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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샌드박스능력으로 힐링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3.02.10 15:49
최근연재일 :
2023.03.31 16:53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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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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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2
글자수 :
201,764

작성
23.03.2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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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1.질투.

계속 시험하고 있습니다.




DUMMY

31.질투.



제라드가 가져온 쌀은 도정이 되어있는 쌀이었기에 땅에 그대로 심을 순 없었다(정확하게는 자라지 않았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지). 아니 땅이라기 보단 논을 만들어야 하니 시간도 좀 필요하기도 했고···.


아무튼.


때문에 혹시나 동대륙에서 볍씨를 얻을 수 있나 물어보니, 제라드는 흔쾌히 그러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락-


“헤에··· 그게 쌀이군요? 그림으로 보기만 했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맞아. 자칼. 이게 쌀이야. 이걸로 쌀밥을 만들어 먹으면 맛이 참 좋단다. 흐흐.”

“전 용병 일 할 때 동대륙 용병이 있어 본적은 있지만 먹은 적은 없었습니다. 맛이 좋나요?”

“후후, 기대해도 좋아 녹타.”

“뀨이!”

“윈터도 기대해.”


밥이랑 고기랑 먹으면 맛이 좋으니 오늘은 철판에 고기를 구워먹자. 이곳에 오고 나서 계속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조금 질리기도 했던 나였지만, 오늘만큼은 마음껏 먹고 싶은 기분이었다.


탄수화물에 고기라··· 이건 못참지 츄릅-


“그나저나 이세계인이라는 것도 그렇고 너무 많은 정보를 흘린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응? 그래도 덕분에 다른 용사들 이야기도 듣고··· 나쁘지 않았다고 보는데?”

“하지만···.”


녹타의 걱정 어린 소리에 나는 어깰 으쓱하며 영토 안을 바라보았다.


“너무 걱정마, 요새 안 영토를 보여준 것도 아니잖아. 그 정도면 되지 않아?”

“하아. 세상에 욕심 많은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요.”

“?”

“그러니까 전······.”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녹타는 말을 잠시 머뭇하다 이내 살짝 얼굴을 붉히며 제 속내를 터놨다.


“준호 님이 그냥 평온하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 탈 없이요.”

“녹타···.”

“헤헤, 녹타 님은 준호 님을 참 좋아하죠.”

“크흠. 자칼!”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헤에- 그래? 그거 참 감동인데?”

“주인을 따르는 것은 크흠- 호위무사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크흠흠.”


멋쩍어 하면서 머릴 긁적이는 녹타. 그래,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러 사건을 겪어서 그런지 많이 친해졌지.


“저도 준호 님이 좋아요!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뀨이! 뀨뀨이!”

“얼씨구. 다들 나에게 좋다고 그래도 뭐 안 나온다고. 뭐- 요리정도는 해줄 수 있지만 말이야.”

“헤헤!”

“뀨!”

“녀석들···.”


가슴에서 간질대는 기분 좋은 느낌을 가진 채, 나는 녹타와 함께 쌀자루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풍요롭고 행복한 라이프를 위해 노력하는 이세계 생활,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지도 몰라.


그리 생각하며 말이다.






하음-


“···으음?”


토드 왕국의 한 귀족, 베르다오는 식전에 나오는 빵을 한입 베어 물고 감탄어린 시선으로 내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제인.”

“네, 가주님.”

“오늘따라 빵 맛이 아주 좋구만.”


그의 기분 좋은 모습에 식사를 준비하는 메이드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주인의 칭찬은 언제 들어도 듣기 좋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짧은 칭찬이 끝이 아니었다.


후룹-


“으음?!”


메인요리로 나온 파스타에 감탄한 베르다오는 떨리는 손으로 조금은 우악스럽게 아니 게걸스럽게 식사를 이어갔다.


“아, 아버지?”

“왜 그러세요?”

“왜 그러긴! 어서들 먹어 봐.”


베르다오의 호들갑 떠는 목소리에 식사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서둘러 메인요리를 먹기 시작했고 그러자 다들 놀랍다는 듯 커다란 눈을 만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어맛! 마, 맛있어!”

“후룹- 이거 정말 맛이 좋습니다. 꿀꺽. 식전 나온 빵도 맛이 좋더니···.”

