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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마지로의 만려일작(萬慮一作)

이안페이드2: 해삼위발 입찰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견마지로
작품등록일 :
2013.11.15 15:04
최근연재일 :
2013.12.11 22:23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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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90
추천수 :
714
글자수 :
150,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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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0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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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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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6쪽

Chapter. (16) - 1

DUMMY

“아아, 한 많은 오늘이여!”

- 김경천 [경천아일록(擎天兒日錄). P 90]-


16)


일본군은 집요하면서도 세세하게 일을 처리하며 전진했다. 모든 가구(家口)를 밖으로 소개 시킨 뒤 집을 불살랐고, 그 뒤에 이어지는 저항의 경중에 따라 총살부터 구타까지 처벌을 나누어 진행했다. 수많은 이들이 총에 맞아 죽었고, 더 많은 이들이 얻어맞고 신음하며 길가에 내버려졌다. 저항하는 러시아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조선인들이었다. 한 때 블라디보스톡의 서북쪽에 500여 호를 자랑하던 조선인들의 거주구역은 시뻘건 불길이 모든 것을 날름날름 먹어 치웠다. 목불인견의 참상이 일어나고 있었고, 블라디보스톡의 언덕배기에 위치한 조선인부락의 불길은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보였을 터이지만, 누구 하나 다가와서 도움을 주거나 일본군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블라디보스톡의 볼셰비키를 없애겠다는 명분을 두른 후, 일본군이 습격한 이들은 조선인들이었다.


자정에 시작한 작전은 이미 새벽 두 시를 한참 넘은 뒤에도 진행 중이었다. 맨 앞에서 건물의 소각을 담당하던 분견대의 지휘관은 주위를 살피며 혹시라도 있을 저항군에 대비했다. 산지사방 흩어져 달아나는 부녀자들은 안중에 없었다. 저항하는 사내들을 쏴 버리는 것이 우선으로 하달받은 명령이었다. 하지만 이미 저항하는 조선인들이나 볼셰비키는 찾기 힘들었다. 빠른 진격과 진압 덕에 일이 쉽게 끝났다고 지휘관은 자평을 내리는 중이었다.


“정지!”

순간 한 대의 오토바이가 골목 너머, 지휘관의 왼쪽에 나타났다. 칠흑 같은 밤을 라이트도 켜지 않은 채 내달리는 오토바이의 속도는 맹렬하기 그지없었다. 멈추라고 외치며 다가서던 병사 하나가 오토바이의 서슬에 놀라 뒤로 넘어지며 도로를 굴렀다. 지휘관의 표정이 일순간 급변했다.


“쏴라! 탈주자다!”


순식간에 부대원들이 지휘관의 왼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어 거총하고 발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른쪽으로 한 대의 짐마차가 질주를 하고 있다는 것은 몇 초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었고, 지휘관이 다음 단계의 명령을 생각하고 있을 즈음 이미 마차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지경까지 작아진 뒤였다.


“이런 시간에 말을 몰아 본 적 있소?”

마차 뒤에 미스터 리와 함께 타고 있던 조성환이 이안에게 물었다. 고삐를 잡고 있는 이용화는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칫 잘못 몰기라도 하면 일순간에 전복될 것이다. 더군다나 조선인 부락은 블라디보스톡의 북쪽 언덕 위에 있었다. 내리막을 마차로 내려가는 것은 여간한 경력이 있는 마부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안은 이용화가 예전에도 마차를 몰아봤기 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이안은 조성환은 돌아보았다.


“야밤에 암초투성이 해협을 건너 본 적은 있습니다.”


“당신 친구도 걱정 되는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때도 그 친구랑 같이 배를 탔으니까.”

생존자는 딱 둘 뿐이었습니다만. 이안의 입이 근질거렸지만 차마 거기까지 말할 수는 없었다. 코왈스키는 자신의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는 친구였다. 문제는 이 마차였다. 지금 마차는 일본군의 본대(本隊) 중앙을 뚫고 역까지 가는 길을 뚫어야 했다. 이안은 천천히 장전해 놓은 권총들을 확인했다. 죽은 배신자의 모젤 권총과 통역관 리의 브라우닝 권총까지 다 집어온 터였다. 자신의 피스메이커는 마지막을 위한 장비였다. 소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에게 권총 네 자루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마차의 속도와 자신의 사격실력, 그리고 일본군의 오판만을 기대할 뿐이었다.


“이안!”

이용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안은 천천히 열 발이 가득 찬 모젤권총과 칠연발 브라우닝을 양손에 움켜쥐었다. 슬슬 어깨의 통증은 오한으로 번지는 중이었다. 군의관 말마따나 사격을 하게 되면 상처는 악화할 것이다. 하지만 상처가 목숨보다 소중한가. 이안은 이를 악물었다.


