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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샌드박스능력으로 힐링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3.02.10 15:49
최근연재일 :
2023.03.31 16:53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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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217
추천수 :
3,842
글자수 :
201,764

작성
23.03.21 20:28
조회
2,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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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
12쪽

29.제라드.

계속 시험하고 있습니다.




DUMMY

29.제라드.




“신비로운 분입니다.”

“오호.”

“높으신 분이지만 보통 귀족과는 다르다니까요. 좀 더 우리를 생각한다고 해야 하나.”

“그건 정말 독특하군요.”

“그렇습니다.”

“그런 분이 이런 좋은 밀가루를 가지고 있고 물물교환도 한다라-.”


푸른색, 눈가를 찌를 정도로 긴 앞머리에 조금은 날카로워 보이는 실눈은 어느새 새하얀 밀가루에 꽂혀 제 황금색 모습을 되찾는다. 매의 눈이라고 할까? 새하얀 색의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있는 남자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매력적인 덧니를 자랑했다.


스르륵-


“입자도 곱고··· 흙도 보이지 않아.”


자루에 담긴 밀가루를 이리저리 살피고 손으로도 만져본다.


“특등급. 이건 특등급이라고 말해도 좋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밀을 가지고 최고의 방식으로 가루를 낸다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겠지요.”

“많이 가지고 있답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

“흐음~ 흥미롭네요.”


남자는 밀가루를 보던 시선을 접고 허리를 펴 레토 마을의 촌장, 데이온을 바라보았다.


싱긋-


“그분, 저도 만나 뵐 수 있겠습니까?”






엘프들과의 동고동락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꼬꼬-


“이야··· 금방 자라네.”

“정말 금방 자라는 군요. 역시 준호 님의 신비로운 힘은 대단합니다.”

“그런가? 뭔가 이 땅 기운이 좋아서 그럴지도 몰라. 녹타.”

“그건 아닙니다. 예전에 이곳에 지냈던 사람들도 작은 텃밭정도는 가꾸었다고 하는데, 모조리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준호님이 처음 이곳에 정착한다고 했을 때, 많이 걱정했었습니다.”

“그랬어?”

“네.”

“아주 가감 없이 말 하는 게 MZ야~ 하핫.”

“네?”

“···농담이야 농담. 우리 세계 농담. 민망하게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아줘.”

“앗, 네···.”


읏쌰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닭장 속에 있는 닭들이었다. 암탉하나 수탉하나.


‘퀘스트 보상이 제법 후하네.’


엘프들의 영토를 복구하고 얻은 보상은 어마어마했다. 무려 새로운 작물 그리고 건강한 병아리였다.


슷-


“뀨이?”

“윈터~ 닭들은 친구니까 건들지 마.”

“뀨이!”

“알아들은 거 맞지? 뭐, 건드린 적도 없었지만···.”

“뀨뀨-”


병아리들은 닭장을 만들고 먹을 것을 넣어주니 금세 성체가 되어 몸집이 불어났다. 새하얀 털엔 윤기가 흘렀고 초롱거리는 눈빛을 보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참 건강해 보였다.


이렇게 건강한 닭에선 건강한 알이 나오는 법.


“헤헤, 준호 님! 이것 좀 보세요.”

“오. 달걀이네.”

“세 개가 있었는데요. 하나 놔두고 두 개 가져온 거예요.”

“용케 가져왔구나. 자칼. 닭이 무섭지는 않았니?”

“처음엔 녹타 님이 겁을 줘서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닭이 잘 따라주어서 가져올 수 있었어요.”

“이야··· 원래 빼앗기지 않으려고 무섭게 돌변하는데 의외네.”

“따뜻해라···. 달걀을 직접만지는 것은 처음이에요.”

“뭐야, 달걀 못 봤어?”

“그··· 귀족이었을 때 항상 요리된 것만 먹어서···.”

“아하.”


내 능력 덕분일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내 안락한 삶을 닭까지 도와주는 기분이다. 나는 귀족 생활에서 얻지 못한 농촌체험을 하게 된 자칼의 기분 좋은 웃음에 머릴 쓸어주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저기도 잘 자라네.’


새로운 작물이다.


토마토 그리고 고구마.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몰라 고민하다 그냥 땅에 박았는데 그대로 잘 자라서 나도 깜짝 놀라고 있는 중이다. 지구에서 이런 짓을 하면 미친놈 취급 받겠지 아마···.


“저 초록색 열매가 토마토죠? 땅 안에 감자처럼 자라는 게 고구마고요.”

