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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 님의 서재입니다.

방망이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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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phsi
작품등록일 :
2023.10.05 17:50
최근연재일 :
2024.05.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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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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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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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화. 같은 공간, 다른 시간.

DUMMY

삶은 어느 순간 바뀌어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처음 출정하던 길에서 차이안으로부터 단 한 번의 방어를 배웠던 때.

처음 칼을 쥐고 함께 훈련받기 시작했을 때.

산적들이 옥영문에 쳐들어왔던 때.

녹림투왕을 상대했던 때.


'내 삶이 많이 변했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눈 앞에 펼쳐지는 공간부터 달라져있었다.

이제는 어엿한 수련생으로서 인정받아 자신만의 공간 하나를 배정 받았다.

이전에 지내던 숙소도 나쁘지 않았지만 확실히 수련생들이 받는 대우는 달랐다.

그들은 무림맹의 소중한 인력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어디부터 청소해야 하더라..?! 아..'


이 곳을 떠나기 전과, 다시 돌아온 후에 겪게 될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당장에 오늘도 빗자루가 아닌 무기들을 손에 쥐게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년간 몸에 익혔던 습관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일어나면 예전에 하던 일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오늘부턴 정식으로 수련받는다고 했었지'


대사부와 무연으로부터 내려온 지시였다.

이젠 수련생들이 받는 훈련을 함께 받게 되었다.


그들이 단순히 혜택만 받는 건 아니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

옥영문에서 보았던 것처럼.

목숨을 걸고 무림맹이 만든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싸워야 했다.


'기쁘긴 하지만,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네'


앞으로는 또 어떤 싸움을 하게 되고, 싸움에서 누구를 지키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녹림투왕 같은 강자들을 다음에 만났을 때는 사부님들의 도움 없이 끝까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그토록 바라는 수련을 드디어 하게 되었구나.'


오래 전부터 수련생들이 훈련 받던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깊은 배움을 함께 할 순 없을까 바라왔었다.

하지만 원했던 배움에는 생각보다 큰 책임의 무게가 따르고 있었음을 이젠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 해도, 그 책임의 무게가 생각보다 더 무겁다 해도, 배움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몇 번이고 그 기회를 잡겠노라는 생각이 본능처럼 밀려들었다.

세상에서 이토록 즐거움을 주는 일이 또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마치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경지를 높이면서 얻게되는 즐거움을 누리는 일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


"야 반마이! 오랜만이다! 다행히 멀쩡해 보이는구나!"


아침 산책을 나왔는데 저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림맹의 임무에서 복귀한 건 차이안 팀 뿐만이 아니었다.

간만에 긴장을 풀고 푹 잤는지 편안해 보이는 얼굴의 안서준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왜인지 더 초롱초롱한 눈빛의 도윤이도 함께 따라오고 있었다.

녹림투왕과의 전투 이후에는 처음 보는데, 두려움을 떨치고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음~! 날씨 좋네! 어제 진짜 걱정 없이 푹 자서 정말 개운하다! 어휴~ 이젠 그냥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내 빗자루~ 내 빗자루~"


서준이는 위험한 임무에서 벗어났다는 상황만으로 기분이 좋은지 한껏 노래를 부르며 일과를 시작하러 갔다.

그러자 도윤이는 이 틈을 타서 조그맣게 말했다.


"무연님이 그 때 형에게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하라셔서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러더니 재빠르게 서준이를 따라서 타다닷 뛰어갔다.

아무래도 녹림투왕 때의 일은 임무에 해당되고, 수련생들의 전력에도 큰 변화가 있기에 민감한 부분은 함구시키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녹림이라는 세력의 두목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 사실 자체에 대한 소문은 막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미 녹림과 연관되어있던 세력들 사이에서는 녹림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퍼져나갔을 터였다.

뿐만 아니라 그 정도라면 힘 있는 가문이나 문파에서는 이미 녹림에 대한 소식을 입수했을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무림맹의 전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까지는 내부에서 새어나가지 않은 이상 알기는 어려울 일이었다.


'녹림에 대한 이야기는 숨길 수 없어도, 수련생들의 전력과 관련된 소식은 숨기려고 하시는 구나'


무연 사부님의 의중을 대충 예상할 순 있었다.

그 때의 전투로 인해서 많은 수련생들이 부상을 입었다.

전력에 막대한 손해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무림맹에서 훈련받는 수련생들의 존재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보호받고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무연 사부님이 직접 해주신 말씀도 있었다.


