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책을 참 많이 읽었죠. 병사일 경우 정말 책 읽는 거 빼고 개인정비시간에 할 일이 없으니까요.
그 중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작품들이 몇 가지 있는데, 고전과 친하지 않았던 제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
2차대전도 아닌, 100년 전 1차대전 묘사가 정말 놀랍도록 현실적이고, 적당히 스릴도 있어서 바쁜 일과 중에도 불구하고 3~4일 만에 다 읽은 기억이 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슬프고 화가 난다고 해야되나... 징병 군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학도병 파울 보이머에게 감정 이입이 더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비슷하게 극사실적이고, 암울하면서도, 감동적인 작품을 써보려고 했는데 역시 레마르크같은 뭔가 엄청난 경험이 없어서 좋은 글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고전같은 글을 한 번 써보는 게 그 이후로 제 작은 목표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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