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추천하고 싶은 글은 도버리님의 ‘네르킬차일의 별’입니다. 글의 높은 퀼리티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많은 분들이 아직 읽어 보시지 않은 글입니다. 저도 이 글에 탑승하여 주행을 시작한 것은 겨우 이틀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독자를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쫄깃한 풍미를 가능한 자주 접하기 위해 미천한 힘이나마 보태보고자 추천글을 남겨보려 합니다.
‘네르킬차일의 별’은 오래전에 잊혀진 용의 재래(再來)와 이를 막으려는 주인공 일행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이 작품만의 고유한 설정과 세계관은 짜임새가 있고, 많은 부분에서 독창성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소소한 재미야말로 정통 판타지를 찾는 독자의 참맛이 아닌가 합니다.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시크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필력에는 힘이 있고 아름답습니다.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들 중에 특별히 반짝이는 것을 고른 듯 문장은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시원하고 도도합니다. 그 이끌림은 축구 경기 중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거품처럼 목에 걸리지 않고 술술 넘어가버립니다.
글의 전반에는 차분하면서도 조금은 진지한, 때로는 호흡을 고르듯 절제된 분위기가 흘러갑니다. 카페에 앉아 따사로운 모카 라떼 한잔을 마시듯 달콤한 기분을 맛볼 수는 없지만, 톡 쏘는 시원한 콜라를 냉장고에서 꺼내든 기분은 느낄 수 있습니다.
작품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발걸음을 쫓아 낯선 이계의 풍경을 따라가는 발걸음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평화로운 연애의 풍경 대신 음울한 운명이 자아내는 고난의 질곡이 몰입감을 높여주고, 시크하면서도 매력 있는 인물들이 무겁게 내려앉는 분위기에 다시 정감을 불어넣습니다.
작품에 진지함을 실어주는 것은 작중 인물들이 가진 그들 나름의 무거운 고민, 즉 철학에 담겨 있습니다. 목적을 위해 그 어떤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생명의 가치를 힘보다 낮은 지점에 둘 수 있는가? 안배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가?
작중의 주인공 일행이 짊어진 사명은 천년 전의 용의 시대가 재림하는 것을 막는 무거운 것입니다. 어찌보면 그들은 인류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입장에 놓여 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릴 처지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과 그의 조력자 제롬이 선택한 길은 다소 우직하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고민하며 나아가는 주인공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작품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저의 표현력이 부족하여 이 글이 가진 진정한 매력을 다 소개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분명히 퐌타스틱하면서 엘레강스한 무언가가 있는데.. 저의 재주로 묘사가 안됩니다. 정통 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분들, 시크한 인물들을 찾는 분들, 주행하실 글을 찾으시는 분들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지옥의 포탈입니다! 오픈 더 헬게이트!
모두 기다림의 지옥으로 인도할 게헨나의 문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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