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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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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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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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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135. 첫 라이벌 (2)

DUMMY

셀틱 파크에 찾아온 관중들은 오만 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아직 잔여 경기가 남았지만, 챔피언 결정전이 될지도 모르는 오늘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담아놓기 위해서. 최근 로스 카운티 축구에 매혹된 타지역 사람들이 급증한 효과 또한 상당히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작년만 해도 셀틱 파크에서 로스 카운티의 원정석은 듬성듬성한 게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지금은 망원경을 확대해서 봐야 빈자리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이 팀의 연고지 주민이 겨우 오천 명가량밖에 안 된다는 걸 생각하면 현재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로스 카운티와 셀틱의 시합이 오만 관중을 넘어선 건 전 시즌의 스코티시 컵 결승과 올 시즌 리그 컵 4강전, 이렇게 두 번뿐. 리그인 프리미어십에서는 처음으로 기록하는 수치였다.


그만큼 이 매치업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절정에 달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가히 올드 펌 더비에 버금가는 관심도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렇기에 실망감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용맹하게 필드를 휘젓던 제임스 블랜차드나 혼자서 공중볼을 죄다 끊어내던 폰투스 얀손의 활약상을 셀틱전에서 다시금 보고 싶었을 텐데.


얀손은 벤치에 앉아 있었고, 블랜차드는 아예 명단에 없었다. 소피앙 부팔은 하루 전날 훈련 도중 경미한 부상으로 보호조치 차원에서 제외되었다.


연장전까지 치열한 사투를 벌였던 유로파 리그가 불과 사흘 전이었다. 형식적으로는 몇몇 승리의 주역들에게 주어진 달콤한 보상이었지만, 에너지를 쏟아부은 후유증의 여파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휴식은 반드시 필요했다.


하나를 과감히 포기하기에는 너무 높이 올라와 버렸으니까.


문제는 셀틱 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럽 대항전은 일찍이 탈락하여 리그에 전념하고 있었지만, 핵심 화력인 크리스 커먼스와 윌프리드 자하가 잔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그들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은 채로 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팀 내 최다 득점원은 17골을 넣고 있는 최전방의 리 그리피스였지만, 그 골의 8할을 만들어낸 것은 좌우 날개에 포진한 그들이었다. 실상 화력이 반 토막 나버린 셈이다.


어쩌면 영악한 이탈리안 감독은 셀틱의 형편이 좋지 않다는 걸 미리 파악해놓고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원정 경기에서 이렇게 과감히 힘을 빼고 나올 수가 있는 것일까?


이러나저러나 축구팬들은 김이 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리그 챔피언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시합인데도 양 팀의 주력 멤버가 이탈하면서 무게감이 깃털처럼 가벼워진 느낌이었으니까 말이다. 오늘 집계된 관중 수만 보면 이미 누가 결장한다고 흥행 여부가 흔들릴 단계는 지난 지 오래인 것 같지만.


그랬던 분위기였는데 장내 아나운서가 로스 카운티에 이어 셀틱의 선발 라인업을 호명하자 식어가던 열기가 작게나마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키어런 티어니(Kieran Tierney).


모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단 하나의 생소한 이름이 그 원인이었다.



< 14-15 Scottish Premiership 32 Round >

셀틱 : 로스 카운티

2015년 3월 22일 (일) 14:00

셀틱 파크 (관중 수 : 53,382명)



[셀틱 / 4-2-3-1]

FW : 리 그리피스

AM : 게리 맥케이-스티븐 / 셀소 보르헤스 / 제임스 포레스트

CM : 스테판 요한센 / 스콧 브라운

DF : 키어런 티어니 / 버질 반다이크 / 에페 암브로스 / 아담 매튜스

GK : 크레이그 고든


[로스 카운티 / 4-4-2]

FW : 에이든 딩월 / 잭 마틴

MF : 에드빈 데 루어 / 대런 케틀웰 / 리차드 브리튼 / 앤드류 톰슨

DF : 리 월리스 / 대니 패터슨 / 스콧 보이드 / 스티브 샌더스

GK : 마크 브라운



“키어런 티어니라.”


“감독님은 저 선수를 알고 계시는 겁니까?”


닐 스튜어트의 물음에 안토니오 델 레오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진 정보는 얼마 없어. 단지 몇 달 전에 이름을 본 기억이 있지. 당시에 셀틱 유소년팀과 그 시스템에 대해서 잠깐 조사를 하고 있었거든.”


