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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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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0.17 11:06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1,732
추천수 :
245
글자수 :
547,302

작성
23.12.12 16:10
조회
83
추천
2
글자
12쪽

미궁 속으로 (2)

DUMMY

회의장의 중앙에는 커다란 원탁이 놓여져 있었고 총 13개의 의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성좌들의 좌석은 이미 지정되어 있는 듯 하다.


모두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기 의자들을 찾아 갔으니까.


그리고 남은 의자 한 개.


바로 성녀 이로나의 자리였다.


“...............”


나는 그 자리에 앉기 이전에 녀석들의 눈치를 한 번 살폈다.


역시나 다비흐를 비롯해 맘에 들어하지 않는 눈초리가 절반. 그리고 개의치 않는 눈초리가 절반이다.


‘다수를 상대로는 지겠지?’


이제 일대 일 상황이면 여기 있는 레벨 250짜리 12명 중에 누구도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레전디아 세상이 어디 그리 만만하랴?


이 동네는 아무리 강해도 숫자에는 이길 장사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곳이다.


보스몹 레이드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보스몹의 레벨이 높아도 여러 플레이들이 힘을 합해 다구리질을 해대면 버틸 장사가 없다.


나는 일단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멜리크. 다시 한 번 말해 보아라. 하지만 말하기 전에 이거 하나는 명심해라. 넌 반드시 네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만 한다.”


네르갈의 말에 멜리크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분명히 똑똑히 들었다. 성녀님께서 윈스턴에게 이세계에 온 도박 게임의 신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그리고 성녀님은 그 말씀을 하시면서 윈스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셨다.”

“.............??!!”

“그...그럴...수가...”


다시 한 번 웅성거리는 성좌들.


하지만 천칭자리의 성좌 아스트리아가 멜리크의 진술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자 회의장 안은 갑자기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렇다고 해도 윈스턴 말고는 용의자가 전무한 상태 아닌가? 도대체 누가 본궁의 철통 같은 경계를 뚫고 들어와 그런 잔인한 짓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양자리 성좌 아리스가 말했다.


그리고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몇몇은 어제 밤 본궁의 경계 근무 책임자였던 황소자리의 성좌 알데바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어떤 움직임도 느끼지 못했다. 미안하다....내 책임이 크다.”


알데바란은 고개를 숙였다.


물론 알데바란을 용의자로 몰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 다른 성좌들이 성녀에게 바치는 하늘을 찌를 듯한 충성심을 고려하면 말이 전혀 안되는 의심일 수 밖에.


“다른 세계의 신이라고 할지언정 성녀님을 죽이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다비흐가 외쳤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다. 신이라는 존재가 경이롭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세상의 신도 아니지 않는가? 우리가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봐야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방금 말한 놈은 사자자리 성좌의 레굴루스라는 놈이다.


사실 놈의 목소리에는 별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나를 내리까려는 의도는 없다는 뜻.


그냥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하고 내뱉은 정도랄까?


하지만 그 말은 내게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왜냐면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이렇게만 생각해 왔다.


‘신계의 신들은 인간들의 위에 있는 존재이고, 이곳 레전디아는 평범한 인간 하나가 손가락 까닥해서 전기 스위치만 꺼버리면 다 전멸하는 존재들이니, 당연히 나는 이곳에 있는 NPC들이 우러러 봐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직접적인 신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모든 신력을 잃어 버리고 이곳에 갇혀 지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 나는 이들에게 숭배되지 않아도 될 존재가 맞았다.


‘나는 다른 세상에서나 ‘신’이지 이곳에서는 ‘신’이 아니다?!....’


그 신선한 충격이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누명을 뒤집어 쓸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어쩔 테냐?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있고?”


내가 던진 말에 다시 싸늘해지는 원탁.


물론 증거 따위는 없다.


그렇기에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쯧쯧쯧. 성좌랍시고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다녀서 그런지 머리는 잘 안 돌아가는 것들만 모였군.”


몇몇이 주먹을 쥐며 발끈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무지한 너희들에게 힌트를 하나 주도록 하지. 너희들 성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봤지? 신체 외부에는 전혀 상처가 없는 상태로 내부의 장기들이 파열되면서 입에서 피를 토하고 죽었다.

그럼. 이렇게 생각을 해 봐야 되지 않겠냐? 과연 누가 본궁에 들어오지 않은 채로 성녀의 내부 장기들을 파열시켜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을까?”

