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판타지] SF판타지, 테라의 눈물 홍보합니다.
A.D. 2711년
우주로의 진출에 번번히 실패하던 인류에게 타 은하계의 지적 생명체가 찾아온다.
멸망의 위기에 처해있던 그들이 내밀어 온 손, 인류는 그 손을 잡는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지는 두 종족간의 교류.
하지만 그것은 그저 전쟁 전의 고요였을 뿐이다.
머나먼 미래, 과학 기술이 발달한 지구인들과 외계문명의 격돌. 갓 플래져 자원의 숨겨진 비밀. 그리고 그 속에서 역류하는 인류 내부의 갈등
시발점마저 퇴색된 긴 전쟁 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다들 네가 잘했다고 생각한다. 네가 없었다면 이번 전투에서 안타레스는 격침당할 수도 있었어. 네가 우리 모두를 구한 영웅이라고!"
"나는…영웅…입니까."
미겔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프로이츠 대위가 어깨를 움찔 거렸다. 미겔의 눈동자는 망가져 있었다. 아니, 그 속의 세계는 무너져 있었다. 자신의 세계가 무너져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 프로이츠 대위가 이를 갈았다. 미겔이 천천히 말했다.
"…카탈리아의 비극이라는 거… 정말로 실존했던 일일까요."
프로이츠 대위가 미겔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카탈리아의 비극은 퓨처라이트 놈들이 지어낸 허구의 사건이라고! 그놈들은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그런 허구의 사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
미겔이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려 자신들의 옆을 지나가는 수많은 정비관들과 승무원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이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기쁘지 않았다. 미겔이 프로이츠 대위를 향해 말했다.
"…허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만… 녀석들은 필사적이었어요. 허구라면 그렇게 필사적일리가 없습니다."
"…."
프로이츠 대위가 미겔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미겔의 머릿속에 아까 전 전투의 환청이 들려왔다. 자신이 죽였던, 한 영혼의 외침이 그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고통스럽다. 그가 느꼈던 고통까지 자신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 카탈리아의 비극으로 나는 모든 가족을 잃었다! 네놈이 그 고통을 알고 있기는 하느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마저도! 지켜줄 수 없었던 그 무력함을 상상이나 할 수 있냐는 말이다!
미겔이 고개를 흔들었다. 칼 프로이츠 대위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겔이 말했다.
"녀석들 중 하나가 말했습니다. 모든 가족을 카탈리아의 비극으로 잃었다고."
"…."
"그 고통을 알고 있냐고. 그 무력함을 상상이나 할 수 있냐고."
"…소위."
미겔이 프로이츠 대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미겔의 눈빛과 표정을 본 프로이츠 대위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썩어가는 시체에서 풍기는 썩은 내, 그 냄새가 미겔의 영혼에서 묻어나고 있었다. 이미 죽어버린 세계 속에서 베어버린 그 냄새가. 미겔이 조금 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가 프로이츠 대위를 앞서 나가며 말했다.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너무나 아프다고… 이제는 그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프로이츠 대위가 주먹을 꾹 쥐었다. 이제야 눈치 챌 수 있었다. 테라의 눈물로 가족이나 지인을 잃은 사람은 많다. 미겔도 그 중 한 명 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죽어간 사람들의 묘비를 가슴 속에 품으며 살아간다. 그 원인인 퓨처라이트를 증오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묘비는 밑판까지 산산이 부서져 추락한다. 칼 프로이츠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랬었기 때문에.
http://blog.munpia.com/sih6279/novel/2897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