'반마이, 너의 강함은 기존에 수련생들의 정보를 아는 소수의 외부 사람들조차 아직 모르는 일이다. 그게 어떤 식으로 도움 될 지 아무도 모르니, 우리는 너에 대한 정보를 굳이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 알고 있거라.'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어느새 빗자루를 손에 들고 온 서준이가 눈 앞에 서있었다.

벌써 일할 준비를 마치다니.

역시 장난기는 많아도 참 야무진 친구였다.

그런데 그 때 서준이가 음흉하게 웃으면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흐흐흐.. 반마이 이게 뭔 줄 알아~?"


서준이는 자신의 목덜미 부근 옷을 쥐어 당기더니 그 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빼내어 보여주었다.

그의 목에 걸려있는 노란 목걸이.


"이건 비밀인데, 내가 파견 나갔던 곳에서 받은 선물이야! 멋있지? 비싸보이지? 흐흐흐!"


내가 옥영문에 파견되었던 것처럼, 서준이도 파견되었던 곳에서 꽤나 이쁨을 받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저런 선물까지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그 사실을 서준이 스스로도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아~ 정말 어찌나 거기 남아 있으면 안 되겠냐고 무리한 부탁을 하셨던지. 꽤나 곤란했었어! 도윤아 이거 어때! 멋있지?"

"네! 귀한것 같아요!"

"그럼~ 당연히 귀하지! 이런 걸 아무에게나 주겠냐? 아마 나보다 칭찬받고 돌아온 사람은 없을거야!"


실제로 목걸이는 꽤 값어치 있어 보였다.

서준이처럼 밝고 야무지게 일하면 이쁨 받았을 상황이 쉽게 이해갔다.


"야! 너네는 무슨 선물 안 받았어? 아! 꼭 비싼게 아니더라도 말들 해봐! 선물이 마음이 중요하지 꼭 비싸야 좋은 건 아니잖아!"


서준이 말을 듣고보니 한 가지 생각나는 건 있었다.

방 한 켠에 쌓아둔 상자들.

나중에 듣고보니 옥영문에서 한가득 실어 보내주었다는 약들이었다.

특히 옥영문에서 만들어내는 것들 중 가장 좋다는 옥단으로만 가득채웠다고 했다.

물론 무림맹에 왔던 수련생들에게도 어느정도 선물을 보내주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단체로 주는 선물이나 무림맹에 납품하는 게 아니라 꼭 개인적으로 전해달라면서 저만큼이나 보내왔다.

옥영문의 장남인 옥천강이 보내왔다는 선물.

시간을 내어서 개인적으로 훈련을 도와준 덕분에, 예상치 못한 산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 가족을 지킬 수 있었다면서, 개인적인 감사를 전한다는 인사와 함께 와있었다.

이 정도면 몇 년은 거뜬할 거라면서.


"반마이! 뭐 받아온 거 없어?"


서준이가 직접 물어왔다.

그런데 대답을 하려던 찰나 다른 누군가가 대신 말을 했다.


"서로가 파견된 곳에서 있던 이야기는 함구하거라."


무연 사부님이었다.

서준이는 깜짝 놀랐다.

도윤이도 자연스레 긴장한 모습이었다.

무연 사부님께서는 계속 말을 이어가셨다.


"임무에 관련된 부분이 새어나갈수도 있으니 작은 것부터 조심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반마이는 곧 훈련이 시작될 예정이니 어서 준비하거라."

"네."


무연 사부님이 다시 자리를 떠나신 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서준이의 눈은 동그래져 있었다.


"훈련..? 반마이 훈련하러 간다고? 설마 저 수련생들이랑 같이?"


수련생들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순 없어도, 주관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충분히 옆에서 지켜보고 느낀 서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으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도 자세한 건 얘기하지 말라고 하셔서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렇게 됐어."

"그래.. 얘기하지 말라고 하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실 테니까 내가 더 물어보면 안되겠지."


궁금한 게 많아 보였지만 서준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장난기는 많지만 규칙은 잘 지키는 성격이었다.



*



“다들 앞으로 나와서 나무 막대기를 가져 가거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같은 장소였지만 서 있는 장소가 달라졌다.

손에 들고 있는 것도 달라졌다.


“너희가 다루는 무기를 더욱 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맨 앞에서 지도하고 있는 무연은 오늘의 훈련 목표를 말했다.

무연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녹림투왕과의 전투에서 육중한 놈의 무게를 받아내는데 하마터면 무기가 부서질 뻔한 기분이 들었었다.


