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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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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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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글자수 :
465,472

작성
20.11.0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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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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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세 역전(2)

DUMMY

이 싸움을 어찌 표현하면 좋으리오?


악마들과 천사들이 강림하여 그들의 피조물에게 축복을 걸어주고. 적에게는 저주를 걸며 하늘에서 창과 검으로 피를 흘리며 싸운다.


그들의 날개에 달린 깃털이 떨어지는 지상에서는 신의 영광과 피의 쾌락을 좇는 자들이 뒤엉켜 성스러운 빛과 사특한 어둠을 발하며 서로를 멸하기 위해 갑옷을 우그러트리고. 살갖을 터트리며. 척추를 부러트린다.


그리고 그들의 뒤와 앞에는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는 웅장한 신전이 자리잡고 있으니. 이야말로 두 번째 신마대전이자. 지키는 자와 빼앗는 자의 전쟁이었다.


지축이 뒤흔들리고. 대기가 찢겨져나갔다. 일반인이라면 보는 즉시 눈이 멀고 고막이 터져나가며 사지가 찢겨나갈 격렬한 힘과 힘의 겨룸이 수 시간 동안이나 이어졌다.


섬광이 일어나고. 어둠이 흩뿌려진다. 지상과 천공의 어떠한 생명체조차 버티지 못할 극한의 전장 속에서. 오직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 쓴 자들만이 고통을 인내하고 있었다.


*


스릉.


쿵!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군. 빌어먹을 사교도들 같으니.."


지상에서 대전이 일어나고 있을 무렵. 제라드는 지하를 거닐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미 이곳은 지하라고는 부를 수 없는 곳. 육벽으로 뒤덮인 어딘가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대장마냥 꿈틀대며 맥동하는 징그러운 육벽들을 헤쳐나갈수록 나오는 것은 온 몸을 피로 물들이며 괴성을 질러대는 베히모스들뿐. 그러나 검성의 경지에 다다른 제라드에게는 별 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베히모스들을 잡몹마냥 빽빽하게 배치해서 제라드의 심신을 지치게 한 뒤. 더 상위종을 소환해 제라드를 도망치게 하려는 것도 아닌 것 같았고.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저 베히모스의 덩치와 흉측함. 기괴함만이 더해지고 있었다.


"마법진 자체가 베히모스 소환을 위해 설계되었군. 아무리 중급 이물이라지만 이 정도 물량이면 군대가 밀리는 것도 이해가 돼. 그나저나 이놈의 마법진은 어디에 있는거야?"


제라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육편이 되어버린 베히모스들을 노려보았다.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이놈의 육벽들과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새어나오는 마기는 검성인 제라드를 멈추게 할 수는 없어도 지치고 맴돌게 할 수는 있었다.


가뜩이나 지상에 비해 길을 잃기 쉬운 지하에다가. 사방에서 베히모스들이 달려들고. 벽은 고깃조각으로 덮여 꿈틀대고 있으니.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수준. 그러나 제라드는 그저 눈썹을 꿈틀대며 걸을 뿐 별다른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광기는 말을 통해 전달되는 법. 혹여나 이 미로 속에 어떤 악마가 소환되었는지 모르기에. 그는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라는 격언을 온 몸으로 실천한 채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걷기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제라드는 그를 괴롭히던 미로의 끝을 볼 수 있었다.


*


꿈틀! 꿈틀!


그로테스크. 혐오감. 거부감이라는 단어들은 마치 이 광경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광경에 제라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 때 온 남부의 오물들이 흘러들어온 이 침전지에는 오물들은 온데간데 없고 베히모스 네다섯 마리가 들어갈만한 거대한 고치들이 족히 수십개는 바닥에 달라붙어 있었다.


"콜로서스.."


거상. 베히모스를 '따위'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거대한 체구와 그 체구에 걸맞는 괴력을 자랑하는 최상위 마물은 베히모스를 연두부 썰듯 잘라버리는 검성인 제라드도 긴장하면서 상대해야 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다.


검성인 제라드도 식은 땀을 흘리는 존재일진대 아예 아우라를 다루지 못하는 병사들이나 하급 기사들이 저항다운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전멸하는 그림이 제라드의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직은 부화하지 않았군. 이렇게 되면 나야 고맙지."


제라드는 고치에 검을 박아넣고는 고치 안에 들어간 검신 부분에 아우라를 집중시켜 폭발시켰다. 안쪽에서 무엇인가가 터지는 파열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직 태아 상태에 있던 콜로서스를 완전히 다짐육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하나 하나씩. 제라드는 검을 찔러넣어 콜로서스의 고치를 전부 다짐육 보관기로 만들었다. 어줍잖은 기사도 아니고 다름아닌 검성의 아우라다. 정순함의 극한에 다다른성자들의 아우라는 마치 신성력과도 같아. 마기의 집대성인 마물들에게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언제까지 숨어있을거지?"


