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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F 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내 인생 만만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HBF
작품등록일 :
2024.05.09 15:56
최근연재일 :
2024.07.01 21:2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95,523
추천수 :
4,196
글자수 :
263,363

작성
24.05.11 20:00
조회
5,927
추천
107
글자
13쪽

세상 밖으로(2)

DUMMY

.




겨우 세 글자에 불과한 저 문장에 묘한 안도감이 찾아들었다.

고집불통에 융통성 없는 답답한 성격이라 할지라도 그는 세상 최고의 든든한 보디가드였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육체의 통제권을 권왕에게 인계했다.


“정말 형편없는 몸뚱이로군.”


솔직 담백한 품평회를 끝으로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곧 시야 안으로 빌라 주차장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180cm정도 돼 보이는 고딩 3명이 건들거리며 아줌마를 위협하고 있었다.


“왜? 또 해봐. 해보라고! 씨발 좆같은 년이 뒈질라고.”


거친 입담처럼 체격도 장난 아니었다.

설마 저런 애들을 상대로 육탄전이라도 벌일 생각인가?

이런 최악의 몸뚱이로?

무공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리 권왕이라도 이 상황에선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한명도 아니고 무려 3명이니까.

신나게 두들겨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고봉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자, 잠깐만?’


아무리 육체 통제권을 넘겼다고 해도 외부의 충격은 똑같이 느껴졌다.

육체적인 고통에 두 개의 인격체가 동시에 충격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권왕이 느끼는 고통의 강도와 나고봉이 받는 충격은 사뭇 차이가 있었다.

애초 참는데 이골이 난 권왕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치명적인 검상을 입고도 기절은커녕 무서운 투지를 일으키며 달려들던 그였다.

그 당시 나고봉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해롱해롱하다가 정신을 잃었고.

그때의 처절한 기억이 떠오른 나고봉이 버럭 소리쳤다.


‘자, 잠깐만요!’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육체에 제동을 걸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들었다.


“약속을 저버릴 셈인가?”

‘그, 그게 아니라 일단은 신고부터하자고요. 여긴 그곳이 아니라 제가 살던 세상이잖아요. 그럼 이 세상의 규칙에 따라야 맞죠! 엄중한 법과 체계적인 질서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분명 그에 의한 제약이 따를 거예요!’


대충 둘러댄 설득이 먹혔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도 그렇군.”

‘잠시만요.’


그가 더 생각하기 전에 나고봉은 냉큼 육체를 건네받은 뒤 스마트폰을 꺼내 112에 신고를 했다.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경찰관의 목소리에 권왕은 진심으로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구시대적인 무림에서 살던 사람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주소까지 알려준 뒤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한쪽에 올려놓았다.

적당히 각도를 맞춘 후 동영상 재생 버튼을 눌렀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발육 좋은 고딩들의 혈기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회까닥 돌아버린다면 예상보다 더 많이 두들겨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학폭을 당한 뒤, 증거 수집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으면서 얻은 귀한 진리였다.

모든 준비를 끝낸 후론 크게 심호흡하며 육체를 권왕에게 넘겨주었다.

손바닥을 폈다 오므린 그가 빌라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단지 등장만으로도 모든 시선이 몰려들었다.

경계 어린 시선이 흐르길 잠시, 곧바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뭔데 저 돼지새끼는?”

“와, 저 살 실화임?”

“씨바, 좆같이 생겼네.”


침을 찍 뱉은 고딩 하나가 삐딱한 자세로 빤히 쳐다보았다.

나머지 두 명도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건들거렸다.


“저 새끼 쫄았나 본데?”

“땀 흘린 거 봐라. 냄새 졸라 나지 않냐?”


사뭇 위협적인 분위기가 조성될수록 나고봉은 내면 깊숙이 몸을 감춘 채 내심 불안에 떨었다.


‘이거 잘못 걸린 거 같은데?’


발육 좋은 고딩들의 폼이 예상보다 더 미쳤다.

내일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 매우 적극적인 태도로 대쉬해 오고 있었다.


“왔으면 말을 하라고, 이 병신아.”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 고딩 하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저씨. 그냥 가던 길 가세요. 쳐 맞기 싫으면.”


살벌한 위협에도 권왕은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다.

그 꼬락서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딩이 눈알을 부라렸다.


“눈깔보소? 잘하면 치겠네? 쳐봐. 쳐보라고, 이 돼지새끼야!”


욕설과 함께 고딩이 좌측 무릎을 거칠게 뽑아 올렸다.

