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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무는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속에 쏟아 붓는 것이다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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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8.10 12:15
최근연재일 :
2017.01.22 04:5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1,621
추천수 :
80
글자수 :
93,027

작성
16.09.27 13:55
조회
455
추천
3
글자
9쪽

동구몽 대사

DUMMY

포장이 되지 않은 좁은 숲속 길을 달려 산모퉁이에 도착하여 길가 공터에 차를 주차하면서 이태조가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은 작은 오솔길이 앞에 놓여 있었다.

경사는 가파르지 않으나 마치 등산로의 샛길처럼 보였다. 소나무 숲 속으로 가다 물이 졸졸 흐르는 조그만 계곡을 건너자 측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그 길은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로 흙계단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조그만 암자가 나타났다.

오래된 기와지붕에 한옥으로 조그만 마루가 흙마루 위로 놓여 있고 문이 두 개 달린 절이라고 할 수 없는 아주 형편없고 조그만 별채 같은 법당이었다.


아무도 없는 듯 인기척이 없이 바람 소리만 대숲을 흔들고 지나갔다.

김후보는 사방을 둘러보며 신기해하였다. 산길을 올라서면서부터 주변경치에 정신을 뺏기고 작은 소리로 감탄을 하곤 했었다.

이런 시골 풍경과 산길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이태조는 암자를 돌아 뒤쪽으로 갔다.

산비탈 아래에 커다란 바위 사이로 동굴이 보였다.

이태조가 그 입구에 멈추어 서자 김 후보도 따라서 그의 뒤에 섰다. 동굴 안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한발씩 안으로 들어서자 어둠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제법 커다란 석실이 보이고 그 한가운데에는 바위벽을 향하여 앉아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지만, 그의 몸은 바닥에서 한자 정도 공중에 떠 있었다.

숨도 쉬고 있지 않은 듯 마치 조각처럼 앉아 있었다.

들어 올 때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는데 석실 안에는 이상하게 은은한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이태조는 두 손을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고 도사의 등에 대고 조용히 공손하게 불렀다.


“똥구멍 대사님!”


김혜숙 후보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잘못 듣지 않은 것이라면 그가 분명히 ‘똥구멍이’라고 했다.

도사님은 기척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이태조는 조금 더 큰소리로 다시 불렀다.


“똥구멍 대사님!”


김혜숙은 고개를 돌려 곁눈질로 이의 얼굴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첫 번에는 잘못 들었거니 생각했지만 두 번째는 분명히 들었다.

근엄하게 앉아있는 신선 같은 도사님을 똥꾸멍이라니 부르다니? 더구나 그 도사는 앉아 있는데도 땅에 몸이 닿지 않고 있다. 도술을 쓸 줄 아는 기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태조의 표정은 이 도저히 장난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진지했다. 너무도 심각해서 김 대표는 웃을 수도 없고 화낼 수도 없었다.

두 번째 부름에도 아무 미동도 보이지 않자, 이태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방 한구석에 있는 조그만 돌멩이를 주어다가 스님이 가부좌를 틀고 있는 엉덩이 아래 중앙에 살며시 놓았다.

그리고는 엄청나게 큰 소리로 불렀다.


“똥 광 대 사!”


옆에 서 있던 김 대표의 어깨가 들썩일 정도의 깜짝 놀랄 만큼 우람한 큰 소리였다

순간 도사님의 두 눈이 번쩍 떠졌고, 동시에 공중에 떠 있던 스님의 몸이 떨어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바로 비명이 이어졌다.


“아이쿠, 아야!”


도사님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돌멩이 위로 털썩 주저앉았으니 아프기도 할 것이다.

김 대표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흡!" 숨을 멈추었다. 웃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스님은 펄쩍펄쩍 뛰다가 이태조를 보고는 냅다 소리쳤다.


“이~런 고얀넘! 감히 나를 깨우다니?”


동시에 솔방울이 날라 와 이태조의 머리를 쳤다.


“아이쿠! 아야!”


그는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똥광대사님 그동안도 많이 닦으셨습니까?”


도사는 하얀 수염이 길게 자라 있고 콧수염 그리고 눈썹마저도 하얗게 길게 자라 마치 신선처럼 보였다.


“이놈! 도이고 뭐고 어디 갔다. 이제야 나타나는 거냐? 이놈!"


"저도 일 해야 먹고 살지요.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둘이나 있잖아요?

그건 그렇고 어떻게 몸이 공중에 떠 있었습니까? 무슨 속임수예요?”


"쯔쯔쯧...세속에 젖은 어리석은 미물 같으니, 네가 공중부양술을 아느냐? 내가 말 없는 벽과 마주하여 명상하기를 9년 동안이나 하였거늘 이미 달마의 경지를 넘어섰다."


"공중부양술? 아 그 단전호흡으로 기를 모아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그거 말씀이세요?"


"그래 내 가르쳐 준 행공법은 얼마나 숙련하였느냐?"


"대사님! 어떻게 6분 동안에 한 번 숨을 쉽니까? 누구든 6분 동안 숨을 쉬지 않으면 사망입니다."


"이런 한심한 녀석, 누구든 연마하면 가능하거늘······. 행공 3단계를 거치면 공중부양을 물론 투시와 유체이탈도 할 수 있다."