“좋소!”


미친 듯이 길을 뚫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마차는 대로를 차단하고 있는 일본군의 첫번째 대형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대로 옆으로 늘어선 불타는 건물들이 마치 지옥문의 입구로 인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환한 불빛 사이로 말이 비명을 지르며 일본군의 바리케이트로 돌진해 들어갔다. 몰려 있던 일본군들이 크게 입을 벌리면서 소리치는 모습과 무릎을 꿇으면서 조준을 하는 모습이 이안의 눈에 들어왔다. 이안은 모젤 권총과 브라우닝을 동시에 뽑아들었다.


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발의 총탄이 화염을 뚫고 지나갔다. 두 명의 일본군이 동시에 무릎을 잡으면서 넘어갔고, 바리케이트에 몰려 있던 사내들이 순식간에 자세를 바꾸고는 엄폐물을 찾아 뛰기 시작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미처 피하지 못한 병사 하나가 말과 부딪혀 불붙은 집 쪽으로 튕겨나가며 비명을 질렀다. 이안은 재빨리 몸을 틀어 뒤에 있는 병사 하나를 겨누고 총을 쏘았다. 병사가 어깨를 잡고 쓰러지는 것을 본 동료들이 사격을 멈추고 다시 몸을 숙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사격이 시작되면 군인은 바로 몸을 들지 않는다. 그게 정규병의 본능이다. 훈련받은 자들의 무의식적인 규율인 법, 이안은 자신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에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아직도 이차, 삼차의 병력이 남아 있을 터였다. 그 때, 무너진 집터 건너편에서 한 무리의 일본군이 마차를 발견하고 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조심해!”

이안의 외침에 이용화가 고삐를 쥔 채 머리를 숙였다. 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총탄이 휙휙 마차를 향해 날아왔다. 불타는 건물들이 가로등의 역할을 대신하는 중이었다. 마차는 물론이거니와, 건물 옆에서 사격하는 일본군 역시 표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안의 총이 답례로 불을 뿜자 한 명의 사내가 총을 떨구고 쓰러졌다. 동료가 그를 구하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재차 날아온 이안의 총탄이 일본군의 어깨를 꿰뚫었다. 순식간에 두 명의 사내가 쓰러지자 나머지 군인들은 엄폐물을 찾아 산개하며 재빨리 몸을 굴렸다.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이안의 발꿈치 바로 뒤에 있던 판자가 산산이 부서지며 날아갔다. 이안은 재빨리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일여덟의 군인들이 열을 맞춰 마치 남북전쟁 시대의 전열보병(戰列步兵)마냥 선 채 사격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안의 손에 들린 모젤과 브라우닝이 불을 뿜자 두 서넛이 같이 몸을 비틀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들은 오와 열이 무너지지 않은 채 침착하게 다시 조준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안의 등이 서늘해졌다. 전장에서 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틀림없었다. 절제된 동작, 필요한 움직임, 그리고 배짱. 그렇다면 이쪽에 필요한 것은 속도였다. 이 상황에서 권총이 소총보다 유리한 것은 그것 하나였다.

이안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일본군의 손이 노리쇠를 당기는 게 눈에 들어왔다. 모젤권총과 브라우닝의 낯선 감촉이 새삼 손에 걸렸다. 이안의 눈이 더없이 날카로워졌다. 성모님, 이 탄환에 절명(絶命)의 저주보다 명중(命中)의 축복을 주옵소서!


이안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강철의 파이프를 타고 쇳덩이가 불을 뿜으며 터져 나왔다. 한 사내가 어깨를 잡고, 한 사내가 다리를 잡고, 한 사내가 팔을 움켜쥐고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브라우닝의 탄창이 비는 것이 손에 느껴졌다. 이안은 남은 모젤 권총으로 아직도 서 있는 사내들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화염을 배경으로 남아있는 총탄들이 공기를 갈랐다. 한 명의 사내가 더 넘어지고 나서야 남은 군인들은 사격 대신 몸을 숙이고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안은 그들의 몸이 숙이는 걸 확인한 뒤 몸을 틀었다. 덜컹거리는 마차 위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것도 어려웠고, 그 가운데에서 권총 사격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그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낸 것이다.


“다 와간다!”


옆에 앉은 이용화가 고삐를 잡고서 신나게 외쳤다. 이안은 무슨 소리인지 몰랐지만 대충의 느낌은 전달이 되었다. 점차 불타는 건물들이 줄어들고 있었고, 일본군의 병력들도 이젠 보이지 않고 있었다. 조선인 부락에서 체코군의 막사까지는 4km도 되지 않았다. 이안은 털썩 조수석에 주저 앉았다. 오른 어깨의 통증이 머리끝까지 밀려왔다. 이까지 시큰시큰 아파왔다. 그 때, 뒷자리에 타고 있던 조성환의 나직한 목소리가 이안의 귀에 들려왔다.


