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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샌드박스능력으로 힐링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3.02.10 15:49
최근연재일 :
2023.03.31 16:53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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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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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2
글자수 :
201,764

작성
23.02.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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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0.오염된 토지.

계속 시험하고 있습니다.




DUMMY

20.오염된 토지.



“마··· 왕?”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나는 놀라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냥 가볍게 이야기해본 것인데 마왕이··· 여기서 왜 나와?


“물론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맞아요. 그저 우리는 ‘추측’할 뿐이에요.”

“추측이라면···.”

“엘프들에게 전해지는 오래된 내용이죠. 마왕이 나타나면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찾아오리라.”


비욘과 아이리의 말에 나는 퍽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퀘스트-엘프영역 되살리기.]‘마왕이 나타나면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찾아오리라. 그 말이 묘하게 궤스트와 맞아떨어져.’


엘프들의 부흥에 대한 퀘스트도 아니고 엘프들에게 힘을 보태라는 퀘스트도 아니었다. ‘영역’을 되살리라는 퀘스트.


그리고 퀘스트에 필요한 흙과 나무.


덕분에 머릿속에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혹시 사시는 영역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건가요? 혹- 땅이 척박해졌다거나···.”

“!”

“!”


맞춰진 퍼즐을 조금 풀어보니 두 엘프의 표정이 바뀌었다. 마치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냐는 듯 말이다. 그에 나는 그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들을 돕고 싶기도 했으니까. 오지랖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인연을 맺었는데 무시할 순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제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신탁 같은 것을 받았습니다.”

“주, 준호 님 신탁이라면···.”

“세상에···.”

“설마! 엘프들과 관련된 것이었습니까?”


녹타, 자칼 그리고 엘프 비욘과 아이리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시선을 모았다. 아아. 아무래도 신탁이라는 말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았다. 그래도··· 퀘스트라는 것을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말이지. 대충 꼬집어 말했는데 이게 파급력이 엄청나서 나도 놀라는 중이다.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엘프 둘의 모습에 나는 땀을 삐질 흘리며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엘프영역을 되살리는 방법을 제가 알아서요.”

“!”

“!”


신탁에 한 번 그리고 자신들의 영역을 되살릴 수 있다는 방법에 또 한 번 놀라는 두 엘프.


“역시··· 준호 님. 범상치 않으시다고 생각했지만, 신탁까지 받으시다니. 크흐, 용사들과 함께 온 이 세계분답군요.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준호 님이 비범하다고 생각했어요! 후후!”

“이런 주인님을 모시다니 영광입니다.”

“저도요!”

‘어우야 부담스럽게 왜 이래들···.’


그리고 어째선지 정말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보는 녹타와 자칼. 그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윈터는 뭐가 즐거운지 방실방실 웃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윈터야, 지금 상황이 그리 즐거운 상황은 아니거든? 다들 뭔가 나를 엄청난 용사처럼 바라보고 있단 말이야. 난 그런 게 아닌데.


“휴. 아무튼, 그래서 알고 싶었어요. 엘프들의 정확한 사정을요.”

“신탁받은 이세계인··· 그리고 영역을 되살리는 방법까지···.”

“오라버니···.”

“좋습니다. 준호. 저희의 사정을 제대로 말해드리죠.”


각오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비욘의 말. 나는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건의 발단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디 대삼림의 사는 엘프들은 자신들 영역에 결계를 치고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이상한 기운이 주변에 감지되었다고 한다.


“이상한 기운이라면···.”

“우물이 마르고, 꽃과 나무, 심었던 작물이 모두 시들었죠.”

“보랏빛 땅을 보신적 있습니까? 사악한 기운이 땅에 스며들어 그 보랏빛이 병처럼 퍼져갔습니다.”

“보랏빛 땅···.”


엘프들의 땅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물든 땅에 있는 생명체는 힘을 잃어갔다. 꽃과 나무는 시들었고 물도 말라간다. 더불어···.


“엘프들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그 사악한 기운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결국 터전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각오하고 정든 터전을 떠나려는 순간.”

“순간?”

“그것이··· 나타났죠.”

“그것?”

“그것?!”


모두가 동시에 궁금함에 입을 모았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기에. 하지만 이내 설명하는 비욘과 아이린의 말에 우리들은 그것을 단지 그것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늑대의 얼굴에, 닭의 눈. 양손은 갈퀴와 같고 날카로운 이 몸집은 소처럼 거대하며 두발로 거닐고 꼬리는 뱀과 같아 길쭉하며 등에는 작은 돌기가 빽빽이 돋아난 녀석입니다.”

“대삼림에 살면서··· 그런 몬스터는 처음 봤어요.”

“도대체 녀석의 정체가 뭐기에···.”

“그러니 저희가 마왕을 언급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사악하고 악독한 생명체가 보랏빛 땅에서 솟아났으니 말이에요.”

“아···.”


지금도 그것에 치가 떨리는지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엘프들.


“녀석은 마법이 통하지 않았어요. 장로님이 힘을 써보았지만···.”


“마법까지 통하지 않다니- 준호 님, 놈은 정말 위험한 몬스터입니다.”

“그러게, 녹타. 이건 정말 심상치 않은 일이야.”


엘프의 땅이 보랏빛으로 오염된 것. 그리고 그 땅에서 솟아난 정체 모를 괴물까지. 나는 왠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가슴이 쿵쿵댔다. 그것은 공포. 지구에서 쉽게 느껴보지 못한 살갗에 닿는 공포였다.


‘녀석이 만약 우리 땅까지 노린다면···.’


그건 정말 큰 일이다. 어떻게 얻은 땅이고 평화인데···.


꾸욱-


“두려웠습니다. 처음 보는 존재였으니까요.”

