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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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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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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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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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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칠신기(1)

DUMMY

세유라벤 산맥으로 향하는 과정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그동안 모아놓았던 재산을 처분한 것과. 아공간 마도구와 여행 과정 중 쓸 의약품과 식량. 의복을 구하는 것 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막상 세유라벤 산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남부 전란으로 끊긴 탓이었다.


"쯧. 어서 거인의 군마를 구해야 하겠군."


이 여정의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칠신기 중 하나인 거인의 군마는 일반적인 군마보다 3배나 더 큰 몸집에 3배나 더 빠른 속도. 그러면서도 결코 지치지 않고 먹을 것도 먹지 않는 사기적인 성능을 가졌다.


다만 한 가지 큰 제약이 있었으니. 바로 사용자가 한 세력. 혹은 국가의 실질적인 수장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런 것인지는 소설 속에서는 설명되지 않았지만. 게임에서는 서브 퀘스트로 설명이 되었는데. 거인의 군마 아티팩트를 제조한 배후가 바로 단델라이언 왕국의 왕세자였기 때문이다.


왕권의 새로운 상징으로 쓰기 위해 아티팩트를 만들도록 지시한 그는 비록 즉위식도 거치지 못하고 독살당했고. 왕권의 강화를 꺼린 귀족들에 의해 기껏 다 만들어진 아티팩트는 버려진 연구소 속에서 쓸쓸히 묻히고 말았지만. 켈러가 찾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


켈러는 우선 세유라벤 산맥으로 가는 길에 있는 버려진 유적지. 일명 스트라커스 유적지로 향했다. 스트라커스 유적은 시트러스 왕국 이전에 남부에서 발상해 1074년간 남부 일대를 다스렸던 고왕국인 비앙카 왕국의 유적지이다.


칠신기중 가장 얻기 쉬운 '힘의 고리'가 바로 이곳에 있었는데. 이 힘의 고리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착용한 자의 힘을 무려 백 배나 증폭시켜 주는 힘을 가졌다.


일명 '백인력'이라고 불리는 이 불가사의한 힘은.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목에 하나. 어깨 두 개. 팔꿈치 위쪽과 아랫쪽에 두 개씩 해서 네 개. 손목에 두 개. 발목에도 두 개. 무릎 위쪽과 아랫쪽도 각각 두 개씩 해서 네 개....


총 35개의 고리로 이루어진 아티팩트인데. 한 번 입으면 사용자가 죽을 때까지 떼어낼 수 없는 각인형 아티팩트이다.


힘의 고리 이외에도 백인력의 힘을 담은 아티팩트들은 많았지만. 오직 힘의 고리만이 별 다른 패널티 없이 패시브로 24시간 동안 백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게 이 아티팩트를 만들기 위해 100명의 기사들을 갈아넣었기 때문이다.


고대 비앙카 왕국에서는 혼돈의 힘을 쓰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고. 101명의 기사들을 의식의 방에 넣은 뒤 주술을 거행. 아비규환의 믹서기 속에서 끝까지 육신과 정신을 붙들고 있는 1명의 기사에게 '대기사'라는 직책을 준 뒤 힘의 고리를 착용시켜 선봉장으로 세웠다고 한다.


이런 대기사들의 위력은 대단해서. 비앙카 왕국은 체계적인 관료제와 신앙의 힘을 받지 못했음에도 평균적으로 100명 정도인 대기사를 주축으로 무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낼 수 있었다.


결국 지하에서 발전한 교회를 주축으로 발생한 반란과 외부의 침공으로 인해 멸망하기는 했지만. 가히 천년이란 세월을 버팅기게 해준 힘의 고리라는 아티팩트는 앞으로도 거대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 켈러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 자명했다.


*


타닥.. 타닥..


조용하게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세유라벤 산맥으로는 말을 타고 전력으로 달려도 1달이 걸리는 긴 거리. 그보다 짧은 거리인 스트라커스 유적지도 결코 하루만에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


켈러는 조용히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며 지구를 생각했다. 지구와 비교한다면 이 세상은 지극히 혼란스럽다. 인류가 장악하고 지배력을 행사하는 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네크로틱과 그린스킨이 장악한 채 인류와 끝없는 전쟁을 벌이는 세계.


