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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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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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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글자수 :
46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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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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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물이 흐르는 곳(3)

DUMMY

수천마리의 말들이 일제히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말굽을 내딛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말들의 머리에 사람들의 해골이 장식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더욱 좋았을테지만 말이다.


수많은 기수들의 중앙에 위치한 자는 눈에 띌 목적으로 공작새의 깃털로 장식한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그 투구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해골로 만들어져 있었다. 아니. 비단 말이나 투구뿐만이 아니라. 기수들의 갑옷과 무구들까지 전부 해골로 장식되어 있거나 해골로 이루어져 있는 것들 뿐이었다.


기괴하리만큼 해골에 집착하는 이 거대한 부족의 이름은 스컬본 부족. 말 그대로 해골과 뼈를 상징으로 삼는 흉폭한 기마민족이었다.


어찌하여 유목민족이라 하지 않고 기마민족이라 하였느냐 하면. 그들은 유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기 사냥감이 있다!"


"잡아라!"


"가장 먼저 잡는 기수에게는 사냥감의 머리살을 주겠다!"


"워후우우!"


그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약탈하고 죽이며 끝없이 이 아델라이데 대평원을 유랑할 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대평원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자들에게는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젠장! 스컬본 녀석들이다!"


"도망쳐! 어서 말에 올라타야 돼!"


그리고 지금은 겨울철에 따뜻한 곳으로 양을 몰고 이동하던 양치기들을 발견한 상황. 양치기에게 양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이 양치기들이 양의 얘기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허둥지둥 말에 오르는 것을 본다면 필시 스컬본 부족이 어느정도의 악명을 가지고 있는지 대충 이해가 될 것이다.


"으하하! 모조리 죽여라!"


-메에에에! 메에에에에!-


"오늘은 푸짐하게 먹겠구나! 자아! 저 술안주들이 도망치고 있지 않으냐! 어서 화살을 쏘아 잡거라!"


양치기들을 술안주라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이미 질서의 신을 섬기는 백성들이 아니었다. 희미하기는 해도 혼돈의 신들의 총애를 받고 있는 말을 탄 기수들에게 있어서는. 아무리 막대기로 곰의 머리를 깨버리는 무예를 지닌 양치기들이라 해도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끄아아악!"


"레베리크!"


"도망쳐! 족장ㄴ!"


"헤! 말하지 마라. 술안주 주제에.."


양치기는 자신의 목에 들어오는 단검을 보며 공포에 질린 눈을 쉴 새 없이 굴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가 목에 칼이 박히기 전에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도망치던 동료마저 잡혔다는 것과. 이미 살가죽이 벗겨지기 시작한 양떼뿐이었다.


*





"이건 스컬본 녀석들의 짓이 틀림없군."


"그럴 겁니다 부..아니. 백작 각하."


아르카르 부족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스컬본 부족이 습격한 불운한 양치기들을 발견한 것은 습격으로부터 정확히 이틀 뒤였다.


아르누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족원들은 사방에 깔려 있는 붉은 핏자국들과.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뼛조각들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어디론가 급히 향하고 있었는지. 아직 살점이 붙어있는 뼈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땅을 파도록 하게. 이 가엾은 자들이 신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나."


스컬본 부족이 이 아델라이데의 폭군으로 군림함에도 아직까지 고작 수천명 규모의 부족 사회를 이루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잔혹함 때문이다. 잔혹함은 집단을 결속시키고 외부인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그 집단의 배타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집단은 역사에 남을 수는 있어도. 역사를 기록하는 쪽은 되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보는 것은 모조리 죽여버리는 혼돈의 종복들에게 기꺼이 가담하고 싶은 제정신 박힌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아. 저들이 향한 방향은 하늘산 쪽이란 말이다. 어쩌면 저들의 목표가 왕국일수도 있어."


"그렇다면 국왕 폐하께 알려야 하겠군요."


전사의 목소리가 이리 또렷하게 들린적이 있었던가. 세르누엘라 백작은 고개를 저었다. 수십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도시도 두려워 하는 것이 스컬본 부족일진대. 이제 겨우 4만명에 지나지 않는 하늘산의 인구와 군사력을 생각한다면 스컬본 부족을 막아낸다 하더라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엔 없을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세르누엘라 백작은 피가 덮인 들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찌보면 이것은 시련이리라. 진정으로 이 아델라이데의 땅을 전부 통치하려면 필시 겪어야 할 시련 말이다.


