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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 님의 서재입니다.

방망이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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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phsi
작품등록일 :
2023.10.05 17:50
최근연재일 :
2024.05.13 07:0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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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2,893

작성
24.04.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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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화. 각자의 길

DUMMY

*


옥영문의 창문 너머로 새벽의 첫 번째 빛이 스며들었다.

해는 차분하게 하늘을 오르며, 그 빛살이 옥영문 내부의 어두운 공간을 부드럽게 밝혔다.

천우최는 그 고요한 아침의 빛 속에서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온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눈빛에는 깊은 좌절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으윽..! 그 놈이 내공을 빨아들였었는데.. 설마..? 아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잖아! 으윽!’


내공이 완전히 소진된 그의 몸은 마치 오랜 전투 끝에 꺾인 버드나무와 같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그는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

한때 그가 가졌던 무공의 힘은, 이제 그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었다.


“끄아아아아!”


천우최는 과거의 자신을 회상했다.

자신의 무공과 위치에 자만하며 주변인들을 무시했던 그 시절.

그러나 모든 것이 변했다.

녹림의 1산주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그의 흡성대법에 의해 모든 내공을 잃은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쌓아 올린 실력인데!”


무엇 때문일까?

무엇 때문에 여태껏 쌓아 올린 내공을 모두 잃어야만 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않고 태만했던 순간.

동료들을 버리고 도망가려던 판단.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직접적인 이유가 있었다.

자신은 대적할 수도 없는 막막한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다른 어떤 잘못을 해도 내공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적을 만났기에 모든 내공을 잃게 되었을 뿐이었다.

침상에서 창 밖의 아침 풍경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물론 지금 겪게 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산주를 상대로 세 명이서 싸우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이었다.

그랬다면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적을 상대할 수 있었고, 처참하게 당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이기심으로 인해 결국 이런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의 머릿속은 막막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림맹으로 돌아가서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그러다가 문득 그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이렇게 만든 적이, 결국 누구에 의해 쓰러졌는지 알고 싶었다.

그 자를 쓰러뜨린 이가 있기에, 자신이 지금 이 곳에서 눈을 뜰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목숨이라도 건져서 다행인가?’


자신과 일행들이 손도 못 쓸 정도로 강력했던 적.

일류 고수 세 명이 덤벼도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다.


‘대체 누가 그 자를 쓰러뜨렸기에 내가 살아있지?’


창 밖으로는 아침의 빛이 점점 더 밝아지며,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그러나 천우최에게는 그 평화로운 아침의 분위기가 더욱 괴롭기만 했다.


‘일단 나가서 상황을 살펴야겠어.. 끄으응..’


천우최는 아직 회복이 덜 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평소 옥영문에서 본 적 없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옥영문의 한 켠에 둘러 모여서 이른 아침부터 수련을 하고 있었다.


‘저들은 누구지..? 적은 아닌 것 같은데.’


천우최는 그 자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들이었다.

무림맹에서 자신들을 가르치던 사부들 중 일부였지만 옥영문에 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사부님들..?”


그러고 보니 그들의 옆에는 역시나 부상당한 채 앉아있는 자신의 일행들이 보였다.

천우최는 이전과 다르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두 명의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한창 수련 중인 사부들의 흐름을 깰 수는 없었다.

인사를 올리고 싶어도 나중에 해야 될 일이었다.

그래서 먼저 지켜보고 있던 일행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다.


“다들 괜찮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어.. 오셨어요?”

“음..”


하지만 천우최의 일행들은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너희는 사부님들에게서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게 없어?”

“듣긴 했어요”

“흐음..”


천우최는 일행들에게 계속해서 질문했지만 그들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천우최도 그 이유를 짐작하고 더는 캐묻지 않았다.

아마도 잃어버린 내공 때문에 침울 하겠거니 추측했다.


“어쨌든 너희도 살아 있었구나.. 다행이다. 내공을 빼앗기긴 했어도 목숨은 붙어 있으니까.. 괜찮아.. 그래 괜찮아.”


하지만 그럼에도 천우최의 일행들은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내공을 잃어 버렸음은 곧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결실을 잃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사부님들이 우리를 구해 주셨지? 아.. 아직 기운을 못 차렸구나? 그래. 힘들면 나중에 얘기해도 돼.”

“녹림의 1산주였대요.”

“응?”

“녹림의 산주들과 녹림투왕이 직접 쳐들어 왔었다고 하더라고요.”

“하아..”


천우최의 일행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천우최의 일행 중 막내는 자신이 들은 일들을 알려주기 시작했고, 다른 한 명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녹림의 1산주라면, 이제야 왜 그토록 강했는지 납득이 되네.. 하지만 사부님들 덕에 우리가 살았구나! 어떻게 알고 오셨지?”

“그것도 맞는데 하.. 우리를 구해준 건 사부님이 아니에요.”

“응? 여기 사부님들 말고 누가 더 있다고 그래”


그 때 마침 사부들이 수련하는 공간에 그들을 이끄는 무연이 걸어 들어왔다.

수련을 하던 사부들은 이내 멈추고 그를 향해 인사했다.

천우최와 일행을 비롯한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부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연 또한 그들의 인사를 받아 주며 곳곳에 있는 부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무연 사부님!? 이 곳에 직접 오셨구나!”

“으..”


그런데 어째서인지 천우최를 제외한 두 명의 일행은 차마 고개를 들어 무연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왜 그래? 무연 사부님인데 반갑지 않아? 왜 시선을 피해?”

