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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샌드박스능력으로 힐링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3.02.10 15:49
최근연재일 :
2023.03.31 16:5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48,221
추천수 :
3,842
글자수 :
201,764

작성
23.02.10 15:50
조회
9,647
추천
142
글자
11쪽

1.이세카이.

계속 시험하고 있습니다.




DUMMY

1.이세카이.




올해 서른,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취미는 게임, 웹소설, 웹툰···. 특이사항이라 하면 모태솔로 정도? 뭐······ 연애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아니, 아니 일단 그게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어서 오시게 용사들이여.”

“······.”


아무래도 내가 이세계로 온 모양이다.


있잖은가, 웹소설이나 웹툰에서 나오는 판타지 세계 말이다.


‘실화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왕좌였다. 왕으로 보이는, 이국적으로 생긴 인물이 근엄한 표정으로 상석에서 내려다보고 있었고 주변에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 서있었다.


‘꿈은 아니지? 판타지··· 맞지?’


분명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양복을 입고 있는 내 꼴을 보면 딱 각이 나오지 않는가. 버스 안에서 졸고 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이 변했고 놀라서 벌떡 일어나니 이 꼴이었다.


“많이 혼란스러운 모양이군. 다들.”

‘다들···?’


그제야 뭔가 위화감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뭐, 뭐야 여긴.”

“설마··· 이세카이?”

“장난이죠? 혹시, 몰래카메라인가요? 유튜브 킥킥대학 같은···.”


10대? 20대? 안경을 낀 퉁퉁한 남자와 곱상하게 생긴 남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분명 낯이 익다.


‘버스··· 에 같이 타고 있던 사람들 같은데?’


생각해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본 얼굴들이었다. 함께 버스를 타던 사람들. 그들이 이곳으로 함께 온 건가?


“상태창!”

“?”

“?”

“오옷! 역시 맞는 것 같아. 여긴 이세계···. 나는 직업이 ‘검의 용사’라고 나와 있는데? 개쩐다···.”


안경낀 퉁퉁남이 어째선지 이 상황이 기쁜 듯 소리치며 말한다. 상태창이라··· 그도 아마 서브컬쳐에 능한 인물인 듯 했다. 그런 그의 능동적인 행동 덕분인지 나머지 둘도 국룰이 되어버린 ‘상태창’을 외치기 시작했다.


“활의 용사?”

“···마법의 용사라고···.”

‘상태창에 직업이 나와 있나 보군.’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셋을 보자 나도 호기심에 속으로 상태창을 외쳐보았다.


‘상태창.’


그러자.


팟-


[레벨:1]

[이름:우준호]

[나이:30세]

[성별:남]

[직업:크리에이터]


아주 깔끔한 글씨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웹소설이나 웹툰에서나 보던 그··· 진짜 상태창이 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쳤다. 진짜 이게 현실이야? 아니 그보다 직업이··· 뭔데?


‘크리에이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판타지 장르에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까 저들이 말 하는 것처럼 ‘용사’가 아닌데?


“역시 다들 전설의 용사답군. 설명하지 않아도 용사들의 고유능력, 상태창능력을 바로 사용하다니 말이야. 안 그렇소? 헨드릭?”

“맞는 말씀입니다. 전하. 역시 전해내려 오는 대로 이 세계의 용사들답습니다. 자연스레 말도 통하고 말이죠. 궁정마법사로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물론 불러낸 술식을 한 것은 저였지만 말이죠. 허허.”

“음흠흠. 일단, 다들 주목해보시게.”

“아···.”


더 이상 우리끼리 조잘거릴 순 없었다. 왕으로 보이는 인물이 진지하게 주목하라 말을 했고 주변 분위기도 묘했으니까. 덕분에 나는 저절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장난으로 우릴 이곳으로 부른 것은 아닐 테니까.’


웹소설이든 만화든 이런 부름엔 응당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무리한 부탁을 요구했다.


“그대들을 이곳으로 오게 한 것은 앞으로 오게 될 마왕의 강림 때문일세.”

‘고전적인 클리셰군.’


아주 고전적인 클리셰였다. 마왕의 강림 그것을 막기 위해 용사를 소환한 것. 요즘엔 그런 스토리를 많이 비틀고 그러는 편인데··· 뭐, 현재 내가 이런 일에 닥치니 직관적인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기에, 나 에드워드 3세는 용사인 그대들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네.”

“지, 집으로 그냥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그건 안 되네. 우리의 힘만으로는 마왕을 무찌를 수 없거든. 우리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진화를 거듭하는 용사들의 힘만이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다더군.”

‘진화··· 혹시 레벨업을 말하는 걸까? 상태창에도 레벨이 적혀있었고.’

“그럼···.”

“마왕을 쓰러뜨리면 자연스레 집으로 돌아가는 문이 열린다고 들었네.”

“아.”

“그, 그런···.”


금방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힘들게 살곤 있지만 집이 더 편하다는 것을 잘 아니까.


‘연고도 없는 이 판타지 세계에서 계속 지낸다면···.’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겠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살다가 중세 생활에 맞춰서 어떻게 쉽게 지내겠어.


그런데···.


‘묘하게 찝찝하다. 마치 내가 그런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직업:크리에이터]


상태창에 적혀있는 직업이 묘하게 찝찝해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 역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건 용사가 아니다.


스윽-


“저······.”

“음? 무슨 일이지? 설명이 더 필요한가?”

“그··· 제가 직업을 보았는데 말이죠··· 용사가 아니어서요.”

