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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좀 쉬엄쉬엄 가세나.

독수리자리 너머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구라백작
작품등록일 :
2021.02.02 18:03
최근연재일 :
2021.04.05 22:3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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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수 :
76,562

작성
21.04.0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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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침입자(2)

DUMMY

“우리는 신이 아닙니다.”



내 말에 그가 침을 삼킨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드래곤이신가요?”


“드래곤도 아닙니다만.”



그는 내 말에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며 애절하게 말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전 그저 상인일 뿐입니다. 상행을 위해 상품을 싣고 이동 중에 사나운 바다를 만나 이렇게 저 혼자만 겨우 살아 남았습니다. 부디 목숨만 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드래곤 그리고 신이라니.


대체 무엇을 보고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으나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소위님.”

“네?”

“저 사람이 방금 상인이라고 했죠?”

“네. 분명 상인이라고 했었죠.”

“그럼······. 일단 우리가 데리고 있다가 나중에 써먹는거 어때요?”

“그게 무슨 말씀이죠?”


최아라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조곤조곤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우리 물자는 제한적이죠. 식료품의 외부조달은 필수적일테고. 물론, 플랜트 팩토리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잖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제한적이니까요.”


“그러니까 나중에 외부와의 교류에 저 사람이 필요할 수 있어요.”


“추후에 우리의 대리인으로 고용하자는 건가요?”


“네! 맞아요! 말귀가 잘 통하네요. 우리는 이곳 사정이 밝지 않아요. 외부인의 도움이 필요한데······. 잘 설득해서 도움을 받아 보는게 어때요?”


“흠. 나쁘지 않군요.”



나는 최아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 수연씨는 어떻게 생각······?”



그녀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아, 설마하고 그 중년인에게 시선을 옮기자 그녀가 스프를 수저로 떠서 먹여주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수갑으로 묶인 그를 배려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옳지 옳지. 잘 드시네요. 정말 미안해요. 당분간 불편하겠지만 우리에게 믿음이 생길때까지만 참아주세요.”


“아······아닙니다. 천사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얼굴이 붉히며 그녀가 먹여주는 스프를 넙죽 넙죽 잘 받아먹었다.


최아라는 남자가 수연에게 ‘천사’라고 말하자 이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인상을 썼다.



나는 남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일단, 몬스터 랜드에 우리의 존재는 외부에 알려지면 안됩니다. 원래대로라면 당신을 구조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남자는 내 말에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와 당신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당신을 계속 잡아둘 생각은 없습니다. 조금만 참아 주시면 됩니다.”


남자는 내 말에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나 기다리면 될······까요?”



남자는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길지 않습니다. 길어야 대략 몇 주 정도. 그 정도만 참아 주시면 됩니다. 만약, 당신이 도망을 간다면······.”


파르테논 신전 입구에서 대기중이던 타란튤라를 한 대 불렀다.


하지만, 워낙 덩치가 커서 신전의 문을 다 열었는데도 들어 오지 못하고 붉은 6개의 눈만 번쩍 거렸다.



위이잉-



고주파 소리를 내는 타란튤라의 모터소리와 위협적으로 생긴 모습에 그가 식겁하며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절대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부디 살려주십시요!”



우리는 회의실에 그를 가두어 두고 나왔다.


사실, 도망가려 하면 충분히 갈 수야 있긴 하겠지만.


얼마가지 못해서 타란튤라나 센트리건에 의해 벌집이 될 수도 있다.




******



폭풍이 끝나고 날이 밝자, 폭풍의 위력이 새삼 다시 보였다.


섬 주변은 쑥대밭이 되어 있고, 어제 타란튤라와 골리앗에게 당한 몬스터의 사체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최아라, 나 그리고 수연까지 모두 골리앗에 올라타 사체들을 멀리 치우거나 바닷가 언덕에서 밀어 던졌다.


타란튤라는 생김새 특성상 들지는 못하고 몸과 다리를 이용해 몬스터 사체들을 모아 주었다.



