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 존경받는 사기꾼 (3)
수증기가 가득 찬 목욕탕. 알몸이 된 페로스가 근 며칠 만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오, 신들이시여...”
뜨거운 물이 피로를 녹여주자 페로스가 읊조렸다. 긴장이 풀리며 한순간 시야가 흐릿해졌는데, 이윽고 초점이 잡혔다.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한 목욕탕 내부로, 광산소왕국 혈통이 뒤섞인 시리온의 남다른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페로스는 그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목욕탕을 비롯한 총독저택 내부 장식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단 하나, 목욕탕 벽화만큼은 예외로 하고 새로운 그림을 덧씌웠다.
좀 그렇지 않은가? 디아나 여신을 강간하는 악타이온이라니.
그렇게 새로 그려진 벽화에는 붉은 방패의 역사가 시대순에 맞게 그려져 있었다. 작은 요새에서, 무역도시로 말이다.
비싼 화가를 쓴 보람이 있게 제법 세세했는데, 첫 장면에는 조잡한 나무 성벽이 세워진 요새였지만, 이윽고 석조 성벽이 세워진 무역도시로 변모해 있었다.
그렇게 페로스는 벽화를 감상하며 피로를 풀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주인님. 마사지가 필요하신가요?”
눈을 슬쩍 돌리자 그곳에 알몸의 노예가 서 있었다. 시리온이 사 온 목욕 노예로 당연히 여자였는데, 마른 근육이 붙은 늘씬한 미녀였다. 허리 한쪽에 맨 스트리질과 스펀지 등 목욕 도구가 눈에 띄었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주인님. 마사지가 필요하신가요?”
“음.... 이번에는 좀 필요할 거 같군.”
페로스가 그리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을 깐 대리석 판에 엎드렸다. 노예는 밀가루 반죽하듯 페로스의 몸을 거칠면서도, 능숙하게 매만졌는데, 솜씨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었다.
흡사, 피로를 쥐어짜 뽑아내는 느낌이랄까? 확실히 시리온의 노예 고르는 솜씨는 인정해야 했다.
뭉친 근육이 풀어지고, 굳은 뼈마디는 맞춰졌을 때 노예가 물었다.
“때도 벗기겠습니까?”
“그러지. 안 할 이유가 뭐 있겠나?”
페로스가 대답하며, 대리석 판에서 일어나자 노예는 페로스의 몸에 올리브 기름을 바른 후, 능숙하게 금속막대로 긁어내기 시작했다. 마사지만큼이나 솜씨가 좋아 한 번에 회백색 때를 완전히 벗겨냈다.
페로스가 노예를 보며 물었다.
“솜씨가 좋군... 파르탄 출신인가?”
“... 그렇습니다. 주인님.”
“역시나 그렇구만.... ”
페로스가 경멸하듯 중얼거렸다. 하긴, 최고의 ‘목욕 노예’는 ‘매 맞는 아이’와 더불어 ‘파르탄’의 특산물이었으니...
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라. 저래 보여도 한때, 길스 대륙의 패권을 다투던 강력한 국사 국가였으니.... 뭐, 그래 봤자 야만적인 정책과 시대착오적인 정신을 못 버린 탓에 결국 이도 저도 아닌 한심한 3류 국가로 전락했지만 말이다.
어떤 의미로 본다면, ‘파르탄’은 현재의 길스를 대표하는 국가라 할 수 있었다.
“때도 다 벗겨냈습니다. 주인님....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신지요?”
목욕 노예가 꿀처럼 끈적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페로스가 단칼에 대답했다.
“없네. 파르탄.”
목욕을 마친 페로스는 다시 태어난 듯한 개운함을 느끼며 밖으로 나갔다.
허기가 져 바로 식사하러 갔는데, 눈치 빠른 렘두스가 식탁에 음식을 가득 차린 채 페로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를 맞춰 잘 오셨습니다. 각하.”
페로스가 식탁에 올라간 음식을 훑어보았다.
치즈를 올린 샐러드를 시작으로, 조리한 달팽이와 살을 바른 물고기, 구운 양갈비와 돼지 뒷다리 햄, 푹 쪄낸 닭, 암퇘지 젖통, 신선한 빵과 곁들여 먹을 올리브와 맑은 가룸이 식탁 위에 차려져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침이 절로 고였는데, 그런 페로스를 보고 렘두스가 친근히 말했다.
“하하, 배가 많이 고프셨나 봅니다. 각하.”
