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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좀 쉬엄쉬엄 가세나.

독수리자리 너머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구라백작
작품등록일 :
2021.02.02 18:03
최근연재일 :
2021.04.05 22:3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810
추천수 :
64
글자수 :
76,562

작성
21.02.04 19:00
조회
357
추천
6
글자
12쪽

독수리자리 너머(3)

DUMMY

모든 함선에는 대인 방어 시스템이 장비되어 있었다. 함 내에 침투하는 것은 고전적인 전략이었으니까.


함선 내 침입한 적과의 대인전을 고려한 방어 시스템이 양무호함에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된 거지?


─띠링.


스마트워치에 긴급 통화 요청 알람이 울렸다.


“통신 보안. 이환입니다.”


[환아! 함선을 빨리 스테이션에서 분리해라!]


갑자기 사관님이 나를 생도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셨다. 목소리에서 대단히 촉박한 느낌이 전해진다.


“네? 사관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궤도 방어 스테이션에 불순한 세력이 잠입해 들어왔다! 지금 보안 부대원들이 출동하긴 했는데, 잘못하면 궤도 스테이션 제어권을 빼앗기게 생겼어! 최대한 빨리 정거장에서 이탈해라!]


“하지만 사관님. 관제사 명령 없이는 불가능한 것 아니었습니까······?”


[상관없다! 관제사가 문제가 아니야! 그 함선에는 정말 중요한 전략 군수품이 있단 말이다! 이환 소위! 명령이다! 당장 스테이션에서 이탈하라!]


“하, 하지만······ 사관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탑승하셔야 출발하지 않습니까?”


[난 이곳 관제소에서 양무호의 출항을 지켜내겠다! 빨리 벗어나서 당장 워프하게! 그리고 워프 후에 내 옷에서 메모리 스틱을······!]


쿠웅─!


순간 함선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느껴졌다. 뛰듯 움직이던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잠시 벽을 짚었다.


함선에까지 전달되는 충격음이 엄청났다. 마치 지진처럼 느껴진다.


통로 옆 동그란 창으로 내다보니 궤도 방어 스테이션의 관제소가 폭발과 함께 큰 덩어리처럼 분리되어 날아가고 있었다.


“사, 사관님······!”


난 놀란 눈으로 관제소를 바라보았다. 방금 관제소에 계신다고 했는데!


그리고 궤도 방어 스테이션의 관제소가 날아가면 대체 이곳의 제어권은 어떻게 되는 거지?


물론 비상시를 대비한 제2관제소가 있긴 했다. 만약, 그곳이 적의 손에 탈취되었다면?!


하지만 지금 저 폭발로 날아간 관제탑에는 사관님이 살아 계실지도 모르는데. 사관님을 구해야 했다. 이깟 임무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나에게 임무보단 사관님이었다.


[긴급 탈출 코스 승인됨. 지금부터 강제 출항 프로세스가 가동됩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지만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내게 에이아가 음성을 띄웠다.


“에이아! 사관님은 어떻게 된 건가? 함장님을 구해야 한다!”


[현재 이 함선의 함장은 ‘이환’님으로 자동 승계되었습니다. 모든 권리와 작전권이 이환님에게 전환됩니다. 김욱 전 함장님은 현재 전사하신 것으로 판명됩니다. 생명 반응이 탐지되지 않습니다.]


“크윽······! 사관님! 제기랄!”


쾅! 쾅! 쾅!


주먹으로 통로 벽을 후려치며 관제탑을 바라보았다. 관제탑에서는 계속해서 공기와 함께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끄그그극.


마치 용골이 휘는 듯한 쇳덩어리의 거친 소리가 울리듯 들려왔다. 함선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사관님을 생각하면 당장 저 관제소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마지막 말씀이 출항하라는 명령이었다.


“사관님······.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어느 사이 눈앞을 흐리게 만드는 눈물을 재빨리 훔쳐내고 함교로 다시 향했다.


“에이아. 현재 함교 상황과 출항 상태를 보고해!”


[함교 내 침입자 및 승조원 전원 사망. 본 함선의 제3블럭 카고 영역에 잔존 침입자 1명 이동 중. 경고! 교란 스모그탄 발생! 추적 불가능합니다. 현재 본함 일부 파손 발생하였지만, 성공적으로 출항 완료하였습니다.]


“에이아, 열화상 그리고 적외선 가능한 장비를 모두 가용해서 침입자가 발견된 지역을 샅샅이 수색해! 그리고 제3블럭 카고 영역으로 안내 표시 올려!”