약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다음날 여유가 생겼을때 다시금 모여 대책 회의를 세웠다.



“플랜트 팩토리가 그제부터 정상 가동해서 현재 22%의 진척율로 생육활동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략 이주일 후에는 계절 과일 같은 것을 먹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소위님. 저 남자는 어떻게 할꺼에요? 저렇게 계속 가두어 두는것도 문제인데.”


“아, 그게 에이아로 부터 받은 내용이 있습니다. 에이아 어제 전달해준 부유물들에 대한 정보 알려줘.”



[폭풍이후 섬 주변에 많은 부유물들이 발견 되었습니다. 추적 결과 조난된 배에서 나온 물자로 예상 됩니다. 해당 물자들은 타란튤라를 이용해 일부 수거가 가능 합니다.]


“에? 타란튤라로요? 걘 그냥 자율방어유닛 아니었나요?”


수연이 의아함 얼굴로 물었다.



“그게, 에이아가 말하길 짧게라면 바다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오래는 안되구요.”


“와, 재주가 많은 녀석이네요.”


“네. 그래서 일단 되는대로 모아보고요. 중요한게 더 있습니다.”


“뭔데요?”


“조만간 오시리스(Osiris) 모듈이 도착 합니다.”



내 말에, 조용하던 최아라가 놀란 얼굴로 묻는다.



“그거 설마 이번에 개발된 3D 입체 프린터 말하는거 아니겠죠?”


“맞습니다만······.”



내 말에 그녀가 환호성을 지르며 팔짝 팔짝 뛰었다.



“왜 그래? 왜 그러는건데? 알려줘. 알려줘~ 아라야.”



수연이 아라의 등짝에 매달려 조르자 최아라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최근에 개발된 SLA,DLP 방식의 3D프린터라고! 플라스틱, 유리등등 뭐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3D 프린터!”


“그럼 뭐가 좋은데?”


“뭐든지. 만들어 낼 수 있어.”


“뭐든지?!”



최아라의 자신감이 가득찬 말에 김수연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나 화장대 좀 만들어 줄래? 응? 아라야? 응?”


“저, 그건 좀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에? 왜요?”


“그걸로 배를 좀 만들려고 합니다.”


“배, 배요? 배도 만들 수 있어요?”


“네. 나중에 배를 만들어서 저 사람에게 자유 무역을 맡겨 보려고 합니다.”


“아-!”



오시리스(Osiris) 는 정말 대단한 삼차원 프린터였다. 플라스틱의 산출물 중에는 옷감도 있었으니까.


삼차원 프린터의 크기가 나름 커서, 가로 세로의 길이가 각각 3미터에 달했다.


조각별로 출력해서 그걸 레고처럼 조립해서 배를 만들면 그만이다.



그리고 하루가 또 흘러, 바닷가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타란튤라를 강제로 밀어넣어 떠다니거나 바닥에 빠져 있는 많은 물자들을 섬으로 가져왔다.


게중에 바닷물로 인해 쓸모가 없어진 것도 있었지만, 도기류와 생활 물품들은 꽤 괜찮은 상태를 유지했다.




“흠······. 좋군요. 이걸 모아서 그 사람에게 돌려주고 우리에게 협조 할려는지 알아봐야 겠습니다.”



눈 앞에는 몇 트럭분의 나무상자들이 쌓여있다.



김수연이 주변을 어슬렁 거리더니 나무 상자를 열어보고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나! 정말 예쁜 그릇 세트에요.”


“어디?”



최아라와 수연이 그릇 몇개를 꺼내보고는 칭찬을 이어갔다.



“우리가 쓰던 거에 비하면, 좋진 않지만 그래도 디자인이 예쁘게 만들어 진거 같아.”


“맞아. 개성있어. 독특해.”



지금 우리에게는 부족한 것은 이런 일상 생활 속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물론, 유사 제품이 있긴 하지만 품질이 좋고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있다면 누구라도 소유욕을 느끼게 할 것이다.




