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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 님의 서재입니다.

방망이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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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phsi
작품등록일 :
2023.10.05 17:50
최근연재일 :
2024.05.20 07: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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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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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수 :
218,143

작성
24.0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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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7화. 마주침

DUMMY

‘윽!’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도움을 청해야 했다.

누구라도 좋았다.

지금 이 동굴에 한 사람이 내공심법을 취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만들어야 했다.


옥영문에 있는 그 누구라도 지금 주화입마에 빠지는 상황에서 바로 구해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 줄 수는 없어도 주화입마에 빠져가는 속도를 늦춰줄 수는 있었다.

그들이라면 가능했다.

또한 옥영문에는 분명 도움이 되는 약재가 하나라도 있을 수 있었다.

무림맹에 각종 영약을 공급하는 곳이다.


그리고 조금의 희망을 보탠다면, 다른 곳에 도움을 청하러 갈 수도 있었다.

무림맹에 직접 가게 되거나 주변에 있는 고수에게 도움을 청하러 갈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 자신을 구해주러 오지 않을 수도 있으며, 혼자만의 헛된 희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보이는 희망이라면 무엇이든 붙잡아야 했다.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가 되든지 계산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제발.. 한 걸음만.’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지금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마치 죽었다가 새로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동굴 밖으로 나가는 빛이 보여’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동굴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보였다.

옥영문까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다음 한 발짝을 내딛는 일에 집중해야 했으니까.


‘지금 아마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들이 있는 곳까지만. 크윽!’


옥영문까지 가는 일도 이젠 버거워보였다.

정신은 이미 한계였다.

계속되는 고통에 눈빛은 초점을 잃었다.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지금 동굴 밖에서 경계 근무를 서는 사람들을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


해가 지고 어스름이 산을 감싸 안은 저녁 무렵.

깊고 고요한 산중에 옥영문의 경계를 맡은 천우최와 그 일행들이 있었다.

산의 깊은 곳은 해 질 녘의 붉은 빛조차 스며들지 못하는, 오직 시리도록 차가운 달빛만이 미끄러지듯 내려앉는 곳이었다.


그러나 천우최는 스스로의 책임을 태만히 여기고 있었다.

주위는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불규칙하게 놓인 바위들이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 천우최는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술독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넓은 돌 위에 드러누워 있었고, 손 밑에는 떨어져 있는 술병들이 보였다.

술기운에 취해 그들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무거운 눈꺼풀은 완전히 감겨 있었다.


“드르렁~ 퓨~”

“크허어어엉~”


고요한 밤의 산속,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그 순간에 천우최와 그의 일행들은 임무는 새까맣게 잊고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이미 주변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잠꼬대도 하고 있었다.


“크허어엉~ 이 건방진! 퓨우~ 내 검을 막아?! 내가 무슨 수련을 견뎌냈는데! 푸르릉~ 흐커억! 억! 하아.. 깜빡 잠이 들었네.”


그 중 가장 먼저 눈을 뜨고 일어난 천우최는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아직 경계를 나간 호위 무사들은 다시 돌아오기 전이었다.

한참을 술을 먹고 드러누워 잤는데도 아직 오지 않은 이유는, 돌아봐야 할 거리가 꽤 되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자 다들 일어나! 이제 곧 돌아올 시간이야”

“드르렁~ 엑?! 아! 하암~ 잘 잤다!”

“으으으.. 머리야.”


천우최가 깨우자 다들 머리를 붙잡으며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이제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일행들은 아직 술이 덜 깬 모양이었다.

숙취에 머리를 붙잡고 일어나거나 하품을 해댔다.


“대충 치우자고. 와서 보면 괜히 그러니까.”

“사형은 어떻게 그렇게 딱 맞춰서 일어나세요? 으아아암~”

“더 자고 있었어도 신경만 쓰고 있으면, 옥영문의 호위 무사쯤은 한 명이 와도 알아차릴 수 있어.”

“오~ 마침 저기 오네. 나는 이거 들고 간다~ 알아서 치우고 있을게~ 수고해~”

“저도 먼저 가 있을게요~”


천우최의 일행들은 먹던 술 병과 여러 쓰레기들을 들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잠시 뒤, 호위 무사들이 바로 돌아왔다.

그들은 멀리 걸어가고 있는 천우최의 일행들을 보았다.


“잠시 중요하게 말 할 일이 있었다.”

“네.”

“그나저나, 이상은 없었나?”

“예!”


천우최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신경을 돌렸다.

아무리 그래도 근무 시간에 자리를 이탈하는 일은 가볍게 치부될 일이 아니었기에 호위 무사들은 조금 미심쩍었다.

조금 풍겨오는 술 냄새.

그래도 따지고 들 수는 없었다.


“그래. 다음 교대자들이 오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고 있겠지? 마저 돌아보고 오도록.”

“예!”


천우최의 명령에 호위 무사들은 또 다른 길로 경계를 하러 출발했다.

천우최는 그들이 멀리 가고 나서야 긴장을 풀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으어어~ 피곤해. 쩝. 이제 술도 다 먹었고. 잠이나 자야겠다~ 으아~!”


다시 넓은 바위에 드러누웠을 때였다.

지금 있는 곳은 꽤나 전망이 트인 곳이라 건너편 산의 모습이 대부분 보였다.

그런데 듬성듬성한 나무들 사이로 옥영문에선 본 적 없는 색의 옷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저 옷은 호위 무사들의 옷이 아니다.

부대원들의 옷은 더더욱 아니다.


그리고 저 속도.

