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명품 판타지소설을 추천하려 합니다. RuncibleS님의 <속새나무의 노래>입니다. 문장력, 글의 구성, 세계관, 개연성, 흥미진진한 줄거리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 높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고, 이렇게 좋은 글을 읽고서 추천하지 않으면 작가님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조심스럽게 타자를 쳐 봅니다.
속새나무의 노래는 여러 편의 노래가 각각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9인의 대현자 중 한 명인 알셀라 림이 작은 섬마을에 살고 있던 염소치기 소년인 다히에트 실머리어를 도제로 받아들이면서 첫번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다히에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아마 제 생각에는 불로불사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남다른 ‘공감’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마법을 숨쉬듯 자연스럽게 쓸 수 있지요. 대현자 알셀라는 다히에트의 설명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재능이 위험하다고 판단, 그에게 모종의 금제를 겁니다. 그리고 다히에트는 알셀라 밑에서 여러가지 의미에서 인간의 범주를 좀 많이 벗어난 마법사로 자라나게 되지요.
소설의 초반부부터 볼 수 있는 마법에 대한 독특한 설정과 잘 짜여진 세계관은 제게 “어스시” 시리즈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얘기입니다. 인종, 언어, 사회구조, 그리고 우주적 차원의 시스템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거대한 틀까지 완벽하게 갖춘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인 특색 있는 마법체계는 정말 감탄이 나오게 만듭니다. 아마 여러분이 흔히들 봐 오시는 마법과는 전혀 다른 것을 보시게 될 겁니다. 서클이 어쩌고 마나가 어쩌고 하면서 파이어볼이나 매직 미사일을 던져대며 쿵쾅거리는 그런 소설과는 광년 단위의 거리가 있습니다. 풍부한 상상력과 언어학적인 소양이 없이는 절대로 이런 마법체계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드러나는 세계관의 스케일 또한 놀라웠습니다. 저는 이 세계의 비밀이 들어날 때 트루먼쇼나 매트릭스를 볼 때와 같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다히에트의 유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인 “유일한 전령에 관한 단시”는 느린 호흡으로 전개되어서 초반부터 자극적이고 스피디한 내용 전개를 원하시는 분들은 지루해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보다는 환갑 넘은 노인 마법사들의 음모와 암투에 초점이 맞춰져 있거든요. 하지만 저는 너무나 새로운 마법체계와 서서히 드러나는 충격적인 세계관에 반해서 전혀 지루한 줄 모르고 봤답니다.
그 다음 노래인 “뒤틀린 나무에 대한 서정시”에서 본격적으로 다히에트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여기서부터는 아마 가장 대중적인 취향을 가진 독자라도 부담 없이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속새나무의 노래만의 살짝 음울한 분위기에 젖어, 비인간적인 다히에트의 은근한 개그센스와 리써의 불안한 순정, 스타니민시엣의 여시같은 매력과 마티얼렌의 속보이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걸요. ^^
RuncibleS님은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해서 글을 쓰시는 것 같은데 제가 이 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함부로 평가를 하는 게 작가님께 폐가 될까 걱정됩니다. 사실, 속새나무의 노래가 읽기 쉬운, 친절한 글은 아닌지라 제가 잘못 이해하고 소개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 아무쪼록 RuncibleS님께서 불편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워낙 홍보라든지 조회수, 댓글 수에 연연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추천하기도 조심스럽네요.)
현재 작가님이 다음 노래 준비를 위해 휴재에 들어가셨지만, 50편이 넘는 분량이 쌓여 있고, 4월 14일쯤에 돌아온다고 하셨으니 여유 있게 일독해 보시길 바랍니다. 모든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저와 비슷한 취향의 독자시라면 100% 만족하실 겁니다.
포탈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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