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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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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8.10 12:15
최근연재일 :
2017.01.22 04:5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1,612
추천수 :
80
글자수 :
93,027

작성
16.10.09 18:21
조회
342
추천
5
글자
8쪽

고사범

DUMMY

"부다다다다.... 부다다다당..."


요란한 소음이 고요한 암자의 적막을 깨고 숲 속에 울려 퍼졌다.

할리 데이비드슨 모터사이클이 좁은 산길을 따라 달려와 암자의 마당 한가운데에 멈추어 섰다.

모터사이클의 엔진 소리는 나뭇잎마저도 떨게 할 만큼 시끄러운 소리를 냈지만 법당 안에 앉아있는 노인은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정좌한 자세 그대로 앉아 눈을 감은 채 명상에 잠겨 있었다.

시동을 끄자 암자는 다시 적막에 잠겼다.

모터사이클에서 내린 사나이는 암자 주위를 매서운 눈초리로 구석구석을 샅샅이 둘러 보았다.

그는 검은 가죽 재킷을 입었지만 한눈에 보아도 체격이 아주 건장해 보였다.

법당 앞으로 다가온 그는 안에 앉아있는 노인을 발견하였다. 노인의 뒷모습으로 보아 도포를 걸쳤지만, 중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는 하얀 머리를 길게 길렀기 때문이다.


"이봐, 노인장!"


가죽 재킷의 사나이가 불렀다.

노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봐, 노인네, 내 말이 안 들려?"


더 큰 소리로 부르자 노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작고 왜소한 체격의 노인은 건장한 사나이에 비해 어린이처럼 작아 보였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 조용한 곳을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고? 그리고 말버릇을 보아하니 대체 예의가 없는 무식한 놈이로고."


사나이를 올려 보며 엄한 표정으로 일갈을 내질렀다.

사나이는 어이가 없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멱살이라도 움켜쥐고 흔들어 주고 싶지만, 상대는 노인이다. 더구나 중이다. 아니 중이라고 할 수는 없고, 암자를 지키는 노인으로 생각되어 그냥 참았다. 그리고 지금은 빨리 김 후보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 급했다.

검은 재킷의 사나이는 줄리아가 알려준 핸드폰을 통신회사를 통해 그 위치를 추적해서 여기까지 찾아온 바로 김 후보의 경호원인 고 사범이었다.


"오늘 여기 찾아온 사람이 있지,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나?"


다급하게 추궁하자 노인은 싸늘하게 대꾸했다.


"보아하니 바람난 마누라 꽁무니나 캐고 다니는 놈팽이 같은데 싸가지가 개 발바닥보다도 못하는구나, 그대는 혼 좀 나야 정신 차리겠도다."


고 사범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가 없다. 키가 자기 가슴팍에도 못 미치는 조그만 노인네가 도사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데다 자기를 혼내주겠다고 하니 기가 막힌 일이다. 태권도가 8단이고 검도 4단 무술로 단련된 고사범이고 귀신도 때려잡는다는 해병대 출신인 그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용감한 사나이다.

주먹 한 방이면 코뼈가 부러지거나 이 몇 개쯤은 흔들리게 할 수 있다.

고 사범은 애써 화를 가라앉히면서 말했다.


"이봐, 노인장 이건 아주 중요한 일···."


"철석!"


고 사범이 말을 다하기 전에 번쩍 눈에서 불이 튀었다.

노인이 고 사범의 뺨을 갈긴 것이다. 그런데 고 사범은 언제 노인이 손을 휘둘렀는지 보지 못했다. 노인의 팔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어르신을 대하는 말투가 고약하도다."


"이 노인이 미쳤···."


"철썩"


이번에는 반대쪽 뺨이 얼얼했다. 전광석화같이 빠른 손놀림이었다.

눈에 불이 번쩍 나더니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대는 어이하여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가?"


노인이 빈정거렸다.

운동으로 단련된 고 사범이다. 누구한테 맞아본 적이 없었던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즉시 주먹을 노인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주먹 한 방이면 충분히 기절시킬 수 있다. 대자로 누워버릴 노인이 불쌍했지만, 감히 고 사범을 건드리다니 생각의 여지가 없었다.

노인은 그대로 나뒹글어질 줄 알았다. 이상한 일이다. 노인은 쓰러지기는커녕 오히려 고 사범 코앞으로 한 발짝 다가서서 노인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고 사범은 갑자기 왼쪽 어깨에 아픔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노인이 오른손을 뻗어 고 사범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다. 어깨를 빼려고 몸을 움직이려 하였으나 꼼짝할 수 없었다. 마치 팔이 어깨에서 빠져버린 것처럼 통증을 느끼며 마비되어 왔다.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 그대로 주저앉을 듯 비틀거렸다.

