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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F 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내 인생 만만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HBF
작품등록일 :
2024.05.09 15:56
최근연재일 :
2024.07.0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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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3,363

작성
24.05.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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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글자
11쪽

현실 자각

DUMMY

.





식당을 빠져나와 거리를 걷던 나고봉은 공원 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빤히 바라보다가 쓰게 웃었다.


“역시 안 되나?”


면접을 보러온 지원자들의 외모에 홀린 사장님의 표정 속에서 현실의 벽을 확실하게 느꼈다.

홀이나 주방보조에게 필요한 건 요리 실력이 아니라 뛰어난 몸매와 외모라는 사실을 말이다.

요리를 만들고 시식해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였다.

말해봐야 무엇할까.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 잘생긴 남자가 들어가 있는 걸.

한숨을 푹 내쉬자 권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현대사회라는 곳은 정말 최악이군.’


고집스러운 그도 이번 계기로 외모에 대한 박대를 직접 깨달은 눈치였다.


“어쩔 수 없죠. 제가 이렇게 생겼는데 어쩌겠어요.”

‘그래서 어쩔 셈이지?’

“다른 곳도 다녀봐야죠.”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의지를 불태운 나고봉은 비장한 얼굴로 알바사이트를 죄다 뒤져가며 일일이 찾아갔다.


“우리 가게가 좀 좁아서요. 죄송해요.”

“어쩌죠? 다른 분 벌써 구했는데?”

“보시다시피 저희 가게엔 여성 손님들이 많아서······.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갖가지 핑계를 대가며 거절해오는 업주들의 말에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편견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축 처진 채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고봉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가 어떻게 다시 내 삶을 살게 됐는데 여기서 포기를 해!’


세상의 편견? 타인의 경멸어린 시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항상 포기만 해왔던 과거의 나였다.

다신 그 어두운 시절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벌떡 일어나 결연한 표정으로 알바 자리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



“꼭 연락드릴게요.”


면접을 끝낸 장새아가 웃으며 두 사람을 마중하고 돌아왔다.

조카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접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해?”

“이모.”

“왜?”

“이거.”

“그거 왜?”

“아까 그 뚱뚱한 사람이 만든 거지?”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있잖아. 좀 전에 면접 보러온 사람들 어떤 거 같아?”

“외모?”

“전반적으로.”

“괜찮던데?”

“그치?”

“확실히 손님들의 시선을 끌만한 비주얼이긴 해.”


20살 조카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확실히 괜찮은 외모였다.

호감이 가는 외모는 부수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특정조건 중 하나였다.

잘생기고 예쁜 알바를 보기 위해 찾는 손님들도 있기 때문이었다.

성실하기만 하면 딱 좋은데 그건 일을 시켜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모.”

“응?”

“이거 먹어도 돼?”


접시에 담긴 쭈삼 불고기를 가리키는 조카의 모습에 그제야 장새아는 요리가 눈에 들어왔다.


‘음?’


살짝 식었는데도 불구하고 때깔이 고왔다.

양념 겉면에 불그스름한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있었다.

물기도 거의 없어 양념이 묽어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기본을 지키면서도 숙달된 조리기술로 빠르게 볶아냈다는 의미였다.

무엇보다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부분은 다름 아닌 향이었다.

접시에서 흘러나오는 요리의 냄새가 너무 좋았다.

군침이 흐를 정도로.


“젓가락 꺼내봐.”


기다렸다는 듯이 조카가 젓가락을 꺼내 건네주었다.


“여기.”

“고마워.”

“나도 먹는다?”

“어, 먹어.”


젓가락을 움직여 양파와 주꾸미를 집었다.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오!’


그을린 듯한 향이 일품이었다.

사실 주꾸미는 불 맛을 입히기가 가장 어려운 식재료였다.

제대로 맛을 내려면 조리 과정이 길고 복잡해 볶음용 무쇠불판으로 직화구이 방식을 많이 추구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건 확실하게 입혔다.

그 불향을.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마늘과 묵직한 파향, 그리고 육류 특유의 강렬한 향도 함께 감돌고 있었다.

장새아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야? 냄새가 왜 이렇게 좋아?’


반전매력이라고 생각하며 요리를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뜨겁고 묵직한 양념의 맛이 훅 퍼졌다.

확장된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이미 움직인 턱관절은 아삭한 양파와 탱글탱글한 주꾸미를 씹고 있는 중이었다.

질기지 않았다.

보들보들 부드럽게 씹혔다.

주꾸미를 적당하게 삶고 빠르게 조리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념의 맛이었다.


‘와!’


숙성과정도 거치지 않은 양념장에서 각각의 조미료들이 탁월한 균형감을 보이고 있었다.

미각에 대한 본능을 자극하는 간결함 속에서 예상치 못한 묵직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맛이었다.

입맛이 확 돌았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주꾸미 양념과는 차원이 다른 농밀함이었다.

특히 특유의 향과 감칠맛의 어울림이 환상적이었다.

새아 식당에서 판매하는 쭈삼 불고기보다 조금 더 맛있게 느껴졌다.

진심으로 놀란 장새아는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불내나 마늘, 대파, 양념의 그런 맛이 아니었다.

버터처럼 고급스러우면서도 묵직한 그런 감칠맛이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느낌이었다.

뭐랄까?

입에 넣는 순간 ‘맛있다’는 단어가 딱 떠오르는 그런 맛?


“우와! 이거 맛있다! 맛이 되게 풍성해!”


