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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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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8.10 12:15
최근연재일 :
2017.01.22 04:5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1,633
추천수 :
80
글자수 :
93,027

작성
16.11.12 10:31
조회
630
추천
2
글자
10쪽

한사대

DUMMY

허름한 창고건물 한 쪽에 자리 잡은 사무실은 너무나 초라하였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

목판에 새겨진 흘림체 글씨는 마치 기호처럼 보이는 캘리그라피로 쓰여 있었다.

그 아래 조그만 글씨로 ‘자원봉사대’라는 글을 보고 한사대가 자원봉사단체임을 짐작했다.

최용호 기자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학생 둘이 책상 앞에 앉아서 일하고 있고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 한 분이 안쪽에 있다가 갑자기 들어선 최기자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였다.

‘H 일보 최용호기자입니다’라는 말에 그 노인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한사대는 유명한 단체도 아니고 특별한 단체도 아니라서 기자님에게 자랑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한국인들의 행복과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작지만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자 평범한 시민들이 모인 아름다운 모임일 뿐이지요.“


책상 옆 간이 의자에 앉은 최기자에게 한사대 대원 유정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노인이 찬찬한 음성으로 말 했다.

최용호는 그의 말에 동의하였지만 표현은 하지 않았다. 10년 경력의 중견기자인 자신이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이름이라면 소규모 단체이거나 활동이 미미한 이름뿐인 모임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는 취재기자들이 하는 질문 원칙에 따라 순서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유정민 노인은 친절하게 설명 해 주었다.


“한사대는 한국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봉사 단체입니다. 자연 환경보호를 위하여 모인 단체로 시작되었습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10만이 넘는 대원이 있습니다.”


최용호는 10만 명이라는 숫자에 놀랐다. 자신도 모르고 있는 이름 없는 봉사단체가 이렇게 많은 회원, 아니 대원이 있다면 대단한 파워를 갖고 있다.

정치적인 목적이나 기업적인 이윤을 목적으로 한사대가 행동한다면 그 영향은 대단할 것이다.

기자의 직감으로 한사대의 실세나 배후가 궁금해졌다.


“현재 한사대를 대표하시는 분은 누구십니까?”


노인은 질문에 빙긋이 미소지었다.


“없습니다.”


“네? 없다고요?”


“그렇습니다. 한사대는 모두가 대원입니다. 대표나 단체장, 이사 등 직책이나 감투가 없는 조직입니다. 다만 예상되는 사고나 재해마다 자원하는 사람이나 추천하는 사람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장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대장은 봉사에 적합하고 능력이 있는 대원이 맡아서 진행합니다. 그 업무가 끝나면 대장은 다시 일반 대원으로 돌아갑니다. 대원 모두 자원 봉사자들로 보수도 없고 따로 근무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대원 스스로가 시간이 될 때마다 나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봉사사업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십니까?"


"크게 세 가지 사업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봉사활동입니다. 이것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양로원 돕기 보육원 돕기. 노숙자. 농촌 일손 돕기 등 모든 봉사단체가 하는 부분입니다. 둘째는 자연보호활동과 자원 재활용 사업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재해재난 대책 사업인데 이것이 현재 한사대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목적은 재난 재해 방지 및 대책 마련입니다.”


“재해 재난 대책사업은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 사업인데 일반 시민 단체의 힘으로는 부족하지 않습니까?”


“대규모 사업은 아니라도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자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의 30%는 2차 연쇄사고입니다. 사고가 난 차량에 또다른 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만 방지하여도 피해는 크게 줄어 들 것입니다.”


“기자님은 911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당했을 때 가장 큰 인명피해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비행기의 공격을 예상 못 한 것이 중요하지만 공격당한 후 그 큰 빌딩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그 누구도 예측 못 한 점입니다. 혹시 그 누군가가 빌딩전문가가 건물구조와 무게상 붕괴될 수 있다고 예상을 하였더라도 그 사람의 생각이나 경고가 즉시 전달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하겠다고 빌딩으로 올라간 소방관들까지 희생된 것입니다. 재해 및 재난 사고에 대한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단체, 기술적 요원과 행동대원, 그리고 장비 차량 등 이 모든 것들을 빠른 시간 내에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루이지애나에 수해가 나서 물에 잠겼을 때 식수가 부족하다고 하여 미국 각지에서 생수가 지원되었습니다. 심지어 캐나다에서도 수십 톤의 식수를 무려 2000㎞나 되는 거리를 이틀 동안 밤새 달려왔는데 막상 도착해서는 트럭들이 수해지역에 들어가지 못하고 길에 묶여 있어서 정작 식수는 제때 전달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또 일본처럼 원전사고가 났을 경우 방사능 누출을 막을 수 있는 장비나 시설은 무엇이고 또 누가 그러한 기술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가? 대피는 어디로 할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어떤 시설이 필요하고 어떤 약품들이 필요한가? 모든 것에 대해 예상을 하고 거기에 따른 완벽한 준비를 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일입니다. 인재사고나 자연재해는 예고 없이 일어나는 것이며 그 피해는 엄청난 규모이며 한국의 비극이 됩니다.”


