이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치켜든 범람을 휘둘렀다.


뇌단법 1식 뇌단.


범람의 궤적과 벼락의 궤적이 만났다.


범람은 벼락을 갈랐고, 벼락은 수 갈래로 나누어져 지상으로 흩어졌다.


나누어진 벼락이 엄청난 빛과 함께 사방으로 빗발치는데, 송하가 팔을 들며 까무러쳤다.


벼락은 마당 밖으로는 새어 나가지 않았으며, 경계에만 머물다가 사라졌다.


마당 외곽에 설치된 묵음방전默音放電의 진명을 가진 벽돌이 전기의 누출을 막아준 것이다.


먹구름은 걷히고 다시 원래의 푸른 하늘로 돌아왔다.


수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실식은 확실히 완성되어 있네요."


송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마당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굉장하네요. 특별한 도구 없이 진명의 배치만으로 이런 훈련이 가능하다니···."


"후후, 자, 이제 비람도 보여주시죠."


수희는 나를 비람의 집 마당으로 데려갔다.


이곳에도 뇌단의 집과 비슷한 발판이 있었는데, 수희가 도장으로 발판의 봉인을 풀자 마당 안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수희가 말하길 이 발판은 주변의 바람을 모으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내가 발판 위에 서자, 일순간 바람이 강하게 불며 몸뚱이가 공중에 떴다.


뇌단법 3식 비람은 강풍 속에서 버티는 초식.


비람은 경공술이고, 공중에 오랫동안 뜰 수 있다.


나는 비람을 발휘하여 제자리에서 버텼다.


바람의 방향이 이리저리 바뀌었는데, 비람을 처음 배울 적의 기억을 떠올리며 열심히 제 자리를 지켰다.


그렇지만 완전히 자리를 사수하긴 어려웠다.


나는 비람의 지속력을 속력으로 바꾸어 무인 풍양보를 연공했던 바가 있다.


즉, 풍양보에 너무 익숙해져서 되려 비람의 사용이 불편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풍비나선을 이용해서 풍향 자체를 조절하려 시도했다.


잠시 후, 수희가 다시 바람을 봉인하고 나는 바닥에 착지했다.


"비람은 좀 애매하네요. 중간에 파생 무공으로 풍향을 바꾸려고 했죠?"


"네, 맞습니다."


"오직 비람 실식만으로 극복해야 해요. 물론 진식을 익히면 풍향 자체를 자유자재로 조절해서 공중에 뜨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진식을 익히기 위해선 반드시 실식이 선행되어야 해요."


하긴, 내가 다룰 수 있는 바람의 양에는 한계가 있긴 했다.


풍양보는 한순간만 빠르게 움직일 뿐 속도를 지속하는 건 무리였고, 풍비나선도 바람을 모으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화력도 그리 크지 않았다.


진식을 익히면 그런 제한이 풀리고 다룰 수 있는 바람의 양이 무궁무진하게 된다는 소리였다.


풍지박산의 재앙을 내 손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건 몰랐네요."


나는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만 했으니까.


실식만 가르치라는 노요한의 가르침을 지킨 것일까.


나를 구성하는 두 개의 초식, 뇌단과 비람.


수희의 말이 사실이라면, 뇌단을 완전히 익히면 내 힘으로 번개를 부르고, 그 번개를 내 힘으로 자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마른하늘에서 먹구름과 번개를 부르는 건 그야말로 까마득한 일이었다.


뇌단의 실식을 배우는 데에 1년이 걸렸으니, 진식을 배우는 것도 1년은 걸릴 것 같은데, 이래서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뇌단법을 빠르게 배울 방법에는 2가지가 있어요."


그런 내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건지 수희가 말했다.


"그 2개 방법을 동시에 수행하면 훨씬 빠르게 익힐 수 있어요."


"얼마나 빠르게요?"


"10일에서 20일."


"1, 10일이요?"


무척이나 파격적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일단 첫 번째 방법부터 알려드릴게요. 이건 당시에도 썼던 방법이에요."


수희가 허공에 대고 글자를 쓰는 시늉을 했다.


"진명에 배울 학學이나 익힐 습習을 붙이고, 그 앞에 우레 뇌雷나 번개 전電 같은 걸 붙이면 돼요."


"아아, 그러면 뇌단을 더 빨리 익히는 거네요."


"맞아요. 다른 초식들도 마찬가지예요. 2식 쇄강을 배울 때는 굳셀 강强을 붙이고, 비람을 배울 때는 바람 풍風을 붙이면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거죠."


"아하."


"그럼."


송하가 말했다.


"그런 진명을 구, 구해야겠네요."


"그렇죠. 작정하면 하루 이틀 만에 다 모을 수 있을 거예요."


"하루 이틀···."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한다고 10년이 걸릴 걸 10일로 줄일 수 있나요?"


"그건 아니에요. 진식까지 모두 익힌다고 생각하면 거의 20년인데, 20년 걸릴 걸 10년 정도로 줄이는 게 고작이죠."


"네? 그럼···."


"2개 있다고 했잖아요? 방법."


수희는 품을 뒤지더니 작은 상자를 꺼냈다.


"2번째 방법은 1번째 방법보다 훨씬 빠르지만, 훨씬 위험해요.


이건 당신의 인생을 걸어야 하는 방법이에요. 할 수 있겠나요?"


수희가 상자를 여니 푸르고 영롱하게 빛나는 단약이 하나 나왔다.


