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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나만 아는 그리고 나만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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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0.17 11:06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1,728
추천수 :
245
글자수 :
547,302

작성
23.12.03 23:10
조회
93
추천
2
글자
12쪽

오레가 왕궁 지하 (2)

DUMMY

“그...그거라면...아마도 북쪽 별관쪽일 겁니다요...”


새로 붙잡은 경비병 녀석 하나가 바지에 살짝 오줌을 지리며 우리의 질문에 답했다.


“확실해?!”

“그...게...”

“잘 모르겠다고? 그럼 넌 그냥 죽자. 잘 아는 딴 놈에게 물어보면 되니까.”

“아!....아닙니다! 확실합니다! 그쪽에서 여성들의 흐느낌 소리나 비명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고 했습니다!”

“그래? 그쪽으로 가는 비밀 통로는?”


우리는 그 경비병이 가르쳐 준 지하 통로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근데 명색이 왕궁인데 지하에 왜 이리 많은 통로를 만들어 놨나 모르겠다.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숨길 게 많은 구린 놈들인가?


[쉿!]


미사고가 한쪽 손가락은 입술에 가져다 대고, 다른 한쪽은 자신이 차고 있는 귀걸이를 가르켰다.


그러자 나도 귀걸이를 차고 있는 왼쪽 귀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한쌍의 귀걸이도 오늘을 위해 미사고가 특별 제작한 물건이었는데, 절대 청각 마법이 장착되어 있어 아주 먼 거리에서 속삭이는 소리도 들을 수가 있었다.


[들려?]


나는 말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



“마지막 의식의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느냐?”

“마지막이 아닌 거대한 영광의 시작이지요. 물론 준비는 완벽하게 되어 있습니다.”

“블루아이언. 네놈의 건방진 혀는 여전하구나.”

“위대한 메자이 중에 한 분이신 라네페 님에게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성업에 좀처럼 흥분이 가라 앉지 않는군요.”

“흠........”

“오늘은 마지막까지 계속 지켜 보실 생각이신지요?”

“그럴 생각이다. 레셰프가 어떻게 변해서 등장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좋은 생각이십니다. 제가 붉게 물들어질 화려한 축제의 서막을 보여드리지요.”


그리고 블루아이언은 마지막 의식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흥! 그래. 플레이어인 나를 믿지 못하겠지. 하지만 나도 언제까지나 너희들의 꼭두각시 인형 노릇 따위를 하고 있을 생각은 없다. 흐흐흐흐.'


북극성 폴라리스를 따랐던 고대의 신 네 명 중에 한 명인 레셰프가 이곳 지하 깊숙한 곳에서 잠자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은 메자이들이 먼저였다.


하지만 그들도 성좌들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기에 대놓고 레셰프를 잠에서 깨우는 작업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당시에 오레가 왕실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던 플레이어들의 길드 아이언문을 이용하자는 것.


아이언문 길드의 마스터인 블루아이언은 그 제안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봤다.


그렇기에 메자이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매번 몸을 90도로 굽히며 그 얼마나 많은 생고생을 해 왔던가?


심지어 계약 조건에도 없던 고대 신 아누비스를 깨우는 일을 돕기 위해 광부로 변장하고 중앙 대륙에 가서 손과 얼굴을 더럽히며 흙과 먼지를 들이마신 날도 셀 수 없이 많을 정도였다.


‘아누비스는 위치적으로 워낙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메자이들이 그냥 실험용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내 짐작이 역시 맞았어.

하지만 오늘 레셰프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건 내가 반드시 취해야 한다.’


블루아이언은 모든 게 자신의 계획대로 술술 잘 풀리고 있다는 생각에 어둠 속에서 혼자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라네페면...’


나는 예전에 중앙 대륙 미스릴 광산 입구 앞에서 마주했던 두 명의 메자이들 중에 말 수가 적었던 녀석을 떠올렸다.


분명 그가 맞았다.

흙덩어리를 움직이는 마법을 쓰던 녀석.

내 살생부에 올라가 있는 녀석 중에 하나다.


미사고는 우리가 들었던 내용을 후타딘과 게놈에게도 알려 주었다.


[마스터님. 레셰프면 북극성 폴라리스와 함께 했던 고대의 신 네 명 중에 한 명입니다.]

[뭐?!]


나 대신 미사고가 놀랬다.


[블루아이언이면 아이언문 길드의 마스터잖아? 오레가 왕국의 충실한 똥개라고 알려져 있는 녀석인데...이게 다 뭔 일이람?]

[뭐긴 뭐냐? 인간들 특유의 더럽고 추악한 뒤통수 치기 시리즈의 일환이지. 일단 계속 가자. 출구를 찾아야 돼.]


우리가 들었던 소리는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그 벽을 부수고 넘어가 메자이를 상대하는 어리석은 짓 따위를 할 생각은 없었다.