“..............??!!”

“그....그.....”


모두들 입술을 달싹거리며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어쩐지 내뱉지는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이유는 충분히 짐작이 가는 바이다.


나는 일부러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딱 한 명 밖에 없다. 바로 이디아 여신이지.”


나는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당황하고 있는 몇몇 녀석들을 대신해 답을 들려주었다.


“뭐?!!”

“..............”

“감히 어디서 그런 망언을?!!”


또 몇몇은 난리법석을 쳤다.


하지만 네르갈이 그들을 일단 진정시켰다.


그러고 보면 이 12명의 녀석들 중에서는 정확히 지명된 리더가 없기는 하지만 의견이 갈릴 때 정리를 하는 이는 항상 네르갈이었다.


즉, 다른 성좌들도 은연 중에 네르갈을 리더로 인지하고 있다는 뜻.


“여신님께서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동기가 없다는 말이다.”


네르갈이 눈빛을 반짝이며 나에게 물었다.


“동기가 왜 없어? 그녀가 북극성 폴라리스를 내치고 황도와 하이트를 만들었을 때처럼 또 변덕스러운 심술이 났을 수도 있지.”

“.............??!!”


폴라리스의 아이템 세트를 거의 완성시킨 나는 그동안 꽤나 많은 그의 기억 조각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황도와 하이트의 탄생 비화도 섞여 있었다.


마계의 침공에 맞서 싸워 승리를 이끌어낸 폴라리스.


하지만 그의 성공 방식에는 이디아 여신이 직접 만들어낸 네 명의 고대 신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 고대 신들이 전쟁 이후, 찬란한 업적을 이룬 폴라리스에게 고개를 숙였다는 것이다.


이는 이디아 여신이 처음 기획한 바와는 매우 달랐기에 그녀의 심기를 매우 거슬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폴라리스와 고대 신들을 전부 없애 버리고 황도와 하이트를 다시 만들었다.


“너희들 말야. 성녀와 너희들이 왜 탄생했는지는 알고 있나?”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사실 의외다.


짐작으로는 그런 것도 모르는 머저리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리라 믿는다.”

“하지만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폴라리스님께서 이 세상 모든 이들이 떠받드는 유일한 존재로 신격화 되는 것이 못마땅 하셔서 그랬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신님께서 화가 나실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냐?”


레굴루스가 물었다.


“내가 아리? 성질 더러운 너희들 여신이 노망이라도 들었나 보지. 그러게 명절 때마다 치매약 세트라도 선물로 보내드리지 그랬냐?”


엄청난 신성 모독의 발언이었지만 나 또한 ‘신’이라는 존재감이 어느 정도 인지된 상태였기에 바로 주먹이 날아오지는 않았다.


“만약...하나의 가정을 세우면 윈스턴의 의심이 어느 정도 들어 맞는다.”


처녀자리의 성좌 버지니아가 ‘탁!’ 하고 탁자를 내리치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모두들 입을 다물며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여신님께서는 폴라리스님의 시대나, 지금이나 항상 ‘힘의 균형’을 중요시 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힘이 한쪽으로만 쏠려 버린 폴라리스님의 시대가 막이 내리고 황도와 하이트가 힘의 균형을 맞추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거기까지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부분.


“그런데 어제 너희들 모두가 봤다시피 그 힘의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바로 저 존재에 의해서.”


버지니아의 손가락이 나를 향했다.


“만약 여신님께서 그걸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았다면? 황도와 하이트의 힘을 균형을 다시 맞추기 위해서 성녀님을 제거한 것이라면?”


그녀의 발언은 꽤나 파격적인 것이었다.


물론 나도 전혀 짐작하지 못한 가설이었다.


예전에 센트랄레에 있을 때, 클라크가 한 번은 처녀자리 성좌는 ‘지혜’ 를 상징하는 별자리이기에 그녀가 내놓는 통찰력 섞인 의견은 다른 성좌들이 항상 주의 깊게 듣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사실이었나 보다.


하지만 그런 파격적인 발언에도 성좌들은 별 동요가 없다.


그냥 지그시 아랫 입술을 깨물거나 주먹을 부르르 쥐는 녀석들만 몇몇 있을 뿐.


아무튼 그렇다고 해도 그 가설이 모든 걸 설명해 주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왜 윈스턴이 아니고 성녀님께서 희생 되어야만 한 것이지?”


네르갈의 질문.