“이안, 그놈들이오.”


“예?”


“우리를 기차에서 쫓던 자들.”

이안이 눈을 크게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불타는 건물과 학교를 배경으로 말을 탄 사내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묵시록의 기수들처럼 화염을 등지고 뛰어드는 기수들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어두운 하늘아래 총잡이들을 태운 말이 울음소리를 내며 악마처럼 마차 뒤를 쫓아왔다. 일본군으로 보이는 행색은 아니었다.


“카우보이.”


이안은 자기에게 속삭이듯 말하고 모젤을 던지고는 피스메이커 두 자루를 뽑아들었다. 길거리를 내닫는 마차를 향해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말을 탄 사내들이 하나씩 튀어나오고 있었고, 뒤늦게 합류한 사내들은 손에 든 횃불을 버리고 손에 총을 드는 중이었다. 일본군을 선도해서 불을 지르던 자들은 카우보이였다. 머레이 앤 햇필드와 일본군의 이면계약이 어디까지 되어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 확실한 것은 둘 다 조선인과 이안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카우보이들의 말은 짐마차보다 빨랐다. 이안의 손이 시각보다 먼저 움직였다.


쾅! 한 명의 사내가 말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동시에 대여섯 명의 사내가 동시에 총을 발사했다. 이안은 재빨리 조수석에서 화물칸으로 몸을 날렸다. 조성환도 이미 총을 뽑아들고 응사를 하는 중이었다. 이안은 조심스레 쌍권총을 조준했다. 흔들리는 마차의 사격도 사격이지만 총탄이 한정되어 있었다. 쾅! 또 한방의 총알이 쏜살같이 뒤로 날아가 카우보이의 몸을 뚫었고, 비명과 함께 기수 하나가 또 나동그라졌다. 카우보이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두 필의 말이 마차의 옆으로 붙었다. 이안은 두 팔을 활짝 편 채로 다시 세번째 사격을 개시했다. 쾅 하는 소리 한번에 두 발의 총탄이 옆으로 날았다. 이안의 오른 어깨는 찢어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두 명의 사내가 다시 밖으로 떨어졌다. 이안은 왼손으로 오른 어깨를 움켜쥐었다.

“제기랄!”

그 때 한 명의 카우보이가 화물차 안으로 뛰어내리려다 조성환의 총에 다리를 맞고 그대로 도로로 굴러 떨어졌다. 뒤따르던 말들에게 짓밟히기라도 했는지 끔찍한 비명이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안이 다시 몸을 일으켜 양손으로 총탄을 뒤에 퍼부었다. 말들의 울부짖음과 사람의 신음이 섞이며 너댓 명의 사내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총알은 이제 양쪽 합해서 세발씩, 여섯 발이 남은 상태였다. 카우보이들은 자신의 동료들이 명사수에게 죽어 넘어가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사냥개의 집요함이었다.


“조금만 더!”


이용화의 외침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양 쪽으로 두 필씩, 도합 네 마리의 말이 짐마차를 에워싸고 있었다. 네 명의 카우보이가 집중사격을 시작했다. 탕탕 하는 총소리와 퍽퍽 하며 짐마차의 난간이 박살나는 소리가 거진 동시에 들렸다. 이안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왼손에 걸리는 첫 번째 기수를 향해 총을 쏘았다. 기수의 머리가 젖혀지며 어두운 하늘에 검은 피보라가 만들어졌다. 이안의 오른손이 이번에는 거의 짐마차의 운전석까지 다가선 카우보이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이안의 두손이 다시 양 쪽에 있는 상이한 표적을 향해 총을 뻗었다. 마지막 두 발!

그때였다. 운전석 근처에서 총을 맞은 카우보이의 시체가 마차의 뒷바퀴에 깔렸고, 그 서슬에 짐마차는 공중에 떴다가 덜컹대며 떨어졌다. 중심을 잃은 이안의 손에서 방아쇠는 당겨졌고, 총탄은 카우보이들과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수중에 남은 총탄은 하나도 없었다. 이안의 입에서 저절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제기랄!”

왼쪽의 카우보이가 상황을 알아챈 듯 순식간에 짐마차 바로 옆으로 붙었다. 사내의 오른손이 고삐를 붙잡고 왼손으로 권총을 옮겨 잡는 모습이 이안의 눈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이안의 오른쪽에 있던 카우보이도 권총을 뽑아 들고 마차의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안의 머릿속에 차가와졌다. 누가 먼저 마차에 도착할 것인가. 이안은 마차의 왼쪽으로 몸이 붙였다. 아무래도 카우보이들은 동시에 들어온 것 같았다. 이안은 피스메이커를 마차에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두 명의 카우보이가 마차 바로 옆에 붙었다.


