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작품을 평가할 때 필력이 뛰어나다 혹은 필력이 XX이다라고들 이야기 합니다. 이 필력이란 단어가 무척이나 추상적이어서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임에도 필력의 개념이 명확하게 이거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글을 쓰며 늘 고민합니다. 그저 개연성이 튼튼하도록 철저한 사전 설정을 잡는 것이 필력이 뛰어난 것일까 아니면 문장이 수려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문장 한 문장 되새기도록 만드는 것이 필력이 좋은 걸까 하고 말입니다.
한담에서 추천 글을 읽으며 필력이 뛰어나다는 (글쓴이가 그리 느끼는) 작품을 쫓아가 읽어 봅니다. 과연 그 글 쓴 분은 어디에서 필력이 좋음을 느끼는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무척이나 주관적이었습니다. 그저 재미있을 뿐인 글도 있었고, 문장이 수려한 글도 있었고, 잘 짜여진 구성으로 몰입감이 장난 아닌 글도 있었습니다.
결국 백인백색이라고 독자마다 각자 느끼는 탁월한 필력에 대한 평가 기준이 제각각이었다는 말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글을 쓴지 5년째인, 이제 막 초보티를 벗어난 글쟁이입니다. 아직 저만의 색깔도 찾지 못 했고, 특유의 분위기도 만들지 못 합니다. 이는 제 습작 과정의 특이함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SF로 시작해 판타지, 대체역사, 퓨전, 팬픽, 19금, 현대물까지 쓸 때마다 장르를 바꿔 가며 새롭게 도전을 거듭했습니다. 아직도 로맨스물과 공포/추리물 등의 장르가 미답인 상태로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이 분야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저만의 색깔을 만들 기회가 없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늘 필력에 대한 고민은 멈추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은 글을 쓰면 쓸수록 더욱 심해져만 갑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추구했던 바는 제가 쓰고자 하는 바를 가장 정확히 나타내 주는 어휘를 사용해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백 사람이 읽건 천 사람이 읽건 제가 쓴 글을 제가 의도한 바대로 받아들여 느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명확한 문장을 쓰는 것에 치중한 것이죠.
그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글에는 유난히도 코멘트가 적기 때문이지요. 누적 조회 수 6백2십만을 돌파한 링크란 작품도 코멘트가 고작 3천여 개에 불과합니다.
이는 아마도 제 필력이 부족한 탓일 겁니다. 문장이 깔끔하다고 어휘가 정확하다고 독자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니까요. 필력이란 참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필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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