“유체이탈이요? 그럼 동구몽 대사님이 유체이탈을 하신다는 말씀이세요?"


“그렇다. 나는 조금 전, 달라이 라마와 만나서 담소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는데 네놈이 방해하였느니라."


"달라이 라마님이 뭐라 하시던가요?"


"행복은 마음에서 비롯되니 먼저 마음의 수행을 하라고 하셨다. 바로 너에게 하시는 말씀이시다. 욕심의 반대는 무욕이 아니라 만족이다. 진정으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욕망을 채우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욕망을 버리고 현재에 만족할 줄 알면 그게 바로 행복이니라. 하셨다."


그러다가 옆에 서 있는 김혜숙을 보며 정중하게 도포 자락을 여미고 합장하였다.


"손님이 와 계신 줄 몰랐습니다. 소승의 무례를 용서하소서."


김혜숙 후보도 두 손을 합장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대사님 안녕하십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웃음을 참느라고 가느다랗게 나왔다.


"대사님 이분이 누구신지 아세요? "이태조가 가운데 나섰다.


"이놈아 내가···."


대사는 말을 끊고 정색한 후에 얼굴에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소인은 이 암자에서 한 발짝도 나가 본 적이 없이 세상의 연을 끊고 수도에만 전념하고 있어서 바깥세상을 모릅니다. 가끔 유체이탈을 해서 우주를 방문하고 세계의 현자들과 담소하는 일을 낙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사는 김혜숙 후보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합장을 하였다.


"소인 동구몽이라 합니다. 저놈이 똥광이라고 부릅니다만"


김혜숙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이태조가 '똥구멍'이라고 부른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동구몽 대사는 볼과 입술이 붉은색을 띠고 있어서 어린 소년의 얼굴처럼 보였다. 백발의 머리에 하얀 수염이 길게 자라 있어서 노인이라고 하지만 나이를 꼬집어 낼 수 없었다. 20대 젊은이가 머리와 수염만 하얗게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아흔이 넘은 노인이 젊어지는 영약을 먹고 젊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김혜숙입니다." 김 후보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동구몽 대사의 맑고 동그란 검은 눈동자에서는 은은한 안광이 빛이 뿜어 나왔다.

대사는 김혜숙 후보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흠칫 놀라더니 이번에는 허리를 굽혀 아주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귀하신 분을 만나 소인 영광이옵니다."


"어머, 대사님 과찬의 말씀입니다."


"제가 속세의 일에 무관 하고자 이곳에 묻혀 수도에만 전념하고 있으나 관상을 볼 줄 압니다."


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참으로 희귀한 상을 가지고 계십니다. 단군 이래 가장 고귀한 품과 형과 세를 고루 갖추어진 상입니다.

수천만 중에 오직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황상이십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임금님의 상이라 이 말입니다. 옛날 같으면 왕이 될 상인데 다만 이상한 것은 여자의 몸으로 임금의 상을 지니다니 참으로 기이한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유년시절부터 험난한 세파와 역경을 거쳐야 하는 상입니다."


김혜숙 후보는 웃으며 대답하였다.


"제가 대통령 후보라는 걸 아시고 그리 말씀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허허 그런 줄은 미처 모르고 보이는 대로 말 하였을 뿐입니다.”


동구몽 대사는 옷자락을 가볍게 털어 낸 후, 손을 들어 긴 턱수염을 천천히 쓸어 내렸다.


"소인은 평생을 세상일에 관여치 않고 오직 수련에만 열중했습니다. 아직 성불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였으나 만물의 이치를 알고 과거 현재 미래를 보는 혜안을 깨달았고 운기행공으로 십만 리 우주 밖을 오가는 유체이탈 정도는 할 수 있는 재주가 있습니다."


이태조가 거들었다.


"그럼, 동광대사님께서는 김혜숙 후보님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세상일은 물 흐르듯 순리에 따라 움직이는 법입니다. 그 누가 인위적으로 그 흐름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부디 순리대로 행하소서. 만물의 이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들여다보면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가 보이고 그 마음에 순응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우리 한민족은 단군 님 시대부터 하늘의 운명에 따라 순응해 왔습니다.

그 오천 년의 역사 위에 꽃피우고 열매 맺는 대운의 기운이 비치고 있습니다."


동구몽 대사의 말에 기품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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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끝) +1 17.01.22 31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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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최용호의 취재 16.10.17 343 2 12쪽
15 기자회견 16.10.12 339 5 10쪽
14 고사범 +1 16.10.09 343 5 8쪽
13 사자성어 게임 16.10.02 513 3 12쪽
» 동구몽 대사 16.09.27 456 3 9쪽
11 두 번째 도피 16.09.25 407 3 11쪽
10 특종 폭로 사건 16.09.23 341 4 11쪽
9 콩나물 국밥 16.09.21 655 3 12쪽
8 만남의 밤 +3 16.09.18 449 3 10쪽
7 제보자 16.09.15 454 4 9쪽
6 노교수의 강의 16.09.11 432 3 11쪽
5 목포항 16.09.10 555 1 10쪽
4 대통령 후보 추대식 +1 16.09.09 707 4 10쪽
3 한강 +1 16.09.06 963 5 11쪽
2 방문자 +1 16.09.04 1,190 12 9쪽
1 프롤로그 +4 16.09.04 1,276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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