“초록색 열매는 곧 붉게 변할 거야. 고구마도 주먹만큼 커지고.”

“대륙에는 없는 작물이군요.”


녹타의 말에 의하면 지금 우리가 있는 서대륙이나 반대편에 있는 동대륙에도 토마토 비슷한 것은 있지만 고구마는 없는 모양이다.


“고구마는 잘 자라면 맛있어. 달콤한 감자 같은 느낌?”

“달콤한 감자라··· 상상이 가지 않네요.”

“그러게요. 하지만 준호 님이 맛있다고 했으니까 나중에 먹어보면 정말 맛있겠죠?”

“그래. 쌀쌀할 때 구워먹으면 그게 또 별미거든.”


토마토에 고구마라··· 화덕도 있고 제작대에 레시피까지 있으니 충분히 요리가 구상되었다.


‘지구에서 먹던 피자나 햄버거도 만들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쌀이··· 없어.’


쌀이 없다는 거다.


솔직히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한식이 땡기지 않던가. 이세계에 와서 거의 한 달여 가까이 지내다 보니 나 역시 조금은 한식이 그리워졌다.


따끈따끈한 밥에 김치를 얹어서 삭-


추릅-


“생각만 해도 군침이 싹도네···.”

“준호 님?”

“아, 아니야. 크흠.”


민망하게 침 삼킬 때 볼게 뭐람. 내가 녹타에게 물어보니 동대륙에는 쌀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찰기 있는 쌀과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좋으니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김치찌개에 된장에···.’


괜스레 가슴 속에 눈물이 났다. 이게 향수병이라는 걸까? 하지만 너무 의식하지 말자. 마을에서 얻어온 돼지고기도 있고 이제 달걀에다 토마토에 고구마도 먹을 수 있잖아.


“오늘 점심은 빵에 마을에서 얻어온 잼을 발라 먹으면 어떨까요?”

“저번에 촌장에게 물어보니 베이컨도 있는 것 같더군요. 나중에 얻어서 같이 먹으면 맛있을 겁니다.”

“맛있겠네요.”

“요즘 너무 맛있게 먹어서 몸이 둔해진 기분이야.”

“······.”


그래. 이세계라도 맛있는 음식은 뭐든 있다. 어떤 소설이나 만화에서 본 것처럼 이세계엔 먹을 것이 부실해서 맛이 없다는 것은 엄청난 편견이었다. 이쪽 사람들도 알아서 맛있게 잘 먹거든.


그런데···.


“준호 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준호 님?”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 인가봐···.


“마, 맛있겠다. 흐흐.”

“······.”

“······.”


그렇게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식사를 하기 위해 집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실례합니다! 누구 안계신가요?”

“?”

“?”

“엉?”


요새처럼 되어버린 우리 집 밖에서 들려오는 낯선 이의 목소리. 그 소리에 나 그리고 녹타와 자칼이 고개를 갸웃하며 서로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대삼림 근처에 위치한 외딴 영토. 이곳에 도대체 누가 방문을 하겠냐는 거다.






우리 영토에 온 방문객들.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그는 특유의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제라드 상단의 제라드라고 합니다.”

“아, 우준호라고 합니다.”


새파란 머리칼에 실눈, 꽤 질이 좋아 보이는 새하얀 복장은 일반적인 마을 사람으로 보이게 하지 않았다. 뭐랄까, 품격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는 자신을 제라드 상단의 제라드라고 소개했다.


‘상단이라··· 장사를 하는 사람일까?’


뒤로는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세 명 붙어있었는데, 다들 몸이 날렵해 보이는 게 만만찮아 보여서 녹타는 경계를 하듯 제 허리춤에 있는 검을 매만지고 있었다.


소곤소곤-


“준호 님. 조심하십시오. 뒤에 사내들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응.”


녹타의 조언이 들렸을까? 제라드는 빙글 미소를 짓더니 걱정 말라는 투로 손을 저어본다.


“하하 그저 저를 호위하는 사람들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네에··· 그나저나 상단이라 하면···.”

“네. 장사꾼입니다. 하하.”

‘당당하게 말 하네.’


그는 솔직하게 말하며 공손히 고개를 한번 숙이더니 사람 좋은 미소로 내게 말을 걸었다.


“준호 님이라고 하셨지요? 레토 마을에서 밀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밀이라면···.”

“네. 특등급 밀이지요. 부드럽고 고우며 불순물이 없는 특등급의 밀···.”

‘아.’


