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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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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8.10 12:15
최근연재일 :
2017.01.22 04:5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1,629
추천수 :
80
글자수 :
93,027

작성
17.01.16 13:06
조회
319
추천
3
글자
8쪽

세기의 결혼식

DUMMY

하얀 도포를 입고 백을 휘날리며 단상에 오르는 도사의 모습을 지켜 보는 군중들이 탄성을 질렀다. 박수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환호성이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계단을 오르는 데 도사의 다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듯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는 한가운데 우뚝 서서 국민들의 향하여 자세를 잡았다. 단상에 설치된 마이크가 높아서 그의 이마높이에 있자 그는 마이크를 내리지 않고 대신 그의 몸이 쑤욱 솟아올랐다. 그의 발은 무대 위로 한자 정도 공중에 떠 오른 것이다.

바로 동구몽 대사이다. 그는 형형하게 빛이 나는 눈빛으로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눈인사를 하였다.


무대 아래쪽에 고사범이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하고 서 있다가 동구몽대사를 움직임을 주의 깊게 주시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동구몽 대사의 움직임이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작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환호하며 웃었지만 고사범의 눈에는 진정 내공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오한 무술이다.

고사범은 오른 손으로 본인의 어깨를 만진다. 노인이 어떻게 어깨를 잡았는지 기억해 보았다. 무쇠 같은 어깨가 마치 뼈가 빠져버린 것처럼 맥없이 당할 수가 있었을까?

고사범은 동구몽 대사가 움켜쥐었던 어깨를 기억하며 그대로 잡아보았다. 아프지 않았다. 그는 옆에 서있는 경호원에게 다가가 독수리 발톱처럼 펴진 다섯 손가락을 그대로 경호원의 어깨를 콱 움켜쥐었다.

체격이 고사범보다도 훨씬 크고 우람한 경호원은 아무 반응 없이 그대로 서 있다.

고사범은 다시 한 번 손에 힘을 주어 그의 어깨를 내리 찍었다.

"아픈가?"

"아니요, 하나도 아프지 않는데요."

경호원이 힘차게 대답하며 고사범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고사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섰다. 후에 노인을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깨를 잡혔던 경호원은 손등으로 어깨를 양복을 가볍게 털어 내고는 다시 반듯한 자세로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곧바로 궁중음악이 울리고 전통 사모관대 복장을 하고 동자가 이끄는 검은 윤기가 흐르는 조랑말을 타고 한 남자가 무대에 등장하였다.

조랑말이 작아서 이태조의 발이 바닥에 닿아 그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적갈색의 단령포의 가슴에는 학 두 마리가 황금색으로 수놓아져 있으며 허리에 청색 각대를 두르고 머리에는 구슬을 늘어뜨린 조선왕조 임금님의 사모를 썼다.

그는 무대에서 말을 내려 동구몽 대사에게 공손하게 읍을 올린 후 그 옆에 섰다.

모여 있는 군중들의 휘파람소리와 환호 소리가 점점 요란해졌다.

근엄한 동구몽의 표정을 흘깃 바라보던 이태조는 동구몽도사에게 장난기 어린 눈짓을 보냈다.

동구몽 도사는 '어험' 헛기침을 하면 웃음을 참아 냈다.

이태조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만을 움직여 "하下.의衣.실失.종踪" 한자 한자 천천히 말하였다.

그를 바라보던 동구몽 대사의 표정은 변함이 없지만 하얀 눈썹이 약간 꿈틀거렸다.

갑자기 그의 눈동자에 알듯알듯한 미소가 퍼지더니 소리가 날듯말듯하게 입술만 움직여 한자씩 읊었다.

"개. 노. 무. 세. 기······. 족. 가 .고. 인. 내."

이번에는 이태조의 인상이 묘하게 변했다. 눈동자만 굴리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겨우 그 뜻을 해석하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皆老無勢氣하니 (개노무세기 : 다 늙어서 힘과 기운이 없으니)

族家孤吝柰오 ? (족가고인내 : 집안이 외롭고 쓸쓸해서 어찌할꼬?)

나이 들어 장가를 가게 된 이태조에게 초야를 제대로 치룰 수 있겠느냐고 조롱하는 뜻이 담겨 있는 말이다.


이에 이태조는 한참을 끙끙거리며 궁리하다가 마침내 소리 없이 입술로만 화답하였다

"개.색.기.야, 씨.발.노.마"

그리고는 소리 없이 빙그레 웃었다. 이번에는 동구몽 대사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동구몽대사 역시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個色技冶하여 (개색기야 : 개인의 특색으로 기술을 도야하여)

氏鉢老磨라네. (씨발노마 : 씨앗 주머니는 늙어서도 연마할 수 있다네.)


동구몽대사는 화가 난 듯 단호하게 말했다.

"행行 하下불不 가可?" (아랫도리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가?)

이태조도 이에 지지 않고 즉시 응수했다.

