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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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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8.10 12:15
최근연재일 :
2017.01.22 04:57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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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027

작성
16.09.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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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특종 폭로 사건

DUMMY

다음 날 아침,

핸드폰 진동소리에 눈을 떴다. 지난 밤새워 뒤척이다가 새벽녘에 어슴푸레 잠들었다.

이른 아침에 전화라면 매우 급박한 상황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미 여러 번 울린 신호였다.


[대표님, 아침 신문 확인 바랍니다.]


줄리아 신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떴다.

새나라당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인 김혜숙은 신문을 펼쳐 보는 순간, 숨이 멎고 동공이 확장되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큼지막한 사진이 석 장이나 제1면에 실려 있었다.


첫 번째 사진은 호텔 연회실에서 김 후보와 이태조가 만나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이태조와 마주 앉아 있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은 후줄근한 점퍼를 걸치고 할머니 콩나물국밥 집에서 나오는 장면으로 모두 어두운 조명 때문인지 약간 흐릿하기는 해도 두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선명하였다.


‘김혜숙 대통령 후보 선거 유세 제쳐 두고 연하의 남자와 데이트하다.’


눈에 확 띄는 돋움체 활자가 김혜숙 후보의 눈동자에 들어와 박혔다.


‘사랑인가? 불륜인가?’


어떻게 이럴 수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건 아니야, 사실이 아니야. 진실이 밝혀지면 오보라고 증명이 될 거야.

생각했지만, 당장 막바지에 다다른 선거에는 치명적이다. 투표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손이 가늘게 떨렸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충격은 분노로 변하였다.


‘김 후보가 그동안 비밀리에 만나 오던 사이로······.’


‘마침내 M 일보가 추적하여 밝혀냈다.’


‘10년 전부터 사귀어 온 남자 이태조는 S대 1년 중퇴하였고 부두 노역자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로 이혼한 부인 사이에 낳은 딸을 둔 55세의 남자로 김 후보보다 3살이나 어린 연하.’


김 후보는 기가 막혔다.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도 놀라웠지만 기사 내용이 더 충격적이었다.

어제저녁 딱 한 번 만난 사람을 마치 10년 이상 사귀어온 연인처럼 허위기사를 내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당장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싶지만, 지금은 대선 출마 중이라는 아주 중요한 때다. 선거가 이제 3일 남았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더욱이 사진에 찍혀 있으니 지금 나서서 아니라고 부정하면 도리어 시치미 떼는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냉장고에서 생수 한 컵을 따라 들이키며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도대체 누가 이 사진들을 찍었을까?


파파라치들이 몰래 뒤따라 왔다가 사진을 찍어 신문사에 제보하였을 수도 있다.

이태조와 만나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줄리아 신밖에 모른다.


어떻게 알고 따라 온 것일까?

혹시 이태조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도 본인의 일을 기자들에게 알릴 이유가 없고, 또 한 번 만나 봤지만 사람 됨됨이가 성실해 보이고 고지식하다 할 정도의 좋은 인상을 받았었다.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그럴만한 사람은 아니다.

사실 그의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자신을 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태조가 훌륭하거나 경제적으로 거부이거나 사교적으로 명성이 있는 사람은 아니나 뭔지 모를 그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와 함께하였던 어제는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10년을 알고 지내온 사이처럼 포근하고 따뜻하였다.

이 기사는 김 후보의 대통령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정치적 활동도 접게 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선거 사무장에게 연락하고 즉시 선거 사무실로 출근할 채비를 갖추었다.


***


H일보 편집실


최용호는 아연실색하였다. 책상에 펼쳐놓은 신문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어제 제보자의 정보를 믿고 호텔까지 찾아갔으나 이태조라는 사람은커녕 아무도 보지 못하였다. 물론 김 후보도 연설을 마치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후라 헛걸음을 친 결과가 되었고 제보자의 진실성을 의심하였다.

황 실장이 호텔에서 있는 것을 보고 만나기가 싫어 그냥 호텔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앞에 펼쳐진 신문에는 김혜숙 후보와 이태조가 함께 있는 사진이 커다랗게 실려 있다.

자극적이게 굵은 활자로 [불륜인가 사랑인가?] 제목을 뽑아내서 대한민국의 호기심을 들끓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눈에서 떼지 못하고 한참을 노려보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기자인 자신도 믿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제 전화를 건 사람은 정확한 정보를 준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바로 김혜숙 씨에게 정말로 남자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10년이 넘게 세상 사람들의 눈을 감쪽같이 따돌리고 만날 수가 있었나?

마치 자신이 배반을 당한 것처럼 분한 기분이 들었다.

이 사나이가 누군지 궁금하였다.

사진 속의 이태조를 노려봤다.

별 볼일 없이 평범하고 특별한 것도 없이 보이는 이 남자가 김혜숙 씨의 남자라니?

눈 앞에 펼쳐진 둘이 마주 앉아 있는 사진만 아니라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가슴속에 질투심이 피어올랐다.

그냥 보기에 자기보다도 못할 것 같은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남자 이태조를 어째서 김혜숙 씨 같은 훌륭한 인물이 사귀고 있는 걸까?

어울리지 않는다. 둘은 서로 격이 맞지 않는다. 그는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네, 최용홉니다."


"아, 최 기자님, 신문을 보셨습니까?"


어제 그 목소리였다. 이태조라는 이름을 알려준 그 목소리였다.

호텔에서 만남이 있을 거라는 제보를 하였지만, 거짓 제보일 거라는 생각에 시간 맞추어 가지 않고 조금 늦게 도착했던 최용호이다.

목소리를 들으니 내심 반가웠다.