혈맥을 잡혔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동시에 보통 노인이 아님을 직감했다.

아픔을 참으며 노인에게 용서를 구했다.


"제가 몰라뵈었습니다. 무례를 용서 하십시오."


노인이 손을 거두자 어깨는 아무렇지 않은 듯 통증은 사라졌다.

고 사범은 이리저리 팔을 휘둘러 보았다. 아무 이상이 없다. 만약에 주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무술인이라는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죽기 살기로 한판 결투를 벌였을 것이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암자라서 고 사범에게는 체면 불고하고 한발 물러설 수 있었다.

고 사범은 노인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대사님을 제가 미처 알아 뵙지 못하였습니다. 사실 김 후보님의 안위가 걱정되어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노인의 손이 다시 올라가자 고 사범은 펄쩍 뒤로 두 걸음이나 물러섰다.

노인은 고 사범의 어깨를 잡는 것이 아니라 공손히 손을 올려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젊잖게 말을 했다.


“보살님이 찾으시는 분은 아무 일 없이 지금쯤 서울로 가시고 있는 중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저 시끄러운 물건은 산밑에 두고 오십시오. 뒷산에 사는 너구리가 지금 새끼를 키우고 있습니다.”


고 사범은 어정쩡한 자세로 함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노인의 팔에서 떠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아니 대사님."


고 사범은 바로 뒤로 돌아 할리 데이비드슨 모터사이클을 끌고 서둘러 산을 내려갔다.

평생 처음으로 뺨을 두 대나 맞고 처참하게 굴복당한 수모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글부글 속이 끓어 올랐다.

산 쪽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할리 데이비드슨 모터 사이클의 엔진 소리만 요란하게 남기며 산길을 달려 나갔다.


***


새 나라당 선거 본부 사무실에서 큰소리가 터져나왔다.


"줄리아 신! 김 후보님 도대체 어딜 가신 거야 신은 알고 있지?"


새 나라 당의 대변인이 줄리아를 신경질적으로 다그쳤다.


"지금 내일이 선거인데 이렇게 연락도 없이 사라지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선거사무실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믿었던 김혜숙 대표가 이 모양이니 아무래도 이번 대선은 포기해야 할 모양입니다. 이는 당에 대한 배반이며 국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일단 당을 재정비하고 새 대표를 뽑아 차기를 대비하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권위원장의 얼굴을 살피며 주장했다.

김혜숙 후보가 물러나면 지금 중앙워원장인 권이 당 대표자가 되고 차기 대권 후보가 될 것이다.


"아예 김 후보가 대선후보에서 사퇴하는 것이 우리 새 나라 당의 이미지 추락을 막는 길일 것입니다."


권 부위원장이 줄리아 신에게 묻는다.


"그런데 정말로 김 후보와 이태조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한 번도 남자관계가 있는 눈치는 없었는데 말이야! 정말 한길도 안 되는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더니 아무도 몰랐지,"


"아니에요. 김 후보님은 누구를 속이실 분이 아닙니다. 그제 밤 호텔 연회에서 두 분 처음 만났습니다. 제가 바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때 김혜숙 후보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사무실 안은 갑작스런 김후보의 등장에 놀람의 침묵에 휩싸였다.

김후보는 앞으로 나아가 모두를 둘러보며 확고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예정대로 선거활동 합니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지금 즉시 각 방송사와 신문사에 연락해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세요."


"아니 김 후보님, 기자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차라리 무반응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보시는 것이···."


"저는 사실대로 이야기할 것입니다"


김혜숙 후보는 단호하게 말했다.


"줄리아 신! 회의실에 기자회견 준비하고 마련해요. "


줄리아 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즉시 행동에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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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기자회견 16.10.12 337 5 10쪽
» 고사범 +1 16.10.09 343 5 8쪽
13 사자성어 게임 16.10.02 511 3 12쪽
12 동구몽 대사 16.09.27 455 3 9쪽
11 두 번째 도피 16.09.25 407 3 11쪽
10 특종 폭로 사건 16.09.23 340 4 11쪽
9 콩나물 국밥 16.09.21 655 3 12쪽
8 만남의 밤 +3 16.09.18 449 3 10쪽
7 제보자 16.09.15 454 4 9쪽
6 노교수의 강의 16.09.11 432 3 11쪽
5 목포항 16.09.10 554 1 10쪽
4 대통령 후보 추대식 +1 16.09.09 706 4 10쪽
3 한강 +1 16.09.06 962 5 11쪽
2 방문자 +1 16.09.04 1,190 12 9쪽
1 프롤로그 +4 16.09.04 1,276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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