우리의 목적은 폴라리스의 아이템 중에 하나를 찾는 것이지, 큰 싸움판을 벌이자는 게 아니니까.


우리는 미로처럼 복잡한 지하 통로 여러 개를 지나 마침내 북쪽 별관쪽 지하에 위치한 철문 앞에 도착했다.


경비병이 아닌 이상한 녀석들 네 명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기절시키고 확인해 보니 모두 아이언문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었다.


[레셰프라는 놈을 저번의 아누비스 같은 형식으로 깨운다는 시나리오에 아이언문 길드가 깊숙히 관여되어 있다면 녀석들이 오레가 왕국을 배신하고 얻는 게 뭘까? 돈?]


미사고가 조용히 물었다.


[케멧 대륙에서 받게 될 작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귀족 작위를 하사 받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블루아이언도 그렇게 오레가 왕국에 충성해 왔지만 고작 남작 작위가 현재까지 최고였습니다.]

[헐...고작 백작이나 후작 작위 달자고 이런 엄청난 짓을 꾸민다고?]

[아니.]


앞장서던 내가 갑자기 멈춰서며 뒤를 돌아봤다.


[여기가 어떤 장소냐? 바로 왕궁이지. 이런 곳에서 마계의 기운에 조종되는 고대 신이 깨어나면 어떻게 될 것 같냐?]

[그거야....왕궁이 아주 아작이 나겠지? 아!.....]

[그래. 만약 이 모든 게 케멧 대륙이 서대륙 정복하기 위해 세운 계획 중에 하나라면 오늘 오레가 왕국의 국왕은 죽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서대륙 정복 이후에, 오레가 국왕자리를 블루아이언에게 약속했다면 그놈의 눈이 돌아갈만도 했겠지.]

[와...미친 새끼...현세에서 방구석 백수 새끼인가? 뭔 놈의 자리에 대한 탐욕이 그리 많아?]


재수없는 쌍판대기를 지닌 블루아이언 녀석이 바깥 현재 세상에서 뭐하다가 온 놈인지는 전혀 궁금치 않다.


하지만 미사고의 말따나마 도를 넘은 미친 새끼라는 점은 완벽하게 동의하는 바였다.


우리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좀 더 깊숙한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왠 사자 우리 같은 박스형 철창들 몇십 개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


대부분의 철창들은 비어 있었다.


하지만 몇몇 철창 안에는 멍하니 앉아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 있었다.


헬쓱한 얼굴.

찌든 때가 가득한 옷차림.


여기에 갇혀서 빵 조각 하나도 제대로 얻어 먹지 못한 모습들이었다.


[근데 쟤내들 표정은 왜 저런 거냐?]

[마스터님. 이건 케멧 대륙에서 사용하는 블루 로터스 냄새입니다.]

[뭐? 그거...환각용이잖아?]

[환각?!]


나는 잘 모르는 내용이지만, 미사고의 설명에 의하면 ‘블루 로터스’는 케멧 대륙에서 자라는 꽃 이름으로 말린 꽃잎을 태워 연기를 들이마시면 환각 상태에 빠지게 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마약의 일종으로 주로 케멧 대륙 귀족 사회에서 유흥으로 사용되고 있단다.


[의문점은 그 귀하다고 알려진 게 왜 이런 장소에서 여성들을 가둬두고 사용되었냐는 거겠지. 일단 계속 가자.]


그런데 그때.


어떤 여성 하나가 철창 넘어로 손을 뻗어 내 발목을 잡았다.


“도...도와...주세요...아가씨가...아가씨가...위험합니다.”

“.............?!”

“제발요...아가씨 대신...저를....”


나는 일단 철창 문에 걸린 자물쇠를 조용히 부순 후 그 여성을 꺼내 정화 스킬로 그녀의 몸속에 있는 약 기운을 몰아내 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은 '조엘'이며 마탑 주인의 딸인 '이본넬리'의 시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본넬리 아가씨가 제단에 바쳐져 희생될 운명에 처했으니 제발 좀 구해 달라며 울음을 쏟아냈다.


“음.........”


당황스럽다.


이런 장소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마탑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올 줄이야.


마탑의 딸이 고대 신인 레셰프를 깨우는 의식의 희생양이 될 운명이다?


그런데 그 상황이 될 때까지 마탑은 뭘 하고 자빠져 있었던 것일까?


어디선가 본 영화에서처럼 여기 마탑의 마법사들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공이나 차고 있는 걸까?


그래서 나는 후타딘에게 마탑 주인의 가족 관계와 관련된 정보를 물었다.


“현재 마탑의 주인에게 병든 여식이 하나 있다는 소문이 도는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워낙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어서, 그 병이 무슨 병인지, 아직까지 살아 있는지 어쩐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후타딘이 의심쩍은 눈으로 조엘이라는 여성의 두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그게...”