"필必 립立 불不 사死"(반드시 서며 절대 죽지 않습니다.)

동구몽 대사의 얼굴이 보일 듯 말 듯 묘하게 일그러졌다.

두 사람 사이의 입술만의 대화는 군중들의 환호소리에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군중들 사이를 가르며 손가마가 여섯 명의 장정들에게 들려 단상에 올랐다. 그리고 가마의 문을 열리고 전통 복장의 새각시 차림의 여인이 사뿐히 내려섰다.

녹색 비단으로 된 원삼저고리에 무궁화꽃 무늬가 앞뒤로 수놓았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소매에는 화색 적색 청색의 색동 띠가 둘러져 있다. 그 위로 금박 무늬가 박힌 붉은 색의 대대를 길게 내려 뜨려 입고 머리에는 화려한 칠보화관을 했고 머리 뒤로는 용머리가 장식된 긴 비녀를 질렀고 도투락댕기가 길게 늘어뜨려져 있다.

국민들은 환호를 하며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고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며 신부인 김혜숙은 동구몽 도사에게 예를 올린 후 신랑을 마주보고 섰다.

"단군성조께서 하늘을 열어 나라를 세우신지 사천삼백사십오 년, 4345년,

천지신명 앞에 한 여자와 한남자의 혼인을 고하나이다. 이제 두 사람은 만천하에 부부가 됨을 선언 하노라."

동구몽대사의 엄숙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지금 이 시각 대한민국은 모두 정지되고 국민들은 모두 티브이 앞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전 세계가 위성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프린스 윌리엄 왕자와과 케이트' 이후 벌어지는 세계 최고의 결혼식이었다.


최용호는 한쪽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본인 자신의 마음속을 알지 못했다.

기쁘기도 하지만 어쩐지 김혜숙 씨를 마음속의 연인으로 둘 수 없음이 서운 했다.

그리고 이태조가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미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도리의 그에게 점점 마음이 끌린다.


단상 앞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 요란하게 떠들고 있다.

거기에는 노숙자 피터송 박사, 스타벅스에서 만난 여대생, 한사대의 노인과 자원봉사대원들, 축구선수들, 인천의 중소기업 사장, 농부, 농민, 노동자들, 여대생들, 푸른나무의집 원장부부등 최용호가 인터뷰 하였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다.

콩나물 국밥집 삼신할매집 할머니가 외상 장부책을 흔들며 소리쳤다.


"이거, 안 갚아도 혀, 긍게 염려 붙들어 매고 잘혀봐!"


피터송이 입에 두 손을 모아 단상을 향해 외쳤다.


"예스, 유 캔 두 잇!"


그리고 그의 허리를 세차게 앞뒤로 흔들었다.


그들은 함께 입을 모아 합창을 시작하였다.


"대사남, 대사남, 대사남..."


마치 경기장에서 응원구호를 외치는 함성 같았다.

이들을 바라보며 최용호는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이태조는 조랑말에 올라타 앞장서고 김혜숙을 태운 가마는 뒤따르고 정문 앞에까지 행진 했다.

둘은 문 앞에서 환호하는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 이태조는 김혜숙 대통령은 나란히 안으로 사라졌다.

국민들의 환성은 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무대에는 사물놀이패들의 신나는 연주가 벌어지고 광장에 모인 국민들은 서로 서로 어깨를 얼싸 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한반도가 축제 분위기로 물들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90%가 이 광경을 지켜보았으며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세기의 조선 왕실의 궁중 혼례식을 경이와 찬사로 지켜보았다.

세계를 향한 대한민국의 새 역사는 이렇게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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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끝) +1 17.01.22 316 1 7쪽
21 황철순의 비밀 17.01.19 317 1 10쪽
» 세기의 결혼식 17.01.16 320 3 8쪽
19 취임식 +1 17.01.11 286 2 9쪽
18 대사남 16.12.14 334 2 8쪽
17 한사대 +1 16.11.12 630 2 10쪽
16 최용호의 취재 16.10.17 343 2 12쪽
15 기자회견 16.10.12 339 5 10쪽
14 고사범 +1 16.10.09 343 5 8쪽
13 사자성어 게임 16.10.02 513 3 12쪽
12 동구몽 대사 16.09.27 456 3 9쪽
11 두 번째 도피 16.09.25 407 3 11쪽
10 특종 폭로 사건 16.09.23 342 4 11쪽
9 콩나물 국밥 16.09.21 655 3 12쪽
8 만남의 밤 +3 16.09.18 450 3 10쪽
7 제보자 16.09.15 454 4 9쪽
6 노교수의 강의 16.09.11 432 3 11쪽
5 목포항 16.09.10 556 1 10쪽
4 대통령 후보 추대식 +1 16.09.09 708 4 10쪽
3 한강 +1 16.09.06 963 5 11쪽
2 방문자 +1 16.09.04 1,190 12 9쪽
1 프롤로그 +4 16.09.04 1,276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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