“아, 이런 실례 했네. 자네 말처럼 배가 고프거든. 괜찮다면 같이 먹지.”
“영광입니다.”
페로스가 자리에 앉자 렘두스가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같이 식사하기 시작했다. 페로스는 처음에 치즈를 올린 샐러드로 식욕을 돋운 후 뒤이어 달팽이와 물고기를 맛봤다.
음.... 확실히 훌륭했다. 라기아족의 투박한 요리와 비교하면 섬세하고, 차원 높은 맛을 느낄 수 있달까? 그 탓인지 음식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차기는커녕 오히려 더 고픈 착각이 일었다.
‘이런, 자제해야 하는데, 이대로 계속 먹다간 늙고 뚱뚱한 귀족이 되고 말 거야... 하지만, 너무 맛있군.’
그렇게 정신없이 음식을 먹는 와중, 렘두스가 입을 열었다.
“입맛에 맞으신 듯하니 다행입니다. 각하.”
그 순간 페로스는 손을 멈췄다. 녹색 땅에서 고생한 일종의 후유증이랄까? 음식보다는 몸매 관리에 더 관심 많은 그였는데... 페로스가 대답했다.
“한번 죽다 살아나 그런 거 같네. 맛있는 음식은 삶의 큰 축복이지 않나?”
“하하...하... 그렇지요.”
렘두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목소리와 표정을 보아하니 페로스가 비너스의 축복을 받아 되살아난 것을 못 믿는 눈치였다. 뭐, 이해했다. 순순히 믿는다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슬프겠지.
허나, 페로스는 구태여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굳이, 화장을 씻을 필요가 무엇있단 말인가? 페로스는 그리 생각하곤 뻔뻔하게 다시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오, 역시나 맛있었다.
“각하... 첫날에 환대하지 못했던 점 지금에서야 사과드리겠습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시지요.”
“그게 무슨 소린가? 난 괜찮네. 오히려 내가 사과해야지. 너무 갑자기 찾아오지 않았나? 하지만, 이해해주게. 원래 이런 일은 급작스러운 연출이 필요한 법이니.”
“아, 예, 그렇고 말고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역시 내 몫이지. 시리온이 자릴 비운 이후로도 자네가 자릴 잘 지켜줬더군. 덕분에 뒷정리하기가 훨씬 수월했네. 훌륭해.”
“아, 그리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각하.... 혹시, 괜찮으시다면 지금 녹색 땅은 어떠한 상황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대충 듣고는 있지만, 자세히는 잘 몰라서.”
“물론 이야기해 드려야지. 간단명료하게 말하자면, 다시 승기를 되찾은 상황이네. 서라기아족은 중심을 잃고 흩어졌으며, 동라기아족은 내 밑으로 집결해 있지. 이대로라면 내년에 이 지루한 전쟁을 갈무리할지 모르네.”
렘두스의 표정에는 기쁨보다는 의심과 고뇌 빛이 드러났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불과 1년 전만 해도 다 이긴 전쟁이 엎어져 큰 위기를 맛봤으니. 그때를 생각하면 페로스도 입맛이 씁쓸했다.
그런 페로스의 감정이 드러났는지, 렘두스가 서둘러 표정을 관리했다.
“아, 각하. 죄송합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저 한번 배신한 동라기아족이 또 배신하지 않을까 걱정될 뿐입니다.”
“물론 이해하네. 라기아족은 아이처럼 충동적이고, 아낙네처럼 풍문에 잘 휩쓸리니.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난 그들과 좀 더 새로운 관계를 구축했으니.”
“새로운... 관계?”
“자세한 내용은 좀 더 있다 이야기해주겠네. 과일은 익을 때가 맛있지 않나?”
렘두스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페로스를 봤다. 허나, 감히, 그 이상은 캐묻지 못했는데, 분위기가 어색해지려는 찰나 페로스는 주제를 바꿨다.
“어쨌건, 내가 그대를 믿듯, 그대도 날 믿어주길 바라네. 나와 시리온, 코모두스는 수차례에 걸쳐 서라기아족을 쳐부쉈으며, 그 덕택에 저들을 결집할 인물은 남아 있지 않네. 다 죽거나, 그 명성이 바닥에 떨어졌지... 결코, 우리의 위협이 되지 못해.”
“... 새로운 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적들을 결집할?”
페로스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초 치는 발언이긴 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긴 했다.