이제 두들겨 맞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나고봉은 큰 충격에 대비하듯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 순간,

그는 정말 희한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어?’


후각과 청각이 마비된 것처럼 주변 일대가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정말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방음장치로 도배된 공간 안에 홀로 있는 느낌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소리가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 속의 변화였다.


시간의 제약이라도 받은 듯, 모든 사물의 움직임이 슬로모션처럼 느려지고 있었다.

와락 얼굴을 구기면서 강력한 프론트 킥을 날리는 고딩의 동작도 마찬가지였다.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그 비현실적인 상황에 나고봉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초, 초감각?’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초감각은 육체적인 한계 돌파와 인지능력의 비약적인 상승효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이었다.

고된 수련과 내공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경지인데 무공조차 되찾지 못한 권왕이 초감각을 각성했다?

헛소리!

제아무리 권왕이라도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은 대체 뭘까?


아드레날린 러쉬!

인간의 생존을 위해 분비된 호르몬으로 인해서 두뇌의 처리속도가 현실을 넘어설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거나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했을 때 나타나는 제로의 영역.

현상에 대한 이해가 순식간에 정리된 나고봉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가능하다고?’


특정 조건에서 본능적으로 발동되는 현상을 권왕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고 있었다.

마치 서랍장 물건을 꺼내 쓰듯 아주 간단하게.

나고봉은 소름이 끼쳤다.


‘미, 미친······.’


넘사벽 재능에 경탄할 틈도 없이, 육중한 몸이 비스듬한 각도로 꺾이면서 고딩의 발을 흘려보냈다.

동시에 두툼한 우측 발이 고딩의 디딤 발을 그대로 걷어찼다.


퍽!


중심을 잃고 뒤로 발라당 넘어간 고딩이 바닥을 굴렀다.


“억!”


제로의 영역이 거짓말처럼 풀리자 육중한 다리가 허공을 갈랐다.

나자빠진 고딩의 얼굴을 무참히 짓밟으려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고봉은 다급히 말했다.


‘자, 잠깐만요!’


다리에 제약까지 걸자 얼굴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지금 나와 장난하자는 건가?”


목소리에 은은한 분노가 섞여 있었다.

진심으로 화가 났다는 증거였다.

생사투 부상 이후로 전투 중에 개입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나고봉은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돈 들어간다고요! 잘못하면 깜빵, 아니 뇌옥에 갇힐 수도 있고요!’


진심이었다.

노빠꾸 상남자인 그가 이대로 적당히 끝낼 리가 없었다.

아주 반병신으로 만든 뒤에 싹싹 빌게 만들겠지.

통쾌하기는 하겠지만 뒷감당은 모두 어머니 몫이었다.

이를 모르는 권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시비는 이놈들이 먼저 걸었는데 내가 왜 그런 벌을 받아야 하지?”

“씨발! 혼자서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얼굴이 벌게진 고딩이 벌떡 일어났다.

뒤에서 지켜보던 고딩들까지 합세하며 에워쌌다.


“넌 뒈졌어!”

“좆만한 돼지새끼가!”


흉흉해진 분위기가 조성되자마자 고딩들이 단체로 달려들었다.

제로의 영역을 또다시 꺼내든 권왕이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가볍게 피해버렸다.

중심을 무너트리고 발로 걷어찬 것도 거의 동시였다.


“악!”

“억!”


짧은 단말마와 함께 모두가 바닥을 굴렸다.

그들에게 성큼성큼 걸어가는 권왕의 행동에 나고봉은 죽을 힘을 다해 급제동을 걸었다.

때마침 그때 뒤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 같았다.

출동 시간이 빠른 걸 보면 순찰을 돌다가 운 좋게 얻어걸린 듯 싶었다.

놀란 고딩들이 ‘씨발, 운 좋은 줄 알아라?’라는 상큼한 덕담까지 지껄이며 빠르게 퇴장했다.

나고봉은 안도했다.


‘운은 니들이 좋은 거겠지.’


자칫 잘못했으면 수 천 깨질 뻔했다.

저 미친 재능러인 권왕을 말리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



“정말 감사합니다!”

“아, 아니에요.”


아줌마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받은 나고봉은 출동한 경찰관에게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다.


“정말······대단하시네요.”


동영상을 확인한 그의 말속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겁먹지 않고 용기 있게 나선 모습이나, 그 뚱뚱한 몸으로 어떻게 그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지 따위의 감정들이었다.

하지만 저들은 알까?

모든 것이 권왕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그 학생들은 꼭 찾아내서 선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더 감사하죠.”