"이 단약은 축시단縮時團이라고 해서, 뇌단법을 빠르게 익히기 위해 단약사 민영과 함께 연구해서 만든 단약이에요.


이걸 먹으면 10식 역로의 반대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노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는 거죠. 대략 하루에 1년 정도로요."


"하루에 1년이라고요?"


아무리 나라도 그 말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역로에는 결점이 있다고 했죠? 노화를 멈추면 무공의 성장도 멈춘다고요. 이건 그걸 역으로 이용한 단약이에요. 노화를 빠르게 해서 성장 속도도 빠르게 하는 거죠.


이 단약의 장점은 한 번만 먹어도 언제 어디서든 뇌단법을 포함한 모든 무공을 순식간에 익힐 수 있다는 거죠.


단점은 순식간에 노화가 진행되고, 죽을 때까지 약효가 지속되어서 100일도 못 버티고 죽는다는 것."


"그럼 그걸 먹는 순간 제 수명은 앞으로 80, 90일 정도가 한계라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니에요. 10식 역로를 익혀서 체내 시간을 365분의 1 정도로 느리게 조절하면 남들과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런 다음엔 가끔 새로 무공을 익혀야 할 때만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면 돼요."


"다행이네요. 저는 뇌단법만 익힐 수 있으면 충분해요."


"네, 저도 뇌단법의 학습에만 사용하도록 권장해 드리고 싶어요. 아무런 추억도 못 쌓고 10대, 20대를 허무하게 보내 버리는 건 싫잖아요?"


"그렇죠."


"무조건 첫날에 역로의 실식을 먼저 익히세요. 역로로 체내 시간을 조절하지 않으면 잘 때도 시간이 빠르게 흘러요."


"명심할게요."


"그렇게 해도 최소 10살 정도 먹을 건 각오해야 해요."


"문제없어요. 안 그래도 평소에 꼬마라는 말을 듣는 게 싫었거든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볼게요. 뇌단법을 배우는 것만으로 10년을 통째로 날려 버릴 텐데 괜찮겠어요?"


"괜찮아요. 그냥 먹게 해주세요."


나는 재촉하듯이 손을 내밀고, 수희가 내게 축시단을 넘겨주었다.


"어떡할래요? 진명을 먼저 구해온 다음에 시작할래요?"


"아니요, 지금 바로 시작할게요. 언제 습격받을지 몰라요."


나는 단약을 내려다보았다.


지금부터 나는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살아가게 된다.


나는 루아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이런 때에도 아무 말 없이 무덤덤하게 있었다.


너는 언제나 그랬지.


거의 항상 남의 말에만 묻어가니까.


차라리 제멋대로 떠벌리는 게 보기에는 좋았다.


무존과 아난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내가 궁금해한다고 말했을 때처럼 말이다.


루아, 나보다 한 살 많지만, 귀염성도 붙임성도 없는 여자.


누가 그런 그녀를 돌봐주겠는가.


누가 그런 그녀를 웃게 하겠는가.


바로 나다.


최서용, 진림, 천추경 같은 어른들.


그런 호걸들은 이제 없다.


그러니 내가 그들의 뒤를 이어야겠지.


그녀를 즐겁게 하는 유쾌한 어른이 되어야겠지.


그녀를 지키는 강한 호걸이 되어야겠지.


"루아!"


나는 대뜸 소리쳤다.


"나, 멋진 어른이 되어서 올게."


그리고 축시단을 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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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동맹 23.08.31 37 1 13쪽
84 천수살법 이천 3 23.08.30 41 1 18쪽
83 천수살법 이천 2 23.08.29 42 3 16쪽
82 천수살법 이천 1 +2 23.08.28 47 3 15쪽
81 이가살수문 2 +1 23.08.25 44 1 12쪽
80 이가살수문 1 23.08.24 43 2 13쪽
79 재정비, 그리고 신무림으로 23.08.23 55 2 16쪽
78 당산봉 전투 4 23.08.22 44 1 12쪽
77 당산봉 전투 3 +2 23.08.21 54 2 14쪽
76 당산봉 전투 2 23.08.18 48 2 15쪽
75 당산봉 전투 1 23.08.17 50 1 15쪽
74 항쟁의 두 번째 여명 23.08.16 50 3 13쪽
73 뇌단법과 호걸들 7 - 무존 강하나 2 +1 23.08.15 55 3 11쪽
72 뇌단법과 호걸들 6 - 무존 강하나 1 23.08.14 51 3 13쪽
71 뇌단법과 호걸들 5 - 천공광 소유 23.08.11 82 3 13쪽
70 뇌단법과 호걸들 4 - 산명조 단호 23.08.10 54 1 12쪽
69 뇌단법과 호걸들 3 - 불괴신 옥근 23.08.09 58 3 12쪽
68 뇌단법과 호걸들 2 23.08.08 62 2 14쪽
» 뇌단법과 호걸들 1 +2 23.08.07 62 4 12쪽
66 노요한과 사람들 3 +1 23.08.04 64 4 12쪽
65 노요한과 사람들 2 +1 23.08.03 70 5 12쪽
64 노요한과 사람들 1 +2 23.08.02 64 4 12쪽
63 무존과 세존 3 23.08.01 71 4 11쪽
62 무존과 세존 2 +2 23.07.31 58 3 13쪽
61 무존과 세존 1 23.07.28 60 4 12쪽
60 교환 +1 23.07.27 70 2 14쪽
59 광변발도공 영힐 2 23.07.26 57 3 11쪽
58 광변발도공 영힐 1 23.07.25 6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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