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글을 쓰기에 앞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항상 반응 있는 글만 쓰다가 지금은 심해 속 깊은 곳에 있는 글을 연재 하고 있다 보니 여유가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인사를 드리는 이유는 개연성에 대해 같이 고민을 해 볼까 하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한창 뭣 모르는 시절 전 골드베스트 1위에 감당하지 못할 큰 인기를 끌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밥 먹었자나요.’ 가 왜 한글에서 빨간색이 뜨고 뭐가 틀린지도 모르는 햇병아리 시절이었습니다.
당연히 아시겠지만 올바른 말은 ‘밥 먹었잖아요.’입니다.
뭐 오타는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는 하지만 그리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으니 넘어가고 오늘은 개연성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작가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단어입니다.
초보 작가에게 있어 항상 발목을 잡는 악마 같은 놈입니다.
특히 경험이 받혀주지 않은 상태에서의 상위권 입성을 하게 된 작가를 추락할 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입니다.
저 역시 개연성에 발목에 잡혀 한 순간에 글이 무너져 버렸죠.
물론, 악성 댓글과 동료 작가들의 비방까지 더해져 제 멘탈을 흔드는데 일조를 하긴 했습니다.
아직도 그 분은 작가 생활을 하며 이곳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더군요.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요즘 흥미롭게 보는 소설 몇 편이 있고 그 중에 한 소설이 그때와 저와 약간은 비슷한 뉘앙스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때 저를 비방했던 작가님께서 개연성에 대한 지적을 하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저번에 이런 말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장르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장도 아니고, 개연성도 아니고 재미이다.
하지만 문장은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늘어나지만 개연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개연성-꼭 단정(斷定)할 수는 없으나 대개 그러리라고 생각되는 성질(性質) ②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可能性)
세상을 실제로 살다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일이 많이 생겨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소설은 말이 되게 글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말이 되게 글을 쓰는 방법은 어쩌면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아주 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해 주는 존재가 독자님들이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꽤 그럴싸하게 짜인 거짓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란 그 거짓말을 통해서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세계가 실제인 것 마냥 포장을 해서 독자들을 속여야 합니다.
그런데 댓글에 개연성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 거짓말이 그럴싸하지 못했다는 뜻과 일맥상통 할 겁니다.
그리고 저도 물론이고 수많은 작가님들이 실수를 하시는 부분이 캐릭터에 대한 개연성입니다.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는 캐릭터에게 독자들은 매력을 느꼈는데, 다음화가 되자 뜬금없이 나 이제 사투리 안 쓸 거다. 라고 말하고
조폭 출신의 조연 캐릭터가 있는데 위기의 순간에 갑자기 난 더 이상 주먹을 쓰지 않겠다. 라고 말하고, 독자 입장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면 살짝 환장을 하겠죠.
하지만 그 상황이 나오기 전에 어느 정도 암시가 나오면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는 있습니다.
사투리를 쓰다가 망신을 당했다거나, 주먹을 잘못 놀려 가까운 지인이 다쳤다거나 해서 말입니다.
단, 한 문장이라도 이렇게 암시를 해 놓으면 개연성에 발목이 잡히지 않는데, 반전을 주기 위해 또는 잊어버리고 그냥 지나쳤다가 나중에 이런 실수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영화는 영상을 통해 보이는 부분을 통해 독자들이 뒤의 상황을 유추 하지만, 소설은 주인공의 생각 또는 조연의 생각까지 볼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에서 반전을 주기가 더 힘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부분을 오픈 한 상태에서 반전을 줘야 하고, 너무 많은 반전을 주면 또 독자님들이 삐집?니다.
나름대로 앞으로 이야기는 이렇게 될 거야. 라고 짐작을 하고 있는데 자꾸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내용을 가면 독자는 화가 납니다.
한번이야 웃으며 넘어가지만 두 번째는 마술을 보며 트릭을 밝혀 내겠다고야 말겠다는 눈빛으로 개연성의 허점을 찾게 됩니다.
“그래? 네가 이런 식으로 나왔다 이거지. 내 예상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겠어.” 라고 말입니다.
반전도 아주 큰 재미요소이기는 하지만, 앞의 글을 읽고 자신의 예상이 맞았을 때 오는 카타르시스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라는 거죠.
물론 그렇게만 쓰면 뻔한 글이 되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부분을 염두 하시면 1만이었던 조회수가 하루아침에 5천으로 떨어지는 불상사는 예방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요즘 연재되고 있는 글들을 보니 다들 단문형의 문장을 많이 쓰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선배작가님께서 이런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읽기 쉽게 하려고 계속 단문형만 고집하는 것보다는 중간 중간에 장문의 지문이 있는 것도 기술이다. 라고 말입니다.
단문형이 읽기 쉽고 가독성이 좋지만, 계속 단문형만 읽으면 오히려 재미가 반감되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제가 한창 단문형에 빠져 무의식속에서 무조건 단문형으로만 글을 쓰려고 했던 적이 있어서 해주신 조언이었습니다.
직장인에게 주말은 꿀 같은 휴식이겠지만, 매일 노는 사람에게는 주말도 그냥 쉬는 날의 연장일 뿐인 거랑 비슷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정리가 안 되네요.
매번 이렇게 혼자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지만 오늘은 또 큰 용기를 내서 지우지 않고 이 곳에 글을 남깁니다.
이제 글을 쓴지 2년이 채 안되지만, 그래도 저의 이 조잡한 글조차 도움이 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용기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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