며칠 전 구해낸 남자는 이제 겁도 어느 정도 사라지고 우리에게 조금은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손의 수갑은 풀어준 상태다. 그에게 넌지시 돌아갈 날아 다가온 다고 알려주자 표정과 눈빛으로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사람은 어떻습니까?”


“음. 언제쯤 나갈지 고대하고 있는것 같아요.”


“그 사람이 우리에게 협조 할 지 걱정이 되긴 하군요.”


“뭐, 안하면 마는거죠. 우리가 손해 볼 건 없잖아요.”


“만약에 그가 배신하고 우리의 존재를 외부에라도 알리게 된다면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있지만, 글쎄요. 이런 낙후된 기술력의 세계라면 문제 없을거 같아요. 최악의 경우 그때쯤 되면 우리는 양무호함타고 탈출 할 수도 있구요.”


“그렇죠. 그래도 그가 우리에게 협조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아라는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잘 구슬려 보아요. 소위님.”




******




밤이었다.

분명 밤이었는데, 낮처럼 밝다.


게다가, 천사님이 스프까지 직접 가져다 주시니 황송하기 그지 없었다.


마이노는 비록 모든 재산을 잃고, 몬스터 랜드에 죽을 위기에 놓여 있었지만 이들로 부터 구해진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마이노의 마음 한 구석에는 어딘가의 알려지지 않은 신이거나 최소한 드래곤이라고 생각했다.


눈이 마주칠때 마다 섬칫한 거미를 닮은 골렘과 커다란 사람처럼 생긴 쇠 골렘이 움직이며 몬스터를 전멸시킬때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았다.


조금씩 적응을 하고, 며칠이 지나자 그들은 자신이 차고 있던 수갑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어느날 그가 모처럼 야외로 나와 자신이 갇혀(?) 있던 건물의 진정한 모습을 보고서는 긴장감을 높였다.


예전에 보았던 고대의 신전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그가 행상일을 했을때 그리고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었지만 이런 정교한 건축물은 본적이 없었다.



‘이들은 분명 신이 강림 했거나, 아니면 성자들 일거야.’



이 세상의 신들은 자애로웠으나 잔혹했고, 인자했으나 매서웠다.


특히나 신전의 위세는 때로는 왕권을 위협할 정도라서 신성제국의 경우에는 신전이 황제보다 우위에 있을 정도다.


그래서 마이노는 최대한 이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었다.

수십 년간 상행을 해온 그의 느낌이 이번에는 좋게 다가왔다.


그리고 운이 좋았는지, 신이 도와주셨는지 그 느낌이 행복한 현실이 되었다.



산처럼 쌓여 있는 나무박스들.


신전을 지나, 바닷가 근처로 나가보니 여의 그 무시무시한 거미 골렘들과 쇠덩어리 골렘들이 시뻘건 눈을 빛내며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이번에 그가 전 재산을 투자해 준비했던 제품들이 쌓여있었다.



‘그 폭풍우 속에서······. 어떻게 저걸?’


의문은 일어났지만, 주제를 알기에 몸을 낮추어 물었다.



“설마 이것들은······?”


“맞습니다. 당신이 배에 싣고 있던 것들. 당신에게 다시 돌려드리죠. 다만······.”



남자의 말에 마이노는 침을 삼켰다. 평생 노예를 해야 한다던지 목숨을 맡기라고 하는 걸까.



“이것들을 가지고 다시 하던 일을 하시고. 우리를 도와주십시요.”


“······!”



마이노의 눈에서 눈물이 차올랐다.

평생 일거온 재산을 되찾음과 동시에 다시 기회를 주시다니!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뭐든지 돕겠나이다! 감사합니다!”



재빠르게 바닥에 무릎을 굽히고 절을 올렸다.



“아니, 신이 아닙니다만······.”



남자가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지만, 마이노는 눈물, 콧물을 쏟으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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