‘그런 것까지 조사하는 건가······.’


스튜어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감독의 말을 경청했다.


“듣기로는 저쪽에서 꽤나 공들여 키우는 야심작이라던데. 어린 나이에 유스 레벨을 평정하고 한 단계 월반까지 했으니 제법 신빙성 있는 소문이겠지. 그것도 모자라 성인팀에 합류시켰어. 저 친구 나이가 고작 열일곱 살인데 말이야.”


“우리를 상대로 새파란 신인을 내보낼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경기가 저 선수의 데뷔전이 될 텐데요.”


“나 또한 예상치 못했네. 수년간 베테랑으로 활약해온 이사기레가 아니던가? 그런 그를 갑자기 선발에서 뺀다는 건 단순한 의미로 보기 어려워.”


감독은 팔짱을 끼고 있던 한 손을 턱에 가져가면서 말을 이었다.


“최근 셀틱 경기를 쭉 살펴보면 이해는 가네. 그 베테랑의 폼은 계속 하락세를 타고 있었지. 심지어 멀쩡하던 예전에도 앤드류에게 적잖이 고전했었는데, 지금 상태로 나오면 어떻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변화를 안 주는 게 이상하겠군.”


그리고 정갈하게 다듬어진 턱수염을 천천히 쓸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저 새내기를 투입하는 선택 말고는 방도가 없었나? 이렇게 뜬금없이 세대교체를 이행할 만큼? 그것도 리그 테이블이 바뀔지도 모르는 시합을 앞두고서 말이지.”


하루아침에 수만 명의 시선을 받게 된 어린 선수는 경직된 표정으로 커리어의 출발선이 될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셀틱이 실수한 거죠. 재능이 뛰어나봤자 결국은 유망주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스튜어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재 나름대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에이든 딩월이나 앤드류 톰슨도 한동안 부진을 겪으며 비판의 도마에 수없이 오르내렸었다. 그만큼 유소년 레벨이 데뷔하자마자 실력을 발휘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블랜차드처럼 특이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팀에 적응할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물론 그 로스 카운티 10번은 유소년 출신도, 어린 나이에 데뷔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 자네 말대로야. 보통 어린 선수에게는 기대치에 적정선을 두어야 하지.”


감독이 말했다.


“그런데 셀틱이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저 소년을 필드에 내던졌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군. 아직 몇 가지 의문부호가 붙어있기는 하다만······.”


그는 말을 멈추고 다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흥미로운 포인트가 되겠어.”


*******


전반 5분.


당연하게도 경기의 초점은 한쪽으로 크게 쏠리고 있었다.


관중들은 느닷없이 등장한 티어니라는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했고, 그 맞상대에게 관심이 쏟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레프트백과 라이트윙, 각 팀에서 가장 젊은 선수들 간의 대립.


‘부담스러워······.’


이런 상황이 마냥 반갑지는 않은 톰슨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평소엔 다른 팀원들의 그늘 밑에서 제 몫만 열심히 뛰면 되었지만, 오늘은 그럴 수가 없는 처지다.


결과와는 별개로 신문의 헤드라인 주제가 무엇이 될지는 이미 정해졌을 테니까. 경기장의 모든 카메라가 톰슨이 있는 쪽을 겨냥하고 있다.


핵심 선수들의 결장으로 책임이 막중해지던 차에 사람들의 이목까지 모아지니 안 그래도 무겁던 어깨가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뒤에서 서성대는 셀틱의 앳된 소년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전쟁터에 막 발을 들인 신병처럼 비장한 얼굴. 바짝 기합이 들어간 모습은 뭔가 작년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


‘서 있는 것도 버거울 거야.’


톰슨은 그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첫 선발로 출전한 세인트 미렌전. 온몸의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섰던 그 날의 경기는 다시 생각하면 어떻게 뛰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심장은 터질 것 같았고, 속은 현기증이 날 만큼 울렁댔으며, 관중들의 함성은 귀에 물이라도 찬 것처럼 뭉개져서 울렸던 기억만 떠오를 뿐이다.


훈련할 때는 곧잘 의식했던 코치들의 외침마저 들리지 않아 그저 무턱대고 앞만 보며 달렸던 것 같다.