조카의 외침이었다.

확실히 특별한 그런 맛이었다.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삼겹살도 먹어보았다.

크리스피한 식감과 함께 고소하면서도 진한 삼겹살의 맛이 느껴졌다.

그 맛에 감탄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그치? 진짜 뭔가 풍미가 다른 거 같아. 너무 맛있지 않아?”


격하게 동의하는 조카의 모습에 그녀는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주방 보조와 홀서빙 알바를 구할 생각으로 공고를 올렸는데 요리사가 찾아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쭈삼 불고기의 맛을 몇 번 더 맛본 그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요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요리를 맛있게 먹던 조카가 물어왔다.


“무슨 걱정 있어, 이모?”

“알바 때문에.”

“알바가 왜?”

“홀하고 주방 보조 뽑으려고 했거든.”

“그런데?”

“그 요리 만든 사람 봤지?”

“뚱뚱한 사람?”

“그 사람도 알바 지원자야.”

“엥? 그런데 요리는 왜 했대?”

“너무 간절하게 말해서 한 번 해보라고 그랬지. 그래야 서로 깔끔하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무리 그래도 요리는 좀 그렇지 않나?”


납득하기 힘들다는 눈빛에 자초지종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살짝 놀란 조카가 요리를 응시했다.


“보기와는 다르게 착한 사람이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아.”

“이모는 방금 나간 사람들이 더 마음에 들었구나?”

“식당 알바 경험도 많고 인물도 훤칠하잖아. 그 사람은 경력이 아예 없어.”

“대신 요리를 잘하잖아.”

“요리사를 뽑는 게 아니니까 문제지.”


고민을 말하자 조카가 살짝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쳐왔다.


“이모.”

“응?”

“절대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 말에 장새아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괜찮으니까 말해.”

“솔직히 이게 더 맛있어. 이모가 해준 것보다.”


역시나 반전 없는 소리였다.

사실 그녀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입안에 감도는 그 묵직한 풍미가 달랐다.

마치 MSG를 넣었을 때와 넣지 않았을 때의 차이처럼 명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눈치를 보던 조카가 은근슬쩍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일단 생각 좀 더 해보고.”


말은 그리했어도 차갑게 식은 요리에 고정된 장새아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작은 불꽃 하나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무뎌지고 잊힌 열망이라는 불꽃이었다.



*



나고봉은 업종 불문 알바라면 무조건 쫓아가 면접을 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냉대와 적당한 핑계로 위장한 거절이었다.

그래도 꼭 선물을 사드리겠다는 의지로 운동을 병행하며 새벽녘 인력 사무소까지 찾아가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어이고. 이젠 하다하다 별사람들이 다 오네.”

“참 푸짐하게도 생겼다.”


수군거리거나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꿋꿋하게 버텨냈다.

1시간, 2시간이 지나도록 인력사무실 소장님은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결국 모두가 떠난 인력사무실 안에는 나고봉 혼자만 덩그러니 남고 말았다.

믹스 커피를 손에 든 소장님이 다가왔다.


“한잔 들어.”

“가, 감사합니다.”

“내가 인생 선배로서 조언하나 해도 될까? 진짜 조카 같아서 그러는 거니까 절대 오해하지 말고.”

“네. 말씀하세요.”

“우리 인력사무소는 현장에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만 뽑아가. 그런데 고봉 씨 같은 경우에는 약간 둔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잖아. 비하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 시선이 그렇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일단은 살을 좀 빼고 다시와. 그럼 내가 꼭 일 시켜줄 테니까. 풀 죽지 말고. 알겠지?”


뼈 때리는 조언에 나고봉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예. 정말 감사합니다.”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걸었다.

현실이라는 벽이 얼마나 높은지, 그걸 넘어서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를 깊게 생각해면서.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화가 나거나 우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절과 무시에 적응이 돼서 그런 걸까?


‘흥! 조카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군.’


타인의 어설픈 동정과 선의를 극도로 싫어하는 권왕과 함께라서였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살을 빼고 더 멋진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있어서.

그래서 크게 기분 나쁘진 않았다.

단지 상황이 좀 어려워졌을 뿐이었다.

더불어 살을 빼야만 하는 확고한 명분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나고봉은 자신의 노선을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일단은 마라톤 대회에 최선을 다하기로.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그뿐이기도 했고.

특별상!

반드시 마라톤 대회 출전해서 완주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뛰어!’

“옙!”


끈적끈적하게 따라붙는 사람들의 눈길을 떨쳐낸 나고봉은 힘차게 달렸다.

다음 날도 또 그다음날도.

마지막 날은 권왕의 명령에 따라 동네 뒷산을 찾았다.

경사진 산길이라 처음엔 무척 힘들었지만 적응이 될수록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 빠른 권왕은 이를 비웃듯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쪽 말고 계단으로!’


뚱뚱한 몸으로 헉헉거리며 산길을 뛰어올라가자 많은 등산객들이 쳐다보았다.


“와, 저 몸으로 끝까지 올라가네?”

“저러다가 쓰러지는 거 아니야?”

“너무 가까이 붙어가지마. 괜히 쓰러지면 우리까지 굴러 떨어져.”


이후로도 약간의 비하발언 같은 목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나고봉은 그딴 사소한 것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당장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수하기도 벅찼기 때문이었다.

촬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나고봉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젠 이것밖에 없어!’


간절함에 이를 악물고 다시 뛰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마라톤 대회 날의 아침이 찬란하게 밝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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