바로 저 부분이 남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의 가설에 끼워 맞춰 생각해 보면, 성녀님께서 지니신 힘으로는 이미 힘의 균형이 무너져 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

즉, 성녀님과 윈스턴을 합하면 황도에 힘의 추가 쏠리게 되고, 윈스턴이 없어지면 하이트에 힘의 추가 쏠리게 되니까,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성녀님을 없앤 것일 수도.”


아스트리아가 말했다.


역시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가정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나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버지니아의 가정에...이디아 여신이 나를 만나기 싫어한다는 가정을 추가하면?...’


말이 된다.


나는 여신을 만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니 성녀를 제거하면 나에게 그 기회를 박탈함과 동시에 황도와 하이트가 가진 힘의 균형도 맞출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고.

일타쌍피의 수.


“윈스턴 어제 내가 방을 나간 후 성녀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려 줄 수 있겠나? 혹시 그 대화 속에 버지니아가 세운 가정에 들어 맞는 조각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멜리크가 물었다.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어디까지 말해야 하나?’


말해 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내 궁극적인 목표가 드러난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굳이 꼭꼭 감춰야 할 엄청난 비밀도 아니다.


심지어 게놈, 미사고, 후타딘에게는 이미 몇 번이고 말했던 목표 아니던가?


물론 지금 내 앞에 있는 놈들에게는 아직 그만큼 신뢰가 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껄끄럽긴 하지만.


잠시 후, 나는 그냥 전부 다 말하기로 결정했다.


성녀의 죽음과 관련되어 정확한 건 아직 아무 것도 없지만, 지금 확실한 건 하나 있다.


바로 나는 이디아 여신을 만나기 전까지 계속 이 거지 같은 세상에 머물러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어제 하이트 vs. 황도의 대결에서 나는 이미 내 위치를 설정해 버렸다.


즉, 이제와서 하이트로 가서 붙을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런 개생양아치 같은 놈들과 함께 하고 싶지도 않지만.


아무튼 그렇다면 적어도 얼마간은 성좌들을 내 편으로 두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나중에 뒤통수 맞았네 어쩌네 하는 소리를 듣는 것 보다는 지금부터 확실히 해 두자는 생각에 그냥 어제 성녀와 나누었던 모든 이야기들과 내 생각을 하나도 빼지 않고 전부 말해 주었다.


“허........”


모든 성좌들이 입을 맞추어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쉬는 것도 박자가 척척 맞다니 대단하다.


“그래서 앞으로 어쩔 거냐?”


내 질문에 모든 시선들이 네르갈 쪽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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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마탑 (4) 23.12.14 82 2 12쪽
66 마탑 (3) 23.12.13 84 2 12쪽
65 마탑 (2) 23.12.13 88 2 12쪽
64 마탑 (1) 23.12.12 84 2 12쪽
» 미궁 속으로 (2) 23.12.12 84 2 12쪽
62 미궁 속으로 (1) 23.12.11 83 2 12쪽
61 황도에서의 전투 (3) 23.12.11 84 2 12쪽
60 황도에서의 전투 (2) 23.12.10 87 2 12쪽
59 황도에서의 전투 (1) 23.12.09 92 2 12쪽
58 각자의 기로 23.12.08 91 2 12쪽
57 월드 포커 대회 (4) 23.12.07 89 2 12쪽
56 월드 포커 대회 (3) 23.12.07 88 2 12쪽
55 월드 포커 대회 (2) 23.12.06 85 2 12쪽
54 월드 포커 대회 (1) 23.12.06 87 2 12쪽
53 블러드 드래곤 길드 23.12.05 92 2 12쪽
52 먹으면 탈나는 돈 23.12.05 95 2 12쪽
51 고대 신 레셰프 (2) 23.12.04 88 2 12쪽
50 고대 신 레셰프 (1) 23.12.04 93 2 13쪽
49 오레가 왕궁 지하 (2) 23.12.03 94 2 12쪽
48 오레가 왕궁 지하 (1) 23.12.02 95 2 12쪽
47 전무후무한 각성 클래스 23.12.01 93 2 12쪽
46 영끌 경매 23.11.30 91 2 12쪽
45 다른 세계의 신분증 23.11.29 89 2 12쪽
44 노레시아 레이드 23.11.28 91 2 12쪽
43 환상 마법 (2) 23.11.27 106 2 12쪽
42 환상 마법 (1) 23.11.26 9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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