“그저 도망칠 수밖에 없었죠. 무기를 들어보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엘프들의 수가···.”


나는 지금 우리 집에 모인 엘프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6명. 엘프들이 6명밖에 남지 않은 건가?


“···다행히 모두 녀석에게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뿔뿔이 흩어졌을 뿐이죠.”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서요.”

“휴우 그건 다행이군요.”

“하지만 적지 않은 숫자의 엘프가 녀석에게 당한 것은 사실이지요.”

“자, 이제부터 저희의 질문입니다. 준호 님.”


두 손을 꼭 쥐고 간절함을 담은 비욘의 동생, 아이리가 물었다.


“아까 말씀하신 방법이··· 정말 있으십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받은 퀘스트는 퍽 불친절했다. 그저 [엘프영역 되살리기]라는 말만 되어있었으니까.


하지만 뭘까? 본능적인 것이 내 가슴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나는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답할 수 없었지만, 그 본능이 엘프들의 보금자리를 다시금 원상태로 바꾸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료만 있다면요.”

“재··· 료요?”

“네. 재료만 구한다면 엘프들의 땅을 원래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재료만 있다면 저희의 본래 보금자리를 원래대로 돌릴 수 있다는···.”

“네!”

“아아···.”


아이리는 내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런 동생을 차분히 달래는 비욘.


“이건 엘프의 신이신 가이아 님의 인도입니다.”

“그렇습니다. 준호. 아무래도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당신이라는 은인을 만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어요.”

“부탁입니다. 염치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힘이 있다면 부디, 부디 저희 터전을 원래대로 돌려놓아 주세요.”


두 엘프의 말에 다른 엘프들도 내 근처로 다가와 무릎을 굽히기 시작했다. 그리곤 정말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고 그 모습에 나는 가슴이 턱 막혀버린다.


안쓰럽고 안타깝다.


‘나 역시 사랑하는 고향이나 보금자리를 잃는다면 정말 슬플 거야.’

“준호 님···.”

“알아, 녹타. 어쩌면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만약 그런 끔찍한 일이 우리에게 닥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어?”


호위무사로서 걱정하는 녹타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녹타 역시 내 성격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녀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개 호위무사가 감히 주인의 뜻을 거스를 순 없죠.”

“야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훗, 농입니다.”


녹타가 내게 농담을 다 하네. 정말 처음이랑 많이 달라졌다.


“저는 호위무사로서 주인인 준호 님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 어디를 가시더라도 곁을 지키겠습니다. 그것뿐입니다.”

“녹타···.”

“저, 저도!”

“?”

“미약하지만 정령술을 알고 있으니까···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어요! 준호 님의 도움이 되고 싶어요!”

“자칼···.”


두 사람 모두··· 왜 이리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드냐···. 역시, 난 운이 좋은 놈이다. 이세계에 떨어졌어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니까.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저. 사실 전 엄청나게 대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바꿀 힘이 있고 여러분들을 돕고 싶습니다.”

“그, 그럼-”

“돕겠습니다.”


와아아아!


돕겠다는 말에 엘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어쩌면 저 머나먼 장소로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그들의 가슴속을 잔잔하게 어루만져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작정 그냥 도와주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착하다는 소리는 잘 듣고 살아왔다. 어떤 사람은 나이에 맞지 않는 순박함에 사기나 당하지 말라고 핀잔도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사회에서 꿋꿋하게 지내올 수 있었던 것은 공과 사는 제대로 구분했기 때문이었다.


“대가··· 역시 필요하군요.”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그냥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남매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나중에 터전이 완벽하게 되돌려지면, 저하고 더 친해졌으면 해요. 아! 물물교환도 하고요. 제 자랑 같아서 좀 그렇지만 좋은 밀가루와 옥수수도 있고 더 자라면 사과도 열려요.”

“···에?”

“그게···.”


내 말을 이해 못 한 걸까? 나는 남매의 얼떨떨한 표정에 의아해 하며 다시금 말을 했다.


“그러니까 저하고 교류가 잦았으면 해요. 저도 뭔가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엄청 대단한 게 아니어도 괜찮아요. 아까 들어보니 작물도 있다고 하셨죠? 그런 걸 얻었으면 좋겠거든요!”


평화롭고 한가로운 농사라이프. 그것을 위한 물물교환은 언제나 환영이니까. 그런 의미였는데···.


“풉- 푸하하하핫!”

“오, 오라버니?!”

“···엉?”


비욘이 크게 웃고 만다. 내가 당황해서 녹타와 자칼을 봤더니 녀석들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뭔데, 뭐가 잘 못 한 건가?


“인간과의 교류라··· 어찌 보면 몇백 년 만에 벌어지는 일이군요. 준호. 정말 그것이면 충분합니까? 당신은 우리의 터전을 되돌려주는 큰일을 하는 거라고요.”

“예··· 뭐.”

“큭큭, 그렇군요. 하하. 역시 사슴여우가 선택한 인간··· 이랄까요. 좋습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허락하겠다는 뜻. 그 표현에 나도 질세라 손을 내밀어 꽈악 붙잡았다.


덥석-


“그럼 거래 성립이네요.”

“그렇군요. 거래 성립입니다!”


엘프와 인간.


정말 오랜만에 맺게 되는 거래, 난 어쩌면 이 판타지 세상에서 가장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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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철갑을 두른듯. +12 23.03.03 3,718 111 19쪽
21 21.괴물에 맞서기 위해. +9 23.03.02 4,022 124 8쪽
» 20.오염된 토지. +12 23.02.28 4,262 117 12쪽
19 19.뭘 좋아할지 몰라서. +8 23.02.27 4,303 1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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