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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F 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내 인생 만만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HBF
작품등록일 :
2024.05.09 15:56
최근연재일 :
2024.07.01 21:29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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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48
추천수 :
4,189
글자수 :
263,363

작성
24.05.13 15:22
조회
5,513
추천
107
글자
13쪽

다이어트

DUMMY

.



깊은 심연 속을 유영하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온 나고봉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또 기절한 모양이었다.

권왕과 함께 하면서 수없이 겪어온 일이라 별로 대수롭지도 않았다.

다만 달리기 좀 했다고 의식까지 날아간 건 좀 충격이었다.

확실히 예전 권왕의 육체가 튼튼하고 안전하긴 한가보다.

겨우 이런 걸로 기절하는 걸 보면.


‘깼군.’


역시나 그는 멀쩡히 버텨냈다.

하기야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의지력 하나로 버티던 그였다.

겨우 이정도 위기로 정신을 잃을 리가 없었다.

덕분에 동네에서 추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안도해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나고봉의 눈동자 안으로 찬란한 여명의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따스한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 아침?”


난리 났다!

분명 어머니에게 부탁했다.

앞으로 밥은 자신이 차리겠다고.

그 약속을 하루도 못가서 어길 순 없었다.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그가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갔다.


‘바, 밥부터!’


급히 쌀을 씻은 후, 물기를 뺀 다음 쌀을 불리기 위해서 채반에 밭쳐두었다.

손을 뻗어 냉장고 문을 열고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빠르게 스캔했다.


‘계란하고 돼지고기 조금, 채소, 냉동······.’


재료의 존재여부가 입력되자마자 수많은 레시피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적당한 레시피를 선택한 후, 재료를 꺼내 세척하고 균일하게 썰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탁! 스윽-


각종 재료의 손질 이후엔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팬을 달구고 기름을 두른 다음, 각종 재료와 양념을 넣고 들들 볶았다.


촤악! 촤악!


중간에 불린 쌀을 냄비에 넣고 그 위로 건조 다시마를 올렸다.

이러면 밥알의 단맛에 찰기와 감칠맛이 돌뿐더라 냄비 밥의 특성상 고소한 향이 감돌기 마련이었다.

뚜껑을 닫고 불을 켠 뒤에 나머지 요리를 빠르게 마무리했다.

권왕과 함께 하며 지난 25년 간 오직 요리만을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이 정도 일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이건 다 됐고.’


세 가지 요리를 뚝딱 끝낸 나고봉은 설거지까지 마무리한 후 밥상을 차렸다.

숟가락과 젓가락, 밑반찬에 직접 조리한 세 가지 요리까지 보기 좋게 배치했다.

마지막은 냄비 밥이었다.

뚜껑을 열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살짝 눌러 붙은 듯 고소한 냄새와 함께 고슬고슬 잘 지어진 밥알이 유리알처럼 반짝였다.

그사이 기지개를 켜며 걸어 나온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확인하곤 그제야 안심했다.


‘간신히 세이브인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뜬 어머니가 빠르게 다가왔다.

식탁을 확인하곤 안 그래도 커진 눈이 더욱 확장되었다.


“이, 이걸 네가 다 차렸어?”


경악과 감탄 그 사이를 수도 없이 오고가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던 어머니와의 식사를 무사히 마친 뒤 배웅을 나갔다.


“다녀오세요.”


빤히 바라보던 어머니가 자상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녀올게.”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한 날씨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오른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곧바로 돌아와 정신없이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펄럭! 펄럭!


이불을 털고 개고 청소기를 돌렸다.

물걸레 봉으로 바닥 먼지를 제거하고 나서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쓱싹쓱싹!


바닥에 광택이 돌 때까지 솔로 문지른 다음 물을 뿌려 청소를 마무리했다.


‘음, 완벽해!’


옷을 벗고 빠르게 씻고 나와 세탁기에 옷을 넣어놓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래봐야 운동복이었다.

지퍼를 위로 올린 뒤 떨리는 마음으로 체중계 위로 몸을 실었다.


[194kg]

‘응? 하, 하루만에 5kg나 빠졌다고?’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1~2kg도 아니고 무려 5kg나 빠졌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고봉의 표정이 짐짓 심각해졌다.


‘하루에 5kg 감량은 불가능할 텐데?’


그제야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잠깐만?’


이상할 정도로 온몸에 활력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겨우 4시간의 수면과 무리한 운동, 가사 일까지 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피로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꿀잠을 잔 듯 상쾌했다.