“정말이네. 덕분에 식사예절이고 뭐고 흥분해서 금방 먹어 버렸지 뭐니···. 아이 또 먹고 싶어라···.”

“크흠. 부인, 나도 같은 생각이오. 제인!”

“네! 가주님. 부르셨습니까?”

“주방에 부탁해서 식사를 더 내오도록 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그리고 음식을 만든 주방장을 불러주게 오늘 만큼은 그를 칭찬해주고 싶어서 말이지. 하하하.”


그 정도로 만족스러운 메인요리였다. 고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투정을 좀 부리려고 했던 마음이 싹 사라질 정도로 말이다.


“부, 부르셨습니까?”


허겁지겁 달려온 주방장.


그는 혹시나 자신의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베르다오가 부른 줄 알고 퍽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핫. 뭘 긴장하고 그러나. 그냥 오늘 저녁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워서 부른 거라네.”

“그, 그러셨습니까?”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주방장. 더불어 오늘 요리가 대성공을 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오늘 따라 밀가루 음식이 다 맛있었네. 참 맛있었어. 평소와는 다른 것 같은 기분인데 어째 서지?”

“아! 예, 다름이 아니라 재료를 바꾸었습니다.”

“재료를 바꿔?”

“네, 이번에 안티오 집사가 가져온 밀가루를 사용했는데, 아주 상태가 좋은 게 요리를 하니 맛이 풍부하고 좋았습니다.”

“오호?”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 그. 아무래도 밀가루 하나 바꾸었다고 이런 맛이 나나 싶어 고개를 갸웃 하다 이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가문의 집사 안티오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가주님.”

“오오. 어서 오게. 다름이 아니라 밀가루를 바꾸었다고 들었네.”

“아, 바꾼 것이 아니라 특별한 밀가루가 있기에 한번 구매 목록에 추가했었습니다.”

“특별한 밀가루?”

“네, 요즘 토드 왕국 귀족들 사이에서 조금씩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질 좋은 밀가루인데, 제라드 상단이 취급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격이 좀 비싸긴 해도 가주님께 맛을 보여드리고 싶어 거래를 추진했습니다.”

“아, 그래? 잠깐··· 제라드 상단이라면. 그 잉기스 상단주의 아들이 운영하는 곳이잖나? 흐음. 우리 가문 식량 관련된 일은 평소에 어느 상단과 거래를 했지?”

“잉기스 상단주의 아들이 운영하는 록페라 상단과 거래를 했었지요. 지금도 그 관계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 제라드는 차남이고 록페라는 장남 아닌가? 이거 이거 흥미롭게 되었군.”


잉기스 상단주가 시험을 냈고 아들들이 상단과 가주 자리를 놓고 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귀족들이 모를 리 없었다.


비록 신분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돈으로 엮어져 있는 일들이 참 많았으니 말이다. 특히 어머니가 귀족인 장남 록페라와 거래가 연결된 귀족들이 많았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


그런데 오늘 밀가루 하나로 베르다오는 입맛을 다셨다.


“보통 밀가루와 가격이 얼마나 차이가 나나?”

“세 배는 차이가 납니다.”

“으음. 비싸군.”

“저 역시 별미로 드셔보라 가져온 것입니다.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낌새가 보였기에···.”

“확실히 유행에 뒤처지면 체면이 말이 아니지 크흠.”


뭔가 결심이라도 한 것인가? 베르다오는 제 턱을 이리저리 쓸다가.


“이 맛을 계속 맛보고 싶군. 록페라 상단과 거래를 하더라도 밀가루만큼은 제라드 상단과 유지하도록.”


속내를 말하자.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찰떡같이 알아들은 집사는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떠났다. 그에 흡족한 베르다오와 가족들은 만족한 듯 다시금 나온 따뜻한 면요리를 맛보기 시작했다.


후룹-


“역시 맛이 좋구만! 허허허.”






가주의 자리와 상단의 모든 것을 건 시험. 잉기스 상단주의 아들, 장남 록페라는 처음부터 출발이 좋았다. 어머니가 귀족의 신분이다 보니 자연스레 연줄이 닿는 곳이 많았고 아들을 위해 이곳저곳 다리를 연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양한, 더 많은 곳과 거래를 이어갔다. 초반 자본역시 어머니가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을 한 제라드와는 달랐다.


그래서 아무런 걱정 없이 자리싸움에서 승리 하리라, 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쾅!