앞서 교체 투입으로 정식 무대를 경험해봤음에도 그 정도였다. 그런데 우승권을 다투는 경기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르는 상황이라니. 얼마나 긴장되고 떨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


두 선수 사이에서는 고요한 침묵만이 흐르는 중이었다.


셀틱의 소년은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필드에 적응하느라 말을 걸어올 여유가 없어 보였고, 톰슨 또한 경기 중 상대와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이사기레가 이따금씩 짓궂게 내뱉던 트래시 토크가 차라리 그리워지고 있긴 했지만.


‘신경 쓰지 말자.’


톰슨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때마침 로스 카운티의 공격권. 셀틱의 패스를 달려들어 낚아챈 브리튼이 수비 진영으로 길게 빼주었고, 보이드의 백패스를 받은 브라운 키퍼가 상대 공격수의 압박을 피해서 월리스에게 볼을 건네주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샌더스와 눈을 마주쳤고, 무언의 신호를 받아들인 톰슨은 재빨리 뒤쪽을 곁눈질로 보았다.


소년을 본 게 아니었다. 이번엔 셀틱의 뒤쪽 공간을 확인한 것이었다.


동시에 월리스의 패스가 샌더스를 향해서 길게 날아왔고, 그가 패스를 받는 걸 보자마자 앞으로 총알처럼 달려 나갔다.


샌더스가 길게 찔러준 볼이 톰슨을 추월하여 앞쪽의 넓은 공간에 떨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스프린트만큼은 제일 자신 있는 분야였다.


일 년간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숱하게 시도해왔고, 유럽 무대에서도 자신의 스피드가 충분히 통한다는 걸 입증했으니까. 이제는 완전히 몸에 밴 수준이다.


톰슨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신인을 상대로 허점을 후벼 파는 짓이 가혹할 수 있겠다는 마음 한구석의 생각을 떨쳐내려는 듯 다리에 더욱 힘을 주며 내달렸다.


여긴 프로의 세계니까 냉혹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가속이 붙으면 아무도 따라올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그런 톰슨과 동일 선상에 나란히 서서 달리는 한 선수. 셀틱의 소년이 엄청난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었다.


당황한 새 다리를 뻗은 태클이 들어왔고, 그의 발이 볼을 터치라인 바깥으로 걷어냈다. 톰슨은 그대로 앞으로 엎어지며 필드를 한 바퀴 구르고 말았다.


‘······뭐지?’


일어난 일을 직접 겪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어리숙해 보였던 소년이 돌변한 순간이었다. 오늘 막 데뷔한 신예가 유럽 팀들마저 동요하게 만들었던 스피드에 제동을 걸어버린 것이다.


그 날카로운 태클을 가한 인물, 티어니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톰슨은 그제야 자신이 잔디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티어니는 일으켜주자마자 곧장 등을 돌려 수비 위치로 돌아갔고, 톰슨은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얼떨떨한 표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


“과연!”


전반 30분이 넘도록 침묵을 지키던 이탈리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셀틱의 수가 통했군. 부족한 경험이 저 햇병아리를 무너뜨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한 이상으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친구인 것 같네.”


“그런 것 같습니다.”


스튜어트 역시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프로 초년생에게 주어지는 혹독한 신고식이 아니라 오히려 군중을 압도해 버린 셀틱의 한 일원이었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소년이 이만큼 강한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인가? 누군가는 이를 두고 리그 수준이 낮다며 폄훼할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이곳 프리미어십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닐, 부담이 큰 시합에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어린 선수가 얼마나 될 것 같나? 심지어 데뷔전이야. 이건 보기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일이지.”


감독이 감탄하며 말했다.


“발이 상당히 빠르고, 기본기도 탄탄해. 태클 기술도 열일곱 살의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야. 어디서 이런 물건이 나타난 거지? 유스 시스템이 탄탄하기로 소문난 셀틱에서 애지중지 키울만한 이유가 있었군.”


“그렇다 해도 앤드류가 오늘 저 선수에게 묶여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녀석의 최대 무기인 스피드 승부가 통하지 않고 있으니······.”