내가 뛰어가는 방향으로 벽과 천장 바닥에 커다랗게 화살표가 반짝거리며 방향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에이아! 안드로이드는 대체 왜 안 보이는 거야?”


군용 함선에는 대인 전투에 능한 전용 안드로이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승조원이 전원 사망했는데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함교에 침입한 자로부터 안드로이드 교란 락이 걸렸습니다. 함교에서 직접 락을 해제해야 합니다.]


제기랄! 망할 쉿덩어리! 정말 필요한 시기에 고작 해킹킷 하나에 그 강력하다는 안드로이드가 깡통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대체 제3블럭 카고 영역에 뭐가 있는 거야! 어떤 것이 있길래 궤도 방어 스테이션에 테러를 일으킨 거란 말인가!


“젠장! 젠장! 젠장!”


곧 제3블럭 카고 영역이라고 표시된 커다란 게이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에이아, 승객들 모두 긴급 워프 프로세스 진행한다고 통보하고 빨리 동면 캡슐에 들어가라고 안내해! 당장!”


[승객실에 해당 명령 정상적으로 통보 완료하였습니다. 현재 승객실 전원 동면 캡슐로 이동 중입니다.]


침입자를 제압하고 나서 바로 워프 게이트로 이동해야 했다. 테러범들이 원하는 것은 이 함선. 워프로 날아가 버리면 설사 신이 있다고 해도 잡아낼 수 없다.


게다가 이 함선은 30명이나 되는 인원을 왕복 2주 이상 먹이고 재울 식량과 산소, 그리고 부속품들이 부족했다. 원래 화물선으로 만들어졌으니까.


그래서 승객들은 전원 냉동 수면에 들어가야 했다.


베레타를 손에 들고 대인 전술 행동을 시작했다.


“에이아, AR로 모든 정보 표시해.”


곧 내가 올려 쓴 보호안경에 침입자의 경로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게이트 오픈.”


─지이이잉.


모터 소리와 함께 두터운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여 나갔다.


보호안경에 예상되는 적의 공격 모션이 표시되었다. 순간 거슬려서 모션 정보를 손으로 치워버렸다.


“으아아─!”


어디선가 무언가 날아와 나를 향해 덮쳤다.


순간, 베레타가 손 밖으로 튕기듯 날아간다.


퍽!


적이 나를 필사적으로 끌어안고는 머리를 이용해 내 눈 부위를 가격했다.


“큭!”


동시에 하얀 하늘과 노란 하늘이 눈앞에서 번쩍번쩍 거린다.

난 팔로 껴안고 허벅지를 들어 그대로 놈의 안쪽을 있는 힘껏 가격했다.


퍽! 퍽퍽!


“아악, 악!”


마지막으로 전투화로 놈의 배때기를 크게 올려 찼다.


우당탕! 데굴데굴.


재빨리 튕겨 나간 베레타를 손에 쥐고서 살상 모드로 변경한 후, 구르고 있는 적의 주변에 위협사격을 날렸다.


퍽!


불꽃이 튀기며 충격음이 울리자 이내 움찔거리더니 일어서려던 행동을 멈추는 적이 보인다.


“동작 그만! 그 자세에서 한 발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사살하겠다!”


두 손으로 베레타를 움켜쥐고 적의 심장을 향해 조준했다. 내 말에 움찔거리며 부들부들 떠는 적이 보였다.


“그대로 천천히 바닥에 누워! 손은 머리 위, 등 뒤로! 엎어져 누운 뒤 발은 X자로 꼰 채로 동작을 멈춰!”


적이 내 말에 따라 바닥에 엎어진 후에 손을 등 뒤로 한 채, 발은 꼬아서 누웠다. 이렇게 누우면 뒤에서 재빨리 손과 발을 제압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적의 발을 내 발로 누르며 뒤로 엉킨 손을 묶었다. 다행이 제압용 케이블 타이가 있었다. 수백 년 전에 나온 물건이 지금까지도 요긴하게 쓰였다.


나는 적이 설 수만 있도록 두 발도 묶어 버렸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어 제대로 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여자······?”


적을 일으켜 세워 바라보니 단발머리의 여자였다. 서남아시아 쪽 인종인 듯했다.


“퉤! 날 그냥 죽여라! 망할 자식! 저주받은 종자!”


나를 향해 침을 뱉는 그녀를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쫘악─!


개 같은 년. 너 같은 테러분자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오늘 죽었다.


그녀를 거칠게 끌고 함교로 향했다. 나한테 끌려오면서도 계속 욕설을 뱉어 내었다.


“망할 아시아인! 배신자 아시아 연합! 신께서 너희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오, 라엘님이시여! 저를 용서하소서!”