저 푸르른 날씨처럼.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틀림없이 권왕의 짓이 분명했다.

대체 어떻게?

순간 나고봉의 등줄기에 소름이 와르르 돋았다.


‘서, 설마?’


무공이었다.

기절한 사이에 무공을 회복하고 망가진 신체를 정상 범위로 돌려놓은 게 분명했다.

그런 와중에 의도치 않게 체중 감량 효과까지 나타난 것이다.

대체 그는 같은 인간이 맞을까?

이젠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하기야 그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오만일지도 몰랐다.

나고봉은 자신의 주제파악을 하며 현실에 집중했다.


‘일단은.’


몇 번의 검증 작업을 위해서라도 운동에 목숨을 걸겠다고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늘도 쓰러질 때까지 뛴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나보군.’


매우 흡족해하는 권왕의 말을 끝으로 그는 어김없이 뛰듯 걷기 시작했다.

유달리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말이다.



*



분주하게 손을 놀리던 이미선은 너무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옆에서 함께 작업하던 혜림 엄마가 별일이라는 듯 물어왔다.


“언니 요즘 이상하다?”

“응? 뭐가?”

“종일 웃고 다니잖아.”

“웃으면 좋은 거지, 뭘 그래.”


혜림 엄마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수상해.”

“참나, 수상할 것도 많다.”

“뭐야? 뭐 좋은 일 있어?”


어쩐 일인지 이미선은 입이 근질근질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자꾸만 입 안쪽이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그녀는 그 간지러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바로 깨달았다.

바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자식 자랑이었다.


“있지.”

“뭔데?”

“글쎄, 고봉이가 아침밥을 다 차려주는 거 있지?”


피식 웃던 혜림 엄마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말?”

“정말로. 내가 오죽했으면 사진을 다 찍어놨을까. 자, 봐봐.”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 사진을 확인한 그녀가 깜짝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걸 걔가 차려줬다고?”

"어제 퇴근해서 보니까 저녁까지 차려놨더라.”


그 말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던 모양인지 혜림 엄마가 잠시 작업을 중단했다.


“진짜로?”

“내가 언제 흰소리한 적 있어?”

“혹시 사온 거 아니야?”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는데 아침에 보니까 아니더라고.”

“고봉이 원래 요리를 이렇게 잘했나?”

“요리는 무슨.”

“그런데 이런 요리를 만들었다고?”

“그러니 내가 얼마나 놀랐겠어.”

“맛은?”

“흰쌀밥까지 맛있더라.”

“혹시 동영상 같은 거 보고 몰래 배웠나?”

“그렇게 말하긴 했어. 동영상 보고 배웠다고.”


혜림 엄마가 아침 밥상 사진을 한 번 더 확인하곤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 정도면 뭐, 거의 TV에서 나오는 셰프들 수준인데······. 걔, 혹시 요리 쪽에 재능이 있는 거 아니야?”

“재능?”

“그렇잖아. 동영상만 보고 이런 요리할 줄 알면 전 국민이 다 요리사지. 안 그래?”

“그렇긴 하지.”

“그러지 말고 고봉한테 요리 배워보라고 하는 건 어때?”


뭐든 배우면 좋기는 하지만 당장 부담이 될 만한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슬쩍 웃은 이미선이 손을 분주히 움직였다.


“지금 말고 나중에.”

“왜?”

“무서워서. 괜히 부담 줬다가 다시 돌아갈까 봐.”


진솔한 말에 혜림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천천히 하면 되지 뭐. 오늘 잔업할 거지?”


지금까지 어깨를 짓누르던 가장의 무게가 오늘따라 가볍다고 느낀 이미선이 밝게 웃었다.


“응. 해야지.”



*



목숨을 건다는 표현은 대체적으로 엄청난 열정과 투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때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지치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흉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나고봉에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무조건 기절할 때까지 버틴다!’


극한의 상황을 견뎌내질 못하고 기절할 때마다 다시 깨어나면 육체가 회복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으으······드, 드디어 오, 온다······켁!”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 사탕처럼 녹아내린 육체와 정신이 완벽하게 단절됐다.

그러나 얼마 후에 다시 재접속되자 온몸에 활력이 넘쳐흘렀다.


“크흐! 내가 또 한 번 성장했구나!”

‘헛소리도 가지가지 하는군.’


초를 팍팍 치는 권왕의 말에도 나고봉은 기죽지 않고 상큼한 기분으로 다시 뛰듯 걸었다.


“헉헉!”

