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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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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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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글자수 :
46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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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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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칠신기(5)

DUMMY

신성의 활. 지배의 안. 용맹의 타투는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같은 지역의 다른 구역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지만. 켈러의 기동력을 생각해본다면 한 곳에 모여 있다고 해도 별 다른 이해의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세 아티팩트가 있는 지역은 흔히 안개 계곡이라고 불렸는데. 계곡들이 층층이 쌓여 있어 습기가 많아 안개가 자주 끼기에 붙은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런 계곡들이 많다는 소리는 곧 무엇인가를 숨길 공간도 많다는 뜻. 그 덕에 이 안개 계곡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끊임없이 발견되고는 했다. 대부분은 운이 나쁜 용병이나 모험가였지만. 가끔은 완전 무장한 병사나 기사가 발견되고는 해. 스캐빈저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보물창고가 되었지."


계곡 밑의 작은 동굴에 잠들어 있던 신성의 활을 집어들며. 켈러가 중얼거렸다. 켈러가 신성의 활을 집어들자. 그의 검과 같이 환한 빛을 내며 사라지는 신성의 활. 켈러가 다시 의식을 집중시키자 빛과 함께 활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켈러는 바깥으로 나와 활의 시위를 당겨보았다. 화살이 걸쳐있지 않은데도 자연스럽게 아우라가 빠져나와 화살의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신성의 활을 부가 옵션 중 하나였다.


"후읍!"


팍!


켈러가 시위를 놓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단단한 암벽에 화살이 날아가 꽃혔다. 아우라로 만들어진 탓에 형태는 금방 허물어졌지만. 암벽에 남은 파괴의 흔적은 영원토록 남아있을 것이다.


다시 힘을 풀자 켈러의 몸 속으로 흡수되는 신성의 활. 단 한 발만 쏘았음에도 아우라의 소모가 상당하다. 파마의 힘이 그 정도로 강력한 것이 아니라. 난생 처음 활을 쏴보느라 필요 이상으로 아우라를 흘려넣은 탓이었다.


"..앞으로는 활 연습도 자주 해야겠군."


사실 그래봤자 아델라이데에 도착하면 군주로서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으니. 연습할 시간도 없겠지만. 그래도 짬을 내서라도 연습한다면 반드시 쓸 일이 있을 터.


켈러는 방금 전까지 활의 시위를 당기고 있었던 자신의 팔을 바라보고는. 이내 뒤로 돌아 용맹의 타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용맹의 타투는 그 이름에 걸맞게 온 몸을 감싸는 식의 타투였는데. 이것이 어떻게 아티팩트가 되었냐면 그 설명은 조금 길어진다.


과거 비앙카 왕국을 위시한 고왕국들이 멸망하고 시트러스. 마그놀리아. 단델라이언 왕국이 세워지던 시기에는 수많은 기술들이 탄생했는데. 아우라를 물질화시켜서 사람의 몸에 주입하는 기술도 그 혼돈의 시기에 탄생한 기술 중 하나였다.


용맹의 타투는 그 기술을 활용한 아티팩트였는데. 자신의 피를 흘려넣으면 마법을 건 도구가 혈액에 감도는 아우라를 감지. 피시술자의 피하층 깊숙한 곳에 극도로 날카롭게 만든 바늘을 찔러넣어 인위적으로 아우라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확장하거나. 새로 뚫어내는 식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원래 2차선 도로인 것을 16차선으로 만들거나. 각 주요 도로를 잇는 간선들을 신설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그 시기에 탄생한 다른 기술들에 비하면야 비교적 안전한 기술에 속했지만. 애초에 맨땅에 도로를 세우는 것도 엄청나게 힘든 일일진대 침 하나만 잘못 들어가도 전신마비는 기본일 정도로 민감한 인간의 몸을 급격하게 개조하는 것이 안전할리 없었다.


결국 이 기술도 얼마 못가 폐기되어 버려졌고. 켈러가 지금 발견한 시술기는 그런 기술이 적용된 마지막 남은 마도구였다.


스윽.


켈러는 자신의 손가락을 베어 마도구의 채혈기에 가져다 대었고. 이윽고 피를 빨아들인 채혈기가 기계를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마치 지구의 수술대와 같은 현대적인 마도구의 외형을 잠시 감상한 켈러는. 주저없이 수술대에 올라 눈을 감았다.


철컥! 철커덕!