갑자기 두 눈의 동공이 몹시 흔들리는 조엘.


“이 아줌마가 어디서 약을 팔고 있어?! 응?!”


미사고가 갑자기 조엘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사...사실은...”


겁먹은 표정의 조엘은 이실직고 모든 걸 털어 놓았다.


그녀는 이본넬리가 지병이 있어 몸이 매우 약한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가끔 바깥 공기를 마실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원래는 마탑의 규정상 호위 마법사들이 없이 바깥을 나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본넬리와 시종인 자신은 가끔 몰래 빠져 나가서 꽃밭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을 즐겼는데, 어느 날은 갑자기 괴한들이 나타나서 납치된 후 이곳에 갇히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일단 말은 되는군.”


그렇다고 모든 의심이 가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힘없는 여성을 마냥 의심하고 있어 봐야 내가 건질 이득이 아무 것도 없다.


우린 일단 계속 나아가기로 했다.


조엘한테는 그냥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우리의 뒤를 슬금슬금 따라왔다.


그리고 마침내 나침반의 바늘이 가르키는 장소에 도착했다.


거대한 지하 공동.


그냥 한 눈에 봐도 여기가 종착지임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우린 일단 숨어서 저기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잠시 지켜 보기로 했다.



***



“이거 놓으세요.”


건장한 사내 둘에게 질질 끌려가던 여성이 조용히, 하지만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내 스스로 걸어가겠어요. 그 정도의 배려는 해 주실 수 있지 않으신가요?”

“배려는 이미 충분히 해 준 것 같은데? 철창 생활하는 데에 시종을 옆에 붙여준 게 어디야? 그건 딴 년들은 누리지 못했던 특혜였다고.”


한 사내가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


하지만 저쪽에서 블루아이언이 턱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사내들은 그냥 그 여성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그 여성은 옷매무새를 한 번 가다듬고는 심호흡을 크게 하며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엄숙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가진 최대한의 품위와 교양을 담아내는 그 모습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게 조만간 죽게 될 그녀의 서러운 운명에 당당히 맞서는 그녀만의 싸움 방식이었다.


마침내 수십 개의 촛불로 밝혀져 있는 제단 위에 도착한 그녀는 그 위에 스스로 누우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시작해라!”


블루아이언의 외침과 함께 후드를 뒤집어 쓴 이들 수십 명이 나타나더니 여성의 팔과 다리 이곳저곳에 양피지를 둘둘 말았다.


그런데 그건 일반 양피지가 아닌 어떤 마법의 한 종류였나 보다.


양파지들이 환한 빛을 내며 사라지더니 여성의 팔과 다리에 정체 모를 묘한 문양을 남겼다.


그 작업이 끝이 나자 이번에는 후드 녀석들이 품에 안고 있던 항아리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그 항아리에서 시커먼 연기가 흘러나오며 제단에 누워 있은 여성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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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구출 작전 (1) 23.12.14 84 2 12쪽
67 마탑 (4) 23.12.14 82 2 12쪽
66 마탑 (3) 23.12.13 83 2 12쪽
65 마탑 (2) 23.12.13 88 2 12쪽
64 마탑 (1) 23.12.12 84 2 12쪽
63 미궁 속으로 (2) 23.12.12 83 2 12쪽
62 미궁 속으로 (1) 23.12.11 83 2 12쪽
61 황도에서의 전투 (3) 23.12.11 84 2 12쪽
60 황도에서의 전투 (2) 23.12.10 87 2 12쪽
59 황도에서의 전투 (1) 23.12.09 91 2 12쪽
58 각자의 기로 23.12.08 91 2 12쪽
57 월드 포커 대회 (4) 23.12.07 89 2 12쪽
56 월드 포커 대회 (3) 23.12.07 88 2 12쪽
55 월드 포커 대회 (2) 23.12.06 85 2 12쪽
54 월드 포커 대회 (1) 23.12.06 87 2 12쪽
53 블러드 드래곤 길드 23.12.05 92 2 12쪽
52 먹으면 탈나는 돈 23.12.05 95 2 12쪽
51 고대 신 레셰프 (2) 23.12.04 88 2 12쪽
50 고대 신 레셰프 (1) 23.12.04 93 2 13쪽
» 오레가 왕궁 지하 (2) 23.12.03 94 2 12쪽
48 오레가 왕궁 지하 (1) 23.12.02 95 2 12쪽
47 전무후무한 각성 클래스 23.12.01 93 2 12쪽
46 영끌 경매 23.11.30 91 2 12쪽
45 다른 세계의 신분증 23.11.29 89 2 12쪽
44 노레시아 레이드 23.11.28 90 2 12쪽
43 환상 마법 (2) 23.11.27 106 2 12쪽
42 환상 마법 (1) 23.11.26 9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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