"..신이여 우리 왕을 도우소서."


백작은 유골들이 부족민들의 삽질에 묻혀가는 것을 바라보며 말머리를 돌렸다. 늦지 않게 하늘산에 당도하려면 전속력으로 달려야 할 것이다.


*




"이번 겨울엔 그다지 눈이 내리지 않아서 이주민들의 세가 그리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늘만 해도 벌써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늘산으로 들어왔더군요. 아직까지는 주택과 식량에 여유가 있지만. 이대로 계속 다가가는 내년 가을이 오기 전에 식량과 주택이 동이 날지도 모릅니다."


"주택 문제는 어떻게든 사람을 투입해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식량 문제는 사냥이나 낚시 이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문제는 하늘산에서 물이 흐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물고기들이 별로 없다는 것인데.. 하천 생태계가 완전히 자리잡기 전에 어업을 개시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정전에서는 열 두명의 공작들이 현재 아델라이데 왕국이 당면한 문제를 국왕인 켈러에게 진언하고 있었다.


왕국이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정부 부처도 없이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하늘산의 인구 자체가 원체 적었기에 별다른 마찰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이 더 모인다면 다른 왕국들처럼 체계적인 정부 기관을 건립해야겠지만. 그것은 아직 먼 이야기였다.


"현재 비축하고 있는 식량은 약 5만명 기준입니다. 폐하께서 용과 담판을 지을 때 덤으로 얻어온 것이라 대부분 보존식이라서 보관만 제대로 한다면 다음해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창고가 날아가거나 인구가 5만명이 넘어간다면 일이 조금 심각해질 겁니다."


"현재 이 하늘산의 인구는 얼마나 되나?"


"약 4만명 정도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3만 8000여명 정도입니다만."


"지금 들어오고 있는 이주민들의 수가 계속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다음해 가을이 되면 하늘산의 인구는 얼마나 되는가?"


"아마도 7만명은 넘을 겁니다.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이주하는 주민들의 수가 많습니다. 아마도 시트러스 왕국이 남부 전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뭐 그렇겠지. 200만명이 증발했는데 어련할까."


켈러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책이나 게임으로 접했을 때는 그저 적을 죽이는 장면을 보려고 페이지를 후다닥 넘기거나 도전과제를 깨려고 일부러 민간인을 죽이기도 했었는데. 직접 현실로 남부 전란을 체험해보니 말 그대로 인세에 도래한 지옥 그 자체였다.


현대의 미국이어도 200만의 인구가 순식간에 증발하고 대부분의 인프라가 파괴된 도시 하나를 복구하는 것에는 애를 먹을 것인대. 그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지는 시트러스 왕국이 과연 얼마나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였다.


-소설이나 게임에서도 몬스터 웨이브에 삼왕국이 쓸려나갔다고만 언급되었지. 정확히 어떻게 망한건지는 안 나와 있었으니..-


다만 확실한 것은 세계관이 단단히 비틀리지 않는 한 앞으로 2년 안에 세유라벤 산맥 위에 있는 국가들은 생지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아델라이데도 어인들의 대규모 공격과 네크로틱의 대규모 발흥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말이다.


"후.. 너무 빡빡하군."


"말 그대로입니다. 게다가 지난 번 세르누엘라 백작에게 1만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준 게 꽤나 타격이 컸습니다. 다음 해 가을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음? 아아.. 아무튼. 인구가 정확히 4만명이 되면 주변 도시 국가와 접촉을 시작하도록 하지. 이제 슬슬 바깥으로 뻗아나갈 준비를 해야겠어."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


콰앙!


"국왕 폐하!"



이제 막 국무회의를 파하려는 찰나. 느닷없이 세르누엘라 백작이 정전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양 팔에 경비병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아. 경비병은 제 소임을 다한 것으로 보였으며. 동시에 열 두 공작과 켈러 국왕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세르누엘라 백작을 바라보았다.


"세르누엘라 백작! 이게 무슨 상황인가? 백작 정도 되는 이가 이리 경거망동하다니!"