‘자세! 무게 중심이 앞으로 너무 쏠렸다! 보폭은 항상 일정하게, 지면에 닫는 발바닥은 뒤꿈치가 아니라 중앙에서 발가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신경 쓰란 말이다!’


폭풍 잔소리에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끝까지 버티려 노력했다.

정말이었다.

버티고 또 버티는 것에만 사활을 걸었다.

하루, 이틀······.

그렇게 버티고 버틴 결과 예상이 사실임을 깨우쳤다.


[184kg]

‘15kg.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기절 이후에 정신을 되찾으면 활력뿐만 아니라 몸무게까지 감량되는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바꿔 말해서 많이 기절할수록 체중 감량의 효과가 증가한다는 의미였다.

권왕은 이 사실을 알까?

자신의 배려가 최소한 3kg씩이나 되는 살을 공짜로 빼주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고맙긴 하지만, 이 사실을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요령과 담을 쌓은 그라면 분명히 회복신공을 멈출 게 분명했다.

나고봉은 결심했다.

들킬 때까지 만이라도, 더 빠르고 많이 기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죄책감?

글쎄.

요리해서 갖다 바친 것만 해도 수십 년이었다.

잡일은 모두 나고봉의 몫이었다.

그럼 이 정도는 괜찮지 않겠는가?

스스로를 납득시킨 나고봉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제 44kg남았다!’


44kg만 빼면 무공을 배울 수 있었다.

의욕이 활활 불타오른 그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증거사진을 남겨놓을 생각으로.

그리고 밖으로 나가 더욱더 기절에 박차를 가했다.


“훅훅!”

“저 사람 또 왔다!”


출몰이 잦다보니 동네 유명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저게 걷는 거야 뛰는 거야?”

“참 열심히도 산다.”

“저렇게 열심히 뛰는데 어째 그대로냐?”

“그러게?”

“엄마, 엄마! 저기 봐봐! 뚱뚱이 또 나왔어!”

“쓰읍!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랬지!”

“오늘도 열심이네! 파이팅!”


스타라도 된 듯 동네 주민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으며 나고봉은 오늘도 뛰듯 걸었다

그럴수록 권왕은 더욱 가혹하게 몰아붙였다.


‘아직이다!’

“헉헉! 와, 와라! 헉헉! 제발!”

‘움직임에만 집중하지 말고 자세를 유지하란 말이다!’

“크흑! 헉헉! 제, 제바알! 헉헉! 와, 와라! 헉헉!”

“자세, 자세!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았느냐!”


동상이몽 속에서 지속된 저강도의 운동은, 매우 안타깝게도 나고봉의 계획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적응도 적응이지만 뛰는 도중 자세가 흐트러지는 순간 권왕이 브레이크를 걸었고, 그로 인해 까딱까딱하던 숨 또한 정상범위 내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말마따나 기절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싶었던 나고봉은 은근슬쩍 말을 꺼내들었다.


“헉헉! 왜, 헉헉! 다른 운동은, 헉헉! 안 해요?”

‘운동?’

“근력, 헉헉! 운동이나, 헉헉! 뭐 그런 거, 헉헉!”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싶나?’


뛰지도 못하는 주제에 딴생각 품지 말라는 섬뜩한 경고에 나고봉은 닥치고 뛰듯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동네를 돌아도 극한의 상황까지 내몰리는 상황은 발생되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후, 뜻밖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부터는 걷지 말고 천천히 뛰어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 힘차게 대답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헉헉!”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찼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전신이 비명을 내질렀다.

고통이 극에 달할수록 나고봉은 거의 광기에 젖은 사람처럼 알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여기서 더 무리하게 되면 시야가 뿌예지면서 정신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죽기 살기로 달렸다.

막 현기증이 나려는 찰나에 권왕이 딴지를 걸었다.


‘누가 그렇게 뛰라고 했지? 자세!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나?’


뛰는 자세조차 잡지 못한다면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관절에 무리가 갈 거라는 친절한 설명 대신 협박에 가까운 엄포를 놓았다.

기절해 버리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꺾는 아주 잔인한 말이었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낀 나고봉은 머리를 굴렸다.

그런 와중에 공교롭게도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얀 현수막 안에는 파란색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우리 동네 마라톤 대회]


나고봉은 눈이 번쩍 뜨였다.


‘저거다!’


기절하기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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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어트 +3 24.05.13 5,514 107 13쪽
5 노력하다 +5 24.05.12 5,629 1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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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상 밖으로 +4 24.05.10 6,443 105 14쪽
2 시작 +6 24.05.09 7,722 1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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