“확실히 뜻밖의 변수로 작용했지. 하지만 내가 놀란 건 앤드류를 따라잡은 스피드뿐이 아니었네. 저 새파란 나이의 소년이 팀원들을 독려했다는 거야. 본인이 주장이라도 된 것처럼 말일세. 첫 경기부터 저만큼 파이팅이 넘친다는 게 믿기지 않아. 한 팀을 이끌어 갈 리더의 기질이 느껴지는 걸 보면 성인이 될 즈음엔 팔에 완장을 차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몇 분 전 브리튼이 침투하는 잭 마틴을 향해 박스 안으로 회심의 스루패스를 찔러주었고, 티어니가 볼의 경로를 쫓아가며 몸을 던지는 태클로 위기를 걷어내는 장면이 있었다.


자칫하면 페널티 킥 파울로 연결될 수 있던 상황을 깔끔하게 처리한 것이 일품이었다.


결정적인 수비를 해낸 소년은 벌떡 일어나 팀원들을 향해 큰소리를 내며 다그쳤다. 겨우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나이가 리그에서 수년을 뛰어온 성인 선수들에게 말이다. 그건 꽤 흥미로운 볼거리였고, 감독은 그 부분을 계속 눈여겨보고 있던 모양이었다.


“이사기레도 좋은 선수지만, 단점은 명확했지. 출중한 공격 능력에 비해 수비가 안정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으니까.”


이탈리안이 계속 말했다.


“그는 초대형 군함에 탑승한 혜택을 적잖이 받아왔어. 셀틱의 이름만 들으면 다들 벌벌 떨기에 바빴으니 마음껏 전진해도 큰 문제가 없었거든. 우리 팀처럼 조금만 차원이 다른 상대를 만나면 금방 고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


“감독님께서도 셀틱전을 앞둘 때면 항상 이사기레의 뒤를 노리라 말씀하셨죠.”


“맞아, 닐. 그런데 저 신예는······ 뭔가 다르군. 그 셀틱의 베테랑이 애를 먹었던 공격 패턴에도 빈틈을 내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야. 동기부여와 패기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전반전의 짧은 시간만으로도 범상치 않다는 게 느껴져. 데뷔전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낸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탤런트는 아니란 얘기지.”


스튜어트의 눈에서도 소년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감독이 이렇게까지 후한 평가를 내릴 정도면 의심할 것도 없을 테니까. 재능을 꿰뚫어 보는 안목에서 그를 능가하는 사람은 적어도 로스 카운티 내에선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딱 한 명 있다고 했었던가?


오오 -


일순간 고조된 분위기에 스튜어트는 생각을 멈추고 필드를 보았다.


티어니가 직선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요한센과 맥케이-스티븐을 빠르게 거쳐 간 볼은 중앙선을 넘어선 그에게 도달했고, 미리 앞에서 자리 잡은 샌더스가 소년을 가로막아 섰다.


이후에 벌어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와아아 -


타이밍을 빼앗는 가벼운 몸동작에 샌더스는 다리를 뻗지도 못하며 휘청거렸고, 허무하게 측면이 뚫려버리자 홈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마······ 막아!”


측면을 돌파하며 올린 크로스는 제법 예리했지만, 보이드가 코너 라인 바깥으로 걷어내면서 간신히 수습할 수 있었다. 스튜어트는 숨을 삼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저 어린 선수가 우리 스티브를 가지고 놀았어. 놀랍지 않은가? 어중간한 레벨의 수비로는 자기를 막아서지 못한다 이거지. 아메드에게 휴식을 준 게 후회되기까지 하는군. 그와 당장 붙여보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야.”


“······예.”


“이거 참. 볼수록 감탄이 나오는군. 수비뿐만 아니라 환상적인 폭발력도 갖췄다니. 오버래핑 타이밍을 읽는 판단력도 우수했어. 공수 밸런스가 완벽에 가깝다 봐도 무방해! 역사적인 순간이네, 닐. 우리는 그 순간을 두 눈으로 목격하는 중인 거야.”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셀틱의 공격권이었고, 티어니가 로스 카운티의 측면을 무너뜨린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감독은 도리어 기뻐하는 것 같았다.


방금도 그랬다. 델샤드를 내보내지 않아서 후회된다고 했는데, 수비가 불안해서가 아니라 단지 대결을 붙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분명 그런 뉘앙스였다.


스튜어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쯤 되니 확신이 드네. 상대 감독은 진작 저 선수를 쓰고 싶었을 거야. 그저 이사기레의 폼을 빌미로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지. 물론 내가 셀틱을 지휘했다면 시즌 개막 전에, 아니면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콜업하려 했겠지만.”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의 모습은 신이 나기까지 해 보였다.


