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향'이라는 말에 임자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월향이라는 이름의 은장도'가 되면 많은 분들이 갸웃하실 겁니다.
여기에 '정조를 지키기 위해 자살한 월향이라는 여자의 혼이 씌인 은장도'라는 설정이 붙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건 '퇴마록'에 나오는, 이우혁님이 창조한 세상에 하나 뿐인 검이기 때문입니다. 팬픽이 아닌 이상, 누구도 같은 이름의 같은 설정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타뷸라 라사(Tabula Rasa)라는 말에 임자가 있는 건 아닙니다. 같은 이름의 게임도 있고, 미드인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에도 같은 제목을 단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하지만 '타뷸라 라사라는 이름의 최면술'이 되면 의미는 조금 축소됩니다.
여기에 '사람의 일정 기억부분을 봉인하는 최면술의 일종'이라는 설정이 붙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 것은 제가 창조한, 세상에 하나 뿐인 최면술의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글에 있는 설정입니다 라는 언급이 없이는, 개념이 바로 박힌 분이라면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100% 우연의 일치로 모르고 썼다면 모르겠습니다만, 뻔히 제 글을 읽는 분이 모르고 쓰셨을 리는 없겠지요.
독자 한 분이 계십니다.
부끄럽지만 출판이라는 과정을 거쳐 세상에 소개된 낙신부때부터 제 글을 읽어주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이분, 얼마 전에는 제 글을 등장인물만 바꿔서 자기 글인 양 엉뚱한 곳에다 올리시더니 이번엔 제 글에 나오는 설정을 가지고 자기 글을 쓰시고 계시는군요.
별 것도 아닌 글의 별 것도 아닌 설정 하나 가져다 쓰는 걸로 까칠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제 설정 가져다 쓰는 글에 영문 모르고 달리는 댓글과 리플들을 보니 속이 쓰린 것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제가 속이 좁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저보다 열 살 이상 어리신 분이라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이거 따끔하게 한 번 말씀을 드려야 하는 것일까요. 여러가지로 심사 복잡한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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