길스에서 산악인이나, 유목인, 그 외 야만족을 숱하게 상대해본 페로스는 비슷한 사례를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뭐, 그래 봤자 멍청한 애송이와 어설픈 야심가뿐이었지만.
“... 맞는 말일세. 그런 경우가 있긴 하지. 허나, 대부분 욕심과 능력 부족으로 그렇다 할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박살 나거나, 알아서 고꾸라지니. 걱정 없네.”
“아주 만약이긴 하지만, 서라기아족을 하나로 묶을 자가 나타난다면 어떻겠습니까?”
“.... 하! 재밌는 이야기군. 렘두스. 난 살아오며 수많은 전쟁과 전투를 봤다네. 다 망해가는 야만족을 다시 통합할 거물이 나타난다? 그것도 지금? 그런 경우는 내 평생 딱 한 번 밖에 못 봤네. 기적에 가까운 가능성이야. 특히, 저 잘났다는 라기아족 가운데서 그런 놈이 나올 리가 없지.”
“아, 역시.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각하. 제가 걱정이 많아서.”
“아니네. 아니야. 조심성 많은 건 좋은 거지.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로 안절부절못하는 것 역시 보기 좋지 않다네... 자, 지루한 일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식사나 마저 하지. 자네 본가에서 뭐 재밌는 소식 안 왔나?”
그렇게 다시 즐거운 식사가 시작했다. 렘두스와 이것저것 사소한 잡담을 나눴는데, 그와 별개로 페로스의 마음 한구석에 작지만 선명한 불안감이 꿈틀댔다.
정말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긴 하지만, 렘두스의 말처럼 서라기아족을 한데 묶을 자가 나타난다면 어찌 될까?
솔직히 페로스로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미 다 이긴 전쟁을 두고 다시 한번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으니.
‘..... 아냐, 바보 같은. 그럴 리가 없지. 신의 도움이라도 받지 않는 한 불가능이야.’
페로스는 그리 속삭이며, 불안함을 숨긴 채 렘두스와의 식사에 열중하는 척했다. 지도자란 스스로를 분칠하고, 강인한 척을 하는 일종의 사기꾼이었으니 말이다.
식사를 마친 후 페로스는 잠시 서류를 보다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잠들 수가 없었고 결국, 페로스는 일어나 따뜻한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원래, 잠을 잘 자는 편인데, 어째서인지 알 수 없는 찝찝함에 도통 잠들 수가 없었다. 무슨 계시인가?
“나도 정말 늙었군. 계시라니... 이봐.”
시중드는 노예가 대답했다.
“예, 주인님”
“다레온을 불러와라. 내가 부른다고.”
노예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간소하지만, 깔끔한 튜닉을 차려입은 다레온이 나타났다.
그는 막 잠에서 깬 듯 길게 자란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는데, 우습게도 그 머리는 꼴사납다기보다 젊은 시절 본 사자를 연상케 했다.
“머리가 제법 잘 어울리는군. 라기아족 특유의 야성미가 있구만.”
다레온이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정리하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각하. 급히 부르시는 것 같아 정리하지 못하고 바로 왔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걱정 말게. 남자 몸가짐을 보는 그런 취향 없으니. 그저 밤잠이 오지 않아 말동무가 필요해 부른 것이네. 부디 이해해주기 바라네. 늙으면 외로움을 많이 타거든.”
“그런 것이라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각하와의 대화는 기쁨입니다.”
아부 섞인 말에 페로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따뜻하게 데운 포도주를 나눠주며 입을 열었다.
“그거참 고마운 말이군. 이래서 내가 일을 그만 못 둔다니까. 젊고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아부해주거든, 내 재미없는 농담에도 웃어주고.”
“그 부분은 가끔 힘들긴 하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합니다.”
페로스와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자네의 그 점이 좋다니까... 그 농담 실력으로 라기아족과 친해졌나? 아니면, 얼굴에 난 상처 덕분인가?”
다레온이 얼굴에 난 타박상을 매만지곤 대답했다.
“아, 이건 별거 아닙니다. 대련 중 입은 사소한 상처일 뿐입니다.”
“나도 아네. 하지만 라기아족은 보통 친분이 있는 자가 아니면 대련을 잘하지 않아. 왜냐면 친분 없는 사람. 특히, 외국인에게 패하면 몹시 수치스러운 일이거든... 신기하단 말이야.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라기아족과 대련을 할 정도로 친해졌나? 심지어 이기고도 웃게 하다니.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궁금해.”
“별거 아닙니다. 마법은 더욱 아니고요. 그저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하다 보면 절로 친해집니다.”