“내년에 저쪽 레프트백 주전 자리가 바뀌는 건 시간문제겠어. 불안정한 세대교체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은 의미심장한 계승의 현장이었던 거지. 저 소년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정말로 궁금해지는군.”


감독의 별난 성격이야 둘째 치더라도 지금은 마치 티어니의 열렬한 신봉자라도 된 양 들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대체 누가 셀틱의 감독인지도 모를 만큼.


스튜어트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다시 한번 패배를 선언하기로 결심했다.


“죄송합니다만, 감독님께서 즐거워하시는 까닭을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재능이라면 우리에게 좋을 건 하나도 없는 것 아닌지······.”


그 말은 괴짜 이탈리안의 심기를 살짝 거스른 모양이었다.


“좋을 게 없다고? 자네는 저 소년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른다는 건가?”


“예, 아무리 생각해도······.”


“오오, 보았나? 골대 위로 뜨긴 했지만, 쭉 뻗어 나가는 저 슈팅을 말이야. 발목 힘도 보통이 아닌 것 같군. 먼 거리에서 슈팅하는 것에 머뭇거림이 없어. 다음에 상대할 때는 우리 수비진이 골머리 좀 앓겠는데? 하하하.”


“······.”


스튜어트는 끝내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여 동공을 이리저리 굴려대야만 했다.



“좋은 재능이 좋은 선수로 온전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이 필수적이야.”


감독이 수석 코치의 말에 대답한 건 정확히 삼 분이 지난 후였다.


“그 환경을 결정짓는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세 가지로 추려서 본다네.”


그가 계속 말했다.


“첫째는 좋은 감독.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어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다면 무의미할 뿐이지. 선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지도자의 몫이야. 뭐, 이 부분에서는 아주 훌륭한 감독이 존재하고 있으니 전혀 문제 될 게 없네.”


정확히 본인을 지칭하는 뻔뻔스러운 발언이었지만, 스튜어트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보여주는 성과가 증명하는데 감히 그의 말에 토를 달 수 있단 말인가.


“둘째는 좋은 멘토.”


아주 훌륭한 감독이 말을 이어나갔다.


“감독이 기회를 준다 해도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어. 결국 필드 위에서 함께 나아갈 파트너가 필요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강한 동기를 심어줄 수 있는 정신적인 멘토. 이왕이면 같은 포지션에 위치한 내부 경쟁자가 제격이지. 경쟁이 있어야 서로 자극을 받고 발전해 나가는 법이거든.”


“맞습니다.”


“그런 면에서 소피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주었네. 앤드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으니까. 그의 테크니컬한 플레이를 보고서 그 내성적인 녀석이 제 발로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스스로 단련하기 시작했어. 후반기 활약에 물이 오른 것도 다 그 덕분이지.”


“예······. 근데 지금 말씀하시던 게 앤드류 얘기였습니까?”


“무슨 소린가? 나는 쭉 앤드류에 관해서 말하고 있었는데.”


“아······. 그게······ 예······.”


델 레오네는 당황해하는 스튜어트를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 아쉬운 부분이었어. 좋은 감독과 좋은 멘토. 괜찮은 조건이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지. 내부에서 경쟁한들, 결국은 같은 팀 동료에 지나지 않으니까. 승부욕을 불태우기 위해서는 그런 존재가 있어야 해. 라이벌, 진정한 의미의 경쟁자가.”


그리고 스튜어트 앞에 세 개의 손가락을 펴 보였다.


“좋은 상대, 그게 바로 세 번째 조건이야.”


“······.”


“동일한 포지션이든, 부딪치는 포지션에 있든. 중요한 건 적대적인 위치에서 반드시 우열을 가려야만 하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


감독이 계속 말했다.


“볼프스부르크와 붙었을 때 언론들이 제임스와 더브라위너를 연결시키려고 애쓰던 걸 기억하나? 이슈와 기대치를 단번에 끌어내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야. 선수들의 심리를 자극하기에도 안성맞춤이지. 고작 두 판뿐이었지만, 둘 사이에서는 굉장한 스파크가 일었어. 제임스가 그토록 악착같이 뛰는 모습은 그날 처음 보았지.”


그건 스튜어트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두 선수가 라이벌 관계란 말은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블랜차드와 더브라위너가 연이어 충돌하던 2차전은 손에 땀을 쥘 정도의 대결이었으니까.


