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어른을 위한 동화가 맞습니다.
어릴 때는 이게 뭔 내용이여?..라고 싶었지만,
머리 굵어지고 난 다음에 보니 참 어른의 인생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묘사해 놓은 것이 느껴집니다.
상인처럼 돈과 셈밖에 모르는 수전노.
왕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이 좌우해야 한다는 권력자.
잘난척하는 남자처럼 자기 밖에 생각 안하는 이기주의자.
지리학자처럼 모든 것을 딱딱하게 바라보는 냉소주의자.
주정뱅이처럼 처음도 끝도 모르는 인생 군상.
그들 중에서 어린왕자가 제일 낫다고 생각한 인물이 가로등 켜는 남자였습니다.
우주가 더 빨리 돌아가는 데도 쉴 시간은 없는 가로등 켜는 남자는 밤낮없이 남을 위해 빛을 밝히고 꺼주는 일을 합니다.
그의 별은 어린 왕자가 지내지 못할 정도로 작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그렇게 불평없이 성실한 인물은 많지 않다는 뜻일 겁니다.
그 밖에도 장미와 여우의 이야기도 삶을 살아가면서 한번씩 겪는 사랑과 인연을 풀어놓은 것들이지요.
또, 독사에 물려 죽어야 고향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다시는 어린이가 될 수 없는 어른의 한탄, 실제 조종사이기도 했던 생택쥐페리의 한탄인지 모릅니다.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인데, 어째서 명작인가 절실히 느낄 수 있게 되었죠.
그때나 지금이나 어른들은 변하는 것이 없이 스포츠나 정치나 경제만을 이야기 하고 코끼리를 집어삼킨 보아의 사정은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저도 이미 꺾어진 인생이지요. 히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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