좋은 밀가루라고 생각은 했다. 녹타나 자칼도 그런 말을 했었고. 그런데 설마 이렇게 상회에서 사람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레토 마을에 다양한 물건을 들여오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보았습니다. 품질이 무척이나 좋아 제 두 눈을 사로잡았지요. 그 밀가루는 왕도에서도 보기 힘든 밀가루였습니다.”

“하, 하하··· 그 정도였나요?”

“물론입니다! 그런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라면 귀족나리들은 맛이 좋아 껌뻑- 죽고 말겁니다. 하아, 저도 레토 마을 촌장님이 준 빵을 먹어보았는데 무척이나 맛이 좋고··· 그 풍미가···.”

“?”

“크흠. 실례했습니다. 아무튼 그 밀가루를 구하고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곳으로 찾아왔습니다.”


나 역시 회사를 다녔었으니까. 그리고 외근도 했었으니까. 그 직장인들이나 장사꾼들의 특유의 눈빛을 알고 있었다.


확신하는 눈빛 말이다. 이 아이템이라면 성공하겠다는 확신.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준호 님과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거래라···.”


나는 인벤토리에 있는 밀가루를 확인해 본다. 솔직히 엄청난 거래를 할 정도로 양이 많은 것이 아니었기에 좀 거시기 한 느낌이다.


“그, 양이 그리 많지 않아서요.”

“촌장님께서 한 자루를 가지고 계시던데···. 그런 자루가 얼마나 있으십니까? 얼마가 되었든 제가 구입하고 싶습니다.”

‘거래하고 싶은 의지가 대단하네. 하지만 솔직히 지금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왕께서 하사한 금화는 넘쳐난다. 생리를 모르고 건네주셨긴 했지만 돈만 보면 난 부자가 확실했다. 그렇기에 돈으로 거래를 하는 것은 썩 땡기지 않았다.


“적은 양이더라도 부탁드립니다.”

“필요하다면 거래는 할 수 있어요. 양은 많지 않지만요.”

“앗! 정말이십니까?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제가 거느리고 있는 상단의 규모도 아직 그리 크지 않으니까요.”


말을 들어보니 작은 마을에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듯 한 제라다 상단. 그리고 그 상단주가 제라드. 아마 나름의 사정이 있으니 이리 매달리는 것이겠지.


그러다 문뜩 나는 제법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저는 돈으로 거래를 하고 싶지 않아요.”

“아. 레토 마을에서 들었습니다. 대부분 물물교환으로 거래를 하신다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요.”

“돈이 많아서요.”

“앗.”


생각지 못한 답변에 놀란 제라드. 그도 설마 이런 곳에 있는 인물이 돈이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그··· 이상한 시선으로 본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준호 님.”

“괜찮아요. 보통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돈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살진 않으니까.”

“크흠. 흠. 죄송합니다. 제 식견이 아직 좁아서.”

“그보다!”

“?”

“제가 구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것과 교환하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제라드는 놀랍다는 듯 두 눈을 끔뻑였다.






히이잉-


다그닥- 다그닥-


“쌀이라···.”

“제라드 님?”

“예상치 못한 거래였어. 설마 돈이 아닌 다른 것을 요구할 줄은 몰랐으니까.”


마차에 오른 제라드 상단의 상단주, 제라드는 자신의 옆을 보좌하는 비서 엘리제에게 황당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에 그녀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라드의 말에 공감했다.


“저도 처음 겪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금화나 은화가 아닌 쌀이라···.”

“쌀은 동대륙에서 자라는 곡식이야. 서대륙에선 밀을 주식으로 하지만 동대륙은 쌀을 주식으로 살아가니까.”

“거래처를 알아볼까요?”

“응. 그렇게 해줘. 그리고 알아내고 어느 정도 수량을 확보하면 나에게 직접 말 해주고.”

“설마··· 또 직접 가시려는 겁니까? 제라드 님이 아니시더라도 부하들을 시키면···.”


그녀의 말에 제라다는 씨익 미소를 짓더니 이내 제 머리칼을 쓸어 올린다.


“아니. 내가 가도록 할게. 그곳은 뭐랄까··· 흥미롭거든.”

“네?”

“돈 냄새··· 돈 냄새가 난단 말이야···.”


그의 말에 엘리제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상단주인 제라드가 기행을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형님 보다 더 좋은 상단을 만들려면 그 밀이 필요해. 소규모더라도 한정적인 물품으로 귀족에게 판매를 한다면······ 아주 큰 이익이 올 것 같단 말이지.’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돌아왔습니다. 사실 어제 왔어야 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못했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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