“흔히 발생하는 교통사고나 음주운전은 행복한 가정을 비참하게 만듭니다. 예방할 수 있는 인재사고지요.”


그의 여러 가지 전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에 최기자는 고개만 끄덕였다. 동의는 하지만 재해 재난을 방지하거나 피해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최용호님, 만약에 지금 리히터강도가 7.0인 지진이 일어났다고 가정했을 때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갑작스런 유대원의 질문에 당혹했다.


“건물이나 위험지대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그다음에는 무얼 하시겠습니까?”


“글쎄요. 뭐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는데...,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만한 강도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잖습니까? 일본이라면 몰라도...”


“한사대에는 그래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모아 놓은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삼풍 같은 빌딩이나 한강 다리가 무너졌을 경우 복구 작업을 할 수 있는 중장비와 전문가와 기술자 그리고 인력을 즉시 투입할 준비를 해 놓는 것입니다. 이상 기온, 혹서나 혹한이 닥칠 때, 석유파동이 날 때, 또다시 바다에서 유조선이 침몰하여 기름이 유출될 때, 장비는 무엇이 필요하고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자재가 필요하고 그 자재를 생산하는 회사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모든 사고에 대한 예상과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 바로 한사대의 주목표입니다.

이 모두 대한민국 국민의 안정과 평화를 위하고 복지 그리고 행복을 지키는 일입니다.”


최용호는 마침내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태조 씨도 한 사대 대원입니까?"


"한사대는 10년 전쯤에 봉사활동을 하다가 만난 사람들이 결성한 것으로 이태조는 초기 창립 때부터 참여하여 이 조직의 체계를 세워 놓은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한사대는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습니까?"


"봉사 및 재해 재난 구조를 효과적으로 기술적으로 봉사하기 위해 각계각층을 전문가와 기술자들이 필요합니다. 물론 누구든지 대한민국으로 사랑하시는 분들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한사대는 말 그대로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바로 한사대 대원입니다. 최용호님도 대원으로 환영합니다.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할 수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적어 주시면 컴퓨터에 입력하고 예상 재난 사고에 따라 분류하여 저장해 둡니다. 만일 해상사고가 나서 기중기나 배를 운전할 수 있는 분이 또는 잠수부가 필요하다면 즉시 그 일을 할 수 있는 대원을 찾아서 사고현장으로부터 최단 시간 거리에 있는 대원부터 연락합니다. 서해가 기름으로 뒤덮였을 때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오셔서 기름을 닦아내고 봉사활동을 하셨습니다. 기름을 닦을 수 있는 천 그리고 세제를 나누어 주신 분들이 한국을 사랑하는 봉사대원입니다. 기름걸레를 거두고 처리하고 텐트에서 음료를 제공하는 분들 역시 한국을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스스로 나오셔서 묵묵히 일하고 가신 모든 분 역시 한국을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셨더라도 물품을 보내주시거나 성금을 보내주시고 응원하신 전국의 모든 국민이 바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실제 봉사활동을 하신 분들이 한사대라는 것을 모르고 계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한사대는 명분이나 이름을 절대 앞세우지 않습니다. 봉사활동을 하신 분이나 도움을 주신 분들이라면 본인은 모를지라도 바로 한사대의 대원으로 봉사하신 것입니다. 순수한 봉사활동으로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봉사대 이것이 한사대입니다. 한사대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하는 단체이며 바로 국민 여러분들이 한사대의 대원입니다."


***


최용호는 정신없이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의 작성 육하원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단지 생각나는 대로 그대로 단 한 번의 퇴고도 없이 타자했다.

핸드폰벨이 울렸다.

편집국장일 거라고만 생각했을 뿐 무시하였다. 마침내 기사 원고를 마친 그는 고개를 들고 시간을 보았다.

마감 시간 5분 전.

마침내 기사작성을 끝내고 기사 보내기 키를 눌렀다.

사흘 밤낮에 걸친 그 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책상에 고개를 묻은 채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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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세기의 결혼식 17.01.16 320 3 8쪽
19 취임식 +1 17.01.11 286 2 9쪽
18 대사남 16.12.14 335 2 8쪽
» 한사대 +1 16.11.12 631 2 10쪽
16 최용호의 취재 16.10.17 343 2 12쪽
15 기자회견 16.10.12 339 5 10쪽
14 고사범 +1 16.10.09 343 5 8쪽
13 사자성어 게임 16.10.02 513 3 12쪽
12 동구몽 대사 16.09.27 456 3 9쪽
11 두 번째 도피 16.09.25 407 3 11쪽
10 특종 폭로 사건 16.09.23 342 4 11쪽
9 콩나물 국밥 16.09.21 655 3 12쪽
8 만남의 밤 +3 16.09.18 450 3 10쪽
7 제보자 16.09.15 454 4 9쪽
6 노교수의 강의 16.09.11 433 3 11쪽
5 목포항 16.09.10 556 1 10쪽
4 대통령 후보 추대식 +1 16.09.09 708 4 10쪽
3 한강 +1 16.09.06 963 5 11쪽
2 방문자 +1 16.09.04 1,190 12 9쪽
1 프롤로그 +4 16.09.04 1,277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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