어제 조금 늦게 호텔에 도착하여 이태조와 김혜숙 대표가 만나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해 실망하고 있던 참에 신문을 보고 은근히 다시 전화를 기다렸던 참이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이태조와 김 후보의 관계를 나쁜 쪽으로 이용하려 들 것입니다. 상대 후보 쪽에서 더 난리를 칠 것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째서 당당하게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까?"


"내가 누구인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태조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고만 말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이태조에 대해서 알아보시겠습니까?"


"내게서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일개 지방신문사의 말단 기자일 뿐입니다. 내가 기사를 쓴다 해도 선거에는 아무 영향을 줄 수 없으리라는 것은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 중에 누군가는 한사람이라도 그의 진실을 보아야 합니다. 최용호 기자님만은 참다운 기자의 정신을 가진 분이라는 판단 아래 이렇게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좋소.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가족은 어떻게 됩니까?"


"가족관계는 아직 급하지 않습니다. 한번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두 번입니다. 첫 번째는 결혼관계가 아닌 사실혼 관계이며 그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이것도 곧 타신 문에 알려지게 되겠지요."


최용호는 실망하였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이태조라는 사람이 증오스럽다.

김혜숙 후보를 은근히 사모하며 내심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최용호는 김혜숙 후보를 최악의 구렁텅이로 추락시키고 있는 장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까짓 놈을 뒷조사해서 뭘 어쩌겠는가?


그렇지만 김혜숙 후보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신문사 경비실 가시면 최 기자 님 앞으로 봉투 하나가 맡겨져 있을 것입니다. 모든 자료가 기록되어 있으니 조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아 잠깐만요."


최 기자는 서둘러 소리쳤지만 이미 전화는 끊어졌다.

그는 경비실로 달려가면서 제보자가 철저하게 준비하였다고 직감했다.

봉투는 간단하였다. 종이 세장만 들어 있을 뿐이다.

첫 페이지에는 출생과 학력은 간단한 이력이 적혀 있고 별다른 특기사항은 없었다.

두 번째는 경력 사항인데 빡빡이 적힌 그의 이력을 보고 최 기자는 혀를 내둘렀다.

직업을 수십 가지를 거치고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 그리고 제주도까지 그야말로 대한민국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십 개의 직업을 전전하였다.

한 직업을 한곳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적이 없이 2, 3년 정도 일하다가 옮겨 가고 또 어느 정도 일하다고 옮기고 그러기를 수십 번 하였다.

마지막 장에는 아무 내용이 없었다. 다만 '한사대'라는 세 글자만 적혀 있었다.


한사대? 그런 대학도 있던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한사대라는 대학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일단 직업과 근무한 기록 중에서 가까운 곳 몇 군데를 골라 추적해보기로 하였다.

최용호는 주소와 이름들을 적은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책상에서 일어났다.


"최 기자! 내 사무실로 좀 와."


편집국장이 부른 것은 사무실을 막 나서려고 할 때였다.


"요즘 기사가 하나도 안 올라왔어? 도대체 뭣하고 다니는 거야?"


"지금 취재하러 나갑니다.“


"뭘 취재하러 간다는 거야? 지금 중학생들의 왕따 문제 그리고 음주문화에 대해 각 신문사가 경쟁하고 있는데 우리 신문의 사회부는 도대체 하는 게 없어!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최용호는 잠시 망설였다.


"이태조에 대한 제보를 받고 취재하러 갑니다."


"뭐어? 이태조?"


편집국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최 기자! 우리 신문이 삼류주간지인 줄 아나? 아니면 최 기자도 말년에 한 번 뜨고 싶어서 그러나? 당장 집어치워!"


"알았습니다. 집어치우죠. 어쩌면 이게 마지막 취재가 될지도 모릅니다."


최용호는 스스로도 자신의 대답에 놀랐다.

어차피 말단 기자직에서 눌려 사는 인생 언젠가는 끝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잠재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갑작스러운 그의 대답에 어안이 벙벙해진 편집국장을 뒤로하고 최용호는 씩씩한 걸음걸이로 사무실을 나섰다.

편집국장의 고함이 문이 닫히기 전에 새어 나왔다.


"이태조든 뭐든 특종감 아니면 돌아오지도 마!"


처음 기자로 입문하여 첫 번 취재를 나갈 때의 기분이 되살아났다.

온 세상의 모든 사건을 철저하고 공정하게 파헤쳐 정의의 세상을 만드는데 몸과 마음을 바쳐 기자의 소명을 다 하겠다고 다짐하던 그였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정의와 진실만 존재하지 않는다. 권력과 금력이 서로 얽혀져 있고 게다가 지역감정 학연 혈연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굴러간다.

하지만 최소한 기자의 근본적인 마음자세를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온 최용호다.

그는 편집실 문을 힘차게 열고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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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최용호의 취재 16.10.17 343 2 12쪽
15 기자회견 16.10.12 337 5 10쪽
14 고사범 +1 16.10.09 342 5 8쪽
13 사자성어 게임 16.10.02 511 3 12쪽
12 동구몽 대사 16.09.27 455 3 9쪽
11 두 번째 도피 16.09.25 406 3 11쪽
» 특종 폭로 사건 16.09.23 340 4 11쪽
9 콩나물 국밥 16.09.21 655 3 12쪽
8 만남의 밤 +3 16.09.18 448 3 10쪽
7 제보자 16.09.15 453 4 9쪽
6 노교수의 강의 16.09.11 432 3 11쪽
5 목포항 16.09.10 554 1 10쪽
4 대통령 후보 추대식 +1 16.09.09 706 4 10쪽
3 한강 +1 16.09.06 962 5 11쪽
2 방문자 +1 16.09.04 1,189 12 9쪽
1 프롤로그 +4 16.09.04 1,274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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