하, 이 미친 자식.


머리가 울린 정도로 지껄여 댔지만 당장 함선의 상황을 알아야 했기에 함교로 바삐 걸음을 움직였다.


함교 게이트가 눈앞에 보이고, 함교를 뚫기 위해 침입자들이 레이저 절단기를 사용했는지 주변이 너저분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해서 함교는 반쯤 열려 있는 상태였다.


─지지직, 치직!


함교로 들어서자 어딘가 천장에서 전선이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함교 내부는 아수라장이었다. 적과 승조원이 서로 엉켜 죽은 채였다. 그 사이로 피가 흘러 바닥을 가득 적시고 있었다.


“제기랄.”


이 상태로 보아 제1함교는 당장 쓰긴 힘들었다.


“에이아, 어디 있어? 해킹킷?”


[함교 중앙 왼쪽 하단, MPU 제어판 근처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함장석을 지나 피 웅덩이를 밟고 옆구리를 바라보니 손바닥보다 작은 검은 플라스틱 박스가 보였다.


콰직!


전투화로 걷어차니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떨어져 나갔다.


“어때?”


[안드로이드 제어권 복구 성공!]


“그럼 안드로이드 시켜서 이곳 좀 치워놔. 그리고······.”


지금 함교는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단 급하니까 제2함교로 이동했다.


“에이아, 올림푸스 상태는 어떤가? 지금 당장 워프 게이트 사용 신청을 해!”


[현재 즉시 워프 이용 가능합니다.]


올림푸스는 지구 궤도에 있는 가장 큰 워프 게이트 이름이었다. 10광년 이상 초장거리 워프에 사용하는 유일한 게이트다.


“승객들 동면 상태는?”


[전원 동면 상태 시행 중입니다.]


“좋아! 바로 올림푸스로 이동한 후에 워프 개시한다!”


[명령 접수. 즉시 수행 합니다.]


“제2함교로 안내 표시 올려.”


시체가 가득한 함교에서 있을 순 없었다. 그리고 제2함교로 이동 중에 테러리스트를 동면 감옥 캡슐에 가두었다.


물론 나를 향해 온갖 욕설이 날아들었다.


동면액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순간까지 표독스런 눈동자가 나를 찌르듯 노려본다.


“쳐 자라. 빌어먹을 테러리스트.”


곧 수면액이 1인 냉동 감옥으로 흘러들어갔다. 격렬히 반항하는 범법자 때문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는 기능이었다. 장거리 도약에 필요하기도 했고.


제2함교로 들어서자 아담한 모습이 들어왔다. 함장석에 앉아 눈앞에 크게 보이는 올림푸스를 바라보았다.


거대란 링 형의 인공물은 중앙에 물결처럼 푸르른 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제 곧 워프를 개시할 수 있을 터였다.


[위험! 본함을 향해 스펙터 미사일 2기가 락 되었습니다.]


“이 미친 새끼들!”


워프 게이트 앞에서 미사일이라니! 워프 게이트가 날아가면 지구까지 재앙에 이르게 된다.


“본함으로 막아!”


할 수 없었다.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이 함선으로라도 위험을 막는 수밖에.


‘이렇게 죽는 건가······?’


쿠아앙!


곧 함선에 큰 충격이 전해졌다.


“크으윽!”


온갖 비상 신호와 시그널이 함교에 울려 퍼졌다.


“에이아 피해 상황 보고!”


[함미 적중! 추진 시스템 50% 피해 손실 발생! 중력 제어 시스템 긴급 중지! 위치 제어 시스템 위험! 필수 생존 시스템 중지! 핵융합 발전 긴급 중지! 대체 연료 전지 가동 중!]


에이아의 말과 함께 내 몸이 두둥실 뜨기 시작했다. 의자에 제대로 앉아 안전벨트를 묶었다.


“에이아! 남은 1기는 어떻게 되었나!”


[남은 1기 게이트를 향해 이동 중!]


“이런 개 같은! 다 죽자는 소리냐!”


크윽! 주먹을 쥐고 울부짖듯 숨을 뱉어 내었다.


“에이아! 전속 전진! 우리 몸으로 막아!”


[긴급 명령 수행! 본함 잔존 최대 추력 개시······!]


게이트가 터져서 지구가 작살나느니, 나를 비롯한 몇 명이 죽어 막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것이 나으리라.


지구에서 제일 큰 게이트가 바로 코앞에서 파란빛을 뿜어내고 곧 옆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제기랄. 이렇게 전사하는구나.’


곧 눈앞에 암흑이 덮치며 충격과 함께 나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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