정말 고마워하는 경찰관의 모습에 나고봉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까딱 늦었으면 감사인사가 아니라 폭행죄로 끌려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찰관이 돌아간 뒤, 구원받은 아줌마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집으로 올라가 음료수 박스를 가지고 나왔다.


“변변치 않지만 이거라도 받으세요.”

“괘, 괜찮아요.”

“그러지 말고 받아요. 고마워서 그래요.”

“······감사합니다.”


적당한 거절 이후, 인사와 함께 음료수 박스를 챙겨든 나고봉은 아줌마와 작별한 뒤에 집 쪽으로 걸어갔다.


‘왜지?’


느닷없는 물음에 걸음을 멈췄다.


“뭐가요?”

‘어째서 그런 불합리한 법 따위가 생겼냔 말이다.’


미성년자 처벌 기준의 법률 조항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받은 것은 반드시 되돌려준다는 확고한 철학이 있는 그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법이었다.

솔직히 나고봉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애초 학폭을 당했을 때에도 가해자들이 받은 처벌이라곤 4호, 1년간의 단기보호관찰이기 때문이었다.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겨우 관찰소에 전화 몇 번과 확인으로 용서한다?

4년 간 방구석 폐인이 된 것도 이런 이유였다.

분해서.

너무 억울하고 무서워서.

쓰게 웃은 나고봉은 옛 감정을 떨쳐내곤 차분하게 말했다.


“아무리 억울하고 황당해도 법을 어길 순 없어요. 만약 분에 못 이겨 사고를 친다면 그 피해는 모두 가족에게 돌아갈 테니까요.”


가족이라는 말에 분기탱천한 권왕이 침묵했다.

멸문지화의 끔찍한 사건이 떠올라서 일 것이다.

가족.

그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평생을 복수에 미쳐 날 뛴 것도 그래서였고.

나고봉은 고개를 들었다.

청명하던 하늘에는 어느새 회색구름떼가 서서히 몰려들고 있었다.


‘비라도 오려나?’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덩달아 마음까지 꿀꿀해지는 기분이었다.



*



“잠깐 들렸다 가라니까?”

“안 돼.”

“잡채하고 찌개도 끓여놨다며?”

“아침에 먹은 거잖아.”

“아이고, 열녀났네 났어. 한 끼 대충 먹는다고 죽는 거 아니거든? 가자.”

“진짜 안 돼.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해.”

“왜?”


동료의 성화에 이미선은 활짝 웃었다.


“우리 아들이 기다리고 있거든.”

“기다리긴 뭘 기다려. 그러지 말고 잠깐만 들렀다가. 간만에 회식하는 거잖아.”

“미안.”


거듭되는 성화를 단칼에 거절한 그녀가 통근버스에 올라탔다.

이상하게 오늘은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피곤은커녕 자꾸 웃음이 나왔다.


‘운동은 잘했는지 모르겠네.’


4년만의 변화가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일하는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잘하고 있으려나?

무슨 운동을 했을까?

혹시 밖에 나가는 게 무섭지는 않을까.

온통 고봉 생각뿐이었다.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그래도 변하려고 노력하는 고봉의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집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빗물이 거세졌다.

이미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우산도 안 가져왔는데 어쩌지?’


잠시 후 버스가 멈췄다.

가방으로 머리를 가린 그녀가 하차했다.


쏴아아아-


굵은 빗줄기가 거칠게 쏟아지며 가방 위를 흠뻑 적셨다.

막 집 쪽으로 뛰어가려고 할 때, 골목에서 검은 우산을 쓴 그림자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엄마.”


놀란 이미선이 고개를 들었다.

검은 우산을 쓴 고봉이 다가와 차가운 빗물을 가려주었다.


“다 젖었네. 여기 우산. 빨리 쓰세요.”


자신의 손에 들린 우산을 멍하니 쳐다본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금 상황이 믿기지가 않아 우두커니 선 채로 고봉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들······.”

“비 맞아요. 이거 쓰고 계세요.”


자신의 손에 들린 우산을 건네주곤 노란 우산을 다시 가져가 펼쳐들었다.

그 든든한 모습에 빗물이라도 들어간 것처럼 눈앞이 뿌예져 저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별 것 아닌 이 상황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벅찬 감동이 차올라 장대비처럼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어서 가요.”


젖은 가방을 집어든 고봉의 따스한 눈길에 울음을 삼켜낸 그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 고맙다는 말을 수백, 수천 번 되뇌면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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