수백개의 바늘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판들이 기계음을 덜컥거리며 움직이는 광경은 마치 슬래시 영화를 연상케 했으나. 이미 기감을 닫고 있는 켈러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찰칵! 파각!


켈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아우라를 감지한 다음. 적절한 위치 위에 올라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바늘을 내려찍는 시술기의 기계팔들. 바늘들이 살갖을 파고들때마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핏방울들이 떨어졌지만. 켈러는 고통을 다스리며 자신의 몸에 바늘이 들어오는 것을 허하고 있었다.


바늘이 들어간 곳에 순식간에 아우라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이 생겨나고. 새로 생겨난 길을 찾은 아우라가 마치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큭!"


밀려드는 아우라는 켈러의 몸을 마치 제 것마냥 유린하기 시작했다. 마치 통제를 벗어난 시위대가 폭도로 변하는 것과 같이. 세포를 파고들고. 뼈를 갉아먹고. 피를 빨아먹으며. 갓 지어낸 길에 파괴의 흔적만을 남겼다.


"후우... 나의 힘은 온전히 나의 것이니. 거센 파도는 방파제에 막혀 스러질 것이다."


그러나 켈러가 다루는 아우라또한 만만치 않았다. 제정신을 차린 경찰들이 폭도들을 진압하는 것과 같이. 무량대수의 칼날들이 만들어져 미쳐 날뛰는 야생의 아우라에게 목줄을 채우고. 재갈을 물렸다.


계속해서 몸에는 구멍이 뚫려가고. 폭주하는 아우라들을 제어해나가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었다. 아예 다른 성질의 아우라라면 때려패면 그만이겠지만. 켈러의 성질을 띄면서도 통제를 거부하니 정신력이 제곱으로 들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비유를 하자면 인천에 중국군이 상륙작전을 펼치는 것을 막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남한 영토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와 무장 봉기를 일으키는 북한 간첩들을 막는 것이 더 짜증나는 것과 비슷했다.


단순한 1대1 비교는 힘들겠지만. 아무튼 느낌으로만 치자면 그렇단 것이다.


*


뚝....뚝...


수술기의 아래에는 켈러의 피가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수술 과정에서 바늘에 묻은 피가 떨어진 탓이었다.


그리고 수술기 위에 올라가 있는 켈러의 육신은 바늘에 찔린 온 몸에서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난자당한 불운한 희생자의 꼴을 하고 있는 켈러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꽈악!


켈러가 양 손을 꽈악 움켜지자. 힘없이 피를 뱉어내던 상처들은 순식간에 봉합되고. 핏기가 가셨던 피부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만은. 아우라는 물질이지 않은가. 비효율적이기는 해도 아우라를 혈액으로 바꾸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건강을 회복한 켈러는 수술대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마지막으로 찾는 아티팩트인 지배의 안을 찾으러 방을 떠났다.


*


"좇 같구만."


지배의 안은 평범한(?) 안구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물론 동공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이 눈이 결코 범인의 것이 아님을 대놓고 말해주고 있었지만 말이다.


여기서 문제. 이 지배의 안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쓸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푸욱! 콰직!


"끄으으으윽...!"


원래 있던 눈을 파내어버리고 지배의 안을 끼워넣는 것이다.


자신의 눈을 파낸 고통에 신음하면서. 켈러는 두 손에 든 지배의 안을 자신의 눈이 있던 곳에 우겨넣었다. 아릿하게 저려오는 눈가의 고통은 순식간에 멎고. 지배의 안이 서서히 켈러의 눈덩이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피는 멎고 흐릿하게나마 주변의 사물이 구별되기 시작했다. 지배의 안이 뒤룩뒤룩 굴러가는 소리가 잦아질수록. 사물의 명도는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으윽...크아아아악!!"


그러나 아직은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지배의 안. 켈러가 아우라를 지배의 안에 흘려넣자 지배의 안은 순간 거대한 백광을 뿜고는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찾아오는 격렬한 고통. 물 웅덩이에 비친 지배의 안의 모습은 마치 사시처럼 제대로 초점이 고정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동공이 확대되고 움직이고 있었다.


"제길..!"


켈러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주무른 뒤.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다시 한 번 아우라를 운용하여. 지배의 안의 사나운 보안장치를 뚫을 생각이었다.


*


마치 복잡한 자물쇠를 푸는 것과 같이. 저농도로 희석된 아우라는 천천히 지배의 안을 잠식하고 있었다. 지배의 안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옅게 희석된 아우라는 지배의 안이 본래 가지고 있던 사납고 날카로운 성질을 천천히 중화시키고. 켈러의 의지대로 힘을 발하도록 마법진의 구성을 비틀기 시작했다.