“미스터 초!”

이안의 외침과 동시에 조성환의 손에서 권총이 마차바닥에 쓸리듯이 날아왔다. 이안은 마차 바닥에 미끄러지듯 날아오는 권총을 붙잡고 누운 상태에서 오른쪽의 카우보이를 쏘았다. 카우보이가 얼굴을 싸쥐는 순간 이안의 왼손은 번개처럼 가슴속으로 들어가더니 시퍼런 칼날을 뽑아 자신의 머리 위로 슬쩍 보이는 왼쪽 카우보이의 손목을 향해 힘껏 내리그었다. 찢어지는 비명과 그에 답하는 말의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울리더니 조금씩 말발굽소리가 뒤쪽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이안은 누운 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온 몸에 맥이 다 풀린 상태였다. 오른쪽 어깨는 빠질 듯 아파왔다.


“도착이오!”

알아들을 수 없는 이용화의 말에 실린 안도감에 이안은 짐칸에 누운 채 옆을 돌아봤다. 파리한 얼굴로 누워 있는 통역관 리와 슬쩍 미소를 띠고 있는 조성환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들 머리 위로 아직도 환하게 켜져 있는 반사등이 보였고, 짐마차는 천천히 거대한 철문을 통과하는 중이었다. 체코군의 본거지였다. 휴, 저절로 이안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짐마차에서 겨우 몸을 내밀자 커다란 코왈스키의 얼굴이 먼저 들어왔다. 두 사내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손을 흔들었다.


“난 이제 기지로 돌아가네, 이안. 이건 미친 짓이었어.”


“고맙네. 밥.”

이미 일찌감치 와서 체코군에게 문을 열어놓으라고 지시한 코왈스키는 자신의 애마 할리- 데이비슨에 앉은 채였다. 거구의 사내는 친구의 인사치레에 고개를 흔들었다.


“말로 때울 성질의 것이 아니야. 나중에 샌디에이고나 포츠머스에서 보자고. 일년 치 술값은 자네 몫이야.”


“살아서 다시 만나면 그러세. 언제쯤 볼 수 있겠나.”


“오늘 일로 군법회의에 회부되면 금새 보게 될 걸세.”

코왈스키는 웃더니 자신의 철모를 다시 고쳐 쓰고 미군 주둔지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사내가 사라지는 쪽에서도 총성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안은 그제서야 사방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비명과 총성이 블라디보스톡 전역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조선인과 볼셰비키들의 비명일 것이다. 어딘가에서는 항전이 일어나는 듯 총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팽팽하게 당겨진 실 한 가닥에 놓인 것 같이 위태하던 도시의 평화가 한순간 깨져버린 순간이었다. 전쟁이었다. 어두운 밤 하늘 여기저기에 화광이 보였다. 어두운 밤 하늘 아래 노랗고 붉은 빛이 퍼지고 있었다. 몸서리 쳐지도록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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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pilogue (完) +18 13.12.11 1,802 37 13쪽
21 Chapter. (18) +3 13.12.11 1,310 28 13쪽
20 Chapter. (17) +3 13.12.09 1,157 35 20쪽
19 Chapter. (16) - 2 +4 13.12.08 1,141 27 11쪽
» Chapter. (16) - 1 +1 13.12.08 934 24 16쪽
17 Chapter. (15) +2 13.12.05 1,201 31 17쪽
16 Chapter. (14) +4 13.12.04 1,213 36 18쪽
15 Chapter. (13) +3 13.12.02 1,365 24 12쪽
14 Chapter. (12) +3 13.12.01 1,568 29 15쪽
13 Chapter. (11) +3 13.11.29 1,134 23 18쪽
12 Chapter. (10) +1 13.11.28 1,081 32 17쪽
11 Chapter. (9) +2 13.11.27 1,315 31 14쪽
10 Chapter. (8) +1 13.11.26 1,345 26 15쪽
9 Chapter. (7) +1 13.11.24 1,703 33 16쪽
8 Chapter. (6) +2 13.11.23 1,678 25 17쪽
7 Chapter. (5) +1 13.11.23 1,319 33 13쪽
6 Chapter. (4) +2 13.11.21 1,340 35 16쪽
5 Chapter. (3) +1 13.11.20 1,492 30 19쪽
4 Chapter. (2) +3 13.11.18 1,474 31 13쪽
3 Chapter. (1) - 2 +3 13.11.16 2,435 50 14쪽
2 Chapter. (1) - 1 +2 13.11.16 2,424 38 12쪽
1 1. Prologue +9 13.11.15 4,132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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