“같은 무기라도 누가 들고 있는지에 다라 부러질 수도 있고 강하게 버텨줄 수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강한 적들을 만나게 될 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들과의 전투에서 무기가 부러진다면 안 될 일이었다.

그 어떤 공격도 버텨낼 수 있도록 무기를 다룰 수 있어야 했다.


“오늘은 가장 약한 무기를 가장 강하게 다루는 법을 가르치도록 하겠다.”


무연이 가리킨 가장 약한 무기는 나무 막대기 하나였다.

하지만 마치 방금 꺾어 오기라도 한 것처럼 그 형태는 다양했다.

나무의 형상이 다양하듯이 비교적 두껍고 튼튼해 보이는 것부터, 조금 세게 힘을 주면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나뭇가지까지 다양했다.


‘잘못하다간 금방 부서져버리겠어’


집어 든 나뭇가지는 힘껏 내리치면 여지없이 부러질 것 같았다.

그런데 저 앞에서 사부님들이 끌고 오는 수레가 보였다.

그 안에는 수 많은 쇠공이 담겨 있었다.


‘설마 이 나무 막대기로 쇠 공을 쳐야 하는 건가? 첫 날부터 쉽지 않구나’


예상대로 무연은 쇠 공을 들어 보이며 수련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의 훈련은 나무 막대기를 부러뜨리지 않고 이 공을 100개 연속 쳐내면 마치도록 하겠다.”


열 개도 스무 개도 아닌 백 개 였다.

그 소리를 들은 수련생들은 저마다 나무 막대기에 조금씩 힘을 주어 보았다.

그리고는 하나같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별한 목적을 위해 가공된 막대기가 아닌 그냥 날 것 그 자체의 나뭇가지라고 하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수련생들이 평소에 수련할 때 사용하는 목검들도 숱하게 부서지는데, 이런 막대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나뭇가지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한 명만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한 명인 반마이는 수련생들 중 맨 뒤에 서 있었다.

때문에 반마이가 무얼 하든 다른 수련생들의 시선 밖에 있었다.

사부 무연 또한 여러 제자들에게 골고루 신경 써야 하기에 딱히 반마이를 보고 있지는 않았다.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겠지.’


반마이는 자기가 들고 있는 나뭇가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자 주변의 모든 소리가 잦아든 것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하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손끝에서 시작된 내공이 나뭇가지를 향해 흘러 들어가면서, 나뭇가지를 감싸는 막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막은 투명하면서도 간간이 반짝이는 빛을 발했다.


‘무기에 기운을 두른다. 근데 이걸로 충분할까? 그 다음에는.. 아마 이런 방향이 맞을 것 같아.’


반마이는 자연스럽게 기운을 갈무리했다.

막은 순식간에 아주 얇게 줄어들었다.

나뭇가지의 형상을 물에 담갔다 뺀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겉에만 둘렀다고 해서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아. 여전히 나뭇가지 자체는 약하고 부러질 수 있어.’


막이 완전히 형성된 후, 필요에 의해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내공을 더욱 집중시켜 나뭇가지 속으로 서서히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공이 나뭇가지에 스며들면서, 평범하던 나뭇가지의 촉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점차 단단하고 강력한 무기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면 나뭇가지 자체도 단단해졌겠지.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야. 아직 해야 할 게 하나 더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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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인사 24.05.20 12 0 12쪽
41 41화. 나뭇가지 24.05.13 18 1 13쪽
» 40화. 같은 공간, 다른 시간. 24.05.06 19 1 12쪽
39 39화. 각자의 길 24.04.29 23 0 12쪽
38 38화. 새로운 제안 24.04.22 25 2 11쪽
37 37화. 배신 24.04.15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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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날아오는 바위 24.04.01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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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옥영문 침략 24.03.04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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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흡수 24.02.19 44 0 12쪽
28 28화. 집결 24.02.12 52 0 11쪽
27 27화. 마주침 24.02.06 50 0 11쪽
26 26화. 내공심법 24.02.05 50 0 11쪽
25 25화. 녹림 24.02.02 46 0 12쪽
24 24화. 약탈자 소탕 24.02.01 46 0 13쪽
23 23화. 시합 끝 24.01.31 56 0 12쪽
22 22화. 깃발 24.01.30 56 0 12쪽
21 21화. 훌륭하군요. 24.01.29 56 0 11쪽
20 20화. 화살보다 빠를까? 24.01.26 61 0 11쪽
19 19화. 시합의 결과는? 24.01.25 62 0 12쪽
18 18화. 시합 24.01.24 70 0 12쪽
17 17화. 시합 대비 24.01.23 7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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