순식간에 꽤 먼 거리를 이동하고 있었다.


‘저건 뭐야!!? 방향으로 봐선 옥영문의 반대편으로 빠르게 나가고 있는데?’


옥영문에서 저 정도 속도로 산에서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호위 무사도 아니고 옥영문의 사람들도 아니다.

그리고 알고 있기론 부대원들도 저 밖으로 나갈 일은 당분간 없었다.


꿀꺽.

침이 넘어갔다.

아무리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고 해도 호위무사들이 다가오는 정도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빠른 속도를 내며 자신에게 걸리지 않은 사람이었다.

저 정도의 실력자가 옥영문쪽에서 나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가능성은 좁혀져 갔다.

옥영문에 대한 정보를 캐내어 빠져나가고 있는 사람이다.


‘아마 안 쪽에는 수 많은 부대원들이 있었기에 단신으로 쳐들어갈 수는 없었겠지.’


예상이 틀리길 바라지만 그건 단지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걸 보고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지? 왜 들어올 때 못 봤냐고 한다면? 그냥 못 봤다고 할까? 아니야 아니야.. 어떡하지? 우선, 조금의 트집이라도 잡혀선 안돼! 우선 보고는 하지 말아보자. 당장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수도 있잖아.’


보고는 하지 않는 이유는 철저히 자신을 위함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질책 받고 싶지 않았다.

그로 인해 옥영문에 어떤 위험이 닥치게 될 지까지 생각이 닿지 않았다.

설마 그럴 일이야 있겠어.

내가 알아보고 난 뒤에 판단해도 되는 일이야.

그런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했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과, 다른 사람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후우.. 남동쪽 산 뒤편으로 갔군. 일단 말을 맞춘 뒤에, 기억해 두었다가 가봐야겠어..억?!”


일단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자리를 돌아섰다.

함께 술 마신 일행들의 입을 먼저 단속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술병 같은 것들도 오늘은 옥영문 내부에 가지고 들어가선 안 되었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처리해 둬야 했다.


그런데 돌아선 순간, 예상치 못한 사람이 눈 앞에 있었다.

초점을 잃은 눈을 한 채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사람.

그 사람도 건너편에서 유유히 빠져나간 침입자가 있던 곳을 바라보다가 천우최를 바라보았다.

현장에서 목격자가 생긴 순간이었다.


“반마이?! 너 왜 여기 있어?”


반마이의 눈빛은 초점이 없었다.

그리고 무언가 많이 놀라고 겁 먹은 표정.

엄청난 고수의 속도를 목격하고 당황했음이 분명했다.


“사..사ㄹ”


사람이라고 말하려는 듯 하다.

의심은 분명해졌다.

반마이도 건너편 산에서 질주하는 사람의 모습을 확인했음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은 짧아야 했다.

반마이가 돌아가게 둘 순 없었다.

그러기 전에 수를 써야 했다.


“반마이 움직이지 말고 잠깐만 거기 있어봐. 내가 갈게.”


*


방금 전, 반마이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

기적과도 같은 한 걸음을 이어가며 어느새 동굴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첩첩산중에서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경계 근무를 서는 이들과 마주치기만을 바라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경계 근무지까지 걸어가야 했다.


‘우선은 경계 근무지로 가자. 가다보면 누군가 마주치겠지. 한 시가 급해. 길에 누워서 누가 발견 해주길 바랄 수는 없어.’


조금이라도 빨리 도움을 청해야 했다.

바닥에 누워서 주화입마에 빠지기를 기다리느니, 사력을 다해 한 발짝이라도 걸어 나가서 빨리 사람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어느 쪽의 경계 근무지가 더 가까웠지?’


괜히 먼 경계 근무지가 있는 쪽으로 갔다가 그 사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도 있었다.

방향을 정해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느낌이 들었다.


‘기감이 느껴진다.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까지 하나하나 느껴져.’


깨어난 내공 덕분일까.

사람들의 기감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그들이 누구인지까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충분했다.


하나 둘씩 모여 있는 사람들.

첩첩 산중에 그런 곳이라곤 뻔했다.

바로 경계 근무를 서는 사람들이었다.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추려보았다.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칠 가능성은 적겠군.’


움직이면서 주변을 확인하러 다니는 사람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면 멈춰있는 사람들 중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에게 찾아가야 했다.

운이 좋게도 꽤 강한 기운을 가진 사람이 한 자리에 멈추어 있음이 느껴졌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함이었다.


‘조장들 중 한 분임이 틀림없다.’


다행히 이 곳으로부터 그리 멀지도 않았다.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목적지를 정한 채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걸어와서 드디어 눈 앞에 조장들 중 한 명을 만나게 되었다.

천우최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런데 조금 더 집중해보니 더 멀리에서 또 다른 기가 느껴졌다.

천우최보다 훨씬 강한 기운을 풍기는 자였고, 건너편 산 쪽이었다.


‘저 자는 누구지?’


날뛰는 혈맥 때문에 저 멀리에 있는 사람은 잘 보지도 못했지만, 기감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 눈 앞에 천우최에게 용건을 전달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었다.

말을 내뱉고 싶었다.


‘살려주십시오!’


입 밖으로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몸에 체력은 다 했고 힘도 풀려서 자칫했다가 그대로 쓰러질 수도 있었다.

간신히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 짜서, 제자리에 멈춰 선 채 입 밖으로 의사를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사..사ㄹ”


그러자 천우최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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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시합 끝 24.01.31 53 0 12쪽
22 22화. 깃발 24.01.30 5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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