돌연 제라드가 서늘한 감각을 내뿜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 전멸한 콜로서스의 고치를 제외한다면 오직 붉은 색뿐인 공간이 서서히 갈라졌다.


"역시 대단하군. 검성의 힘이란. 혼돈의 장막으로 육신을 숨겼음에도 이리 간단하게 들킬 줄이야.."


"네가 추기경인가?"


눈을 가늘게 뜬 제라드가 눈 앞에서 능청스레 말하는 사내에게 검을 겨누었다. 방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자세를 보자. 이단들의 추기경은 가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가 바로 피의 신을 모시는 사제들의 추기경이다. 내가 이 침전지에 혼돈의 씨앗을 심어 베히모스와 콜로서스를 태어나게 했지."


"이제는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래. 안타까운 일이지. 생각해보게. 정말 짜릿하지 않나? 이 콜로서스들이 멀쩡히 살아 대지를 짓밟고 버러지 같은 질서의 신의 개들을 잡아먹으며 포효하는 광경 말이야."


"신성한 광기를 내 앞에서 논하지 말거라 이단아. 네가 죽인 수십만명의 영혼들에게 어떻게 속죄할 셈이더냐?"


"아하하하. 속죄라? 재미있는 개념을 논하는군. 속죄는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더 이상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 대신 들려오는 것은 기괴하게 꺾이는 공간의 소리. 검성의 아우라와 추기경의 마기가 충돌하여 시공간을 찢어발기고 있는 것이다.


쾅!


그리고 이윽고 귀청을 찢는 공명음에 침전지가 뒤흔들렸다. 차원과 차원을 넘는. 공간과 시간을 찢어발기는. 인간의 영역을 초월해 신위를 얻은 자들의 결투는. 한낱 강철로 이루어진 침전지를 망가트리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충분했다.


몇 번의 충격파가 거듭해서 울려퍼지고. 그저 거죽만 남아있던 콜로서스의 고치들은 이어지는 충격파를 버티지 못하고 뿌리가 뽑혀 벽에 날아가 처박혀 작은 육편 조각으로 인수분해되었다.


"역시나 강하군. 성자라는 것들은. 이제 '성'이 들어가는 것들은 진절머리가 난다니까!"


"입을 열지 마라 더러운 것. 정확하게 666개로 잘라주지."


까득!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 것을 눈치챈 추기경이 이를 악물었다. 좋지 않다. 신의 개에게 죽는다면 자신의 영혼은 지옥으로 가겠지만. 아우라에 씌인 검으로 죽는다면 그의 영혼은 완전히 박살나 영구적으로 소멸한다.


그렇게 죽을 수는 없다. 자신은 추기경. 육신은 썩어문드러지더라도 영혼만은 남아 영원한 학살과 살육이 반복되는 피의 정원으로 가야만 한다.


쾅! 쾅! 쾅!


"크아악!"


"네 힘이란 게 고작 이거냐? 제물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천한 벌레 같은 것이 감히 이 왕국을 공격하다니.... 만 번 죽어 마땅하다."


"크흐! 그리 쉽게.. 죽어줄 것 같으냐!"


쿵!


그러나 힘의 차이는 쉬이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추기경은 버퍼고. 제라드는 딜러였다. 아무리 날고 기어보았자 개미가 개미핥기를 이길 수 있겠는가?


서걱-


털썩!


"하악...하악...하악..."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추기경의 오른팔은 깔끔하게 잘려져 있었고. 어느샌가 자잘한 상처로 뒤덮인 몸은 다시 일어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피의 신이시여.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추기경은 마지막 발악으로 왼손으로 단검을 꺼내려 했지만. 무언가 잘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왼팔마저도 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삭음을 듣자마자. 그의 의식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수밖에 없었다.


"후우.. 피곤하군."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인 제라드는 피로를 느꼈다. 어지간한 사단 하나도 전멸을 각오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을 일신으로 돌파한 자가 남길 감상은 아니었지만. 누가 성자들을 인간으로 취급하던가?


*


"신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우아아아아아아!!!!"""


신전 앞에서 벌어진 자그마한 성전은 끝내 질서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켈러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그의 왼손에 들린 대흑관의 머리를 높이 들어올리며 포효했다.


"나오라 백성들이여! 나와서 그대들을 수호한 자들의 얼굴들을 보라! 그들이야말로 현대의 용사들이요. 진정한 십자군이로다!"


"신께서 내려주신 십자군들께 축복이 있기를!"


"남부는 영원히 그대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스러져간 이들에게 영광 있으라! 살아남아 서 있는 자들에게 신이여 가호를 내리소서!"