“아.... 더 마법 같은 말이군. 괜찮다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겠나?”
“물론 가능합니다. 다만, 각하. 이건 그저 제 개인적인 주관이라 각하가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상관없네. 뭐든 심심하진 않겠지. 어서 이야기해보게.”
페로스의 재촉에 다레온이 입을 열었다. 말하는 태도가 꽤나 경건했다.
“... 제가 살면서 배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 거라 배웠다 하기도 민망하군요.”
“당연한 거라.... 흥미롭군. 뭔가?”
“모든 사람은 자존심이 있고, 그에 걸맞게 최소한의 존중을 바란다는 겁니다. 거지, 창녀, 농민, 군인 심지어 왕조차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영역을 침범했을 때 분노하지요.”
“정말 당연한 거군.”
“예, 그렇습니다. 허나, 어린 시절 전 어리석어 이점을 배우지 못하고 곧잘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지금 모습을 보면 그다지 상상이 안 가는군.”
“간신히 겸손함이란 걸 배웠지요.... 덕분에 전 그 교훈을 상기하며 늘 상대방을 배려하고, 최대한 존중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시간 차이가 있을지언정 언젠가는 마음을 열지요.”
“길스에서 타지 생활은 나로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긴 하네... 하지만 동시에 그 반대이기도 하지. 세상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도 있거든.”
다레온이 웃었다.
“예, 그렇긴 합니다. 그래서 전 더더욱 노력하려고 하지요. 가령, 상대방의 입장과 가치관에서 상황을 보려고 합니다. 그럼, 좀 낫더군요.”
“재밌는 말이군. 상대방의 입장과 가치관에서 본다라... 그리 살면 피곤하지 않나?”
“괜찮습니다. 인내심만큼은 자신 있는 편이라...”
다레온이 그리 대답하며 순박하게 웃었다. 참으로 재미있는 남자였다.
그렇지 않은가? 그는 페로스 자신을 구했을 뿐 아니라, 종군한 이후로도 적잖은 공을 세웠다.
적 척후를 박살 내고, 어수선한 노예 사냥꾼과 라기아족을 규합해 조직력을 강화했으며, 이름난 전사나 귀족 같은 포로도 사십 명 가까이 포획해 나름의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까칠한 시리온마저 인정할 정도.
그런데 지금 여기서 라기아족 시중이나 들며 시골 청년처럼 순박하게 웃고 있었다. 심지어 고용인은 물론, 노예에게조차 친절했는데, 진짜 뭐 하는 놈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싫지가 않단 말이지.’
페로스가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말했다.
“어쨌건, 자네에게 감사해야겠군. 그 인내심 덕분에 한결 수월해졌으니. 지금 이곳에 있는 라기아족은 모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니, 좋은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네. 가령, 공화국과 적으로 지내는 것보다 친구로 지내는 게 낫다는... 그럼, 이는 나중에 큰 재산이 될 걸세. 힘들겠지만, 지금처럼 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그러한 사실을 상기시켜주게. 티 나지 않게.”
“예, 각하. 힘들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거 고마운 말이군..... 그래도 혼자서 다 상대하긴 힘들 터이니, 통역병을 일부 붙여주겠네. 자네에게 권한을 줄 테니 그들을 이용해 라기아족을 상대하게. 이미 요령이 있으니 어렵진 않겠지?”
“각하, 배려는 감사하지만, 굳이 그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네, 그냥 받아. 가족 보기 싫나?”
“가족 말씀입니까? 물론 보고 싶습니다.”
“통역병들만으로 충분히 라기아족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수고했다는 의미로 휴가를 주겠네. 길진 않겠지만, 휴가나 다녀오게.”
“아.... 감사합니다.”
다레온이 미소 지으며 대답하자, 페로스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런, 이제 슬슬 잠이 오는군. 제멋대로라 미안하지만, 이만 물러나 주겠나? 이제, 잠을 자야겠어.”
다레온은 바로 일어나 정중히 인사하며 떠났다.
“예, 각하. 배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부디, 좋은 꿈 꾸십시오.”
페로스는 그렇게 떠나는 다레온을 보며 잠자리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놀라우리만치 쉽게 잠에 빠졌다.
- 작가의말
‘존경받는 사기꾼’은 이번 화가 끝입니다. 다음 주 새로운 파트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요일 잘 보내십시오.
나무젓가락 님, Splash 님 후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번 한주 역시 큰 힘을 얻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Comment '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