“다 알고 계세요”

“무슨 소리야? 다 알고 계시다니?”

“하아.. 저희가 쓰러졌을 때, 구하러 나타난 건 사부님들이 아니었어요.”


천우최의 모든 추측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누가 우리를 구해줄 수 있었다는 거야? 이 주변엔 녹림의 산주를 상대해서 이길 실력자가 따로 없잖아!”

“반마이였어요.”

“뭐?”

“반마이가 우리를 1산주로부터 구해냈어요.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모두 알아낸 뒤에 떠났고요.”


자신이 쓰러진 뒤 1산주는 남은 두 명을 쫓아갔다.

역시 그 곳에서도 당할 수밖에 없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타나서 구해준 게 반마이였다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반마이는 내가 분명히 점혈로 잠재워 놓았다고! 그 놈이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었을 리 없..!”


당황해서 말을 쏟아내던 천우최는 갑자기 멈추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인기척.

무연이 코 앞에 와 있었다.


“그랬구나..”


무연의 실망감 어린 표정.

설마 자신의 제자가 그러지 않길 바랐지만, 이젠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기에 슬픈 표정이었다.

주변에 나와 있던 다른 부대원들의 시선도 모두 천우최 일행에게 쏠려 있었다.


“나는 아니길 바랐다. 내가 기른 제자가 그리 책임에 소홀하지 않기를 바랐어.”


천우최를 제외한 두 명의 일행은 차마 무연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천우최 또한 순간 당황해서 무연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으나, 이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무연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사부님! 저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바깥에 알리기 위해 나가다가 1산주를 만난 것입니다!”

“그래. 그랬을 수도 있지. 헌데 그 전에는 무얼 했느냐?”

“그게.. 당연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경계 근무를..”

“경계 근무를 서다가 적을 발견하면 차이안에게 알렸어야 하지. 헌데, 아무도 그 사실을 보고 받았다는 이가 없더구나.”

“그야..”

“이만하면 되었다.”


무연의 뒤에서 다른 사부가 깨진 술병 조각들을 들고 나타났다.


“한 두번이 아니더구나. 옥영문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고 말이야.”

“아닙니다! 그건..!”

“됐다. 반성할 생각은 없어보이는구나. 모든 부대원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증거도 찾아보았지. 진실은 증거로 판단하겠다.”


무연은 천우최의 일행으로부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두 자백 받았다.

처음엔 별 말을 하지 않았었지만 반마이로부터 얻은 정보들을 하나씩 찔러보니 모두 술술 변명들을 늘어놓았다.

그 때문에 무연은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반마이가 있었다.


‘진실을 말하려다 보니 숨길 수 있는 일이 없었지.’


무연은 반마이에게 힘을 얻게 된 경위를 물어보았다.

동굴에 내공심법을 위해 들어갔다가 위험해졌던 순간부터, 천우최를 만나서 점혈을 맞고 쓰러진 일, 그들이 1산주에 의해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주었던 일, 도윤이가 있는 마을에 도달했던 일까지.

시간이 딱 들어맞게 설명하고 진실임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있던 일들을 빼거나 위조할 수 없었다.


‘거짓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지’


무연 또한 그 과정에서 천우최 일행의 행적을 보여주는 증거를 수집했다.

그로 인해, 누구의 말에 더 신빙성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한 두 명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일 말고도 너희에게 불만이 있는 옥영문의 사람들이 많았어.”


무연은 그간 천우최 일행이 옥영문에서 보였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이미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옥연성은 옥영문에 애정이 많았기에 구성원들이 겪는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연이 물었을 때 주저없이 전부 말해 주었다.

그 때문에 무연은 옥영문 내부의 일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천우최가 조장을 맡았을 때 자신의 조원들에게 소홀했던 것부터, 임무 중에 자주 술판을 벌이던 일까지 말이다.

경계 근무에서 시작된 파장이 결국 그들의 치부까지 모두 드러내었다.

어쩌면 그들이 평소 임무에 보이던 태도부터 잘못되었기에 일이 더 커졌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모르고 한 일이라..”

“그런 말로 책임 질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천우최는 더 이상 거짓으로 상황을 모면 할 수 없자 태도를 바꾸었다.

하지만 무연은 그렇게 단순히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너희 셋으로부터 부대원의 지위를 박탈하겠다.”

“네?!!”

“아니..”

“죄송합니다 한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천우최와 일행들은 두 무릎을 바닥에 꿇고 싹싹 빌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하루 종일 수련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곳이었다.

그동안 부대원들의 경쟁에서 밀려나 떠난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랐다.

그들이 단지 실력 부족에 의해 떠났다면, 지금 이들은 자격 부족에 의해 떠나야 했다.


“너희는 맡은 임무를 저버리고 지켜야 할 동료들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렸지. 봐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연은 단호했다.

그간 애정을 들여 키워 온 제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겉모습을 매일 봤음에도, 그 안에 어떤 생각을 지니며 크고 있는지까지는 살필 수 없었다.

자신이 열심히 길러낸 제자들이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아픈 제자들을 내쳐야 한다는 사실 또한 안타까웠다.


“다만, 너희가 입은 부상을 치료할 수 있게는 해주겠다. 하지만 계속해서 부대에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무림맹의 필요한 곳으로 적당히 배치될 예정이니 그리 알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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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시합 끝 24.01.31 51 0 12쪽
22 22화. 깃발 24.01.30 5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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