“음?”

“흐음?”


조금은 소심하게 손을 들고 답하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모아졌다. 자신의 이름을 에드워드 3세로 밝힌 왕은 고개를 갸웃하며 궁정마법사를 바라보았고 궁정마법사라 불리는 노인이 창백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자신이 들고 있는 지팡이를 슥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가, 감정(鑑定) 마법을 해보겠습니다.”

“앗, 예······.”


그러자 동시에 화악- 하는 밝은 빛과 함께 머릿속이 간질했다. 이게 마법? 정말 판타지로군.


“으음···.”

“어떤가? 헨드릭?”

“······으음. 크리에이터? 확실히 이 자는 용사라는 직업이 아닙니다. 전하.”

‘역시.’


그가 뭔가 마법을 부려 내 직업을 파악했던 모양이다. 그리곤 다시금 확인을 한다는 듯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도 지팡이를 내밀어 보는데···.


“휴우···. 다른 분들은 분명 각각 검의 용사, 활의 용사, 마법의 용사님이십니다.”

“그것 참 다행이군. 하아.”


나와 함께 온 어린애들은 아무래도 용사가 맞는 듯 했다. 그래서 그런지 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궁정마법사 역시 다행이라는 듯 입맛을 다셨다.


덕분에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왕을 비롯한 이곳 사람들은 ‘그래서 도대체 넌 뭔데?’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용사로 직업을 가지게 된 애들은 뭔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긴, 용사가 아니라니까 시선이 확 달라졌어.


‘뭔가 식상하면서도 뻔한 내용에 말려든 기분이군.’

“미안하지만, 우리가 필요한 것은 용사일세. 마왕과 싸울 용사. 그대는 용사가 아닌 모양이야. 그렇지 않은가? 헨드릭.”

“아무래도 소환할 때 잘못 소환되어 온 듯 합니다. 전하.”

‘······니미.’


그럼 소환을 하지 말던가-!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어떻게 될지 몰라 그만두었다. 검 가지고 있는 기사들이 깔려있는 공간에서 왕에게 소리치는 행동을 어떻게 해?


“용사가 아닌 일반인이 소환된 적이 있던가?”

“···문헌엔 그런 기록은 없사옵니다.”

‘···최악의 경우는 용사가 아니라서 집으로 못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거다. 시부레.’


갑작스런 소환에 속이 부글부글 끓긴 했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뭐든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이 여기서 도움이 될 줄이야.


“저기!”

“음?”

“제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다른 세상에 소환되었기에 저 역시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용사가 아니기에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도 없는 저를 부디 가엽게 여기시어주십시오. 전하.”

“으음. 하긴, 우리의 소환의식 때문에 갑작스레 온 것이니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지. 그래, 어떻게 도와주었으면 하나? 이세계의 인간이여.”

‘이세계 인간이라··· 용사에서 격하되었군. 뭐, 상관없나?’


다행히 왕이라는 인물이 빡빡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마 적당한 말을 하며 들어줄 거야. 선을 넘지 않을 정도의 부탁 말이야.


‘이곳에 의탁할까? 아니야 이것저것 많은 것이 참견되는 일이 많아질 거야 어쩌면 눈칫밥 먹으면서 살 수도 있고.’


그런 삶은 이전 회사 다닐 때와 다를 게 없잖아. 이곳에선··· 그런 답답한 삶은 살지 말자.


“으음.”

“그럼 부탁드립니다. 부디, 제가 지낼 수 있는 작은 땅과 노잣돈을 부탁드립니다.”

“흠. 작위라도 달라는 건가?”


작위라는 말에 주변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몰려왔다. 아무래도 소환의식을 보기 위해 찾아온 신하들 같은데···.


소곤소곤-


“이세계인에게 작위?”

“용사라면 몰라도 일반인에게 갑자기?”

“그건 좀···. 크흠. 게다가 가뜩이나 땅덩어리 좁은 이 왕국의 땅까지 얻으려고 하니··· 쯧쯧쯧.”

‘작위라니, 그들에겐 민감하고 껄끄러울 법도 하지. 계급사회일 테니까. 내 적을 스스로 만들 필욘 없어···.’


이곳도 결국 사람 사는 곳. 권력이든 뭐든 여러 가지 얽히면 참 귀찮아 지게 될 듯 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저 제 신분을 인정해주시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다른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땅에서 홀로 농사나 하며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지내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 말이 모법답이었을 까? 분수를 안다는 말을 속삭여지면서 그들이 날카롭게 쏘아대던 시선이 거두어졌다. 그에 나는 작게 한숨을 뱉었고, 왕은 자신의 턱을 쓸며 고심을 하다.


“그대의 청은 잘 알겠다. 그리고 들어주지 못할 것도 아니다. 허나, 너무 소소한 부탁이기에, 토드왕국의 국왕인 내 자존심이 허락지 못한다.”

“······.”

“하여, 내가 그대의 신분을 확실히 하는 특별한 패(牌)를 줄 것이며. 오직 그대만이 사유할 수 있는, 농사에 필요한 비옥한 땅과 튼튼한 새집을 내어줄 것이다. 더불어 넉넉한 노잣돈과 그대를 호위할 무사와 노동을 도울 노예 각 한 명을 하사하겠노라.”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그에 나는 털썩 자리에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 절을 했다. 익숙하지 않은 예법에 당황하는 그들이었지만 퍽 공손해 보였는지 왕도 그 주변에 있던 이들도 흡족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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