물론 지구도 이슬람이라던가. 민족 분쟁이라던가. 싸울 이유는 많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곳들이 몇몇 있지만. 그런 것들을 제외하면 지구는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행성 아닌가.


"후.. 그 때 내가 친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라나."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는 사건이었다. 새벽 3시 고속도로에서 대자로 누워 자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1톤 트럭을 시속 40km가 넘게 몰고 있었으니 적어도 온 몸이 으스러졌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 어찌되든 상관없나."


죽었으면 어떻고 살았으면 어떻단 말인가. 이제 그는 켈러가 되었고. 이 세계의 대공이 되었다. 이제와 돌아갈 수 있다 한들. 켈러는 돌아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이런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사색하는 것 말이다. 지금까지는 항상 상황에 쫓기고. 사건에 쫓겼지만.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칠신기를 전부 찾고. 용에게 야건 코지의 영혼을 돌려주고 난 뒤에는 다시 바빠지겠지만 말이다.


*


탁.탁.탁.탁.


왕국의 지배를 받지 않는 독립 영지. 스트라커스 유적지로 향하는 강줄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 중 하나인 샤론 남작의 영토였다.


강을 끼고 있는 탓에 어업 생산량이 꽤 괜찮게 나와 시중에는 말리고 훈제한 물고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주민들은 북적거리며 상인들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깎아주쇼. 우리 집 사정이 바닷물보다 짭짤하다는 거는 잘 알텐데?"


"어허. 누구는 땅파서 장사하나? 20 밑으로는 국물도 없으니 그런 줄 아쇼."


열심히 가격을 흥정하는 상가를 지나치자. 이제는 이 영지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스트라커스 강이 나왔다. 유적지의 이름을 따 붙여진 이 강은 정확히 스트라커스 유적지의 정 중앙을 통과하는 형태였는데.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고 잦은 홍수와 폭우. 그리고 인간의 손길로 이런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강줄기에 세워진 허름한 부두에 정박해 있는 것은 대부분 물고기잡이 배들이었지만. 몇 개의 배들은 손님들을 실어나르는 여객용 배였다. 손님이 많지는 않은 듯 대부분 군복을 입은 자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 때에 이들의 협력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스트라커스 유적지까지는 얼마인가?"


힐끗.


켈러가 가장 가까운 뱃사공에게 물어보자. 뱃사공은 말을 탄 켈러를 위 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말까지 함께입니까?"


"그렇다."


"편도입니까? 아니면 왕복입니까?"


"편도면 된다."


"음. 은화 10개만 내쇼."


켈러는 말 없이 지갑을 열어 은화 10장을 꺼내 뱃사공에게 건네주었다. 혹여나 깎아내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고 뱃사공이 은화를 유심히 쳐다보는 가운데. 켈러는 말에서 내려 말을 배 위에 단단히 고정시키고는 남는 자리에 앉아 뱃사공을 바라보았다.


"음! 확실하군."


확인을 마친 뱃사공이 은화를 배 밑의 창고에 보관하고는 배의 노를 잡았다. 팔에 근육이 잘 잡힌 것이. 확실히 한 두번 배를 몰아본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즈음 하도 돈을 깎아내는 것들이 많아져서.."


"뭔가 문제라도 생긴 건가?"


"아. 저 옆의 영지에 있는 은광이 무너져내렸거든요. 사람도 100명이 넘게 죽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 때문에 은값이 솟아올랐지요. 그러니 은화가 남아나질 않는 겁니다."


촤악! 촤악!


노가 힘차게 강줄기를 따라 떠내려갔다. 이 세계에서는 철만큼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광맥을 아무리 캐내도 순식간에 재생해버리며. 혼신을 다해 고갈시켜버려도 어느 곳에나 철맥이 나타나니까.


누군가는 세계의 법칙이라 말했고. 누군가는 신의 축복이라 말했다. 어쩌면 둘 다 사실일수도. 그러나 그런 법칙은 오직 철에만 적용될뿐. 구리. 주석. 아연. 황동. 금. 은. 이런 것들은 결코 재생이 되지 않고 전부 파내면 그걸로 끝이었다.


