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기에 필력이라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좌우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나는 '글을 쓰는 능력'. 영어로 표현하자면 write.
다른 하나는 '글을 구상하는 능력'. 영어로는 'Desgin'.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의 구조를 잘 설계하는 능력'. 영어로는 'Structure'.
첫 번째는 말 그대로, 쓰는 것을 좌우하는 겁니다. 묘사,서사, 적절한 수식어 사용, 표현 등의 것이죠.
두번째는 글을 구상하는 겁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배치하고 그에 알맞은 전개를 구려나가는 것입니다.
마지막 것은 글의 짜임새입니다. 글의 구조를 형상화했을 때 기반 위에 올려진 글이 얼마나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지, 전체의 연계가 얼마나 완벽히 이루어졌는지 말입니다.
첫 번째는 알아보기 쉽습니다. 문장 하나나 대사 몇 가지만 보기만 하면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로 사람들이 '글을 잘 쓰느냐'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 중에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요소입니다.
두번째는 글을 어느 정도 읽어보면 자연스레 판단이 될 수 있습니다. 스토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 혹은 얼마나 끌리는가? 뭐 그런 식으로 분별할 수 있지요.
짜임새는 알아보기가 꽤 힘이 듭니다만, 읽어 보았을 때 막힘 없이 술술 풀어지고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글이라면 여기에 해당이 되지요.
설계와 짜임새가 동일하다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분명 두 가지는 세세하게 살펴보면 다릅니다. 구상하는 것은 설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을 충실하게 구현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니까요. 구조를 형상화하는 것은 아무래도 앞의 두 요소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커트라인을 넘어야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글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입니다. 하지만 글을 '잘 쓴다'라는 것은 단지 하나만 충족해서 되는 건 아니죠.
겉보기에 글 쓰는 스타일이 화려하고 기본적인 기반이 잡혀 있다고 해서 '잘 쓴다'라고 말할 수 있냐면, 전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하겠습니다. 글은 토막낸 생선이 아닙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죽 이어져 있는 것이 글이죠. 문장을 충실하게 구사하는 것이나 화려한 수식어를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기교있는 글쟁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면 전 가장 윗항목은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도 나머지 두 개의 항목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저을 것 같습니다. 문장이나 한 가지 단락을 구사하는 것은 어느 정도 나쁘지 않은 수준까지는 도달했지만, 전체적인 틀을 짜는 것과 글의 줄기를 구상하는 것에선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는 글을 못 써'라는 표현을 하기 위한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요소를 고려하면서 조금씩 갈고 닦아나간다면, 천부적인 재능이 없더라도, 자신에게 능력이 없더라도 천천히 계단을 밟아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루 글을 쓰면 그 만큼의 성장은 됩니다. 적어도 제가 여태까지 써 왔던 기간, 대충 10년은 되고 연재라고 시작했던 5년 간의 시간동안 겪어온 체험을 통해서 말씀드리지만, 쓰면 쓸 수록 글은 늡니다.
그것이 어느 부분에 편중된 성장이 될 수도 있지만, 분명 성장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고려하면서 성장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p.s 일단 첫번째는 한두 명의 반응으로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많은 사람들의 눈을 통해 파악될 수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제 글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글쟁이라면 평생 멀었다고 생각하고 죽 나아가야 하는 법이지만 말입니다.
Commen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