한 치의 방심도 할 수 없는 신중한 작업. 만약 실패할 경우 켈러는 평생 장님으로 살아야 할 것이니. 켈러는 식은 땀으로 등을 적셔가며 아우라의 운영에 심혈을 기울였다.


후우우웅-!


지배의 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십자 동공이 줄어들었다 커졌다를 반복했다. 계속해서 초점을 조절함으로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영점을 맞추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던 동공은 어느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자신에게 맞는 영점을 찾아낸 것이다.


"후우우우..."


어느새 켈러의 몸은 땀이 증발해 생긴 옅은 수증기에 감싸여 있었다. 답답하고 끈적이지만. 집중을 풀 수는 없다. 앞으로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나아가면 지배의 안을 역으로 지배할 수 있었다.


쿠득. 쿠드득..


지배의 안이 침식한 눈 주변을 천천히 정화하자. 뻗어나갈 길이 없는 지배의 마력은 고립되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거센 저항을 시작했다. 그와 함께 켈러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피눈물. 이젠 더 이상 옅은 아우라로 깔짝댈 필요가 없었다.


키이이잉!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홍수처럼. 켈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해 만든 최고 순도. 최고 농도의 아우라는 지배의 안을 휘감았고. 지배의 마력은 아우라에 잠겨 산산히 흩어졌다.


마치 거대한 전열함이 폭풍우를 만나 침몰하는 것과 같이. 지배의 안은 비로소 켈러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는 '눈'이 되었다.


켈러가 천천히 눈을 뜨자. 이전의 시야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선명해진 시야가 그를 반겨주었다. 과연 살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들었던 아티팩트다운 성능이었다.


"좋아... 이제 하나만 남았군."


칠신기를 전부 손에 넣은 지금. 켈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만이 남았다.


바로 용의 정수. 흑룡 일족의 일원인 야건 코지의 영혼을 그들의 동족에게 인도하는 것이었다.


"너도 느끼고 있겠지? 곧 일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우우우웅!


새하얀 구가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쇠락한 용의 영혼일지라도 필멸자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력. 켈러는 다시 구를 가방에다 넣고는 흑룡 일족이 머물고 있는 세유라벤 산맥의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저 꼭대기에는 야건 코지의 가족들과 동료가 살고 있다. 그리고 야건 코지를 그들에게 돌려주면 켈러는 흑룡의 호의를 받게 될 터.


그 호의가 변변찮은 지지기반이 없는 신참 군주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삼척동자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켈러는 볼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자신의 몸에 묻어있는 노폐물들을 일걸에 정화시켰다. 다시 청결해진 켈러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 번 산맥을 오르기 시작했다. 세유라벤 산맥의 꼭대기로. 아델라이데 대평원으로 향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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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아델라이데-협상국 전쟁(2) 21.02.02 69 2 12쪽
54 아델라이데-협상국 전쟁(1) 21.02.01 77 2 12쪽
53 아델라이데의 방식(2) 21.01.26 84 2 12쪽
52 아델라이데의 방식(1) 21.01.25 97 2 12쪽
51 본격적인 성장(2) 21.01.19 97 2 12쪽
50 본격적인 성장(2) 21.01.18 9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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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시체를 넘어서(1) 21.01.04 87 2 12쪽
46 청야 전술(2) 20.12.29 91 3 12쪽
45 청야 전술(1) 20.12.28 94 3 12쪽
44 물이 흐르는 곳(3) 20.12.22 108 3 12쪽
43 물이 흐르는 곳(2) 20.12.17 107 3 12쪽
42 물이 흐르는 곳(1) 20.12.14 111 3 12쪽
41 귀향(2) 20.12.06 115 3 12쪽
40 귀향(1) 20.12.05 116 3 12쪽
» 칠신기(5) 20.11.30 118 3 12쪽
38 칠신기(4) 20.11.23 130 5 12쪽
37 칠신기(3) +1 20.11.18 129 6 12쪽
36 칠신기(2) 20.11.16 129 5 12쪽
35 칠신기(1) 20.11.14 141 4 12쪽
34 세유라벤 산맥으로(1) 20.11.05 148 3 12쪽
33 전세 역전(2) 20.11.03 175 6 12쪽
32 전세 역전(1) 20.10.31 15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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