대체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 이 세계에는 밝혀지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었다. 켈러조차도 이 세계가 행성인지 아니면 평평한지 감도 잡지 못했으니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강주변에는 서서히 유적지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평지는 사라지고. 가파르게 깎인 산지의 모습과 그 위에 올려진 파괴된 건물들은 지금의 양식과는 확연히 다른 고대의 양식을 따라 지어져 있었다.


"되었네. 여기서 내려주게."


"예. 살펴가십시오."


켈러는 말을 고정하던 기구들을 풀고 투레질을 하는 말을 끌어 배에서 내렸다. 배에서 내린 후 다시 말에 올라타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듯한 유적지의 모습에 켈러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이랴."


말에게 박차를 가하자 말은 콧김을 내뿜으며 서서히 강줄기를 따라 전진했다. 강줄기의 군데 군데에는 파이프가 꽃혀져 있었는데. 아마도 취수 시설이나 하수 시설인 것 같았다. 도시가 유적이 된 이 시대에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과거에는 과연 이 강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을 축여주었을까?


"이 근처로군."


게임에서 보았던 경치와 자신이 보고 있는 경치가 일치하자. 켈러는 말에서 내려 말을 근처의 돌에 묶어두고는 두 발을 뻗어 유적지를 헤집기 시작했다.


*


"보스. 저길 봐."


"스으읍.. 뭔데?"


"저 녀석. 뭔갈 찾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음... 차림새를 보니 어중이떠중이같지는 않은데.. 기사인가?"


"키를 보니 갓 어른이 된 놈 같은데. 어쩔까요?"


"음... 애들 몇 명 붙여놔. 뭔갈 찾으면 보고하라 하고."


"옙!"


*


-미행이 붙었군.-


조잡한 미행이다. 일반인이라면 알아차릴 수 없었겠지만. 켈러는 아우라를 다루는 기사. 저런 일반인 수준의 잠행은 눈 감고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원작에서 나왔던 강도들이군. 아마도 내가 힘의 고리를 찾아내면 빼앗을 생각이겠지.-


자신이 노력하는 것보단. 타인의 성과를 가로채는 것이 쉽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그러니 다른 면으로 생각해보자면. 저들도 저들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켈러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


-확실해. 내 감이 말하고 있어. 저 놈은 뭔갈 알고 있다고!-


행동대장이 희열로 가득찬 미소를 지으며 독백했다. 이 유적지에 자리를 잡은지도 어언 1년. 그 동안 여행자나 순례자를 등쳐먹으며 입에 풀칠했던 시절과는 안녕이다. 저 어린 기사를 보라. 이 거대한 유적지에서도 지도 하나 없이 가면서도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는 곧 저 기사가 이 유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이고. 기사가 이런 곳까지 온다는 것은 일반인 기준으로 상상도 하지 못할 보물이 있다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보라. 실제로 기사가 벽돌 하나를 빼자 척 봐도 고급스러운 궤짝이 나오지 않았는가.


이제 몸을 숨기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행동대장 이하 10명의 강도들은 천장의 구멍을 향해 기사를 향해 몸을 던졌고. 어린 기사와 강도들은 좁은 방 안에서 서로를 마주 볼 수 있었다.


스릉.


행동대장이 칼을 겨누자. 기사는 궤짝을 던져놓고는 검을 뽑았다.


-이 숫자를 상대로? 어리석군!-


아무리 기사가 초인이라 할지라도 사람을 죽인 경험이 있는 10명의 살인마를 상대로 검을 겨누다니. 역시나 어린 티가 확 났다. 이제 남은 것은 저 궤짝을 몸으로 막고 있는 기사를 처치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그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었던 생각이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가 연중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흔한 방법입니다.


작가의말

손목이 생각보다 괜찮아져서 올립니다.  이렇게 된 이상 주말에도 한 편으로 더 올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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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본격적인 성장(2) 21.01.19 9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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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칠신기(4) 20.11.23 130 5 12쪽
37 칠신기(3) +1 20.11.18 129 6 12쪽
36 칠신기(2) 20.11.16 12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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