“서로를 의식하고, 견제하며, 한계를 끌어올려 줄 라이벌. 여기선 만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네. 자하는 임대 신분이라 곧 떠날 선수고, 이사기레는 부족한 면이 있었고. 수준 높은 유럽 대항전 경험을 쌓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지.”


감독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 눈앞에 저 소년이 나타난 거야. 앤드류에게 단단한 벽을 느끼게 해줄 상대가 없어져 가던 이 시점에서. 그러니 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셀틱의 새로운 풀백은 좋은 적수이자 성장 동력이 되어줄 거야. 비로소 모든 조건이 갖춰진 셈이지.”


“그러면 아까 말씀하신 역사적인 순간이란 게······.”


“앤드류 톰슨과 키어런 티어니의 만남. 저 둘의 대결은 앞으로가 더 볼만할 것이네.”


스튜어트는 입을 벌린 채 감독을 쳐다봤다가 다시 필드로 눈을 돌렸다.


패스를 받은 톰슨이 티어니와 대치하고 있었다. 오늘 처음 얽힌 두 선수 사이에서는 벌써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 같았다.


이번엔 톰슨의 발이 좀 더 빠르게 움직이며 앞서 나간다.


와아아 -


원정 스탠드의 함성.


완전히 따돌리는 듯했으나 라인 끝자락에서 크로스를 올리려는 순간, 쫓아온 티어니의 발끝에 맞으며 코너킥 처리되고 만다.


“아······.”


스튜어트는 무의식적으로 탄성을 흘렸다. 천천히 일어서는 톰슨의 눈에서 의욕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분명 티어니를 향한 것이었다.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한 건지 이해는 될 것 같았다.


우승 레이스가 절실한 이 상황에서 불안함 따위는 없다는 듯 행동하는 저 대담함은 절대로 따라 할 수 없을 테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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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틱 0 : 0 로스 카운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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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간만에 도박사들이 예측한 대로였다.


몇 주 전까지 많은 기대를 모았던 매치업이었지만, 힘을 빼고 나온 양 팀의 화력은 실속을 발휘하기 어려웠고, 생각만큼 대단한 승부를 보여주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끝내 승자 결정은 다음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경기장을 찾은 관객 중에서 불만을 표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티어니와 톰슨 사이에서 형성된 대립 구도 때문이었다. 비록 핵심 선수들의 명승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두 젊은 피의 대결은 모두를 만족시키고도 남았다.


경기의 MOM은 내내 철벽 수비를 보인 버질 반다이크에게 돌아갔지만, 언론의 관심을 받은 건 키어런 티어니였다. 첫 출전에 실수는커녕 준수한 활약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기사 제목마다 셀틱 소년이 수식어처럼 붙여졌고, 어지간한 축구팬들은 티어니란 이름을 확실히 머리에 새기게 되었다.



[ Daily Mirror ] 셀틱의 신성 키어런 티어니, 관중들을 매료시키다



물론 또 하나의 이름과 함께.



[ Scottish Sports ] 티어니와 톰슨, 프리미어십을 이끌어갈 젊은 미래들


*******


같은 시각.


“내일 강등권에 있는 아탈란타를 홈에서 맞이하게 될 텐데 당신의 팀이 이길 것 같나요?”


“물론입니다. 훈련 성과는 만족스러웠고, 우리가 충분히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훤칠한 이마에 콧수염이 인상적인 한 남자가 컨퍼런스 룸에서 웃는 얼굴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지난번엔 엘라스 베로나에게 패배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요. 아탈란타의 콜란투오노 감독은 이를 언급하며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그랬나요? 딱히 말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경기장에서 직접 보여주는 편이 빠를 겁니다.”


상대의 도발을 여유롭게 넘기는 모습은 숱한 경험을 헤치고 온 연륜이 느껴지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과연 내일 경기가 어떨지 기대되네요. 그럼 다른 주제로 잠깐 넘어가도 될까요? 당신의 유로파 리그 8강 상대, 로스 카운티에 대해서.”


기자의 다음 질문에 그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말씀하시죠.”


“그 팀을 이끄는 감독의 이름을 알고 있나요? 안토니오 델 레오네입니다. 요새 여기저기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죠. 유럽의 여러 팀을 포함해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볼프스부르크같이 강력한 팀마저 전부 그에게 패배했습니다.”


“······.”


“그리고 이제 당신 차례에요.”