나머지 이단과 흑마법사 잔당들이 군대에 의해 정리되자. 남부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물론 이번 전란의 피해가 워낙 컸기에 재건하려면 상당한 자원과 시간이 소모되겠지만. 인간이란 늘상 그런 전란을 겪으면서도 번영하는 존재였다.


물론 앞으로 몇 년 앞에 닥쳐올 네크로틱과 그린스킨의 대침공을 생각한다면 미래가 암울하기는 했지만. 그것까지 켈러가 신경쓸 일은 아니었다.


*


겨우 하루. 겨우 하루였다. 500만명이 사는 남부의 인구가 300만명으로 줄어든 것도. 평화로웠던 영지들이 초토화되고 영주 가문들이 몰살당한 것도. 만드는 데 수십년이 걸린 웅장한 건축물들이 폐허가 된 것도 말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했고. 그 누군가는 당연히 이 일에 아무런 책임이 없지만 도의상 책임을 져야만 하는 지체 높으신 귀족들이 되어야 했다.


"제 불찰로 인해 남부가 불바다가 되었으니. 이 죄는 죽어도 갚을 수 없사옵니다 폐하. 부디 소신을 벌하고 훌륭한 귀족을 천거하여 재상직을 내리시지요."


"..."


가장 먼저 재상이 사표를 쓰는 것으로 대신들의 사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적어도 스스로 물러나고자 한다면 세간의 눈총은 피할 수 있었으니까.


"허허...현 대신 직에 있는 귀족들 중 3분의 2가 사퇴하고자 한단 말인가?"


"..."


"좋다. 가납하도록 할 터이니. 귀족원은 서둘러 대신들의 공백을 채울 청렴하고 유능한 귀족들을 선별토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


시트러스 왕국 지도부가 물갈이된 것은 뜻 있는 귀족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과 능력은 있지만 집안의 권세가 부족하여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지 못했던 그들은 이 기세를 틈타 귀족원에 사력을 다해 로비를 넣어 대신 직이나 총감직. 못해도 사무관 직위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나 국방대신이나 재무대신의 자리를 얻기 위해 치열한 암투가 벌어졌는데. 국방대신은 수십만의 군대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고. 재무대신이야 주된 일이 돈을 다루는 것이니 다른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자신들의 욕망을 채운 그들은 사태 발발 후 1달이 지나고 어수선한 국내 분위기를 달래기 위해 성대한 개선식을 준비했다.


남부 전란 때 분투했던 남부 방면군의 병사들과 지휘관. 켈러를 포함해 사력을 다해 시민들을 지켜냈던 기사들과 귀족들에게 포상을 내리기 위함이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가 연중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흔한 방법입니다.


작가의말

주연들이 전부 칼잡이들이라 창성이나 궁성의 전투력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창성이 가볍게 창을 휘두르면  에이브람스 전차가 반갈죽나고. 궁성이 시위를 당겨 화살을 날리면 280mm 레일건과 비슷한 위력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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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아델라이데-협상국 전쟁(5) 21.02.15 65 2 12쪽
57 아델라이데-협상국 전쟁(4) 21.02.09 68 2 12쪽
56 아델라이데-협상국 전쟁(3) 21.02.08 68 2 12쪽
55 아델라이데-협상국 전쟁(2) 21.02.02 69 2 12쪽
54 아델라이데-협상국 전쟁(1) 21.02.01 77 2 12쪽
53 아델라이데의 방식(2) 21.01.26 84 2 12쪽
52 아델라이데의 방식(1) 21.01.25 97 2 12쪽
51 본격적인 성장(2) 21.01.19 97 2 12쪽
50 본격적인 성장(2) 21.01.18 93 2 12쪽
49 본격적인 성장(1) 21.01.05 97 2 12쪽
48 시체를 넘어서(2) 21.01.04 92 2 12쪽
47 시체를 넘어서(1) 21.01.04 87 2 12쪽
46 청야 전술(2) 20.12.29 91 3 12쪽
45 청야 전술(1) 20.12.28 94 3 12쪽
44 물이 흐르는 곳(3) 20.12.22 108 3 12쪽
43 물이 흐르는 곳(2) 20.12.17 107 3 12쪽
42 물이 흐르는 곳(1) 20.12.14 111 3 12쪽
41 귀향(2) 20.12.06 115 3 12쪽
40 귀향(1) 20.12.05 116 3 12쪽
39 칠신기(5) 20.11.30 117 3 12쪽
38 칠신기(4) 20.11.23 130 5 12쪽
37 칠신기(3) +1 20.11.18 129 6 12쪽
36 칠신기(2) 20.11.16 129 5 12쪽
35 칠신기(1) 20.11.14 141 4 12쪽
34 세유라벤 산맥으로(1) 20.11.05 148 3 12쪽
» 전세 역전(2) 20.11.03 175 6 12쪽
32 전세 역전(1) 20.10.31 15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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