"그대는 국왕 폐하의 은혜로 백작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때와 장소 하나 가리지 못하는가! 어찌 이리 후안무치할 수 있단 말이야!"


세르누엘라 백작은 폴 공작과 체인 공작의 비난어린 눈빛을 받아내면서 국왕 켈러에게 무릎을 꿇었다.


"국왕 폐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신 세르누엘라 백작. 왕국의 위기라 생각하여 부득이하게 무례를 범하고 말았나이다."


"그대의 무례를 용서한다 백작.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더냐?"


"그것이..."


*




세르누엘라 백작이 대략적인 설명을 하고 나자. 이번에는 세르누엘라 백작을 포함한 국무회의가 다시금 시작되었다.


"세르누엘라 백작. 그대가 말한 것이 정말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스컬본 부족이 하늘산으로 향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은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겠지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이곳이 물이 흐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톡톡.


"물이 흐르는 곳이라.."


켈러는 머리를 두드렸다. 인간이 정착하는 곳은 항상 물이 있는 곳이었다. 그렇다면 약탈할 곳도 물이 있는 곳 아니겠는가.


"좋다. 백작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우리도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 폴!"


"예! 폐하!"


"현재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은?"


"약 2000명 정도입니다."


"수준은?"


"경비대보다는 높고 정규군보다는 낮은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전력은 되지 못하겠군."


다른 도시나 부족과의 전쟁이었다면 꽤나 큰 전력이 되었겠지만. 전원 기수로 이루어진 전쟁광들과 본격적으로 맞붙기에는 아무래도 손색이 크다. 게다가 정주 민족이 기마 민족을 상대로 할 때 가장 효과가 좋은 성벽도 아직 쌓기 전이었으니. 결국 전투는 전형적인 회전으로 이루어질터.


"결국 짐과 그대들이 전열에 서는 수밖엔 없겠군."


켈러는 눈을 찌푸렸다. 목숨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했을 뿐더러. 이 스컬본부족 또한 원래 세계관에서는 없던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대체 세계관이 어떻게 꼬인거지? 설마 2년 후에도 대륙이 멀쩡하다던가... 그렇게까지 대차게 꼬였으면 답이 없는데...-


켈러의 경쟁력은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이 있었으니 미래를 더 이상 알 수 없다 해도 당장 망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면 신생국에 불과한 아델라이데 왕국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지게 된다.


당장 먹을 것도 간당간당한 와중에 미래시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켈러의 머릿속을 뒤흔들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해보았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당장 닥쳐오는 위협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더 건설적일 터.


"스컬본 부족이 이 하늘산에서 보이는 순간. 군대를 소집하도록 하겠다."


"""존명!"""


그러니 켈러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에게는 지켜야 할 그의 백성들이 있었고. 그의 역할은 백성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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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아델라이데-협상국 전쟁(2) 21.02.02 69 2 12쪽
54 아델라이데-협상국 전쟁(1) 21.02.01 7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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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본격적인 성장(2) 21.01.18 93 2 12쪽
49 본격적인 성장(1) 21.01.05 97 2 12쪽
48 시체를 넘어서(2) 21.01.04 92 2 12쪽
47 시체를 넘어서(1) 21.01.04 87 2 12쪽
46 청야 전술(2) 20.12.29 91 3 12쪽
45 청야 전술(1) 20.12.28 94 3 12쪽
» 물이 흐르는 곳(3) 20.12.22 108 3 12쪽
43 물이 흐르는 곳(2) 20.12.17 107 3 12쪽
42 물이 흐르는 곳(1) 20.12.14 111 3 12쪽
41 귀향(2) 20.12.06 115 3 12쪽
40 귀향(1) 20.12.05 116 3 12쪽
39 칠신기(5) 20.11.30 117 3 12쪽
38 칠신기(4) 20.11.23 130 5 12쪽
37 칠신기(3) +1 20.11.18 129 6 12쪽
36 칠신기(2) 20.11.16 129 5 12쪽
35 칠신기(1) 20.11.14 141 4 12쪽
34 세유라벤 산맥으로(1) 20.11.05 148 3 12쪽
33 전세 역전(2) 20.11.03 17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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