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승에서 지은 죄와 모든 진실을 낱낱이 말해보거라…”
“....”
“아, 이 친구야..네 죄를 들어봐야 이승으로 돌려보낼지 그대로 불구덩이 행일지 알 것 아니냐.. 어째 강호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으려 드는 것이야? 무림으로 돌아가야 할 것 아니냐고..”
“....”
“어허, 도통 말이 안 통하는 친구일세..”
“..여기저기 아낙네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여 그 마음을 애태운 것 또한 죄라면 죄이니..”
“개떡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냥 이 염라의 권한으로 연옥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트려 줘?”
도통 제 말을 들어 먹지 않는 사내의 태도에 심기가 불편했다.
의도치 않은 죽음 인지라 적당히 돌려보내려고 하는 것인데..
어째 무림에서 정점을 찍은 강호가 이리 망부석 같이 꽉 막혔단 말인가.
새삼 이승, 특히 무림 쪽도 영 여기만큼 흥이 나지 않는 곳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한참을 눈 씨름 중에야 사내가 입을 여는 듯 했다.
영혼의 반쪽을 떼어 7월7석 밤에 깨트리다. (上)
청량한 별빛이 이슬을 머금고 아낙네의 고운 옷 자락 같은 하늘을 수놓은 7월7석 날.
한 집안에선 건장한 사내아이 둘이 태어났다.
그들은 똑같은 모습을 한 일란성 쌍둥이였으며
예로부터 일란성 쌍둥이는 재앙을 몰고 온다 하였다.
결국 어른들의 제멋대로 인 이기심으로 운명이 정해졌으니
형인 청월(淸月)은 집안의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받고
아우인 월영(月影)은 재앙이라 여겨 16살이 되는 해
다시금 맞게 될 7월7석 밤에 이승과 이별을 해야 하니,
그 운명.. 기구하기 짝이 없다.
청월, 어린나이에 학문을 깨치고 능하다 하는 훈장들도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 하여 모두에게 촉망받는 인재였다. 무예 또한 그 또래에서는 상대할자 없었으니 장원급제는 따놓은 당상이다. 행실이 바르고 올곧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항상 5월의 목련과도 같은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는 사내, 붉은 빛을 띠는 귀면 탈을 특히 좋아하여 가끔은 자신의 아우를 놀려주기 위해 탈을 쓰곤 했다.
그 모습이 정겨워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으니 그 또한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그러한 사내의 아우는 어릴 적부터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아 들판의 널리고 널린 잡초처럼 제멋대로 자랐고 그런 아우를 감싸며 학문을 가르친 사내는 어느 서당 방 훈장보다 능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어찌나 술을 좋아하는지 호패를 받기도 전에 술이라도 사준다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그래도 그 아우, 무예 만큼은 제 형님을 넘어서 여느 이류무인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 하니 가히 인재라면 인재다. 게다가 그 망나니 같은 아우도 사내의 말은 부모 말보다 잘 들어 그 또한 신기할 따름이다.
“ 월영, 그거 알아? 똑같은 모습을 한 쌍생은 하나의 영혼을 둘로 나눠 가졌대.”
이것 또한 사내가 입버릇처럼 했던 말.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나 의미마저 퇴색된 듯 하나 마음 한구석에 뿌리 깊게 박히는 듯 했다.
그 날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는지, 아니면 하늘이 노했는지 그칠 줄 모르고 장대비가 쏟아 내렸으며 어리석은 자신을 호통치는 듯 섬광이 하늘을 가르며 우악스러운 소리를 자아냈다. 이미 숨이 턱까지 차있어 그 거친 숨결과 함께 금방이라도 울분을 토해낼 듯 입을 벙긋 거리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 그의 흠하나 없는 매끄러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은 눈물인지 아니면 빗물인지 구별조차 되지 않았으나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어느 발자취를 따라 그렇게 필사적으로 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이미 반쯤 정신 나가 있었고 그가 그렇게 달리고 달려 다다른 곳은 마을에 위치한 산기슭 뒤편이었다.
붉게 물들여진 짚단에 쌓여 자신의 발 아래에 놓인 인형..
그 모습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는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렸고 주체하지 못해 곧 빗방울을 떨어트렸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죄 많은 저를 데려가지 않으시고 어찌 그를 먼저 거둬가시나….
“ 네가 뭐라고 먼저 가는 거냐….”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무참히 짓밟힌 흔적과 그 여린 살은 난도질 당해 꺾여버린 어린 날의 날갯짓, 애써 아랫입술을 곱씹으며 참아왔던 울분이 터져 나왔으나 우악스러운 우렛소리에 묻혀 다시금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될 뿐이다. 그의 얼굴에 씌어진 귀면 탈은 조각이 나있어 그 사이로 자신과 똑같은 안면이 보였고 붉은 귀면 탈은 피를 머금어 그 붉은 빛을 더욱 자아냈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던 대답이 나오는 순간..
왠지 의도했던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 영혼의 반쪽을 떼어 7월7석 밤에 깨트려 그 파편을 이 가면 아래에 묻었다. 하는 것도 죄라면 죄이고 더욱 원초적인 죄를 물으신다면 나머지 반쪽을 품고 살아가는 자의 존재 자체가 죄이니, 그 이상을 물어보신다면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 이 미천한 자는 모르겠습니다.”
염라를 바라보는 깊은 고동빛 눈동자는 그 이상의 비밀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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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들어가서 엔터작업..
습작중 하나인데 무협장르는 이번이 처음이라.. 글실력 문맥 등등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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