“······.”


“누가 4강으로 향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떤가요? 혹시 긴장되지 않나요?”


“내가 왜 긴장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안토니오 델 레오네, 그의 이름은 알고 있습니다.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도요. 칭송받아 마땅한 행보를 걷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의를 차리며 입을 연 남자는 이마를 한번 쓸어 올리더니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유로파보다 더 높은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우승한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수많은 빅클럽을 지휘해 왔죠. 발렌시아, 리버풀, 인테르나치오날레, 첼시. 이건 결코 흔한 커리어가 아닙니다. 세계적인 감독 순위에 내 이름을 올린 적도 있어요. 긴장을 해야 한다면 상대 쪽에서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진정해요, 라파. 당신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남자는 약간 끓어오른 흥분을 가라앉히며 물병을 집어 들었다.


“물론 무엇을 얘기하려는 건지 알아요. 사람들은 나를 두고 그렇게 말하죠. 시대의 흐름에 휩쓸린 과거의 명장이라고. 그게 현재 우리 팀의 성적에 걸맞은 평가라고. 대진이 정해진 뒤엔 퇴보하는 감독이 젊은 감독의 희생양이 될 거다. 그런 소리도 들어왔습니다.”


빠르게 한 모금 들이킨 그는 다시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묀헨글라트바흐? 볼프스부르크? 좋은 팀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나폴리입니다. 그걸로 대답은 됐겠죠? 그리고 이번 8강전에 제대로 사람들 앞에서 보여줄 겁니다.”


나폴리의 감독은 가볍게 던진 한마디를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파엘 베니테스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말입니다.”


작가의말

너무 늦어서 어떻게 드릴 말씀이 없네요.

복합적인 문제가 겹쳐서... 죄송합니다.

당장은 연재 속도에 대한 약속은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실망하셨어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글을 놓아버리는 것만큼은 없을 테니

잠깐 잊더라도 언젠가 생각나셔서 다시 방문하셨을 땐

완결이 나있도록 천천히라도 차곡차곡 쌓아나가겠습니다.

계속 기다려주시는 분들께는 그저 죄송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기다린 시간만큼 만족스러운 글이 되어야 할 텐데...

다시 한번 늦어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언제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이풍 님

DailyMail 님

모아두상 님

foir 님

언제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_ 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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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5. 공공의 적 +12 21.08.28 1,950 8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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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3. 벌어진 격차 +24 21.06.21 2,195 88 26쪽
142 142. 미끼와 덫 +15 21.02.26 2,416 90 24쪽
141 141. 클래스의 차이 (6) +23 21.01.05 2,438 118 34쪽
140 140. 클래스의 차이 (5) +4 21.01.05 2,011 63 20쪽
139 139. 클래스의 차이 (4) +5 21.01.05 1,980 57 24쪽
138 138. 클래스의 차이 (3) +18 20.10.02 2,280 96 33쪽
137 137. 클래스의 차이 (2) +16 20.08.04 2,326 81 29쪽
136 136. 클래스의 차이 +22 20.05.19 2,550 103 29쪽
» 135. 첫 라이벌 (2) +11 20.03.22 2,468 89 27쪽
134 134. 첫 라이벌 +11 20.02.13 2,651 98 27쪽
133 133. 볼프스부르크 (2) +14 20.01.20 2,532 104 32쪽
132 132. 볼프스부르크 +9 20.01.10 2,462 87 21쪽
131 131. 잃어버렸던 이름 +18 19.12.29 2,675 107 30쪽
130 130. 돌풍의 팀 (2) +10 19.12.16 2,568 103 26쪽
129 129. 돌풍의 팀 +13 19.12.07 2,649 114 23쪽
128 128. 골 넣는 수비수 +11 19.11.27 2,597 102 29쪽
127 127. 결집하는 마음 (3) +11 19.11.14 2,564 99 25쪽
126 126. 결집하는 마음 (2) +8 19.11.04 2,567 88 22쪽
125 125. 결집하는 마음 +8 19.10.23 2,697 95 22쪽
124 124. 미스터 딩월 (2) +8 19.10.08 2,728 100 27쪽
123 123. 미스터 딩월 +11 19.09.25 2,766 106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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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1. 사냥개와 들개들 (2) +6 19.09.05 2,774 101 23쪽
120 120. 사냥개와 들개들 +8 19.08.25 2,900 99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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