“귀족가문들이 하나같이 우리 밀가루를 빼?”


밀을 주식으로 하는 세상인 만큼. 그것을 꽉 잡으면 상단주로서 유리한 지점을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


그렇기에 장남 록페라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동생인 제라드와 다른 붉은 머리칼에 녹안. 검은색이 감도는 비단옷을 차려입은 그는 자신의 업무책상을 내리치며 보고서를 올리는 부하를 부라려본다.


“도대체 어째서 귀족들이 우리와 밀가루 거래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냐?”

“그, 그것이 다른 거래처를 찾았으니 필요가 없다면서···. 그, 그래도 일반 평민들과의 거래는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멍청아! 귀족들이 얼마나 귀한 고객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야? 평민들에게 흙이 섞인 밀가루를 보내도 귀족들에겐 최고급 밀가루를 선별할 정도로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귀족들에게도 영지가 있고, 그곳에서 밀농사를 지어 밀가루를 얻기도 했지만 척박한 곳에 위치한 귀족들은 그러지 못해 상단과 거래를 유지하며 밀가루를 공급받았다.


영토의 60%가 산지로 되어있는 토드 왕국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지금 밀가루 거래를 빼앗겼다는 사실이 록페라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 올 수박에 없었다.


게다가.


“후우. 그래서, 어떤 상단과 거래를 하는 거지? 밀가루 거래는 아버지가 손을 대지 않는다고 했으니··· 요한 상단인가? 아니면 주블랙 상단?”

“그, 그것이···.”

“?”

“···제라드 상단이랍니다.”

“!!”


거래를 빼앗아버린 상단이 자신의 배다른 동생의 상단이라면 또 이야기는 달랐다.


“제라드··· 녀석이 기어코?”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비상했고 상인으로서의 덕목도 두루 갖춰 아버지 잉기스는 아니더라도 주변 상인들에게 조금씩 인정을 받던 제라드.


록페라 역시 잘난 인물이었지만, 장자라는 타이틀만 빼고 제라드와 비교한다면 부족한 면이 더 많았다.


“···이봐.”

“네, 네. 록페라 님.”

“녀석이 어떻게 수를 쓴 것인지 자세히 알아와.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


방을 나간 부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록페라. 그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허허실실 미소를 짓는 자신의 배다른 동생, 제라드의 얼굴을 떠올렸다.


“잉기스 상단과 가주의 자리는 내 것이야. 네게 절대로 빼앗기지 않겠다. 제라드···.”






“밀가루를 거래하는 귀족들 모두가 저희 제라드 상단과 거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제라드 님! 이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침착해. 모두.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은 얼마나 있지?”

“충분합니다. 토드 왕국에 있는 귀족들에게 한정적으로 가는 밀가루이니까요.”

“후훗. 그래, 다행이군.”


회의석에 자리를 한 제라드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쌓여있는 서류들을 보았다. 모두 ‘특별한 밀가루’를 얻기 위해 귀족가문에서 보낸 서한이었다.


‘역시 보통 밀가루가 아니었어.’


직접 빵을 만들어 먹어본 결과.


제라드는 너무도 맛좋은 맛에 감탄하며 고개를 절로 끄덕였더랬다. 그리고 지켜보는 상단 부하들에게 단 한마디를 뱉었다.


<이건 통한다!>


라고.


그리고 조금씩 맛을 보던 귀족들은 이 ‘특별한 밀가루’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빵이나 디저트를 사랑하는 귀부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니··· 모두가 제라드 상단에게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제라드는 상인.


‘나는 아직 배가고프다.’


지금은 더 만족 할 수 없다는 듯 다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름 하여.


“준호 님과 친해지기 작전···.”

“제라드 님···.”

“분명 더 특별한 무언가가 존재할 것 같은 기분이야. 상인의 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 그러니··· 더더욱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야만 해.”


시험은 아직 한참 남았다.


하지만 우준호와 관계를 더 깊이 유지한다면 유리한 고지에 있는 형 록페라 보다 먼저 아버지 잉기스에게 인정을 받을 것만 같은 제라드였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조금은 순둥한 이세계인 우준호를 떠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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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쌀. +7 23.03.22 2,029 61 13쪽
29 29.제라드. +13 23.03.21 2,168 75 12쪽
28 28.엘프의 나무. +2 23.03.10 2,855 10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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